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4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47화(47/171)
47화 마나의 귀소성
현자 시에넬도 떠나고, 이그나치오 교장도 떠난 글라우베 마법 대학.
여전히 남은 성적 우수자들은 요즘 들어 자기들끼리 모여 베리테 영지를 위한 연구를 했다.
베리테 영지에 기여하면 기여할수록, 페르세타가 개인 강의를 해 주었기에 이들은 필사적이었다.
이들은 요즘 칼라산맥을 정복을 돕기 위한 신형 마법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지난 강의 최종 석차 4등, 성녀 샤라 엘리프.
최종 5등, 왕세녀 라냐 비셰나.
최종 6등, 남작 영애, 비앙카 애시.
그리고 그들 사이에 페르세타의 동생 일리안느가 끼어 있었다.
사실 일리안느는 성적으로 따지면 그들 사이에 끼기에는 좀 모자란 감이 있었다. 허나 그녀는 페르세타의 동생.
성적 최우수자들은 관대히 그녀를 자신들의 그룹에 끼워 주었다.
덕분에 일리안느는 요즘 행복한 매일을 보냈다.
그녀는 마법을 정말 사랑했기에, 뛰어난 마법사들 사이에서 생각과 지식을 교환하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똑똑한 이들은 뭐가 달라도 한참 달랐으니까.
가령 이런 질문.
“참 신기하지 않아요? 구현화 하기 이전의 마법체는 통제를 해제하는 순간, 차원의 중심으로 날아가잖아요. 그런데 구현화를 한 마법체는 그러지 않아요. 왜일까요?”
예전에, 가정교사에게 마법을 배울 땐 이런 질문을 하면 항상 타박을 받았다.
“그걸 ‘마나의 귀소성’이라고 합니다. 그런 쓸데없는 고민은 그만하고 수식이나 하나 더 외우세요.”
이렇게.
하지만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성적 최상위 학생들은 과연 달랐다.
“그렇구나. 생각해 보니 신기해. 나는 이래서 일리안느가 이래서 좋다.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다시 보게 하는구나.”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흡족해하며 일리안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나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주제야.”
비앙카는 자신이 먼저 이걸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한지 콧잔등을 찌푸린다.
“혹시 모르지요. 이걸 잘 연구하면…… 페르세타 선생님이 말씀하신 다음 강의와 연결이 될지도.”
성녀, 샤라 엘리프는 늘 그렇듯 모든 질문을 페르세타의 강의주제와 연결시켰다.
그에 비앙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흠. 성녀님. 하지만 이건 관계없지 않을까요? 신비 세계의 움직임은 신비 세계 간의 문제인데, 이건 우리 인간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잖아요.”
성녀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다가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건 그렇지요. 하지만 또 모르는 거 아닐까요? 마지막 강의 때 선생님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진리란, 여기에서 성립하면 저기에서도 성립하는 특성이 있다. 어쩌면 신비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건, 우리 세계 내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힘일 수도 있어요.”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비앙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인정했다.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감탄을 토했다.
“성녀님은 정말 지혜로우십니다. 서로 연결될 거라 몰랐던 것들을 쉽게 쉽게 연결하십니다.”
“아, 아닙니다. 아직 부족한 초보 마법사일 뿐입니다.”
“음…….”
순수하게 감탄을 드러내는 라냐 왕세녀와 언제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찍질하며 의지를 불태우는 비앙카.
일리안느는 이들의 이런 다양한 개성까지도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질문을 하나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깊이 고민해 주는 사람들.
그렇지.
이게 마법을 하는 재미지.
무척이나 행복했고, 자신의 오빠 페르세타에게 고마워졌다.
이런 진짜 마법사들을 매일 같이 볼 수 있는 것도 모두 페르세타 덕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마침 자기 오빠 생각을 하던 그녀는 갑자기 들려온 오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좋은 접근이에요. 그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켜 보세요.”
“선생님!”
“페르세타 선생님!”
“아. 선생님 오셨네.”
각각 성녀, 왕세녀, 비앙카의 반응.
일리안느는 깜짝 놀라 치켜올라 간 어깨를 슥슥 내리며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이야 오빠? 정말 마나가 차원의 중심으로 귀환하는 그 귀소성에 신비 세계의 비밀이 숨어 있는 거야?”
그녀는 페르세타가 어떻게 대답할지 뻔히 알면서도 항상 이렇게 물어보곤 했다.
과연 이번에도 페르세타는 같았다.
“글쎄?”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린다.
