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0화(40/171)
40화 미치광이들
진정한 깨달음은, 한 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호수 위에 떨어뜨린 돌이 여러 겹의 동심원을 만들어내듯이, 마음에 새겨진 충격은 파도처럼 여러번 밀려오며, 사람의 정신을 완전히 반죽해버린다.
지금 페르세타가 떠난 대강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누군가 중얼거린다.
“계산이······. 계산이 맞아.”
다들 <첼레스티움>에 관해 중얼중얼 암산을 하고 있었다.
후우우웅-
거센 마력이 사방을 휩쓸고, 요정계, 정령계, 환요계, 심지어 접근이 어려운 상계인, 명계와 설화계까지도, 수많은 신비세계들과 연결이 일어나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증거였다.
<첼레스티움>을 통해 훨씬 간단하면서도 더 정확한 수식을 짜내는 게 가능하다는 증거.
마침내 참지 못한 누군가가 일어섰다.
달리듯이 연단으로 올라가더니, 커다란 칠판에 유려한 솜씨로 그림을 그렸다.
마나 태양을 중심으로 하는 동심원들.
신계, 마계, 영수계, 설화계, 명계, 인간계, 정령계, 환요계, 요정계.
모든 세계가 각자의 진정한 자리를 찾아간다.
모든 마법사들은 넋을 잃고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툭.
“큭······. 크흐흑······.”
그림을 다 그려낸 마법사가 분필을 떨어뜨리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이처럼 울었다.
마법사들은 그 울음의 담긴 복잡한 감정을 함께 맛봤다.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한 것을, 지금까지 한없이 복잡하게 여기며 연구해왔던 지난날에 대한 회한이 몰려왔다.
복잡하고 어렵던 것이 쉽게 풀려나가는 모습에 지극한 환희를 느꼈다.
이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해나갈 마법의 미래에,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다음의 강의가 또 예비되어 있다는······.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에 관해 이야기 하겠다는 페르세타의 말에 오싹함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온갖 감정들이 반죽되며, 살며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거대한 감정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찌이이익!
촤아악!
흥분을 참지 못한 몇몇 마법사들이 입고 있던 옷을 찢어버렸다.
자신의 머리를 때리며 외쳤다.
“진리를 찾았다!”
“진리를 얻었다!”
아란드리아의 사서들이었다.
그들이 느낀 충격은 그만큼 거대했다.
평생을 마법과 비밀에 바치겠노라 서원했던 그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세상의 끝 아란드리아에 처박혀 연구만 하던 그들.
그런 이들이었기에 지금 느끼는 충격이 더욱더 컸던 것이다.
그뿐이랴. 그들은 이 포럼에 뒤늦게 참석했다.
다른 마법사들의 보고를 통해, 포럼에서 알려진 지식들은 대부분 설렵했지만, 이곳의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페르세타의 강의.
그것은 거대한 충격이었고, 감동이었고, 자신의 보잘것 없음을 깨닫는 허망의 시간.
그 모든 것이 눈물이 되어 쏟아져나왔다.
찌이익!
촤아악!
또다른 아란드리아의 사서들이 자신의 옷을 찢었다.
이걸 군중심리라고 해야 할까? 그러자, 아란드리아의 사서가 아닌 다른 마법사들까지 나서서 자기 옷을 찢기 시작했다.
그들은 헐벗은 상의로 함께 외쳤다.
“진리를 보았다!”
“진리가 이곳에 있다!”
“진리가 임하였다!”
“기뻐하라!”
점점 퍼져나가는 광기에 가까운 기쁨.
하지만 모두가 그것에 따랐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몸이 움찔움찔 거기에 동조를 표했으나, 여전히 이성의 끈을 잡고 있던 이들이 있었다.
“다들······. 진정을 좀······.”
“어허. 여기 여성 마법사들도 있고 무엇보다 성녀님이 계신데······!”
그들이 어떻게든 폭발하려는 광기를 말리려 하고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마법사들이 그들의 눈치를 볼 때였다.
찌이익!
촤아악!
“진리가! 임하였노라!”
성녀가,
책상 위로 올라가,
상의를 찢어버렸다.
