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0화(50/171)
50화 행복한 베리테 영지
베리테 영지로 들어오는 무역로가 꽉꽉 막히게 된 이후로 아주 큰 곤란에 빠지게 된 사람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왕도의 귀족 비델 남작이었다.
그는 포럼 직후 자신의 사활을 걸고 베리테 영지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었다.
왕도의 솜씨 좋은 기술자들을 웃돈을 줘 가며 대거 고용, 베리테 영지에 수많은 공방을 차린 것이었다.
이 투자는 지극히 성공적이었다.
포럼 기간 모여든 마법사들은 비델 남작이 당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물들이었다. 즉, 그들이 필요로 했던 각종 마법 기물들은 하나같이 고급품이었고 비델 남작은 이걸 통해 막대한 이문을 남길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포럼은 반년을 넘게 이어지며 충분한 수익을 남겨 주었고, 그 후에는 대륙 곳곳의 다른 마법사들이 1,000명이나 모여들며 그의 공방 사업은 시간이 지나며 더욱더 큰 호황을 일으키게 되었다.
베리테 백작령에 상당한 수익을 떼어주고도 자신의 재산을 몇 배나 불릴 만큼의 큰 이득을 보았다.
이에 비델 남작은 생각했다.
이건 결코 일시적인 일이 아니라고.
페르세타가 있는 한 베리테 백작령은 틀림없이 세계 마법의 중심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그래서 그는 번 돈을 다시 모두 베리테 백작령에 재투자했다.
왕도뿐만 아니라 타국의 유명한 기술자들까지 모셔 왔으며, 엄청나게 비싼 설비와 도구들을 들여와 베리테 백작령의 공방들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갑자기 무역로가 막혀 버리고 만 것이었다.
무역로가 막히면 공방을 돌리기 위한 원자재를 구할 수 없고, 원자재가 없으면 공방은 손 놓고 놀아야 한다.
그동안 쌓아 놨던 재료들의 재고가 하루하루 소진될 때마다, 비델 남작은 등골이 쭈뼛쭈뼛 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초기 자금을 댔던 글라우베 씨는 더욱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다.
그의 어려움은 비델 남작의 어려움보다 더 즉각적이고 직접적이었다.
글라우베 씨의 상회가 원자재를 베리테 백작령으로 들여오는 것을 주 업무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마법 기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원자재의 종류는 셀 수도 없이 많을 정도였고, 그중에는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물건들도 많이 끼어 있었다.
점점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글라우베 씨는 그동안 자신이 평생 쌓아 올린 인맥과 노하우, 그리고 재산을 총동원하여 대륙 곳곳에서 진기한 재료들을 끌어모았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웃돈을 주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물건들을 모아 베리테 영지로 들여보내려던 순간, 인근 영지들이 일제히 관세를 올렸던 것이다. 그의 상단은 순식간에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귀한 재료라는 것들이 그랬다. 값비싸지만, 필요로 하는 곳은 제한적이다.
아무 데서나 팔아치우면 제값의 절반은커녕 10분의 1도 건지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
그렇다고 상단을 계속 놀리고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손해가 누적되었다.
비델 남작은 물론 글라우베 씨 역시 하루아침에 쫄딱 망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한 달 넘게 지난 지금. 페르세타는 플리안 백작과 함께 두 사람을 불러들여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시작한다.
“그간 상심이 크셨지요.”
페르세타의 그 말에, 비델 남작은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열심히……. 버티고 있습니다.”
차마 아니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냉철하게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베리테 남작령에 만든 공방들을 팔아치우고 철수를 하는 게 옳은 일이었다. 아무리 페르세타가 대단하다고 해도, 주변 영지들 모두가 저렇게 나온다면, 손쓸 방법이 없는 게 이 시대의 상식이었으니까.
이 문제는 국왕이 나서도 풀 수 없는 것인데,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물론 그도 페르세타가 칼라산맥을 넘는 무역로를 개척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성적인 판단은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끊임없이 회의를 보내고 있었다. 설령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무역로가 완공되어 물류가 정상화될 때까지 과연 공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 역시 자신이 없는 형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방 철수를 결심하지 못했다.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페르세타의 비범함이.
이것만 견디고 이겨 내면, 분명 베리테 백작령은 황금이 아닌 다이아몬드를 낳는 거위가 될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러니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한다는 선택을 도무지 내릴 수가 없었다. 어영부영 돈을 부어 가며 버티다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난 상태.
