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3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37화(37/171)
37화 대이동
지표에서 차원의 중심에 가장 가까운 곳.
그곳에 바로 대도서관 아란드리아가 있다.
언제나 조용하고 근엄하게 세상의 진리를 탐구하고 기록하는 수행자들의 땅.
하지만 요즘 이곳의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게 산만하고 격앙되어 있다.
“어허! 또, 또 베리테 영지에서 새로운 발견이 나왔다고 합니다!”
“또요?”
“가 봅시다! 얼른!”
소식을 들은 사서들이 수염을 휘날리며 뛰어갔다.
진리의 전당.
바닥부터 드높은 천장까지 책장이 끝도 없이 서 있는 지식의 보고.
그곳에 사서들이 모여 있었다. 새로운 이론을 접한 그들은 뜨겁게 토론을 하며 그것을 수습하기 바빴다.
“허어······! 심상을 왜곡한다고?”
“이는 <이데아>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잘 기능하지 않는가? 신학자들의 신성력은 적어도 신계와 교통하는 마법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우위를 보여주지 않는가.”
“그래. 어쨌든지간에 심상에 무언가를 만들어내도 마법을 더 잘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닌가? 이건······. 이건 혁명이야. 마법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지식일세!”
!!!
이제 막 진리의 전당에 들어선 사서들은 흠칫, 몸이 굳었다.
‘뭐? 신성력?’
‘심상의 왜곡?’
‘이게 무슨 말이야?’
아직 맥락을 파악하진 못했어도 뭔가 터무니없는 논의가 오고 간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었다.
사서들은 급히 뛰어서 토론의 장에 합류했다.
그리고 경악한다.
신성력을!
마법적으로!
설명했다고!?
이건 혁명이야!!!
마법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이쯤 되자 사서들은 더이상 참지 못했다.
다들 발을 동동 구르고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같은 생각을 했다.
아란드리아가 설립된 이래로 1,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이, 이 정도면 베리테 영지로 사서를 파견해야 하는 거 아닐까?’
‘거기가 지금 마법 연구의 최첨단에 서 있잖아?’
‘이곳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뒤처질 수도 있어!’
눈치 게임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그걸 입 밖으로 내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은 평생 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마법의 비밀을 지키며 살아가기로 서원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아란드리아.
들어온 자, 누구도 나갈 수 없다.
1,000년이 넘는 선례와 규칙을 깨자는 그 말을 감히 함부로 꺼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결국 터져나올 것은 터져나오는 법.
“크흠! 큼!”
아란드리아에 단 5명 뿐인, 최고 의결권을 가진 대사서 중 한 명인 르위메르가 허연 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술을 열었다.
“그······. 의견들을 구하고 싶군. 현재 베리테 영지에서 일어나는 마법의 발전은 역사에 유례가 없는 규모와 속도요. 이 점은 다들 동의하시오?”
“예. 그럼요.”
“말이 안 됩니다.”
“죽어가던 신비가 되살아나고, 마법사들의 비원이 해결되고, <알마게스트>를 복원하는 걸 넘어, 그 이상의 단계로 마구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서들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한다. 그들의 얼굴은 기대감으로 발그레하게 달아올랐다.
“그렇지. 대(大) 마법의 시대가 다시 열릴······. 아니지. 그 이상의 기적의 시대가 열릴 지도 모르오. 프톨레마이오스님이 <알마게스트>를 발표했을 때보다 더 큰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란 말이오.”
“맞습니다.”
“맞아요.”
“즉, 지금은 매우 비상하고 특별한 시기. 그런 시기에는 그에 걸맞는 비상하고 특별한 대응이 필요한 것 아니겠소?”
마침내 나왔다.
모두가 속으로 원하고 있었으나 말하지 못했던 그 말이.
대사서 르위메르가 정식으로 그 말을 입 밖에 낸다.
“하니, 나는 우리 아란드리아에서도 베리테 영지로 마법사를 파견하고 지부를 세워 마법의 발전을 가까이에서 기록하고 그 발전에 한 몫을 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오!”
그 말이 끌나기 무섭게, 아란드리아에 단 20명만 있는, 대사서 다음 가는 의결권을 지닌,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가 손을 번쩍 들며 그 말에 동의를 표한다.
“재청합니다! 수석 사서 세레스 에멜다가 그 안건을 정식으로 재청합니다!”
1,000년의 세월동안, 바위처럼 묵묵하게 그 자리를 지켜왔던 아란드리아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
“아란드리아?”
“아란드리아가 또?”
“베리테 영지가 대체 어딘데?”
베리테 영지에서 포럼이 시작된지 여러 달이 지난 시점.
