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4화(44/171)
44화 우수한 인부들
노가신이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도련님. 칼라 산맥은 위험한 땅입니다. 그 외곽이야 충분히 정복이 가능할지 몰라도 깊숙이 들어가면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릅니다.”
영지군 사령관을 맡고 있는 노기사도 그에 호응하며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칼라 산맥 안쪽에는 먼 옛날 이 땅에 내려온 영수의 일족은 물론 설화계의 전설적인 존재들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재앙이 찾아올 것입니다. 또한 칼라산맥이 높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산맥은 산맥. 그런 곳에서는 무역은커녕 군사작전을 위한 보급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지당한 의견들이었다.
허나 플리안 백작은 자신의 아들 페르세타를 뜨거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네가 보여준 마법솜씨라면 칼라 산맥 속에 숨어 있는 위험한 존재 정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산맥이라는 지형적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지 그걸 모르겠구나. 자연이라는 것은 한 두사람의 뛰어난 마법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말하고 있었으나, 그의 눈에는 강한 기대감이 번뜩였다.
자신의 아들이 불가능한 일을 말했을 리 없다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페르세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직접 보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페르세타가 손을 흔들자 모두의 눈 앞에 환상이 하나 떠올랐다.
검은 돌과 붉고 푸른 나무들로 이루어진 완만한 산맥.
흥미로운 점은 중간중간 평탄한 고원지대나 분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플리안 백작은 드래곤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그 환상을 보며 깜짝 놀랐다.
“서, 설마. 이것은 칼라 산맥이냐?”
“네. 얼마 전에 띄워올린 정찰 마법으로 촬영한 영상입니다. 여기. 우리 영지도 작게 보이네요.”
그의 말에 모두가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특히 노기사는 충격을 크게 받았는지 입을 쩍 벌리며 신음을 흘렸다.
“칼라 산맥의 심부는 지도조차 존재하지 않거늘······. 그걸 이렇게 한 눈에······.”
‘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힘을 준다.
보지 못하면 모든 것이 막연해지지만, 두 눈으로 볼 수 있으면 모든 것이 확실해지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페르세타는 그렇게 칼라 산맥을 모두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자신의 계획을 그 위에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칼라산맥의 존재들입니다.”
페르세타가 손을 휘젓자, 산맥 곳곳에 붉은 점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신경 써야 할 존재들은 황금색 점으로 표시된다.
“우리가 1차적으로 개발해야 할 지역에 있는 곳에 신경 쓸만한 존재들은 외눈 거인의 부락과 엘프 부락, 그리고 영수계와 설화계의 후손들이 있습니다.”
황금색 점들이 확대되며, 그 점들의 정체가 환상처럼 떠오른다.
사람들은 침음을 흘렸다.
“엘프가······. 있었다고?”
“으음. 저건, 영수계의 이무기인가······.”
“저건 설화 속의 존재인 굉고가 아닙니까?”
“백호의 상체에 인간의 하체······. 저것 역시 설화 속의 존재인 범사울입니다.”
떠오르는 면면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엘프 부족과는 동맹을 맺고 교류를 틀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토벌할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지군의 규모를 키우고 그들을 정예병으로 만들 작정입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와중, 페르세타 혼자, 식은 스프에 빵 찍어 먹는 일이라는 듯이 여상하게 말했다.
그가 자신의 동생 즈바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할 수 있지 즈바르트?”
그 물음에 즈바르트가 오러를 피워올리며 답했다.
“형이 충분한 병사와 그 병사들을 지켜줄 무구들만 지원해준다면. 그들이 자잘한 괴물들을 상대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럼 어지간히 강한 놈들도 나 혼자 이겨낼 수 있어.”
매일같이 기프트를 갈고 닦던 즈바르트.
그가 보이는 자신감은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페르세타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너를 위해 최고의 군대를 준비해줄게.”
“그 군대를, 내가 더 강하게 키울게. 그 누구도 우리 영지를 넘보지 못하게.”
즈바르트는 목이 메일 정도로 흥분을 했다.
드디어 자신이 갈고 닦아온 검을 가문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크나큰 격동을 느끼고 있다.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이곳의 소탕과 장악은 즈바르트가 맡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가 치고 나가는 만큼, 그 뒤에서 곧장 이 산맥을 개발합니다.”
페르세타가 손을 흔들자 뚜렷이 떠올라 있던 환상이 변했다.
우르르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지고 흔들리는 산들.
그리고 마침내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풍경.
“세상에······.”
“맙소사······.”
사람들은 아까 전에 수많은 괴물들이 표시 되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묘한 감동을 느꼈다.
노가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련님. 이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제가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페르세타가 만들어낸 환상. 그것은 한낱 무역로따위가 아니었다.
백작 플리안이, 모두의 의문과 경탄을 대신해서 입을 열었다.
“아, 아들아. 이, 이건······. 하나의 왕국이 아니냐.”
그 말 그대로였다.
낮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산맥은 산맥. 그런데 페르세타가 만들어낸 그 산맥에는 곳곳에 구멍이 뻥 뚫려서 서로 이어지는 터널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터널과 길이 연결되는 중간중간마다, 마을과 시장과 각종 시설이 들어섰다.
평탄한 고원과 분지에는 번성한 도시들이 솟아났다.
곳곳에 방어를 위한 관문과 성도 보였다.
그렇게, 칼라 산맥의 한 부분을 완전히 장악한 왕국은 칼라산맥 너머의 다른 왕국들과 무역로를 이었고, 국경을 형성한다.
