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2화(42/171)
42화 포럼의 끝
“정말 잘 만들어졌어요. 수고하셨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도련님. 도련님 덕택에 얼마나 살기가 좋아졌는데······. 또 시키실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해주세요!”
베리테 백작령의 어느 대장간.
페르세타는 대장장이로부터, 수박만한 종 모양의 금속물체 8개를 건네 받았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가져가실 생각이십니까? 저희가 수레로 백작성까지 옮겨 놓을까요?”
대장장이의 말에 페르세타는 가만히 고개를 젓고는 손수 종을 두 손으로 들어올려 가지고 온 자루에 하나씩 집어넣었다.
신기하게도 별로 크지도 않은 자루는 수박만한 종을 아무리 집어넣어도 그 배가 불러지지 않았다.
대장장이는 이 광경을 신기하게 쳐다보았지만, 뭐 마법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겨버렸다.
사실 이런 종류의 마법은 전설의 유물들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시골 대장장이인 그가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럼. 오늘도 수고하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도련님.”
페르세타가 테이블에 20닢을 올려놓자, 대장장이는 허리가 부서져라 고개를 숙였다.
페르세타는 자루를 들고 산책을 하듯 백작령 곳곳을 누볐다.
그러다가 적당한 장소가 나오면 자루 속에 있던 종을 꺼내고, 마법을 부여한다.
우우우웅-
종 위로 다채로운 마력의 빛이 피어오르며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그것은 일종의 눈이었다.
금속 종 위로 떠오른 마력으로 빚어진 눈이 휘릭휘리릭 눈동자를 굴려 차원의 저 너머를 관측한다.
“자, 너는 여기서 신계를 관측하며 울어라.”
페르세타는 마법을 완성하곤 흙의 정령을 불러 마력의 눈알이 떠오른 종을 땅 속 깊숙이 파묻었다.
그렇게 총 8개, 신계, 마계, 영수계, 설화계, 명계, 정령계, 환요계, 요정계의 종을 영지 곳곳에 파묻은 후에야 페르세타는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쭉쭉했다.
“이제 이 땅은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땅이 될 거야.”
그는 멀리 미래를 바라본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의 학생들이 가져올 변화를 짐작해보았다.
‘대단하지. 정말.’
학생들의 연구는 그에게도 놀라운 깨달음을 주었다.
성녀와 신학자들이 연구하는 성검이라든가.
이그나치오 교장이 떠올린 거대 기계들과 황제에게 명령받은 마총이라든가.
애캘슨과 민족주의자들이 구상하고 있는 정령사라든가.
그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도 있고, 호기심 많은 요정들이 멋대로 알려준 이야기들도 있었다.
페르세타는 그 모든 것들에 크게 놀랐다.
물론 그 원리와 거기에 필요한 지식은 이미 예전에 페르세타가 다 깨우쳤던 것이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지식을 그런 식으로 사용해볼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학문을 응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기술.
순수학문이 아닌, 응용학문.
그런 면에 있어서, 사람들의 창의성과 실행력은 페르세타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러니,
세상은 그의 생각보다도 훨씬 더 빠르게, 더 격렬하게 변화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 소란 속에서, 베리테 영지는 조용하게, 그러나 폭발적으로 힘을 키울 것이다.
이 세상에 또다른 기회와 안식을 제공하기 위해.
방금 땅에 파묻은 종들도 그것을 위한 초석 중 하나.
페르세타는 발길을 돌렸다.
“이제. 떠날 사람들과 인사를 해야지.”
강의가 끝난 후에도 자기들끼리 교류하며 마법을 연구하던 마법사들.
이젠 그 연구도 끝이 나고, 떠날 이들은 각자 떠나기 위해 짐을 챙긴다.
이제야 진짜로, 포럼이 끝난 것이다.
**
“아. 페르세타 선생님.”
막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이그나치오 교장은 마침 찾아온 페르세타를 보고 크게 반가워했다.
“안 그래도 인사를 드리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선생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페르세타는 자신의 손을 꼭 붙잡는 주름진 두 손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교장 선생님. 마지막으로 잠시 같이 걸을까요?”
“좋지요.”
둘은 백작령의 번화한 거리를 걸었다.
이그나치오 교장이 감탄을 하며 말했다.
“참······. 이곳에 온지 이제 7달을 좀 넘겼을 뿐인데, 그 사이에 참 많이도 바뀌었습니다.”
그의 감탄대로였다.
