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3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30화(30/171)
30화 강림
“현자······.”
성녀는 한참이나 현자를 노려보다가 이를 악물고 다시 페르세타에게 시선을 쏘아붙였다.
“이미 모든 조사를 끝마쳤다. 페르세타 베리테. 너는 악마 소환의 대죄를 범한 바. 이 자리에서 참하여 그 죄를 벌하리라.”
그 말에,
현자 시에넬의 눈이 번뜩였다.
“악마 소환? 증거가 있나?”
“전대 펠릭스 자작이 이지를 상실하였소. 면밀히 조사한 바. 그의 이지 상실이 영혼의 파괴에 기인한 것임을 밝혀냈소.”
“영혼의 파괴······!”
현자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듯 흔들린다.
영혼의 파괴는 악마들의 주특기. 그 정도며 아주 강력한 증거였다.
성녀는 쐐기를 박듯이 말을 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낸다.
“또한 그의 기억을 어렵사리 복구하여 전후 사정을 파악했소. 비록 악마 소환 당시의 기억까진 복원할 수 없었으나, 정황을 미루어 보건대, 페르세타 저자가 악마를 소환한 것이 틀림없소! 그러니 현자. 경고하는 바이오. 저자는 대륙의 공적! 더이상 이적행위를 하지 말고 물러 서시오!”
그러나, 현자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두 눈에 광기에 가까운 갈망이 깃든다.
“흐흐흐흐······.”
그녀가 웃는다. 주름진 몸을 흔들며, 기쁨에 젖어 웃는다.
“악마 소환. 정말로 악마 소환을 해냈다는 건가······.”
시에넬의 눈은 이미 반쯤 돌아있었다. 두 제자 알과 진이 안절부절하지 못할 정도로, 그들의 스승은 어마어마한 열기에 휩싸인다.
“그럼 더더욱 물러설 수 없지. 악마 소환이라니! 그런 마법의 정수를 보여준 선생님을 어찌 너희 같은 되다 만 마법사들에게 넘길 수 있단 말이냐?”
성녀의 눈썹이 구겨진다.
“우리 천사 성교회의 신학자들은 마법사가 아니요.”
“너희가 아무리 마법사가 아니라고 주절거려 봐야. 너희가 쓰는 것이 곧 마법이고 너희의 예배가 곧 마법 의식이다. 어리석은 것들아. 너희는 그저 사상이 꼬인 마법사들에 불과해.”
“이 이상 우리의 신앙을 모욕한다면, 아무리 현자, 당신이라 해도 용서할 수 없소.”
“용서? 하핫! 그래. 한 번 해 보거라. 너희 반편이 마법사들의 솜씨가 내 예전부터 궁금했느니라.”
마력이 몰아친다.
현자의 마력은 단순하면서도 웅혼했고, 성녀와 신학자들의 마력은 신계와의 희미한 공명을 통해 성스러운 반짝임을 만들어냈다.
싸움을 각오한 성녀가 낮게 읊조린다.
“천상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수 십의 신학자들이 그 말을 받아, 낮고 웅장하게 중얼거린다.
“땅에서도 이루어지길.”
페르세타는, 그 사이에 끼어선 난감하다는 듯 뺨을 긁적였다.
“싸우실 필요없습니다. 여러분.”
“죄인은 닥쳐라.”
“선생님께선 보고만 계시지요. 이 부족한 사람이 왜 현자라 불리는지 오늘 보여드리겠습니다.”
성녀와 현자.
흥분한 두 사람을 향해, 페르세타는 다시 한 번 뺨을 긁적이고 말한다.
“현자님. 일단 진정하시고. 그, 성녀님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진리를 찾는 여정에선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법이라는 걸.”
“대죄인의 더러운 입으로 감히 진리를 논하는가.”
허나 페르세타는 성녀가 아무리 그를 매도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꿋꿋이 자기 할 말을 할 뿐이다.
“신께 다가가는 길엔 악마가 있지요. 어찌 악마를 만난 것, 그 자체가 죄가 되겠습니까.”
“간교한 혓바닥을 놀리는구나. 궤변은 집어치워라.”
“궤변이 아닙니다.”
“그래서 악마를 소환하였단 말이더냐? 그게 궤변이 아니면 무어란 말이냐?”
“성녀님. 저는 지금 진리를 말하고 있습니다.”
“닥ㅊ······!”
“왜냐면. 저는 신을 만났으니까요.”
“!!!”
성녀가 눈을 홉뜨고 페르세타를 쳐다보았다.
현자도 다르지 않았다.
알과 진도, 모든 신학자도, 놀라서 페르세타를 쳐다본다.
잠시 동안의 기묘한 침묵. 그 속에서, 페르세타의 입술이 말을 빚어낸다.
