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3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34화(34/171)
34화 피안의 쉼터
후우우웅- 후웅-
마법학교의 옆에 어두운 장막이 드리웠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 그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둡고 어두운 장막.
막 과제를 마치고 찌들어서 나온 일리안느가 학교 옆에서 수련 중이던 즈바르트에 물었다.
“······오빠 또 저기 들어갔어?”
“······응. 뭐 하려는 건지······. 오싹한 기운이 자꾸 흘러나와. 수련에 도움이 되긴 하는데, 좀. 아니. 많이 신경이 쓰이네.”
후우웅-!
즈바르트의 말대로였다.
일리안느는 새카만 장막 속에서 밀려나오는 소름 돋는 마력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그, 오빠······. 쉼터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어? 피로에 찌든 마법사들을 위해.”
“그랬지.”
“근데. 무슨 마력이 이렇게 오싹하지?”
“······그러게 말야.”
수근거리는 두 남매.
그 뒤로 두 명의 마법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중 중년의 마법사가 지친 얼굴로 말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 아니오? 2시간만 자도 멀쩡하게 움직이는 그런 쉼터를 만든다 들었소. 마계의 악마가 감탄을 할 일이지······. 그런 작업 중이니 이리 오싹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게 당연한지도.”
살리넬르.
그는 정말 치가 떨린다는 표정으로 새카만 장막을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는 걱정스런 얼굴을 한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있었다.
그녀는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2시간······. 진짜 그렇게 되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람이라는 게 몸만 회복된다고 괜찮은 건 아니잖아요? 정신적 피로는 계속 누적이 될 텐데······.”
그녀의 말에 일리안느와 살리넬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문득 살리넬르가, 일리안느를 향해 말했다.
“일리안느 아가씨.”
“네. 살리넬르 마법사님.”
“난 당신의 오라비가 정말로 싫소.
“······당연한 거라 생각해요.”
“정말로. 정말로 싫소.”
“후······.”
일리안느가 아련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촉촉한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30년 만에 돌아온 오빠만 아니었어도 그렇게 말했을 거예요.’
즈바르트는 그런 둘을 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내 탓인가······?’
괜히 쓰러진 비앙카를 페르세타에게 데려가서 이 사단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쿡쿡 찔리는 즈바르트였다.
**
마침내. 그 날이 왔다.
마법 학교 옆에 드리웠던 어둠의 장막이 사라진 것이다.
마법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페르세타는 자신의 작업을 굳이 숨기지 않았고, 그 탓에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저게 완성 됐으니. 이제 우린 하루에 2시간만 쉴 수 있는 것인가······.”
“오······. 천사시여······.”
“이제라도 탈출할까?”
“탈출 하면······? 이런 가르침을 또 얻을 기회가 다시 올까······? 나중에 건강해져서 돌아오면 다시 받아줄까? 페르세타 선생. 짤 없을 때는 정말 짤 없던데······.”
“아아······.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마침 하루의 수업과 자습이 모두 끝난 시간이었다.
달빛이 내리는 밤.
자습기간 동안 마무리 작업을 마친 페르세타가 나무로 지어진 운치 있는 건물 앞에서 마법사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그런 그의 얼굴은 자부심과 뿌듯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고뇌가 뚝뚝 묻어나는 마법사들과는 정반대로.
사실. 페르세타는 정말로 자신이 있었다.
이번 건축물은 그가 폐관을 마친 이후 가장 진심을 다해 만들어낸 시설.
현 시대에 맞는 기술만 사용한다는 스스로의 원칙마저 깨고, 빨리 만들 수 있으면서도 가능한한 가장 좋은 것들로만 채워서 쉼터를 만들었다. 그가 직접 마법을 부렸음에도 불구하고 2주나 걸린 작업 시간이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자신의 학생들을 아끼는 그의 진심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빨리 이곳에서 마법사들이 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모두가 자신의 작품을 보고 그 효용을 느끼고 다시 힘을 내서 공부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진심어린 소망이었다.
“자. 줄 서서 들어가세요.”
페르세타의 말에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손을 들었다.
“저, 선생님. 이 인원이 다 들어가나요? 그러기에는 작아 보이기도하고······. 남녀 구분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 말에 페르세타는 푸근하게 웃었다.
“들어가 보시면 알 겁니다. 어서 들어가세요.”
자꾸 등을 떠미는 페르세타.
이미 그의 권위에 굴복하고 그의 학구열에 공포를 느끼며 잔뜩 괴롭힘을 당한 마법사들은 감히 거기에 저항하지 못했다.