일리안느는 그 모습이 얄미우면서도 동시에 어떤 도전 의식을 느끼곤 했다.
꼭 내가 먼저 발견을 해서 저 얄미운 얼굴에 놀라움이 피어나는 걸 보고 말아야지!
일리안느가 속으로 다짐하는 사이, 페르세타는 자연스럽게 모두의 앞에 섰다.
“지난번에 여러분의 연구로 즈바르트가 큰 도움을 받았어요. 환요계의 요술을 섞어 감각을 활성화시켜주는 물약이라. 그걸 싸게 많이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우리 병사들도 더 정예화되겠죠.”
페르세타가 연구 성과를 인정했다.
“선생님! 그럼!”
“아앗!”
“음……!”
“헉! 오빠! 잠깐! 잠깐만!”
환호하며 재빨리 필기구를 꺼내 들고 페르세타 앞으로 책상과 의자를 대령하는 학생들.
페르세타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다가 그들의 연구를 격려하기 위한 강의를 시작했다.
“여러분들은 마나의 귀소성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페르세타의 질문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했다.
가장 먼저 대답한 건, 역시나 친동생으로서 페르세타를 그나마 만만하게 여기고 있는 일리안느였다.
“으음. 구현화 되지 않은 마나는 차원의 중심으로 향하는 성질이 있다? 마나를 무겁게 뭉칠수록 더 빨리 중심으로 달려가고, 마나를 가볍게 뭉칠수록 더 느리게 달려간다. 따라서 마법의 궤적을 계산할 때는 내 마법이 언제 구현화가 되느냐에 따라 마나의 귀소성을 감안한 계산을 해야 한다. 이 정도?”
그녀의 대답은 정석 그 자체였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도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페르세타를 바라볼 뿐.
이에 페르세타는 미소를 지었다.
“맞는데. 틀렸어.”
“응?”
“사실 마나가 무겁든 가볍든 간에 차원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가는 속도는 동일해.”
“에에?”
일리안느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즉석에서 양손에 마나를 만들어 냈다.
오른손은 마나를 꽉꽉 담아서 무겁게 뭉치고 왼손은 헐겁게 담아 가볍게 뭉친다.
우웅-!
그녀가 손에서 마나의 통제를 놓는 순간, 두 개의 마나 덩어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떠올랐다. 무거운 마나는 빠르게, 가벼운 마나는 느리게, 차원의 중심으로 달려간다.
일리안느가 볼멘소리를 냈다.
“봐. 다른데?”
페르세타는 웃었다.
“그래서 말했잖아. 맞는데 틀렸다고.”
“응?”
“조건이 필요해. 공간 중에 방해가 되는 마나가 없을 때, 그런 진공상태에서는 마나의 무게와 관련 없이 모든 마나 덩어리는 똑같은 속도로 차원의 중심으로 빨려들어 가.”
“오오?”
휘익-!
페르세타가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대기 중에 가득한 마나가 스르르 밀려나며 일리안느의 앞에 진공상태를 만들었다.
“다시 해 봐.”
“으음.”
일리안느가 이번에도 두 덩이의 마나를 만들어서 손에서 놓는다. 그리고.
슈우우-!
두 마나 덩어리는 정확히 같은 속도로 천장까지 올라가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헉!”
일리안느가 새된 소리를 낸다.
성녀, 왕세녀, 비앙카 모두 마찬가지였다. 두 눈을 부릅뜬다.
“오묘하죠?”
페르세타의 물음에 모두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비앙카 애시가 턱을 매만지며 심각한 표정으로 눈썹을 오므렸다.
“이건 너무 이상해요. 왜 이렇죠? 무거운 마나를 움직이려면 더 많은 마력이 필요하잖아요. 가벼운 마나를 움직이려면 더 적은 마력만 있어도 되고요. 그런데 왜 둘은 똑같이 움직이는 걸까요?”
페르세타는 그 질문을 기꺼워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쵸? 신기하죠? 그러니 연구할 가치가 있는 거예요. 잘 연구해 보세요. 놀라운 무언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으음…….”
“만약 여기에 얽힌 비밀을 다음 강의 전까지 밝혀내신다면, 소원을 하나씩 들어드릴게요.”
페르세타의 말에 모두가 눈을 반짝였다.
마법의 신과도 같은 페르세타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다니!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기회.
“페르세타 선생님. 이 약속 잊으시면 안 됩니다.”