물론 속에 받쳐 입은 옷이 있기에 상반신이 다 노출되는 일은 없었지만, 어깨와 허리가 훤하게 드러나는 민망한 풍경이 펄쳐진다.
“허어억!”
“서, 성녀님!”
기절초풍을 하는 신학자들.
그리고,
“우와아아!”
“진리가!”
“임하였다!”
쫘아아악!
찌이이익!
그게 기폭제가 되었다.
눈치를 보던 마법사들이 열광하며 자신의 옷을 찢고 날뛴다.
둑이 터진 것처럼, 이젠 더이상 막을 수 없다.
마법사들이 강당밖으로 쏟아져나갔다. 베리테 영지의 민간구역을 향해 몰려간다.
신학자들은 마지막까지 주저했으나.
“에라! 진리가!”
“여기에 있다!”
가장 앞에서 날뛰는 성녀를 본 그들은 결국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그들 역시 자기 옷을 찢어버리고 마법사들의 행렬에 끼어든다.
옷을 찢고 헐벗은 채, 진리가 어쩌구를 외치며 밀려들어오는 수 백의 마법사들.
그건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살아가던 영지민들과 외부 마법사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사건이었다.
**
“대체 저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대륙 곳곳에서 베리테 영지로 몰려든 마법사들.
사실 그들은 꽤 불만이 많았다.
대체 이곳에서 어떤 연구가 벌어지는지, 그 귀동냥이라도 얻어보려고 온 것인데, 막상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생각보다 너무 적었던 것이다.
쟁쟁한 마법사들이 잔뜩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들은 어지간 해서는 글라우베 마법 대학이라는 수상한 학교 밖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떤 마법사가 행패라도 부리면 귀신같이 나타나 제압을 하는 게 더 얄미웠다.
결국 이대로 있다가는 시간과 돈만 날리게 생겼다고 생각한 마법사들은 글라우베 마법학교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시험을 치게 된다.
시험 감독관은 무려 현자 시에넬.
그녀의 깐깐한 시험에 통과해 마법 대학에 입성하는 마법사의 비율은 10% 미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정보와 지식의 불모지인 밖에 남겨졌다.
그래도 가끔씩 학교에서 나온 마법사들이 전해주는 한 줄의 지식이나 통찰. 그리고 모인 김에 자신들끼리 주고받는 지식의 교류. 그런 게 그들의 갈증을 조금은 해결해주었다.
그런 것조차 없었다면 진작에 모였던 마법사들이 다 흘어졌을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그들은 불만이 많았다.
학교에 틀어박혀서 치사하게 자기들끼리만 쑥덕대는 마법사들에게 질투심마저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진리가!”
“임하였다!”
“진리를!”
“보았다!”
늘 조용하던 숲쪽에서 일단의 미치광이들이 쏟아져나왔다.
다들 웃통을 찢어발기고 헐벗은 몸으로 목이 쉬어라 뭐라뭐라 꽥꽥 소리를 질러댄다.
“뭐, 뭐야?”
“웬 놈들이야?!”
놀란 마법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뛰쳐나왔다.
경비병들은 미치광이들을 제압하기 위해 창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곧 그들은 깨닫는다.
“어엇······. 저 분은 제논 드 블랙 후작님······!”
“어엇! 와, 왕세녀님?!”
“허헉 제국아카데미의 교수님들인데?”
“잠깐. 저 앞에 저 분은. 성녀님 아니야?!”
“뭐? 말도 안 돼. 네가 잘못 봤겠지.”
“아냐. 맞아. 나 천사 성교회의 본단에 가본 적 있다고! 성녀님 맞아!”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마법사들은 입을 쩍 벌렸고, 경비병들은 허겁지겁 창을 치웠고, 영지민들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미치광이의 파도가 마을을 휩쓸었다.
“진리가!”
“진리를!”
미치광이들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펄펄 뛰며, 술집이란 술집은 다 들어가서 금화를 던지고 맥주를 잔 채로 받아들었다.
여기저기서 맥주를 들이키며, 마치 노래라도 부르듯 끊임없이 진리를 부르짖는다.
지켜보던 이들은 처음에는 황당했다가, 곧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대체 무엇을 알게 되었길래 저러지?’
영지민이고 마법사고 다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
맥주를 사다가 그 손에 공물로 바치며 다들 은근슬쩍 물어본다.
