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3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33화(33/171)
33화 형 그게 맞아?
마법 대학 글라우베의 아침을 가장 일찍 여는 존재는 의외로 마법사가 아니다.
즈바르트 베리테.
페르세타의 남동생인 그는 항상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고 새벽 훈련을 시작했다.
후우욱!
훅!
그가 숨을 내쉴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주황색 불꽃이 넘실거린다.
기프트 [여우달]
그게 그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수련을 시작하고, 누구보다 늦게까지 수련을 하다가 잠이 드는 이유였다.
현재 마법 대학은 수많은 마법사들이 신비세계와 접속하며 남긴 마력의 잔향이 가득한 공간.
이곳에서 그 마력들을 듬뿍 흡수하면 기프트의 위력을 키울 수 있다.
동시에 그 힘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기 위해 즈바르트는 매일 같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즈바르트 베리테 님.”
그리고 그가 훈련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반드시 그의 앞을 지나가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
“아,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반갑습니다. 비앙카 애시님.”
“네. 반가와요. 오늘도 힘내봐요. 우리.”
오늘도 힘내자. 라는 그 말에 즈바르트는 가만히 비앙카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머릿결은 푸석했고 얼굴은 창백하고 거칠다.
안색이 너무 좋지가 않다.
“그······. 너무 무리하지는 마세요.”
“에이. 즈바르트 님보다 맨날 늦게 시작하고 먼저 들어가는데요.”
“저는 기사고. 무엇보다 기프트가 있습니다.”
“저는 마법사고. 무엇보다, 아무튼 괜찮아요.”
그리 말하고 학교 건물 안으로 쏙 들어가는 비앙카.
즈바르트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법사니까 더 걱정되는 거 아닌가. 몸도 약한 사람들이.”
– 하아? 지금 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걱정하는 게냐?
“······아니, 아닙니다. 여우달님.”
– 시끄럽다. 벌로 오늘 수련 동안엔 체력회복을 중지하겠다.
“예에?”
즈바르트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힘든 수련이 될 거라 예감하며.
**
비앙카 애시는 마법 대학 글라우베의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
‘가장 우수한’도 아니고, ‘매우 우수한’도 아닌, 그냥 우수한에 그쳤으니까.
그녀의 석차는 6등.
1등과 2등은 언제나 현자 시에넬과 살리넬르가 엎치락 뒤치락 뺏고 뺏기며 경쟁하는 자리.
3등은 확고부동한 이그나치오 교장의 자리.
4등은 천사 성교회의 성녀 샤라 엘리프.
5등은 마법왕국의 왕세녀 라냐 비셰나.
그래서 6등이었다.
신학자들과, 아름아름 새로 들어온 마법사까지 합치면 총 1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6등도 잘 한 게 아닌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앙카 애시의 자존심에는 그게 용납이 되지 않았다.
적어도. 적어도 5등 안에는 들어야 하지 않나?
실제로 성녀가 오기 전에는 5등 안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성녀가 왔고, 그녀의 성적은 밀렸다.
‘끔찍해!’
그녀는 생각했다.
페르세타의 성적 산출 방식은 정말로 끔찍하다고.
A+는 딱 한 명, 1등에게만 주어진다.
A0는 5등에게까지만.
그다음 15등까지는 짤없이 A- 등급이었다.
정말 끔찍한 것은, 학생이 늘어나도 이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
절대적 상대평가라고 해야 하나? 아니. 상대평가면 총원의 몇 %까지는 몇 점.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이게 정말 그녀를 괴롭게 하는 부분이었다.
6등이라니. A-라니.
그녀는 이런 석차와 점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특히, 마법왕국의 왕세녀 라냐 비셰나에게 밀리는 게 너무나 속이 상했다.
나이는 그녀가 한 살 더 많다지만, 그래봤자 한 살 차이.
성녀야 워낙에 특수한 존재라 그러려니 쳐도, 비셰나 왕녀에게까지 밀리는 건, 그녀의 크나큰 마법 자부심이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렇게 공부 욕심이 많은 비앙카 애시라 해도, 이건 그냥 받아넘기기는 어려웠다.
오늘의 수업이 끝난 직후, 페르세타는 가는 길에 쓰레기 버리고 가라는 듯 툭, 말을 얹는다.
“아. 이것도 과제로 해오면 좋겠네요. <알마게스트>가 예측하는 신계의 움직임과 실제 신계의 마나주파수 관측 데이터를 비교해서, 얼마나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알아오세요.”
과제!