시골 흙바닥길이 지금은 잘 포장된 넓은 대로가 되었고, 쓰러질 듯 허름했던 건물들은 돌과 타일, 그리고 기와로 예쁘게 마감한 2층~3층짜리 건물이 되었다.
영지민들의 꼬질꼬질하던 옷은 잘 염색된 깨끗한 옷들로 변해 있었고, 조용하던 거리에는 오가는 상인들로 활기가 가득해졌다.
묘한 감상에 젖어 그 풍경을 바라보던 이그나치오 교장의 얼굴엔, 문득 안타까움이 어렸다.
“참······. 많이 그리울 겁니다. 이곳이.”
“제국으로 돌아가시는 게 그다지 기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하하. 뭐. 기쁘다면 기쁘다지만, 아무래도 머리가 좀 아픕니다. 저는 사실 무기 같은 걸 만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그나치오 교장은 말을 꺼내놓고 아차, 싶었는지. 입을 다물고 주변을 둘러보며 딴청을 부렸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이그나치오 교장님.”
“네?”
“떠나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오오. 영광입니다. 달게 듣고 새기겠습니다.”
뚜벅. 뚜벅.
잘 포장된 도로 위로 떨어지는 페르세타의 구두소리.
근데, 환청일까?
이그나치오 교장은 문득 그 발소리 속에서 데엥- 데엥- 울리는 종소리 비슷한 것을 듣는다.
그리고,
“어······?”
세상이.
그가 바라보던 세상이 돌연 뒤바뀐다.
쿠르르-
땅 위로 흙의 정령들이 고개를 들고,
스르르,
거리에선 환요계의 요괴들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며 눈을 흘기고.
명계의 귀신이, 설화계의 영웅이, 영수계의 영물들과 마계의 마수, 신계의 꽃잎이, 거리 위로 흐드러진다.
마치 모든 세계가 처음부터 함께였다는 것처럼 자연스레 거리의 풍경이 신비세계와 합쳐져 하나로 녹아들고 있었다.
한 장소에 선 채, 수 많은 신비세계를 꿰뚫어보고 경험하는 현상.
이그나치오 교장은 이걸 오래된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이것은······. 설마. 신비 백일몽······? 호, 혹시 이걸 페르세타 님이 일으키신 겁니까?”
이그나치오 교장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신비 백일몽은 위대한 마법사나 영웅이 체험했다고 알려진 전설 속 이야기.
신의 선택이라고까지 불리는 이 기현상을 사람의 힘으로 일으킬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상대가 페르세타였기에, 이그나치오 교장은 그렇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맞다 아니다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노래라도 하듯, 이그나치오 교장에게 말한다.
“이 풍경을 기억해주세요.”
“이, 이 풍경을 말입니까?”
“네. 수많은 존재들이 뒤섞인, 바로 이 풍경 말입니다. 내가 경험하는 현실은 작고 한정적이지만, 사실 세계는 이토록 넓고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뒤섞여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아······.”
“현실을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싸우기도 하고, 악에 받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지켜보세요. 현실이란 건 때론 탈출할 길이 없는 감옥처럼 느껴지지만, 한 걸음만 떨어져서 보면, 낮고 구멍이 숭숭 뚫린 낡은 울타리 같을 거예요.”
페르세타가 턱짓으로 거리를 가리켰다.
8개. 아니, 인간계까지 총 아홉 세계의 존재들이 뒤섞여서 만들어내고 있는 백일몽의 풍경을 가리켰다.
“한 발자국 떨어지고 고개를 들면, 세상은 이토록 넓고 다채롭습니다. 내가 고민하던 문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제, 마지막 특강이라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왤까?
이그나치오 교장은 가슴에서 무언가가 목구멍으로 밀려나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겨우 그것을 꿀껌 삼켰더니,
또르르.
이번에는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미처 인지할 틈도 없이 흘러내렸다.
현실.
결코 거부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
하지만 더 크고 높은 진리 속에서, 그것은 때론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그 말이 왜 이렇게 위로가 되는지.
이그나치오 교장은 허리를 깊숙이 숙여 페르세타에게 인사를 올렸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페르세타는 말없이 그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줄 뿐이었다.
**
“애캘슨님. 떠나시기 전에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페르세타는 이그나치오 교장과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곧장 애캘슨을 찾아왔다.
그는 오마르족의 민족지도자로, 30년 전 제국에게 복속 당한 오마르 땅의 독립을 꿈꾸는 자였다.
그렇기에 페르세타는 제국 사람인 이그나치오를 본 후, 그를 찾아온 것이었다.
