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39)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39화(39/171)
39화 <첼레스티움>
그날. 페르세타의 강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오늘 저는,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특성에 대해서, 여러분께 말씀드릴까 합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마법사들은 두통을 느꼈다.
‘진리? 그게 대체 뭔데······.’
사실 요즘 그들은 머리가 많이 복잡한 상태였다.
살리넬르의 마나파 측정장치가 촉발시킨 각종 측정장치의 제작.
그걸 통한 관측의 정밀도 상승.
거기에 페르세타에게 배운 지식까지.
알게 되는 게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들은 <알마게스트>에 의문을 느꼈다.
그들은 진리를 구하기 위해 어떻게든 <알마게스트> 안에서 그것의 정확성을 높이려 노력했지만, 그 결과 그들이 얻어낸 것은 더없이 복잡해진, 산더미같은 수식들에 지나지 않았다.
진리는······. 갈수록 복잡해졌고, 그들의 머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내가 알아낸 것을 남들에게 설명하기는 더없이 어려웠고, 서로가 만든 수식을 비교해 어떤 게 더 나은지 판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왜 세상은 이토록 통일성 없고 중구난방으로 제멋대로 움직여서 우리를 괴롭게 한단 말인가?
그런 고통 속에 있었던 마법사들에게 ‘진리’를 들먹이는 페르세타의 말은 두려운 것일 수밖에 없었다.
‘진리란 성질 고약한 인성 파탄자 같은 것이 아닌가!’
더 화가 나는 점은 ‘진리’라는 단어가 마치 손에 잡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매끈한 무언가와 같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었다.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그런데 진리에 대해서 논한다니······. 얼마나 지난하고 어려운 과정이 될지 벌써부터 머리가 욱신욱신 아파오는 것 같았다.
헌데 페르세타의 첫 마디는 그들의 예상과는 많이 벗어나는 것이었다.
페르세타는 수많은 수식과 기하학에 대해서 논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원리에서 시작했다.
“우리는 관측을 통해. 진리에 접근합니다. 더 정확한 관측이 있을 때, 더 정확한 원리를 파악하고 그 원리 속에 깃든 진리에 접근하게 됩니다.”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관측.
그것은 요즘 그들이 항상 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그 망할 관측 결과와 <알마게스트>의 이론을 꿰어맞추기 위해, 매일매일 머리가 깨지도록 수식을 풀고 그림을 그려댔으니까.
그리고 페르세타는 말한다.
“다만 언제나 명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원리’라고 생각한 그것은 단지 ‘가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가설?
그 말은 마법사들에게는 좀 낯선 것이었다. 세상은 완벽하게 짜여진 어떤 질서를 따라 움직이고 있고, 마법사는 그 질서를 이용해서 마법이라는 기적을 실제로 사역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가설?
그럼 우리가 무슨 실증되지도 않은 이론에 기대어 마법을 사용하고 있기라도 하다는 건가?
페르세타는 그들에게 바로 ‘그러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우리가 세운 가설은 언제든 틀릴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조금이라도 덜 틀린 가설을 찾아가며 계속해서 진리에 접근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접근해야 하는 진리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저의 생각을 중대한 사례들과 함께, 밝혀보겠습니다.”
마법사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뭔지는 아직 잘 몰라도, 그들은 예감을 느꼈다. 페르세타가 지금부터 하는 강의가, 아주 충격적일 것이라는.
어쩌면, 페르세타는 이 순간을 위해 계속 강의를 이어왔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마저 들었다.
“먼저. 진리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입니다.”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진리라면 응당 그래야지.
약간 상식에 가까운 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서 그들은 신음과도 같은 탄식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알마게스트>는 의심스럽습니다.”
“으음······?”
“헙!!”
“그, 무슨······!”
하지만 마법사들의 경악에 개의치 않고 페르세타는 말을 이어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맞지 않게 된 <알마게스트>는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번에 마법사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선생님! 그것은 단지, <알마게스트>가 차원의 세차운동을 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세차운동이 곁들여진 <알마게스트>는 더욱더 완벽해졌습니다.”