또 과제!
매일 같이 과제를 내주는 건 좀 너무 하지 않은가?
심지어 그 하나하나가 쉽지도 않다. 그러면서 시험도 자기 기분 내킬 때마다 마음대로 보지 않는가?
결국 참지 못한 비앙카 애시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기. 페르세타 선생님. 저희 아직 인간계의 자전을 고려하여 신비세계의 움직임을 새롭게 기술해보라는 과제도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과제를 하나 더 하는 것은 너무 부담이 큽니다.”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온 얼굴로, 당당하게 손을 들고, 담담하게 말하는 비앙카 애시.
그 모습에.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던 성녀 샤라 엘리프가 선망의 시선을 보냈다.
‘멋지다!’
그녀는 정말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저게 바로 그녀보다 먼저 수업을 들어온 사람의 바이브라는 걸까?
그녀는 아직도 페르세타가 두려웠기에, 차마 저런 요청은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너무나 간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페르세타는 싱긋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근데 할 수 있으시잖아요.”
“······예?”
“다 하실 수 있으시다는 거 알아요.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죠.”
“아······.”
비앙카 애시가 침묵했다.
천진하게 웃으며 밀어붙이는 페르세타. 도무지 바늘 하나 들어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비앙카 애시의 반란이 진압되었다.
성녀 샤라 엘리프는 빠르게 선망의 시선을 거뒀다.
과제가 철회되지 않은 이상, 이 교실의 모든 존재는 그녀의 경쟁자.
이번엔 반드시 3등 이상으로 올라가리라 각오를 다지는 그녀였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망연자실 필기구와 책을 정리하는 비앙카 애시의 앞에 비셰나 왕세녀 라냐가 다가왔다.
“비앙카 애시님?”
“아, 네. 왕세녀님.”
비앙카의 목소리는 어딘가 불퉁하고 불손했다.
하지만 라냐 비셰나는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걱정을 담아서.
“열심히 하고 계시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건강도 좀 돌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안색이 말이 아닌 거 알아요?”
“전 괜찮아요.”
“아뇨. 지금이라도 다른 학생들 모아서 같이 페르세타 선생님께 가보죠. 지금 진도가 너무 힘든 게 사실이에요. 비앙카님 뿐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도 다 한계잖아요.”
비앙카가 주변을 가리킨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눈에 보이는 마법사들 모두가 퀭한 얼굴이었다. 얼핏 보면 언데드를 연구하는 사악한 마법사의 실험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죄다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이미 피로가 누적될 대로 누적된 그들은 이제 쉬어도 피로가 잘 안 풀리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쉴 시간이 없다.
라냐 비셰나는, 지금 이런 식으로는 수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앙카는 차갑게 대답했다.
“저기 왕세녀님? 제 몸은 제가 알아요. 페르세타 선생님은 하기로 결정하셨고. 그러면 따라야죠. 정 그렇게 걱정되면 저한테 이러지 말고 왕세녀님이 직접 가서 말하세요.”
비앙카가 짐을 다 챙기고 휙 돌아섰다. 다 들리게 중얼거리며.
“아니. 아까는 조용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저런담?”
그 말에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얼굴을 붉혔다.
사실, 그녀는 타고난 체력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었다.
아주 가끔 있는 그런 사람. 아무리 일해도 지치지 않고, 조금만 자도 금세 회복하며, 멘탈도 흔들리지 않고 의지는 강철같은 사람.
그게 바로 라냐 비셰나였다.
그랬기에 그녀는 다른 이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늦었다. 아까 비앙카의 말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주변을 둘러보았고, 그제야 깨달았을 뿐이었다.
지금 이 교실 안에 피로수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걸.
하지만 이런 긴 이야기를 하며 해명할 시간은 없었다. 비앙카는 이미 짐을 챙겨 떠났으니까.
라냐는 혼자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비앙카가 걱정되었다.
**
“진도를 조금 늦춰달라고요?”
“네. 선생님. 이대로라면 다들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 말에 페르세타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갑자기 찾아온 라냐 비셰나 왕세녀. 그녀의 걱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아까웠다.
“그게. 깨달음에는 속도도 중요한 법이거든요. 힘들게 돌을 굴려서 거의 정상까지 왔는데, 거기서 쉬면, 다시 돌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거예요.”
“아······.”
“조금만 더 힘내면, 다들 고지를 볼 겁니다. 그때까지만 버텨주세요.”
페르세타는 고개를 까딱 숙이곤 지나갔다.
사실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고 기대가 되곤 했다.