전 대륙의 마법사 사회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란드리아 대도서관의 회원들 위주로 아름아름 퍼져나가던 소문이, 아란드리아의 회원자격이 없는 일반적인 마법사들의 귀에까지 닿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자세한 정보를 알진 못했다.
온갖 믿을 수 없는 풍문들이 섞이고 커져서 그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베리테 영지에서 엄청난 마법적 도약이 일어나고 있다더라.’
‘아란드리아에서 매일같이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날아드는데, 전부다 베리테 영지에서 이뤄낸 발견이라더라.’
‘<알마게스트>를 복원하고 마법을 소생시키는 데 성공했다더라.’
‘대(大) 마법의 시대를 뛰어넘는 위대한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더라.’
물론 상식이 있는 마법사라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난 500년 간 해결하지 못했던 <알마게스트>의 난제를 고작 이 몇 달만에 해결을 했다고? 그럼 훨씬 더 난리가 났겠지.”
“하여튼. 사람들 하고는. 그런 뜬소문을 믿나?”
“음. 그래도 난 가봐야겠네. 나도 소문이 허황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뭔가 꺼리가 있으니 이리 불타오르는 게 아니겠나? 직접 보고 와야겠어.”
“그건······. 일리가 있는 말이네.”
“그래서 베리테 남작령이 어디라고?”
전 세계의 행동력 있는 마법사들이 행장을 꾸려 베리테 남작령으로 향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은거했던 마법사들은 물론, 멀어져가는 신비에 좌절하여 마법의 길을 포기했던 이들까지도, 한줄기 희망을 품고 베리테 남작령으로 향했다.
여기서 한 명. 저기서 세 명. 또 저쪽에서 다섯 명.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그리 많지 않은 숫자의 움직임이었으나, 그 규모가 대륙 전역이다보니 결국 베리테 남작령으로 모여드는 인원은 결코 적지 않았다.
심지어 그들 하나하나가 자존심에 목숨을 거는 마법사들.
베리테 남작령은 이전 포럼 사태때보다 더한 격변을 맞이했다.
“여봐라! 여기에 페르세타 베리테라는 마법사가 있다 들었다! 나, 열화의 마법사 크룩스아루가 그를 보고자 한다 전하거라!”
베리테 남작령은 작고 보잘 것 없다.
펠릭스 자작가에서 받아낸 마을까지 다 합쳐서 인구가 고작 5,000명을 겨우 넘길 뿐이다.
헌데 이곳으로 1,000에 육박하는 마법사가 몰려들었다. 그들이 데리고온 수행원과 하인까지 합치면 그 총 인원은 가히 베리테 남작령 전체의 인구인 5,000에 육박하는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는 이런 촌구석의 남작 따위는 우습게 보는 신분이 높고 자존심은 더 드높은 마법사들.
그러니 사실 이 정도 진상은 진상이라 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내 말이 안 드리느냐! 페르세타란 마법사를 데려오란 말이다! 감히 나, 열화의 마법사 크룩스아루를 기다리게 한단 말이냐!”
화르르륵!
남작성이 보이는 장원에 도착하자마자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던 마법사는 급기야는 마력을 일으켜 사방으로 불꽃으로 넘실거리게 만들기까지 했다.
제법 위세가 당당한 마법사인지, 그의 옆에는 오러를 쓸 수 있는 기사급의 용병도 셋이나 있었다.
그들도 살벌한 기세를 뿜으며 장원의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경비병들은 그런 마법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마을 쪽을 돌아보며 조마조마하고 있는 기색이었다.
열화의 마법사 크룩스아루는 이에 분노했다. 고작 시골 영지의 경비병들따위가 나를 무시한단 말인가?!
“네 이놈들! 감히 내 말을······!”
“니깟 놈 말을 누가 듣는단 말이냐?”
그 순간 들려오는 뾰족한 목소리.
경비병들은 아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체념을 한듯 한숨을 쉬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열화의 마법사 크룩스아루가 얼굴을 와락 찌푸리며 노호성을 질렀다.
갑자기 끼어든 목소리.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네놈! 키자레살티!”
“클클클. 그래. 나다. 네놈을 여기서 만나다니. 운이 몹시 좋구나. 오늘은 도망가지 못할 거다. 네 핏줄 하나를 다 얼어터지게 만들 터이니, 너는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키자레살티라고 불린 마법사가 주변에서 새하얀 얼음을 만들어내며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그의 주변에서, 그를 모시고 있는 다섯 명의 용병이 칼을 뽑아들고 살기를 풀풀 피워올렸다.
그러니까.
이런 게 진짜 진상이었다.
전 대륙에서 좀 한다 하는 마법사들이 다 모이면 이런 일은 당연히 생기는 것이었다.