이런 형국이었던 만큼, 자신을 불러 주고 위로해 주는 페르세타의 말에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설움이 북받쳤던 것이다.
글라우베 씨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입으로는 말했으나, 그의 얼굴은 이미 반쪽이 된 상태였다.
그를 자신의 형제처럼 여기는 플리안 백작은 그런 글라우베 씨를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플리안 백작이 페르세타와 눈을 마주치더니, 고개를 크게 한 번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먼저 두 사람이 본 영지에 보여 준 의리와 헌신에 크게 감사를 표하는 바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진즉에 사업을 철수할 수도 있었으나, 두 사람 모두 그러지 않았지. 그만큼 우리 영지의 미래 가능성을 믿어 주었다는 의미일 것이기에, 영주로서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있소.”
그렇게 먼저 치하의 말을 꺼낸 후, 플리안 백작은 형형하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선언했다.
“그동안은 우리도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와중이었기에,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소.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성과가 눈에 보이고, 뚜렷한 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진행된바. 두 사람에게 제안을 하려고 하오.”
그 말에 비델 남작과 글라우베 씨의 눈에 빛이 어렸다.
성과가 보인다고?
일이 진행되었다고?
설마?!
플리안 백작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소. 칼라산맥의 정복과 무역로 개척에 뚜렷한 성과가 나왔소. 이제 두세 달 내로 물류의 문제는 깨끗이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오.”
!!!
비델 남작과 글라우베 씨가 서로를 돌아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격동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둘은 모두 믿고 있었다.
베리테 백작령이라면 이 위기를 분명 극복할 거라고.
문제는 시기였다.
반년? 어쩌면 1년? 2년?
그렇게 하염없이 길어진다면 결코 버틸 수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두세 달이라면 힘들지언정 버틸 수 있다.
플리안 백작의 선언은 두 사람에게는 구원과도 같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더군다나 플리안 백작은 말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더 구체적인 제안을 곁들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의 재정적 어려움이 얼마나 녹록지 않을지는 내가 짐작이 가는 바요. 또한 무역로가 새로 생기면 지금까지와는 사업 방식이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소. 그래서 내 두 분에게 제안을 드리고 싶소.”
스윽-
플리안 백작이 글라우베 씨와 비델 남작의 앞에 서류를 각각 한 묶음씩 내려놓았다.
“이, 이건?”
빠르게 서류를 훑어본 비델 남작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묻자, 플리안 백작은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소. 두 분의 사업체를 우리 백작령의 직속 사업체로 받아들이고 싶소.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할 것이고, 무역로 사용은 물론이고 우리 백작령의 모든 인프라와 특산물들도 무제한으로 이용이 가능해질 것이오.”
비델 남작과 글라우베 씨가 빠르게 서류를 검토했다.
어렵지 않은 내용이었다. 베리테 백작가에 많은 지분을 넘겨야 했지만, 그 이상의 투자와 혜택이 약속되어 있었으니까.
이것만 실현이 된다면 지금보다 사업을 수 배, 아니 수십 배 확장하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았다.
벌떡!
글라우베 씨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러자 비델 남작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허둥지둥 그를 따라 일어선다.
그리고.
척.
처적.
둘은 동시에 플리안 백작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글라우베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소인. 전부터 항상 백작님의 가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습니다. 이리 받아 주신다니, 저로서는 크나큰 영광입니다.”
“본 남작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 베리테 백작가와 제 운명을 함께하겠습니다!”
플리안 백작이 제안한 것은 사업상의 파트너십이었지만, 두 사람은 그 계약을 아예 주종의 계약으로 확대해서 받아들였다.
사실 그것은 봉건제 사회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사고의 흐름이기도 했다.
사실상 자신들의 기반 전체를 플리안 백작가에 의탁하게 되는 일인 만큼, 아예 군신 관계를 맺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플리안 백작 역시 이들의 이런 행동을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기껍게 웃으며 칼을 뽑아 들어 그 둘의 어깨에 한 번씩 내린 것이다.
“그대들의 충성을. 내 기쁘게 받겠소.”
칼을 거둔 플리안 백작은 잠시 격동에 찬 듯 몸을 부르르 떨더니 페르세타의 어깨를 쥐고 속삭였다.
