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3화(43/171)
43화 무역로
드블랑 왕국의 왕도.
그곳의 한 상회에서, 상인이 부유한 손님을 맞이해 비장의 상품을 꺼내들었다.
“이게 바로 요즘 유명한 베리테 백작령의 케이크와 포도주입니다.”
그 말에 손님은 눈썹을 찌푸렸다.
“베리테? 아, 이번에 아란드리아가 들어왔다는 거긴가? 그런데 거기가 케이크와 포도주가 유명해? 금시초문인데······. 설령 그렇다치더라도 말일세. 케이크라니? 케이크는 바로 구워서 먹어야지. 그걸 멀리 다른 영지에서 영지에서 가져온다는 게 말이나 되나?”
“어허······. 손님 아직 베리테 영지의 소문을 못 들으셨군요.”
“무슨 소문?”
상인이 두 손을 싹씩 비비며 미소를 보였다.
“베리테 백작령의 별명이 바로 마법의 도시입니다.”
“마법의 도시?”
“짜라란. 이걸 보시죠.”
상인이 부유한 손님을 이끌어 상회의 한 구석으로 갔다.
“어헛? 이건?”
그곳에는 심상치 않은 빛을 뿜어내고 있는, 거대한 마법의 상자가 있다.
“베리테 백작령의 케이크들은 이렇게 마법의 상자 속에 포장되어 발송됩니다. 이것만 있으면 한 달간은 갓 구운 상태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이 되지요.”
“그, 그런! 누가 케이크 하나에 이런 거창한 마법을······!”
“그러니까 마법의 도시라는 겁니다. 샘플이 있으니 한 번 맛을 보시죠.”
부유한 손님은 상인이 잘라준 케이크를 한 입 먹고는 두 눈을 부릅 떴다.
“어허헛······! 이, 이 맛은!”
“후훗. 이게 바로 정령과 요정이 만들어낸다는 베리테 백작령의 케이크입니다. 원래는 높으신 분들이 싹 쓸어가는 것인데, 제가 특별히 물량을 따로 빼놓은 것입니다. 지금 안 사시면 다음에는 없을 수도 있어요.”
그 말이 결정타였다.
부유한 손님은 선물용까지 바리바리 케이크와 포도주를 사서 상회를 빠져나갔다.
그런 일이 수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게 바로 요즘 유명한 베리테 백작령의 모직물인데······.”
“망치를 찾으신다고요? 베리테 백작령에서는 불의 정령과 흙의 정령이 철물을 만들어낸다고 하지요.”
“베리테 백작령의 유리는 유독 투명하고 아름답습죠.”
아직까지는, 베리테 영지의 물건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기는 했다. 하지만, 발 빠른 상인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물건이 소개되고 전파되기 시작했다.
왕국 동부에서조차 그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던 시골 남작가가 점점 온갖 특산물들로 유명한 주요 영지로 발돋움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사실 베리테 영지의 바깥보다는 그 내부에서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여기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바뀌네······.”
애시 남작가의 영애, 비앙카 애시는 회색빛 단발 머리에 연보라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거리를 걸었다.
거리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오가고, 요 몇 달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커진 건물들 안에서는 빵을 굽고, 유리를 만들고, 양털로 직물을 짜고, 철물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내가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인구가 4,000명을 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얼추 봐도 인구가 1만 2천을 훌쩍 넘어 보였다.
펠릭스 자작에게서 배상금으로 받은 리스땅의 인구가 1,000명을 넘었고, 각지에서 몰려온 마법사도 1,000명을 넘고 그 마법사들이 이끌고 온 하인과 호위 등의 인원들은 4,000명을 넘었다.
거기에 이곳에 자리잡은 마법사들로 인해 각종 사치품과 온갖 도구들의 수요가 폭발하자 각지의 자유민들이 몰려들었다. 전문 기술자인 그들은 아예 가족들을 다 이끌고 이 땅에 정착했다. 그렇게 또 1,500명이 넘는 인구가 늘어났다.
거기에 매일 들낙거리는 수백 명의 상인들까지.
그 결과 이거였다.
시골의 작은 마을 같았던 남작령 인근의 장원이 지금은 제법 도시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이게 1년은커녕 반년을 조금 넘긴 시간 사이에 일으킬 수 있는 변화라니······.”
비앙카 애시는 어깨를 떨었다.
페르세타 베리테가 폐관을 깨고 나왔을 때만 해도 이런 변화를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모두가 둔재라 여겼던 그는 사실 엄청난 천재였다.
