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1화(41/171)
41화 방학
글라우베 마법 대학은 당분간 휴교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마법 대학의 운영계획과 새로운 커리큘럼을 짜기까지, 아무 강의도, 어떤 행사도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하지만 포럼에 참석했던 마법사들은 그 누구도 떠나지 않았다.
강의가 없으니, 자연스레 과제와 시험도 없었고, 마법사들에겐 자신의 연구를 진행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다.
그들은 그간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집대성하며, 각자의 연구를 다듬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넨 고향으로 돌아갈 건가?”
“글쎄. 지금 하고 있는 연구는 일단 끝내고 생각해보게.”
“나는 안 가.”
“마법 대학에 들어가려고?”
“그것도 있는데······. 피안의 쉼터가 있잖아.”
“아······.”
“자네도 잘 생각해봐. 고향에 돌아가서 저 쉼터 이용 못하면 뒤쳐진다 너?”
“으음······.”
“흐흐······. 이번 실험 결과만 잘 나오면 페르세타 선생님께 보고하고 피안의 장기 이용권을 받아내려고. 최소 3일은 받아낼 수 있을 법한 연구란 말이지.”
비록 학교는 휴교였으나, 페르세타는 계속해서 마법사들의 연구를 봐주었다.
리뷰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여 피안의 쉼터의 장기 이용권한을 내어주는 것으로 보상을 주었다.
그 덕분에 더 많은 마법사들이 피안의 쉼터를 목적으로 아예 베리테 백작령에 눌러 앉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눌러앉지 못하고 조만간 떠나야 할 마법사들도 적지 않았으나, 그런 이들도 일단은 떠나지 않고 연구를 하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일종의 뒷풀이라고 해야 할까?
마법사들은 강의가 없는 대신 서로서로 지식과 깨달음,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아주 적극적이 되었다.
그 사이에서 엄청난 화학 작용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서, 성녀님! 이번에 이그나치오 교장에게서 받아낸 지식! 이게 있으면, 성물의 인위적인 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대에서 신성력······ 아, 아니, 신계 마력의 힘을 증폭하고 더 많은 기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신학자들이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성녀 역시 흥분해서 칠판에 적어둔 수식들을 살펴보며 외쳤다.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이제 우리도 교류를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아······. 이런 정밀하고 강력한 공명 마법진을 이만큼이나 소형화 할 수 있는 기술이라니······. 과연, 제국의 비전을 아낌없이 녹여낸 연구성과라더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현재 성녀의 주도하에 적극적으로 마법 교류를 하는 중이었다.
천사 성교회의 비전에 해당하던 것들을 마법적으로 다시 설명해 아란드리아에 발표했다. 그리곤, 아란드리아에서 그와 비슷한 평가를 받은 중요한 연구 업적들을 찾아내 해당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와의 지식교환을 요청했다.
아란드리아는 각자의 비밀을 지켜주면서도 성실히 교량의 역할을 해서 지식 교환에 동의한 자들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그렇게 지식을 교환할 사람을 찾아내고 나면, 그들은 모조리 글라우베 마법 학교에 있는 자들이었다.
사실상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저명한 마법사들은 다 이곳에 모여있다시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교류는 급물살을 탔다.
하나의 성과, 가령 신성력을 마법적으로 기술한 연구 성과 하나를 가지고 때론 제국 아카데미의 이그나치오 교장과 교환을 했고 또 때론 제국에 저항하는 민족주의자의 지도자 중 하나인 마법사 애캘슨과 교환했다.
그렇게 얻어낸 지식들을 연구하고 분석하다보면, 새로운 가능성의 지평이 활짝 열리곤 했다.
“서, 성녀님······!”
“네. 말씀하세요.”
“제, 제가 마법사 애캘슨에게서 받은 문신 마법학을 조사중인데······.”
“네.”
“이걸 잘 이용하면 신성 문신이라는 개념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호오······?”
“이걸 이용하면, 우리 신학자들의 신계 마력 사용과 신계와의 공명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당장 연구해보죠!”
그리고 그렇게 뻗어나가는 연구는 미처 상상도 못했던 결과로 귀결되기도 했다.
“이, 이건······!”
한창 연구 중에 무언가를 발견한 성녀가 연구자들을 불러 모았다.
“보십시오! 이렇게 하면, 이그나치오 교장이 알려준 소형 공명 마법진과 애캘슨에게서 얻어온 마법 문신학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과, 과연······!”