페르세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갈등을 없애버릴 생각 같은 것은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짓은 불가능하며, 굳이 하려고 한다면 무지막지한 피를 흘려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싸울 이들은 싸우게 내버려둔다. 오히려 그들의 싸움이 페르세타가 기대한 것 이상의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었으니, 그걸 굳이 막을 필요는 없다.
다만,
페르세타는 그 싸움이 세상 모든 것을 집어삼키길 바라진 않았다.
가령, 이그나치오나, 애캘슨이나, 페르세타 입장에서는 퍽 아까운 인재들이었다.
그만큼 똑똑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을 보기는 쉽지 않다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싸우는 건 좋지만. 싸우다 어느 한 쪽이 죽는다면······. 그건 많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는 말이었다.
“애캘슨님.”
“네. 말씀하시지요. 페르세타 선생님.”
애캘슨은 지극한 공경을 표하며 페르세타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데에엥- 뎅-
어디선가 들리는 종소리. 하지만 그것은 귀에 들리는 것이 아닌, 영혼에 밀려오는 것만 같다.
쏴아아-
그리고 마침내 애캘슨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바다를 보았다.
“어······?”
분명, 그는 자신의 저택에서 페르세타를 맞이 했었다.
근데 잠깐 고개를 숙였다가 들어보니, 이곳은 전혀 다른 곳이었다.
아니······.
다른 곳이 맞나?
벽면은 남아 있었다.
분명 자신의 저택에 있는 응접실 벽면이다.
그런데 그게 3개만 남아 있다.
벽면 하나가 감쪽같이 사라져서 외부의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철썩. 쏴아아아-
하얀 백사장에 에메랄드 빛 바다가 펼쳐진다.
“아······?”
애캘슨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다.
그는 어려서 바닷가에서 자랐다.
오마르 족은 바닷가와 바닷가 근처 산지에서 살아가던 민족이었고, 오마르는 그 중에서도 백사장이 펼쳐진 바닷가에 살던 아이였다.
그때는 아직 제국이 쳐들어오기 전으로, 더없이 평화롭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건······. 대체······. 뭐죠? 현실에 저런 바다가 있습니까?”
애캘슨은 홀린듯이 바다를 향해 걸었다.
환상같은 게 아니었다. 바삭바삭 밟히는 모래나 보석처럼 부서지는 물결이나, 모두 만질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애캘슨은 어쩐지 목이 메었다.
이곳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바다였기에.
오히려 지금은 갈 수 없게 된 그의 고향을 떠올리게 했다.
기억 속의 풍경은 언제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남는 법이니까.
페르세타는 멍하나 서 있는 애캘슨에게 말했다.
“애캘슨님. 이곳을 기억하세요. 힘들고 지칠 때면. 이곳을 생각하세요. 당신에게,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애캘슨은 잠시 목이 메어 말을 하지 못했다.
페르세타의 저 말이 기이할 정도로 그의 가슴을 흔들고 위로가 된다.
하지만 애캘슨은 치미는 감정을 애써 억누르며 슬프게 웃어보였다.
“······어찌 저 혼자만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감사합니다. 이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쏴아아-
파도 소리와 함께 주변에 가득했던 바닷가의 풍경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햇살, 그 냄새가 여전히 애캘슨의 머리칼과 코끝에 남아, 그의 가슴을 따뜻하게 채워주고 있다.
페르세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만, 저와 베리테 백작령은 언제든 당신을 환영한다는 사실만 잊지 말아주십시오.”
애캘슨은 입술을 깨물고 그 자리에서 페르세타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페르세타는 그런 애캘슨을 일으켜 세우고 어깨를 한번 꽉 잡아둔 뒤, 발걸음을 돌렸다.
페르세타.
그는 세상의 전쟁과 갈등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대신, 그는 이곳에서 하나의 대안으로서, 또는 중재자로서, 그렇게 존재할 작정이었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품을 내어줄 수 있는 땅이 되어주면 족하다 여겼다.
뚜벅. 뚜벅.
밖으로 걸어나온 페르세타는 백작성을 향한다.
이로서 드디어 포럼이 끝났다.
떠날 이들은 떠날 것이고, 남을 이들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페르세타는 이 백작령을 진정한 마법의 도시로 만드는데 힘 쓸 작정이었다.
오늘, 종을 곳곳에 파묻고,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인 것처럼.
계속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게. 이곳을 키우기 위한 계획이, 그의 머릿속에서 착착 수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