그에게 배운 자들이 이제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갔으니, 이 세상에는 또 한 번 마법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곳의 혁명인들 감히 이곳의 변화와 비견할 수 있을까?
이곳의 변화도 이제부터가 시작일 텐데.
비앙카 애시는 경이에 가득 차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표정을 굳혔다.
“그래서 좀 걱정이 되네.”
베리테 영지의 발전은 빨라도 너무나 빨랐다.
마법의 도움에 이제는 유입되는 자유민들까지 더해지자, 이곳의 생산력은 폭발을 하기 시작했다.
동부 구석구석으로 베리테 영지의 물건들이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는 왕도에까지 진출을 했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건 베리테 영지 입장에서는 대단한 성공이지만, 기존의 기득권층들이 볼 때는 굉장한 위협이었다.
한 세력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기존 세력의 몰락을 가져오는 법이었으니까.
“이곳 동부를 장악하고 있던 자가 뤼이스 애셔 백작이었던가······? 사실 그 자가 베리테 영지에 고개를 숙이고, 여기에 필요한 수요를 맞춰준다면, 그들 역시 어마어마한 성장을 누릴 수 있을 텐데······.”
비앙카는 그리 예상했지만 결국 쓴 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귀족들이 자존심을 먼저 꺾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야.”
특히나 그녀가 듣기로 애셔 백작가는 드블랑 왕국 동부의 터줏대감으로서, 대대로 동부의 패자를 자처했던 가문. 그런 가문이 물러설 리가 없다는 걸, 비앙카는 잘 알고 있었다.
“······결국 폭풍이 한 번 몰아치긴 하겠구나.”
그 방식이 어찌 될지는 몰라도, 애셔 백작가는 잘 생각해야 하리라.
비앙카는 생각했다.
그녀는 페르세타가 두려운 사람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
뤼이스 애셔 백작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기분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위기감을 느꼈다.
“부인. 오늘 파티 어땠소?”
“최악이었죠.”
그의 부인도 그와 의견을 같이 했다. 두 사람의 눈이 서늘하게 마주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부인의 말을 들으니, 내가 혼자 예민했던 게 아닌 것 같소.”
“당신이 느낀 게 맞아요. 나도 똑같이 느꼈어요.”
“그래······. 이 동부에서. 내가 주최한 파티에서. 플리안 남작. 아니. 이제 백작인가? 그 놈과 그 놈 부인 로오루아가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게 사실이었다는 것이지······.”
“네. 그게 사실이에요.”
뤼이스 애셔는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이건······. 위험하군. 그들이 발전하는 거? 돈을 많이 버는 거? 좋아. 어차피 그들이 물건을 만들려면 우리의 목재, 광석, 모래, 보석, 양털, 소뿔, 전부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까. 우리도 돈 많이 벌고 좋지. 헌데······.”
쿵!
뤼이스 애셔 백작은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치고 말았다.
“동부의 다른 귀족들이 우리보다 베리테 백작가를 더 중요시 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뭉친다? 이건 좌시할 수가 없소.”
한 영지의 영향력이라는 건, 단순히 그 영지가 발전하고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에서 비롯하지 않았다.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그 영지가 다른 영지들과 맺고 있는 관계. 그 네트워크 자체였다.
한 영지가 굴러가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물건들.
그 물건들을 공급하고 옮기는 그물망과도 같은 운송망. 그것을 장악하고, 그것의 룰을 정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유리하게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힘.
지금까지 애셔 백작가는 대대로 그런 힘을 휘두르며 동부를 장악해왔다.
그런데 오늘 파티에서 뤼이스 애셔 백작이 본 것은, 그 강력한 네트워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아닌 플리안 백작을 중심으로 뭉친 귀족들.
지금은 그저 호감과 호기심이지만, 그렇게 그들의 관계가 강해져서, 그들이 새로운 룰을 만들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그렇게 되면 애셔 백작가는 순식간에 동부에서의 입지를 잃게 될 것이다.
뤼이스 애셔는, 설화계에 계실 선조들이 두려워서라도 그 꼴을 두고볼 수가 없었다.
“안 되겠소. 베리테 영지를 그냥 두고 봐서는 안 돼.”
그 말에 그의 부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지전을 할 수도 없잖아요. 폐하께서 제 3 왕국 연대의 지휘권한까지 주셨고······. 거기다 그 영지의 페르세타라는 아이······. 기분이 나빠요. 펠릭스 자작이 바보 천치가 된 게 다 그 아이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다고요.”
그 말에, 뤼이스 애셔는 씨익 미소를 베어물었다.
“영지전 같이 야만적인 방법을 쓸 필요는 없지.”