비셰나 왕국의 왕세녀로서, 국가를 위한 의무를 지고 있던 라냐는 두 눈을 번쩍였다.
소원을 빌 수만 있다면 페르세타를 마법 왕국의 마법사로 초빙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데도 페르세타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원하는 대로 들어드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원하는 것은 얻게 해 드릴게요.”
설레는 말이 아닐 수 없었다.
성녀 샤라 엘리프도, 비앙카 애시 영애도 모두 눈을 빛내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그들은 기다리지 않았다. 페르세타가 지켜보는 그 자리에서 곧장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시작했다.
포문을 연 건 비앙카 애시였다.
“이럴 수 있지 않을까요? 이건 마나의 귀소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현상이잖아요. 그러니까 이름 그대로인 거죠. 모든 마나가 일제히 같은 속도로 차원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거예요. 마치 수많은 새가 한꺼번에 하나의 방향으로 날아가듯이요. 그러면 한 마리의 새나 만 마리의 새나 다 똑같은 속도로 날아갈 거 아니에요?”
성녀와 왕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설득력 있고 일리 있는 가설이었다.
왕세녀, 라냐 비셰나가 진지하게 질문을 구체화한다.
“그렇다면, 그 사실을 통해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페르세타 선생님께서는 ‘놀라운 무언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하셨고, ‘여기에 얽힌 비밀.’이라고도 하셨으니……. 이 현상을 통해 다른 무언가 대단한 걸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침묵이 흘렀다.
침묵 끝에 일리안느가 손을 번쩍 들었다.
“혹시! 진짜 이게 신비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 아닐까요?”
“네?”
모두가 고개를 갸웃한다.
“마나 한 덩이가 차원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것처럼, 우리 세계들도 마나 태양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거죠! 이 힘 때문에 세계가 태양의 주변을 회전한다!”
그녀의 발랄하고 대담한 가정.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성녀 샤라 엘리프가 대표로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신비 세계들은 곧장 마나 태양으로 날아가지 않고 그 주변을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걸까요?”
“아……?”
“생각을 더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음……. 그러네요.”
페르세타는 이들의 논의를 지켜보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거의 정답에 접근했던 그녀들이 다시 멀어지는 모습을 보면 조금 웃기기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는 이런 재미도 있는 것이다.
곧장 답을 찾아내도 짜릿하지만 헤매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생각보다 쏠쏠하다.
과연 이들은 돌고 돌아 다시 답에 접근할 수 있을까?
물론 쉽지는 않을 거다.
‘작은 우리가 거대한 것들을 상상하기 어렵지.’
세계 속에서 먼지처럼 작은 인간이, 세계의 움직임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사실 정령계가 인간계 주위를 돌고, 모든 세계가 마나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은, 한 덩이의 마나가 차원의 중심으로 끌려가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은 운동이었으나…….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거대한 스케일과 속도를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은 이것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페르세타 본인도, 지금 생각하면 간단한 이것을 깨닫기 위해 5년의 시간을 꼬박 보내야 하지 않았던가.
당겨지는 운동이 특정 조건하에서는 회전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
과연 저들이 스스로 이걸 깨달을 수 있을까.
페르세타는 이런 식으로 자꾸 힌트를 흘려 볼 작정이었다.
<프린키피아>의 발표는 반드시 자신이 할 것이지만, 그 발표 전에 먼저 정답에 도달하는 학생이 있어도 참 기쁠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자리에 앉아서 열렬히 토론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페르세타.
그리고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밖에서는 창문을 통해 그 모습을 힐끗 바라보는 어머니, 로오루아가 있었다.
‘어머. 우리 아들. 역시 걱정 안 해도 되겠어.’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교실에 다정하게 모여 있는 3명의 여성과 페르세타의 모습이었다.
하나하나 나쁘지 않았다.
성녀 샤라 엘리프. 왕세녀 라냐 비셰나. 예전 같았으면 그저 과분했을 인물들. 그들에 비하면 비앙카 애시는 좀 처지긴 했지만, 로오루아는 괜히 그녀가 좋았다. 항상 더 잘하기 위해 독기를 품고 노력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달까. 그녀가 생각할 때 페르세타는 좀 느긋한 구석이 있으니 그런 여인과 맺어져도 궁합이 좋을 것 같았다.
더구나 셋 다 모두 일리안느와도 다정해 보이니 이 어찌 좋지 아니한가.
“호호호.”
우연히 본 한 장면의 풍경이, 로오루아의 마음속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다.
덕분에 그녀는 기분 좋게 산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