페르세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런 식으로 수선을 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요. 하지만, 여전히 <알마게스트>는 의심스럽습니다. 바로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두 번째 특성 때문입니다.”
페르세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났고, 그와 눈이 마주친 마법사들은 어쩐지 주눅이 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마침내 다시 입을 연다.
“진리라는 것은 여기에서나, 저기에서나, 동일한 것이어야 합니다.”
이번에도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마법사들이 있었다.
이 역시 상식적이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는 이렇고 저기서는 저렇다면, 그건 진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자의적이지 않을까?
“그렇기에 <알마게스트>는 의심스럽습니다.”
또야?
마법사들은 이번에는 신음을 흘리지 않았지만, 대신 눈을 댕그랗게 떴다.
“마나 태양을 비롯한 모든 신비세계가 인간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어째서 상계와 하계에는 서로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것일까요?”
“으음······.”
“음······.”
“어째서 5개의 상계들만 마나태양과 인간계를 잇는 일직선 위를 따라 운동합니까? 어째서 하계들에서 측정되는 비교적 정확한 도플러효과에 비해, 상계와 정령계에서는 그것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게 되는 것입니까?”
“으음······.”
“신비세계들은 인간계를 중심으로 돈다고 하는데, 왜 사실은 인간계를 벗어난 이심을 가정해야 계산이 정확해지는 것이며, 주전원은 왜 생겨야만 하고, 미세 주전원이니 대심이니 하는 것들은 또 뭐란 말입니까?”
“······.”
마법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구차했기 때문이었다.
수백년간 <알마게스트>의 어긋난 계산을 바로 잡기 위해 만들어졌던 수많은 응용수식, 거기에 이번 포럼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만들어낸 응용수식.
그 결과는 수많은 원리들이 아무런 근거없이 마구 삽입된 괴물과도 같은 형상이 아니던가.
그래서 그들이 두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던가.
뭔가 직관적으로, 어떤 중심을 두고 모든 것이 회전하고 있다는 명제는 받아들이기 쉬웠지만 <알마게스트>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 도입된 수많은 수식들에 이르면, 이제 그것은 진리라기보다는 그저 제멋대로 심술을 부리는 폭군처럼 느껴졌다.
“때문에 저는 <알마게스트>가 의심스럽습니다.”
“······.”
강당에 짙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마법사들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페르세타의 입술에 집중했다.
“그리고 저는 또 생각합니다. 진리라는 것은 나라는 작은 인간의 밖에 있는 것이라고요.”
그가 뚜벅뚜벅 걸어나와 가장 앞자리에 앉은 시에넬을 마주보고 섰다.
“가령 시에넬님과 저 사이로 어떤 물체가 이렇게 지나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저는 말할겁니다. 그 물체는 나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했다고요. 그런데 시에넬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였을까요? 시에넬님의 입장에서 그것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럼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입니까?”
마법사들은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 대답했다.
“그것은 관찰하는 위치에 따라 달리 보인 것뿐이지, 실제로 그것이 다르게 움직였던 것은 아닙니다.”
페르세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입니다. 하나의 현상은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진리란, 관찰자의 내부에서 찾아서는 안 되며, 관찰자의 밖에서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나를, 또는 우리를, 절대적인 기준점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
그 말이 어쩐지, 마법사들의 가슴에, 쿵! 소리를 내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들은 그 순간에 이미 예감을 했을지도 모른다.
페르세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파라라락!
페르세타가 손을 흔들자 모든 마법사들의 앞에 책 한 권이 펼쳐졌다.
책의 이름은 <첼레스티움>.
“지금까지 말한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특성에 입각하여, 저는 마나 태양과 신비세계, 그리고 우리 인간계의 위치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려고 합니다.”