“그럼······?”
“동맹 영지들에게 모두 연락을 넣겠소. 그리고 관세를 1,000퍼센트로 올리는 거요.”
“아······!”
“베리테 백작령에선 지금 어마어마한 수량의 물건을 만들어 내고 있소. 하지만 그들에겐 자원이 없지. 그들이 물건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금속, 목재, 모래, 보석, 등등등, 전부다 우리와 우리의 동맹 영지들을 통해 공급을 받는 것.”
“과연······!”
“말려죽이는 것이지. 그러다 보면 그들도 깨달을 것이오. 누가 동부의 지배자인지. 고개 숙이고 구걸을 하러 왔을 때, 그때 살짝 풀어주면 될 일.”
“그런데 그러면 아란드리아의 사서들이 불만을 품지 않을까요? 그들도 많은 도구가 필요할 텐데······. 그들이 불만을 가지면 폐하께서도 가만히 계시지 않을 텐데······.”
“딱 그 정도 물건을 만들 만큼만 관세 없이 팔아주면 될 것이오.”
“오! 그렇게 되면, 아란드리아에 물건을 공급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은 온전히 베리테 영지의 것이겠군요.”
“그렇소. 부인.”
뤼이스 애셔와 그의 부인이 뜨겁게 눈빛을 교환했다.
이것이 바로 귀족의 싸움.
두 사람은 확신했다.
베리테 영지는 외통수에 몰렸고, 동부의 질서는 지금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
관세 1,000%!
애셔 백작가를 중심으로 동부의 영주들 7개가 모여서 발표한 그 조치에, 베리테 백작가는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가족들과 가신들을 모조리 모아놓고 밤샘 회의를 시작했지만 뾰족한 도리가 없었다.
“백작님. 이것은······. 백작님이 뤼이스 애셔 백작을 직접 찾아 고개를 조아리고 읍소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오랫동안 영지의 살림을 맡아온 노가신의 말.
백작이 자존심을 꺾고 굴복을 해야 한다는 불충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반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달리 대안이 없었으니까.
베리테 백작령에는 농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자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 영지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물건들의 원재료들을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그걸 사실상 차단하겠다는 관세 1,000%의 조치는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장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던 영지민들이 다시 궁핍에 시달릴 것이고, 각지에서 모여들었던 자유민들이 인생을 저주하며 떠나가게 될 것이다.
“아아······. 정말 잔인하구나.”
플리안 베리테 백작은 얼굴을 감싸쥐고 책상에 무너졌다.
일리안느와 즈바르트가 그런 자신의 아버지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속에서는 천불이 이는 것 같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애셔 백작가는 물론이고 그의 수많은 동맹 영지들 모두를 상대로 영지전을 선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왕국에서 내려준 제 3 왕국 연대의 지휘권이 없었다면, 되려 영지전으로 영지가 날아가는 건 베리테 백작가가 되었을 터였다.
드르륵.
페르세타 베리테는 그렇게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버지.”
“아. 아들아······. 미안하구나. 네가 이렇게까지 힘을 써주었는데 내가 무능하여······.”
슬퍼하는 플리안을 보며 페르세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선 그는 회의실 한켠에 걸려 있는 영지 주변의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아버지.”
“방법이 있다고······?”
“네. 영지전을 벌이는 것도 방법이지만, 그런 과격한 수를 쓰지 않아도 방법은 있습니다.”
“대체······?”
“결국 문제는 우리 베리테 영지가 동부의 구석에 처박혀 있고, 이곳과 통하는 모든 영지들이 관세를 물려 물류가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 아닙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새로운 무역로를 개척하면 됩니다.”
“새로운 무역로? 알다시피 우리는 칼라 산맥에 가로막혀서 저들이 길을 막으며 방법이 없는······.”
“바로 그겁니다.”
페르세타가 눈을 별처럼 반짝이면서 손가락을 들어 지도의 한 켠을 가리켰다.
“칼라 산맥. 그곳을 정복하고 무역로를 새로 열면 됩니다. 그러면 왕국의 북부와 중부 변경으로 향하는 무역로를 열 수 있을 뿐 아니라, 타국과의 무역로도 개척할 수 있지요.”
그 말에 모두가 깜짝 놀라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카, 칼라산맥을 개척한다고?”
“네. 이참에 우리도, 제대로 된 영지군을 만들어보는 겁니다.”
페르세타가 눈을 빛내며 자신의 동생 즈바르트를 바라보았다.
기프트를 각성하여 어엿한 고위 기사의 무력을 갖게 된 자신의 동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