사소하게는 자존심이 강한 두 마법사가 서로 다투며, 마력을 일으키는 그런 작은 소동에서부터, 두 명의 철천지 원수가 베리테 남작령에서 딱 만나버리는 심각한 대립은 물론이고, 제국으로부터 독립 운동을 하고 있던 민족주의자 마법사가 암살 목표인 제국의 전쟁 마법사를 이곳에서 떡 하니 만나버린다는, 그런 정치적이고 아주아주 지독한 갈등까지 수많은 싸움과 원한이 베리테 남작력을 뒤덮었다.
포럼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때 이곳을 찾은 마법사들은 아란드리아의 새로운 발표에 대해 배움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마법사들이었다.
설령 개인적인 원한이 있더라도, 잠시 내려놓고 배움을 우선시할 수 있는 진리탐구자들이었다.
또한 그들은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 살리넬르와 페르세타에 대한 공겸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별다른 갈등과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배우러 온 자들이 아니었다. 그저 소문이 떠들썩하니 그 실체를 파악하러 온 작자들일 뿐이었다.
또한 페르세타는커녕 살리넬르조차 알지 못하는 자들이었기에, 공경심이고 뭐고 전혀 없었다. 그저 시골의 한미한 남작가인 베리테 가문을 얕보기 일쑤.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영지민들 중에는 마법사들에게 뺨을 맞고 정강이를 차이고 짓밟히기까지 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페르세타 베리테로서는 이런 난장판을 묵과할 수 없었다.
영지로 마법사들이 몰려드는 것 자체는, 그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영지에 막대한 돈이 풀릴 것이며, 전문인력이 늘어나, 베리테 남작령을 진정한 의미에서 마법의 도시로 키울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 땅으로 몰려든 마법사들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때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즉, 페르세타는 이번에 자신의 힘을 좀 드러낼 각오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사실 나설 필요가 없었다.
“키자레살티님. 크룩스아루님. 즉시, 마력을 거두시지요.”
페르세타가 경고를 던지고 앞으로 걸음을 떼던 그 순간.
“스승님.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이런 잡스러운 일에 나서시는 건 격에 맞지가 않지요. 이런 일은 이 늙은 제자에게 맡겨주십시오.”
현자 시에넬이 그리 속삭이며 페르세타를 한 걸음 앞질렀다.
그러자 이번엔 알과 진이 시에넬을 앞지르며 말한다.
“스승님께서 이런 시정잡배의 싸움에 끼신다는 건 말도 안 돼요.”
“맞아. 차라리 우리가 나설게요.”
알과 진의 말에 현자 시에넬은 흐뭇하게 웃었다.
“흘흘. 그래. 녀석들아. 저 놈들 볼기짝을 쳐서 다시는 이곳에 발 못 들이게 쫓아내거라.”
“예. 스승님.”
헌데 그때 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현자님.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저희 마법왕국 비셰나에서는 귀인 앞에서 감히 저런 소란을 피운자들은 채찍 100대를 치고 쫓아냅니다.”
“아아, 왕세녀로군. 그래도 100대는 좀 너무 하지 않소? 페르세타 선생님도 보고 계시는데. 흘흘.”
“허허허. 현자님. 너무 정이 많으십니다. 우리 제국 아카데미에서도 저런 자들은 채찍 30대를 때립니다. 허허허.”
“그런가? 이그나치오?”
왕세녀 라냐 비셰나에 이어 이그나치오 교장까지 끼어들었다.
한창 싸움을 벌이려 하던 키자레살티와 크룩스아루, 두 마법사들의 동공은 세차게 떨리기 시작한다.
‘혀, 현자?’
‘와, 왕세녀······? 이그나치오······ 교장?’
모두 마법계에서 그 명성이 자자한 인물들.
설마 거짓말이겠지. 치부하고 싶었으나, 그들이 내뿜는 마력은 결코 장난이 아니었다.
찰싹! 찰싹!
곳곳에서 채찍 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등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눈에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절뚝절뚝 베리테 남작령을 떠나는 마법사들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아······. 기분 전환 되고 좋은데?”
“잠시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영지 순찰을 돌아야겠어.”
현자, 왕세녀, 교장, 그들만 나선 게 아니었다.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공부중이던 모든 마법사들이 영지의 혼란을 보고 가만 있지 않았다.
그리고 곳곳에서 몰려든 보통의 마법사들로서는, 페르세타에게 직접 배운 마법사들의 마법을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결국 베리테 남작령에 찾아왔던 혼란은 빛보다 빠르게 정리되었다.
1,000명이 넘는 마법사들은 고분고분 순한 양이 되어 남작령의 질서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이 광경을 보던 페르세타는 이렇게 생각했다.
‘편하고. 좋구나.’
권력의 단맛을 조금쯤 알아버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