“소형 공명 마법진은 강력하지만 사람이 아닌 도구에 적용되는 마법진이기에 그 활용범위는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마법진이 자체적으로 임시 문신마저 만들어내는 기능을 가진다면······?!”
“그, 그럼 마법 문신이 사용자에게 주는 부담까지도 사물에 일부 전가할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만약······. 적절한 심상의 왜곡을 가진, 술자가 그 사물을 사용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모든 신학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자, 잠시만.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인공적인 성검을 제작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 아닙니까?”
그들이 성녀를 쳐다보았다.
정확히는 성녀, 샤라 엘리프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성검, 라하트헤렙을 바라보았다.
성녀가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비록 천사님들께 직접 전해받은 성검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성검이라 불릴 만한 보구들의 제작이 가능합니다.”
전율-
전율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천사 성교회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으므로.
“이게 있으면, 이제 우리 성교회는 세속의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무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여지껏 상상만해오던, 성기사······를 키울 수 있겠군요.”
“바로 그것이지요.”
성녀와 신학자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뜨겁게 얽힌다.
**
“결국 이렇게 되는가······.”
이그나치오 교장은 황제의 도장이 찍힌 명령서를 읽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가 제국에 보낸 아이디어는, 제국에 풍요를 가져올 만한 것이었다.
일명 진령(盡靈)이라 불리는 물질이 있다.
오래된 땅에서 발견되는 색색깔의 진액인데, 제국에는 특히 그 매장량이 풍부했다.
보통은 그걸 바구니에 발라서 방수코팅을 하고, 바구니 속에 음식들을 보존성을 높이는데 사용을 하곤 했다.
그런데 이 진령에는 신기한 특성이 있었다.
정령계와 공명을 시킨 다음, 정령계의 마력을 부여하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다는 것.
심지어, 마력의 조작을 통해, 폭발의 양상을 아주 세밀하게 조작할 수도 있었다.
신기하긴 하지만 써먹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신비세계인 정령계의 마력을 빌려오는 건 까다로운 마법이었기에, 투입되는 노력 대비 얻는 성과가 작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이그나치오에게는 성녀에게서 배운, 심상을 왜곡하는 기술이 있다.
–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마법사가 아닌, 영감을 타고 난 일반인들도 충분히 훈련을 통해 정령계의 마력을 사역할 수 있게 된다. 신학자들이 신계를 목표로 하는 것과 달리 우리 세계와 가까운 정령계를 목표로 하기에 수련 과정도 간단하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정령계 마력의 사용에 별다른 계산도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머리가 둔한 자도 충분히 기술을 익힐 수 있다.
······.
– 이걸 잘 응용하면, 진령의 폭발력을 이용한 다양한 산업의 발전이 가능해진다. 가령, 거대한 농기계를 만들어 사람 1,000명이 갈아야 할 논밭을, 단 하루만에 갈아엎을 수 있다. 정교한 폭발을 이용해 채석장에서 사람이 1,000명이 작업해야 할 량의 돌을 단숨에 채굴 할 수도 있다.
이그나치오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이 기술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황제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변이 이것이었다.
– 수고했다. 이그나치오. 엄청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그대가 제안한 기술들은 다른 연구자에게 맡기도록 하겠다. 그대는 즉시 복귀해, 이 기술을 이용한 신형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라. 이론상으로만 제안되었던 마총수와 마총을 현실로 만들어내도록 하라.
복귀.
그리고 무기 개발.
번영이 아닌, 파멸을 위한 도구의 개발.
이그나치오는 깨달았다.
자신이 어쩌면 이 미래를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알면서도 그는 보고를 올린 것이었다.
어쨌든 그는 제국의 핵심 인사였고, 황제의 충성스러운 신하였으니까.
“그래도······. 입맛 쓰구나.”
그는 마법 대학 글라우베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정들었던 장소.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곳.
이제, 이 아름다운 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아수라 지옥과도 같은 현실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같은 시각.
이제는 백작령이 된, 베리테 영지의 한 구석에 지어진 큰 저택에는 여러 마법사들이 모였다.
그들의 특징은 눈빛이 아주 매섭고 심상치 않은 카리스마가 흐른다는 점이다.
그 자부심 강한 전쟁 마법사들조차 그들 앞에서는 기가 눌릴 만큼 그들의 기세는 하나하나가 강렬하고 번뜩거렸다.