“저기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러자 웃통을 벗은 마법사가 외쳤다.
“<알마게스트>의 시대가 끝냈네!”
“페르세타 선생님이 <알마게스트>를 끝장냈어!”
“세계의 중심은 인간계가 아니었다네!”
멋모르는 영지민들은 그냥 눈을 끔뻑거렸지만, 마법사들은 다들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게?
<알마게스트>가······ 무너져?
말이······ 돼?
그러는 와중에도 미치광이들의 열기는 도무지 식질 않았다.
“나와보게! 여기 주인장 나와보게!”
“예! 예! 마법사 나리. 무슨 일이십니까!”
“이 건물 내가 사겠네! 얼마인가?”
“예에???”
“목수! 목수 어딨나! 당장 내 집을 지어야 하네!”
“이보게! 같이 돈을 합쳐서 지으면 어떨까? 연구실을 같이 만들면, 더 그럴싸하게 만들지 않겠어?”
“좋지!”
여태, 여관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거나, 민박을 하거나, 땅을 빌려 텐트를 치고 살아왔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땅을 사고, 건물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이곳에 아예 정착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조용하던 베리테 백작령의 저녁시간이 벌통을 쑤신 것처럼 시끌벅적해졌다.
그리고 이 상황에 책임감을 느꼈던 페르세타가 일리안느와 살리넬르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선생님!”
“선생님을 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덕에 진리를 보았습니다!”
광란에 취해 떠돌아다니던 벌거숭이 마법사들이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페르세타는 조금 난처한 듯 뺨을 긁적이다가 말했다.
“조금. 진정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지민들이 놀랄 수 있으니까요.”
“그러겠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제멋대로이기로 유명한 마법사들이, 무슨 하나의 군대처럼 소리를 지른다.
심지어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보면, 이 풍경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제국 아카데미의 교장에, 현자 시에넬에, 성녀에, 비셰나 왕국의 왕세녀까지.
황제 앞이라 해도 함부로 무릎을 꿇지 않을 자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릎을 꿇고 페르세타의 말에 고분고분 복종한다.
“음······. 질서를 지켜서 행동해주시고요.”
“그러겠습니다!”
페르세타는 또 뺨을 긁적였다. 그는 잠시 고민했다.
‘옷도 입으라고 해야 하나?’
그러다가 이미 다 찢어져버린 옷을 보고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옷을 입으라고 하면, 옷을 구하겠다고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을 우려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페르세타는 저들의 기쁨을 이해하기도 했다. 15세에 그도 정확히 같은 기쁨을 느꼈으니까. 뭐. 까짓거 옷 좀 찢을 수도 있지.
페르세타는 꿇어 앉은 마법사들을 내려보다가 말했다.
“아, 그리고. 나온 김에 공지를 하겠습니다.”
그가 시선을 돌려, 입을 헤- 벌리고 있는 다른 마법사들을 돌아본다.
“글라우베 마법 대학을 정식으로 열어볼 생각입니다. 교장은 이곳에 계신 살리넬르 마법사님이 맡습니다. 저는 틈틈이 돕고 특강을 하는 수준으로 보조를 할 생각입니다. 혹시 교수 또는 학생으로 참여할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백작성으로 문의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무릎꿇고 있던 미치광이 마법사들도, 벙쪄 있던 외부 마법사들도, 다들 깜짝 놀라서 몸을 떨었다.
그건 그들 모두에게 바라 마지 않던 기회였으므로.
페르세타는 그런 마법사들 보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선언한다.
“저는 이곳 베리테 백작령을 세계 제일의 마법 도시로 만들 겁니다. 그 역사를 함께해줄 많은 인재의 지원을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웃통을 벗고 있던 마법사 하나가 몸을 번쩍 일으키며 외쳤다.
“아란드리아가! 아란드리아가 함께 하겠습니다! 저, 대사서 르위메르의 이름으로! 아란드리아가 마법 대학 글라우베와 함께 할 것을 천명합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세계의 끝에서 은둔하던 지식의 샘, 아란드리아가······ 새로운 마법 대학과 함께 하겠노라 공식적인 천명을 했다.
그제야 외부의 마법사들은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마법의 역사가, 아니, 어쩌면 세계의 역사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