비록 그 규모는 왕국 중에서도 작은 편인 드블랑 왕국과 비교해도 20%가 채 되지 못할 만큼 작았지만, 그 구색과 지리적, 지형적 요건만 놓고 보면 왕국이라고 칭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교통의 요충지이자, 산맥으로 둘러싸인 왕국. 누가 그곳을 점령할 수 있을 것이며, 누가 그 중요성을 무시할 수 있을까.
플리안 백작이 물었다.
“아들아. 너는 우리 영지가 드블랑 왕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세력이 되길 바라는 것이구나.”
“네. 아버지. 우리는 그런 세력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 말에, 모두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왕국과도 같은 독자적인 세력.
그런 구상을 듣고도 가슴이 떨리지 않는다면, 베리테 백작가의 중역으로서,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이에 플리안 백작이 다시 물었다.
“네 뜻이 옳다. 이렇게만 된다면 그대로 따르고 싶구나. 하지만 이건 보통 공사가 아니다. 네 마법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로 보이지는 않는구나.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이에 페르세타는 웃었다.
“그건 도리어 간단합니다.”
“간단하다고?”
“네. 우리 영지에는 무려 1,000명이 넘는 마법사가 있으니까요.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게 가능합니다.”
“아.”
1,000명이 넘는 마법사.
그 숫자로도, 모인 마법사들의 수준으로도, 세상 어디에도 이런 장소는 없었다.
페르세타는 당연히 그 이점을 마음껏 이용할 작정이었다.
**
베리테 영지에 머물고 있는 마법사들은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았다.
“괜히 왔나······.”
“그러게. 자존심만 팍팍 상하고. 얻는 게 없네······.”
끝없이 새로운 발견이 일어나던 베리테 영지.
이곳에 오면 뭔가를 얻어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찾아왔지만, 생각보다 뭔가를 배우기는 어려웠다.
제대로 배우려면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입학 시험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까.
대부분은 시험에서 떨어졌다. 자존심이 팍팍 상하는 일들만 그들의 앞에 산재해 있었다.
학교에 다니는 마법사들이 마을로 내려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곁에서 알랑방귀를 뀌며, 몇 마디 통찰과 조언을 얻어듣는 삶.
그것만으로도 얻는 게 적진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는 것도 당연한 일.
점점 많은 마법사들이 회의감을 느꼈다.
“나는 슬슬 뜰려고 넌 안 뜨냐?”
“······나는 안 되겠어. 무릎 꿇고 제자로 들어가서라도 배우려고.”
“뭐? 이제 와서 제자 생활을 다시 한다고?”
“그럼 어떻게 해? <알마게스트>를 뛰어넘었다는데. 근데 그 지식을 절대 안 가르쳐주잖아······. 제자 생활을 다시 해서라도······ 배워야지.”
“하······. 하기야. 그걸 배운 마법사는 귀족이 되고 그걸 못 배운 마법사는 이제 천민이 될 테니······. 나도 그냥 한 명 잡아서 제자로 들어갈까.”
“딱 10년. 10년만 고생하면 빛 볼 날이 올 거야.”
두 마법사가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였다.
그들의 귀에 이제는 익숙해진, 페르세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 아, 아. 페르세타 베리테입니다. 베리테 백작령에 있는 모든 마법사들에게 전합니다.
여관 식당에 앉아서, 언제쯤 학교의 마법사들이 내려올까 시간을 죽이고 있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허리를 곧추세우고 귀를 쫑긋 기울인다.
– 일주일 후부터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앵콜 수업이 진행됩니다.
“헉!!!”
“어헉!!!”
곳곳에서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앵콜 수업이라니. 설마. <알마게스트>를 뛰어넘었다는, 지난 7개월간 지속되었던 그 수업을 다시 해준다는 말인가?
이것은 꿈인가?
곳곳에서 마법사들이 서로의 뺨을 잡아당기며 얼떨떨해 한다.
페르세타의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 앵콜 수업 후 과제를 냅니다. 과제 수행 정도를 평가해서 A~D등급을 나눕니다. 등급에 따라 다음번 앵콜 수업의 클래스가 달라집니다. A등급은 제가 직접 수업을 하고 B, C등급은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교수진이, D등급은 학생이 맡습니다.
과제!
주기만 한다면!
마법사들은 모두 열의를 불태웠다.
이미 그 힘들고 더러운 제자 생활을 할까 마음까지 먹은 마법사들이 있었을 정도가 아니던가?
그 과제가 아무리 길고 고되고 힘들어도, 뼈와 영혼을 갈아서 해낼 자신이 있었다.
– 최종 점수가 C등급 이상 되는 마법사는 글라우베 마법학교에 정식으로 학생으로 받아들입니다. 과제는 어려울 것이지만, 의지가 있고 노력을 하는 마법사라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와아아!”
“오오오오!”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 입학까지 시켜준다고?
모든 마법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명상을 하며 수업 날을 준비한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모든 지식을 1주일간 재점검한다!”
마법사들은 우르르 자신의 숙소로 뛰쳐들어가며 다가올 수업을 준비했다.
1,000명을 넘는 마법사들이 호들갑을 떠는 소리. 그게 얼마나 요란했는지, 백작성에서도 뚜렷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 소란을 들으며, 백작성 회의실에 있던 페르세타는 플리안 백작과 동생들, 그리고 가신들을 바라보며 설핏 미소를 짓는다.
“자. 이로써, 산중 왕국을 건설할 뛰어난 인부 1,000명이 모집되었습니다.”
플리안 백작, 일리안느와 즈바르트, 그리고 가신들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