그들은 원탁에 둘러앉았고, 자신들을 불러모은 마법사, 애캘슨을 바라보았다.
그는 까만 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볼드한 귀걸이와 반지로 치장을 했으며, 55세라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아주 트렌디하게 줄인, 거의 패션용 코트같은 로브를 걸치고 중절모를 쓴 멋쟁이였다.
하지만 그런 외견들보다도 훨씬 눈길이 끌리는 것은, 결국 그의 눈.
광기라고 해야 할까, 신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게 번뜩이고 있는 그의 눈빛은 사람을 고양시키기도 하고 주눅들게도 하는 그런 힘을 품고 있다.
애캘슨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성녀에게서 배운 심상 왜곡의 비법을 우리 전통의 문신마법과 합치자는 거지.”
“과연······. 무의식 수준에서 신계와 접속하는 그 기술이 있다면,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자들도 영감만 있다면 쉽게 정령계와 접속할 수 있겠군.”
“그래. 신계에 맞춰져 있는 이 비전을 정령계로 바꾸는 게 일이긴 한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럼 마법에 문외한이라도, 단지 ‘느낌’에 의존해서 정령마법을 다룰 수 있게 된다. 어지간한 전쟁마법사들은 찜쪄먹고도 남을 정도로 말야.”
“큰 도움이 되겠어······.”
“그래. 빌어먹을 제국 놈들에게 복수의 철퇴를 가할 수 있는 비장의 한 수가 되겠지.”
애캘슨의 눈이 위험하게 번뜩였다.
다른 마법사들의 눈도 흥분으로 번쩍인다.
누군가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 힘을 익힌 자들을 무어러 불러야 할까? 마법사는 아니지 않나?”
“뭐, 고민할 것 있나?”
애캘슨이 씩 웃으며 종이 위에 이름 하나를 적는다.
“정령사라고 부르면 되겠지. 최대한 빨리 정령사를 대량으로 양성해 제국을 친다. 그것만 생각하자고.”
“음······! 과연.”
“아, 그렇다고 여기에 천착하느라 더 중요한 걸 잊으면 안 되네. 동지들.”
“더 중요한 것?”
“우리 민족의 전도유망한 마법사들을 모두 모으게.”
“마법사들을?”
“그래. 모조리 모아서, 여기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 입학시켜야 하네.”
“아······!”
“이제부터 세계의 중심이 바로 이곳 베리테 영지가 될 것이고 글라우베 마법 대학이 될 것이네. 동지들. 우리도 절대 뒤쳐져서는 안 되네.”
애캘슨은 눈을 번쩍이며 미래를 그렸다.
제국의 폭정과 탄압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그 날을.
그걸 위해서라면, 더 많은······. 아니, 모든 인재를 이곳 글라우베 마법학교로 보내야 한다.
그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
“현자님.”
“아! 스승님.”
현자 시에넬은 자신의 숙소로 찾아온 페르세타를 공손히 맞이했다.
쇼파 상석에 페르세타를 앉힌 후 알과 진이 타온 차와 다과를 그 앞에 조심스레 올렸다.
페르세타는 과자를 한 입 먹고 차를 호륵 마시더니, 대뜸 용건을 꺼냈다.
“현자님.”
“예. 스승님.”
“제국으로 돌아가십시오.”
“!!!”
시에넬은 어깨를 떨었다.
안 그래도 황제에게 친서가 날아온 상태였다. 이만 복귀해달라는.
제국 현자로서 응당 그 요청에 응해야 했지만, 현재 그녀는 페르세타의 제자이기도 했다. 아니. 그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는데······. 페르세타가 그걸 어떻게 알고 찾아와 이렇게 말해준 것이다.
문득,
시에넬은 조금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승님. 제가······. 떠나는 것이 좋으십니까?”
그녀의 투정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만, 저에게도 제국에 있는 현자가 필요해서 그럽니다.”
“아······!”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자신의 사명에 충실하세요. 하지만 언제나 잊지 마십시오. 당신이 내 제자라는 걸. 그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라는 걸.”
페르세타의 말에, 시에넬은 주책없이 가슴이 뜨거워졌다.
스승님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
그 사실이 이토록 든든하고 기쁠 줄이야.
시에넬은 벌떡 일어나 큰절을 올리며 말했다.
“예. 스승님. 언제든 제가 필요하면 불러주십시오. 모든 것을 버리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페르세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또 차를 호륵 한 모금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