저 작은 건물에 100명도 넘는 사람이 어떻게 들어가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은 건물 입구로 발을 옮긴 것이다.
그리고 그 맨 앞에는 현자 시에넬이 있었다.
‘스승님이라면, 다 방비를 해놓으셨겠지.’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마법사들 중에, 페르세타의 진면목을 가장 잘 아는 게 바로 시에넬이었다.
그는 페르세타의 마법이라면 어떤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게 없다 여겼다.
그리고, 그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허어어······.”
쉼터로 들어선 시에넬은 긴 탄성을 내질렀다.
“이건······. 전설의 ‘공간 분열진’인가? 이론으로만 논의만 되던 마법인데······.”
분명 다닥다닥 붙어서 줄줄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건 시에넬 혼자였다.
잠시 기다려봤지만, 더이상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
느껴지는 마력을 분석해보건대, 공간분열진이 맞는 것 같았다.
하나의 공간을 비누거품처럼 수없이 많이 복사해버리는 마법.
차원의 위상을 조금씩 달리하며 복사되는 공간 탓에, 이론상 무한대의 사람이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똑같은 공간을 한 사람, 한 사람이 홀로 점유할 수 있게 되는 구조.
즉.
이 건물 전체가 오로지 시에넬 혼자만이 쓸 수 있는 장소가 되었다.
이 안에 들어온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대단하군. 거기다가······. 이것은 법칙을 속이는 환술의 일종인가? 자연스럽게 현실의 구성이 바뀌었어. 환요계에서도 상당히 고위의 수법일 터인데······.”
시에넬은 어느새 바뀐 자신의 복장을 보았다.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이, 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어느새 옷이 헐렁하고 편안한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의 위화감도 없어서 옷이 바뀌었는데도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걸렸다.
“허어······.”
시에넬은 거듭 감탄하며 마루를 걸었다.
삐걱. 삐걱.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나무 마루는 작게 소리를 내며 묘한 운치를 더한다.
원목 마루가 쭉 깔린 복도가 정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벽이 없이 뻥 뚫린 복도의 양 옆으로는 부슬부슬 비가 오는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것도 환술이 일종인 것 같았다. 현실과 구분이 불가능한 정교한 환술. 아니면 애초에 이 공간 자체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겹쳐 있는······ 그 둘의 구분이 무의미한 그런 공간인지도 모른다.
복도의 끝에는 나무 계단이 있고. 그것은 몇 걸음 내려가면 물 속으로 잠겨들게 되어 있었다.
계단 아래 펼쳐진 거대한 욕탕. 물안개가 자욱해서 찰랑이는 물의 끝이 어디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들어가야 하는 건가? 그런데 그러려면 옷을 벗어야······.”
시에넬이 그리 생각하는 순간.
후우욱-!
갑자기 불어온 바람이 시에넬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 물 속으로 옮겨놓는다.
“앗! 옷이 젖······!”
당황한 시에넬이 발버둥쳤지만.
“어?”
옷은 젖지 않았다. 분명 물은 촉촉하고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데 헐렁하고 편안한 이 옷은 몸을 여전히 잘 가리면서도 물에 젖지 않고 달라붙지도 않고 하늘하늘 물속을 헤엄친다.
“정말 신기하군.”
그리고 그것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예고도 없이.
쏴아아아!
돌연 밀려온 물결이 시에넬의 몸을 싣고 어디로간 흘러 간다.
“어엇!”
시에넬은 물결에 휩쓸리며 깨달았다.
‘물의 정령인가······!’
동시에 주변에 수없이 복잡하게 만들어지는 수류(水流).
그것이 그녀를 물 속으로 끌어들이더니 온몸 구석구석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컥! 커헉!”
뿌드득! 빠득!
굽어져서 굳어진 어깨와 허리를 강제로 펴고 앞으로 튀어나온 목을 후드려 팬다.
“커억! 컥!”
그 갑작스런 폭행에 가까운 마사지에, 시에넬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헛숨만 삼켰다.
원래라면 물을 잔뜩 마시고 숨이 막혀야 했을 테지만, 이 역시 정령의 조화인지, 그녀를 집어삼킨 물은 절대 그녀의 입과 기도를 침범하지 않았다. 숨을 쉬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사방에서 두들기는 물줄기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울 뿐.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스르르르-
작은 실처럼 뻗어나온 물이 전신의 혈맥 곳곳에 달라붙어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 이건······! 환요계의 요술인가!’