마법사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더 마음에 드는 건, 마법사들이 그냥 지식만 쌓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힘 자체를 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페르세타의 목적은 자신의 연구 동료가 될 수 있는 마법사를 양성하는 것.
그러려면 단순히 지식만을 익힌 마법사는 쓸모 없었다. 그 지식을 활용해 자신과 함께 미지를 탐사할 수 있는 용기와 창의성, 그리고 사고력을 갖춘 마법사들이 필요한 거였으니까.
헌데 이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건 마치 근육을 기르는 것과 같다.
기존의 선입관과 사고방식을 부숴서 새로운 틀과 방법을 채워넣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중간에 멈춘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컸다.
기껏 선입관과 사고방식을 부쉈는데, 빠르게 새로운 틀과 방법론을 채워넣지 않는다? 그건 마치 빡세게 운동을 하고 밥을 먹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히려 퇴보를 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페르세타는 진도를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형! 혀엉!”
라냐 비셰나 왕세녀를 뒤로 하고 몇 걸음을 옮겼을 때였다.
즈바르트가 날듯이 달려들어왔다. 그의 등에는 창백하게 질린 비앙카가 인형처럼 흔들거리고 있었다.
“비앙카님이 쓰러졌어 형!”
“아.”
페르세타는 빠르게 움직였다.
비앙카를 탁자 위에 눕히고 그녀의 어깨에 손을 짚어 그녀의 몸 상태를 스캔한다.
“으음······. 몸 상태가 진짜 엉망이네.”
그냥 육신이 지치고 엉망이 된 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신체를 구성하는 마나 자체가 사납게 흐트러져 있었다.
페르세타는 빠르게 마력을 뿜어 비앙카의 마나를 조율하며 자신의 계약자인 요정 공주를 불렀다.
“히나리리리아네님! 좀 도와주세요.”
– 응!
계약자의 요청에, 공간을 뛰어넘어 허공을 찢고 나타나는 요정공주.
그녀의 축복이 비앙카의 몸에 깃들었다.
색-
새액-
그제서야, 창백했던 비앙카의 얼굴에 혈색이 돌고, 그녀의 숨소리가 편안해졌다.
하지만 페르세타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그는 반성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람의 신체는 생각보다 연약해.’
좀 충격이었다. 이렇게 쓰러지고, 이렇게 몸상태가 나빴다니.
몸상태보다는 오로지 진도와 성취만을 생각하던 페르세타의 사고구조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즈바르트가 그런 페르세타를 보며 볼멘 소리를 했다.
“형. 솔직히 좀 너무 몰아붙이는 거 같아. 오늘은 비앙카 님이 쓰러졌지만, 내일은 또 누가 될지 모른다고. 학교를 드나드는 마법사들 얼굴을 내가 다 보잖아. 요새 다들 말이 아니야.”
그 말에, 페르세타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즈바르트. 네 말이 맞다.”
“그치? 그럼 조금 진도를 늦······.”
“아무래도 학교에 휴식 시설이 필요할 거 같아.”
“······응?”
“하루에 2시간만 쉬어도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그런 쉼터가 필요하겠어.”
“어······. 형?”
“이게 있으면, 진도를 더 빨리 나갈 수도 있을 거야.”
“혀, 형! 그건 너무 가혹······.”
즈바르트의 당황에 페르세타는 빙긋 웃는 얼굴로 답한다.
“괜찮아. 내가 설계한 시설이면 2시간만 쉬어도 10시간 자는 것보다 더 나을 테니까. 마법사는 너무 오래 자면 안 되거든. 깨달음엔 속도가 필요한 거라.”
즈바르트는 말문이 턱. 막혔다.
당황해서 돌아보니, 페르세타의 옆에 라냐 비셰나도 자신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보였다.
“아. 그럼. 나 잠시 뭐 가져올 게 있어서. 비앙카 애시 양 좀 부탁해. 아마 시간 지나면 알아서 깨어나실 거야.”
생각난 김에 바로 움직이려는지, 페르세타가 빠르게 멀어졌다.
남겨진 즈바르트는 누워있는 비앙카를 보다가, 라냐 왕세녀와 잠시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는 깨달았다. 라냐 비셰나 왕세녀의 심정도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끝내 하지 못한 말.
형.
쉼터?
그런 거 말고······.
그냥 푹 쉬게 해주면 안 되는 걸까.
입 밖으로 나올 타이밍조차 놓친 그 속마음이, 목구멍 속에서 애처롭게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