“여정의 길에선 귀신도 만나고 영웅도 만나고 용도 만나고 악마도 만나는 법이지요. 그리고 그 끝에 신을 만났습니다.”
“무슨 망령된 소리를······.”
“정 믿지 못하시겠다면, 그 분께서 제게 맡기신 재판관을 불러드리겠습니다.”
“뭐······?”
페르세타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의 입술이 경쾌하게 움직이며, 노래인지, 주문인지 모를, 독특한 리듬과 음률을 갖춘 소리들을 빚어낸다.
“새하얀 날개엔, 세상 모든 색이 묻어지이다. 투명한 눈으로, 숨겨진 얼룩을 찾으시이다. 한쌍의 날개마다 쌓아올린, 진실과 공평과 순결의 노래시여.”
“대체······. 무슨 짓을······!”
성녀는 자신의 말을 끝까지 맺을 수 없었다.
파아아앗!
하늘에서부터 시작한 성광이 땅으로 내려꽂혔기에, 그 빛이 페르세타를 정확히 감싸 안았기에, 그 안에서, 너무나도 그리운, 천사의 향기가 흘러넘쳤기에.
후욱-!
순간적으로 세상을 뒤덮은 하얀 빛에, 현자도, 성녀도, 다른 모두도 눈을 감고 말았다.
깜빡. 깜빡 깜빡.
빛이 잦아들고 황망하게 눈을 뜬 자들은 잠시 앞이 보이지 않아 어두운 시야에 적응을 한다.
그리고.
“헉······!”
“아아······.”
신학자들이 경악한다.
한쪽 무릎을 꿇는다.
두 손을 날개모양으로 겹쳐 가슴에 대고 고개를 숙여 성례(聖禮)를 표한다.
“치천사······.”
“위대한 치천사시여······.”
성녀는 한 마디 말도 뱉어내지 못했다.
그저 목이 꽉 메었다.
그녀의 눈 앞에, 6장의 날개가 보인다.
순결한 백색의 날개가, 페르세타를 보이지도 않게 온통 감싸안고 있다.
6장의 날개는, 최고위, 1품 천사인 치천사의 증표.
천사 성교회의 본단이 있는 성지, ‘살셰겐의 분지’는 바로 치천사 중 하나인 살셰겐이 강림했던 자리.
그런데, 지금 눈 앞에 살셰겐과 동급인 또다른 치천사가 강림을 한 것이다.
그녀는 그저 감격하고 압도당하여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성례를 취할 뿐이었다.
그리고 현자, 시에넬 미르사.
그녀는 철푸덕 땅에 주저앉았다.
몸을 벌벌벌 떨었다.
‘악마에 이어서······. 천사까지······.’
그녀가 알고 있던 마법의 모든 상식이 무너져내리는 것만 같았다.
‘역시······. 역시 당신은······.’
그녀는 천사의 날개에 휘감긴, 그 안에 있을 페르세타를 하염없이,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키득 키득 키득.”
그리고 날개에 가려. 그들은 듣지 못했으나, 지금 날개 속에는 한 소년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중이었다.
“다들 엄청 놀랐나보다. 하기야. 나 정도 되는 천사가 강림한 건 얼마만이지? 200년? 300년?”
“제가 알기로는 1,000년만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읽은 책에 따르면, 마법으로 치천사를 소환한 경우는 없고 우연에 우연이 겹쳐 강림한 경우들뿐인 것 같더라고요.”
“그래? 하긴. 다른 친구들한테서도 인간계에 갔다 왔다는 얘긴 거의 들은 적이 없으니. 어쨌든 반가워! 그리고 불러줘서 고마워! 페르세타!”
치천사, ‘메아샤’는 한 열 다섯 살쯤 되어보이는 미소년의 외형을 하고 있다.
천진하고 무구한 것이 그의 특징.
하지만 그가 맡고 있는 사명은 결코 가벼운 게 아니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맑은 눈으로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고, 그 안에 숨겨진 비틀림과 악의를 찾아 벌하는 것.
그가 바로 정의의 천사, ‘메아샤’였으니까.
“그래서.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야?”
“천사 성교회의 성녀가 절 좀 귀찮게 굴거든요.”
“천사 성교회? 아아······. 기특한 아이들이지. 그런데 페르세타를 귀찮게 해? 가만 두면 안 되겠는데?!”
짐짓 눈썹을 찌푸리고 화를 내던 메아샤가 빙긋 웃으며 묻는다.
“그럼 나한테 뭘 해줄 건데?”
그말에 페르세타는 어깨를 으쓱였다. 천사들은 악마들보다 대가를 지불하기 훨씬 쉽다는 생각을 하며.