물이 자연스럽게 몸에 스미는 이 현상은 물의 정령으로는 일으킬 수 없는 이적.
“아아아악!”
그리고 마침내 시에넬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전신 혈맥 곳곳으로 스며든 물이, 그녀의 몸 속에서 근육을 주무르고 풀고, 뼈마디를 문지른다. 노화된 혈관과 신경계 그리고 온갖 체액이 흐르는 기관들 속으로 들어가 노폐물을 청소하고 노화된 세포에 영양을 공급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너무 아픈데엑······!’
끔찍하게 아프고,
‘너무 시원해애······!’
믿을 수 없이 시원한 경험이었다.
“아아아아아-!”
시에넬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인지, 열락의 탄성인지 구분할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렇게 온갖 마사지를 받으며 흘러가던 시에넬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아······?”
어느덧 마사지가 모두 끝났다는 사실을.
“이럴 수가······.”
몸이 더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온몸의 관절이 부드럽게 돌아가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던 근육이 시원하게 늘어나고 접힌다.
온몸에 피가 통하고 활력이 맴도는 이 기분. 족히 100년은 젋어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아. 그렇지. 이런 거라면 2시간만 쉬라고 하신 것도 이해가 간다.’
육신을 넘어 정신마저도 완전히 리프레시가 되는 이 느낌.
그런데.
“음······. 갑자기 캄캄해졌군.”
주변이 어두웠다. 검은 비단같은 밤물결만이 찰랑찰랑 흐르며 그녀를 자꾸 알 수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간다.
아직도 끝이 아니란 말인가?
그렇게 흘러가던 그녀는 어느 순간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 이 기운은······?”
영혼까지 저릿한 오싹한 기운.
접하기 쉽지 않은 기운이라 눈치 채는 게 늦었다.
“명계의 기운······!”
죽은 자들이 가는 세계. 명계.
그리고 이 물은······.
“레, 레테의 강물!”
죽은 자들의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준다는 레테의 강물.
“아, 안 돼!”
시에넬은 허우적거렸다.
명계의 기운은 결코 인간이 받아서는 안 되는 치명적인 독극물과 다름없었다.
운이 좋아야 식물인간이 되거나 백치가 된다. 보통은 자기 자신을 망각하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 기운이오, 강물이었다.
시에넬은 허우적거리며 웅혼한 마력을 뿜어냈다. 명계의 기운과 레테의 강물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문을 짜올렸다.
하지만.
스르르르-
대체 이 안개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가 짜낸 모든 마력이 안개에 잠식되어 흩어진다. 그녀는 아무런 마법도 발휘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가 되었다.
“아······. 안 돼······.”
그녀의 몸이 새카만 레테의 강물 속으로 잠겨든다.
“아······.”
정신이 빠르게 멀어진다.
죽음을 거부할 수 없듯이,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숙면.
그녀는 꿈조차 없는 아득한 밤의 세계로 떨어져내린다.
짹······.
째잭······.
짹······.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10년? 100년? 1,000년?
아니 억겁의 세월이 지난 것 같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니까.
그 죽음의 끝에서 시에넬은 마침내 눈을 떴다.
“아······.”
어느새 그녀는 너른 온천에 몸을 기대고 있는 상태였다.
목재 지붕이 있고 사방은 툭 트인 노천탕이었다.
반짝이는 요정의 빛들이 사방을 밝히고, 저 너머는 새가 우는 새벽. 푸르스름한 숲 속.
깜빡.
깜빡 깜박.
몇 번인가 눈을 감았다 뜨던 시에넬은 깨닫는다.
“······다시 태어난 것 같군.”
문자 그대로였다.
2시간의 휴식?
그런 건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사실상 죽음에 가까운 상태에서 되돌아오는 휴식이라니.
그건 마치 모든 것을 리셋하는 새로운 시작, 즉 거듬남과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처음으로 다시 눈을 떠서 마주하는 풍경이. 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온천이라니.
“······행복하다······.”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은 휴식 속에서, 시에넬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살면서 이토록 만족스러운 순간은 없었다.
부러울 게 아무 것도 없다. 이곳이 낙원이요. 천국이로다.
그리 생각했다.
어느 상냥한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힐 때까지.
– 2시간이 지났습니다. 다시 공부할 시간입니다.
“아······. 안 돼! 좀만 더······!”
훅-!
손을 내뻗으며 허우적거리던 시에넬의 몸이 온천 속에서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그렇다.
다시 공부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