마침내,
그의 입에서 그가 15세에 깨우쳤던 진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의 중심은 마나의 태양이며, 신비세계와 인간계는 그 주위를 돌고 있다. 그 와중에, 정령계만큼은 인간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이렇게 보면, 모든 복잡한 계산이 단순해지고, 온갖 잡다한 가정이 불필요하게 됩니다. 우리가 관측한 것을 설명하기 위해, 관측할 수 없는 가정을 자꾸만 덧붙일 필요가 없어집니다.”
“아아······.”
“아······.”
마법사들은 전율했다.
만약 페르세타가 처음부터 이 지식을 그냥 알려줬다면, 지금만큼 전율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아주 편리하게 신비세계의 좌표를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마법이 더 발전할 것이란 사실에 기뻐했을 것이다.
그저, 페르세타의 위대함에 다시 한 번 탄복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먼저 그가 생각하는 진리의 특성을 말해줌으로써, 마법사들의 의식을 한껏 고양시켰다.
그랬기에 마법사들은 지금 이 이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누군가, 모두가 생각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낸다.
“아······. 아름답다······.”
지금도 성립하고 나중에도 성립할 진리.
여기에서 적용된 원칙이 저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진리.
온갖 복잡한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고 몇 가지의 원리에서 곧바로 창출되는 세계.
그것이 마법사들의 머릿속을 온통 헝크러뜨리고 있던 지식과 데이터를 일순간에 꿰뚫는다.
벼락에 맞고 작살에 꿰뚫린 듯한 충격이 그들을 휩쓴다.
진리.
그들의 머릿속에서 헝클어졌던 그 아름다운 단어가, 다시 본래의 매끈하고 빛나는 얼굴을 되찾는다.
어째서일까.
돌연 눈 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떨어진다.
“이것이······. 진리······.”
그들은 깨닫는다. 자신들이 무의식 속에서 무엇을 추구하고 있었는지.
자신들이 무엇을 간절히 열망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
길을 잃고 표류하던 바다에서, 선명히 떠오르는 길잡이 별을 발견한 것만 같은 이 기쁨.
“나······. 마법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
누군가가 훌쩍이며 말했다.
모든 마법사들이 목이 메인 채, 그 말에 동의한다.
“선생님······.”
현자 시에넬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의자 위로 무릎을 꿇었다.
“선생님.”
“선생님!”
그러자, 다른 마법사들도 그녀를 따라했다. 우르르 소리를 내며, 다들 의자 위로 무릎을 꿇는다.
조용하던 대강당이 우는 소리, 무릎 꿇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페르세타는 잠시 이 소란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마지막 가르침을 던진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진리의 마지막 특성.”
모두가 그 말에 귀를 기울인다.
훌쩍임조차 방해가 될까 숨을 멈추고 눈을 고정시킨다.
“진리는 확신을 미워하고 의심을 사랑합니다. 제가 <알마게스트>를 의심했던 것처럼, 여러분도 항상 모든 것을 의심하십시오. 그것이 부족하고 작디작은 우리가, 위대한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페르세타가 다시 연단 위로 올라갔다. 그가 정중하게 몸을 숙여 인사를 하며, 강의의 마지막을 맺는다.
“지금까지 저의 강의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강의는 적절한 때가 오면 다시 열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 남아서 연구를 이어가실 분들은 자유롭게 연구를 이어가시면 됩니다. 떠나실 분들은 떠나시더라도, <첼레스티움>과 제 가르침을 부디 잊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정적.
충격.
마법사들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끝.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아아. 하긴, 우주의 모든 비밀이 방금 이 자리에서 밝혀졌구나.
우리가 마법의 끝을 보았구나.
그런 마법사들을 바라보던 페르세타가 문득 깜빡 했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
“아, 참고로 다음 강의의 주제는 어째서 인간계와 신비세계는 마나 태양을 중심에 두고 회전하는가? 그 동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정령계는 인간계의 주위를 회전하는가. 이것입니다. 여러분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 다시 강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뚜벅뚜벅뚜벅.
정적과 충격 속에서,
페르세타가 구두소리를 내며 연단을 내려와 강의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멍- 하니 풀어진 정신 속에서, 마법사들은 그 소리가 꼭, 진리의 발걸음 소리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