“저들을 이끌어줄게요. 바른 길로. 저들이 제대로 마법을 다뤄서, 천사들이 더 자주 이 세상에 강림할 수 있도록.”
“좋아! 최고야!”
역시 쉬워.
페르세타는 생각했다. 되먹지도 않은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혀야 했던 그 끔찍하고 굴욕적인 대가에 비하면, 천사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관대하기 짝이 없다.
파악!
메아샤가 날개를 떨쳤다.
페르세타를 꽁꽁 둘러싸고 있던 날개가 거둬지고, 천사의 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밤하늘이 다시 드러난다.
메아샤는 날개를 한 번 휘둘러 공중으로 휙! 날아올랐다가 독수리보다 빠르게 땅위로 툭, 내려선다.
그의 날개는 어느새 등 뒤로 접혔고, 그의 시선은 준엄하게 성녀를 향한다.
“소년의 모습을 한 치천사······. 메, 메아샤님을 뵙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구절을 떠올린 성녀가 얼른 고개를 더 깊숙이 숙이며 성례를 표했다.
하지만 메아샤는 그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저 준엄하고 냉랭한 시선으로 그녀를 오시할 뿐이다.
그가 묻는다.
“너희는 누구냐?”
“네?”
“너희는 누구냐.”
“저, 저는 천사 성교회에 소속된, 천사님들의 충실한 하인으로······.”
“나는 너를 모른다.”
“!!!”
성녀가 두려움과 절망으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평생 천사를 섬기고 공부하고 추종해왔던 그녀인데, 가장 존귀한 천사 중 하나인 메아샤가. 그것도 정의를 집행하는 재판관인 메아샤가.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었다.
“누구일진대,”
메아샤가 느릿하고 서늘하게 말을 잇는다.
“감히 우리의 이름을 망령되이 이용하느냐.”
“저······. 저희는······.”
“나는 페르세타 베리테를 안다. 하지만 너희는 모른다.”
“아······.”
성녀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그녀뿐 아니었다. 수 십명의 신학자들이 모두 절망과 회한과 죄책감 속에서 몸을 떨며 눈물을 흘렸다.
만약 그들의 앞에 있는 것이 천사가 아니었다면, 땅을 두드리고 옷을 찢으며 통곡을 터뜨렸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지금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 전체를 부정 당하는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메아샤는 조금 누그러진 부드러운 어조로 속삭인다.
“아집을 버려라.”
“예. 그러겠습니다.”
성녀가 울며 답했다.
“겸손하게 배워라.”
“반드시 그러겠습니다.”
성녀가 이마를 땅에 부딪힌다.
“처음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진정한 진리의 가르침을 따르라.”
“그러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성녀가 말 한마디마다 자기 가슴을 두드리며 그리 말했다.
메아샤는 그런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기특하구나.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노라.”
파아앗!
다시 하늘에서 눈부신 빛의 기둥이 떨어졌다.
그 눈부심에 눈을 감았다 뜨니, 어느새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빛나는 깃털 하나가 하늘에서부터 살랑살랑 떨어져 성녀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치천사의 깃털.
이것은 기적의 증표요. 죄사함의 증거.
성녀는 떨리는 손으로 깃털을 감싸쥐고 끅끅 울음을 삼킨다.
페르세타는 흐느끼는 성녀와 신학자들을 보며 뺨을 살짝 긁적였다.
역시 치천사라고 해야할까. 일처리가 너무나 확실했다.
이렇게까지 잘해줄 줄은 몰랐는데······.
잠시 후, 간신히 울음을 멈춘 성녀가 허리를 들더니, 무릎걸음으로 페르세타의 곁에 다가와 엎드렸다.
“죄인이 사도를 몰라뵙고 함부로 행하고 말하였습니다. 죄를 청합니다.”
그러자 신학자들도 우르르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몸을 날려 엎드렸다.
“죄를 청합니다!”
페르세타는 또 뺨을 긁적이려다가 애써 참고는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죄라고 할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걸 다시 배우셔야 할 겁니다. 마음을 정리하고 글라우베 마법 대학으로 오십시오.”
총총이 멀어지는 페르세타.
성녀는 그 모습을 오랫동안 응시하다가 페르세타가 완전히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신학자들의 웅성웅성 그녀의 주위로 몰려든다.
“성녀님. 당장 본단에 연락하여 이곳을 성지로 선포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목격하였으니 분명 수월하게······.”
그 말을, 성녀는 차갑게 끊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녀가, 천사 메아샤가 머물다 떠난 자리를 응시하며 말한다.
“이곳은 이미 성지입니다. 논의? 감히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논의를 합니까.”
“아아······. 참으로 그 말이 옳습니다.”
“옳습니다.”
성녀와 신학자들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함께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현자 시에넬 미르사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은 채 그 모든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