“고맙다. 아들아. 덕분에 내가 크게 체면을 살리는구나.”
페르세타는 고개를 저으며 작게 속삭였다.
“별말씀을요. 제 기쁨입니다. 아버지.”
* * *
군신 계약을 간소하게 마무리 지은 후, 페르세타는 글라우베 씨와 비델 남작을 데리고 영지 내에 새로 들어선 엘프 마을을 찾아갔다.
“허어……. 이런 물건들이.”
“엘프들의 손재주는 난쟁이들과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라더니……. 과연…….”
글라우베 씨와 비델 남작 모두가 엘프들의 물건을 보고 격동에 휩싸였다.
“만상주(酒)라니! 많은 귀족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물건이라면 대륙 전체가 천금을 들여서라도 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글라우베 씨의 말에 비델 남작이 덧붙인다.
“은라(銀羅)도 마찬가지입니다! 암살을 두려워하는 귀족들에게 이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겠지요. 가볍고 아름다워서 특별한 일상복 패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그 방어력은 풀 플레이트 메일과 맞먹을 정도라니……. 더군다나 이 손재주. 금속을 실처럼 가공해서 짜낼 수 있는 이 손재주를 빌릴 수만 있다면, 우리 공방은 세계 제일 수준으로 뛰어난 기물들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엘프의 도자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자체로 예술품이자, 값비싼 사치품이지요. 이제 귀족들은 파티에서 엘프의 도자기를 얼마나 내놓느냐를 두고 겨루게 될 겁니다.”
“거기다가 이런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기술이라면, 다른 기물들 제작에도 충분히 이용이 가능합니다!”
비델과 글라우베, 두 사람이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엘프의 물건들이 얼마나 굉장한지를 두고 떠들기 시작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들의 흥분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엘프들의 물건과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베리테 백작가의 가신이 되길 100번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에 고개를 크게 끄덕인 페르세타는 옆에서 하품을 하던 엘프에게 말을 걸었다.
“리시니시시 님?”
“예에……. 하암…….”
그녀는 젊어 보이는 외모였으나, 엘프 중에도 특별한 존재인 하이 엘프로서, 이 마을의 촌장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물건들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에 말한 생산량에서 3배를 높여 주십시오. 그리고 손재주 좋은 엘프 10명을 뽑아 여기 비델 남작의 공방에 지원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나른하게 공기를 습습 들이마시던 하이 엘프, 리시니시시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 페르세타 님. 그건 어렵습니다. 우리의 물건은 모두 전통에 따라 엄격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요. 그걸 어떻게 갑자기 3배를 늘립니까? 거기다 인원까지요? 곤란해요. 인간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엘프는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주변의 다른 엘프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페르세타는 말한다.
“첫날에 제가 베풀었던 연회 기억하십니까?”
“하앗……. 아……. 그걸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
리시니시시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어졌다. 동시에 그 깊은 곳에서 갈망이 피어올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세상 부족한 게 없다는 듯 나른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던 그녀가 참을 수 없는 갈망에 몸을 움찔거렸다. 몸이 가려운지 여기저기를 긁기까지 했다.
그 기괴한 변화에 비델 남작과 글라우베 씨는 몸을 움찔 떨었으나, 페르세타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며 입술을 열었다.
“목표 생산량을 채울 때마다, 그런 연회를 베풀어 드리겠습니다. 요령초도 추가로 지급해 드리지요.”
술렁-
느긋하게 서 있던 엘프들의 기세가 일순간에 변했다.
할짝.
리시니시시는 혀로 입술을 핥았다.
머리칼이 톡톡 곤두설 정도로 끓어오르는 갈망.
그녀가 페르세타에게서 등을 휙! 돌리며 외쳤다.
“다들 들었지! 오늘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생산량을 맞춘다! 그리고 인간하고 일할 사람은 제비뽑기로 정하자고!”
“으흐흐흐. 연회다. 연회야!”
“하…… 하……. 생각했더니 숨이 가빠져…….”
엘프들은 눈이 벌게지더니 작업실로 뛰어들어 갔다.
페르세타는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참 좋지 않습니까?”
비델 남작과 글라우베 씨는 그 말이 조금 당혹스러웠다.
엘프들의 위험한 갈망을 느껴서 기가 좀 죽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네, 네? 뭐가 좋다는 말씀이십니까?”
“저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과 물건을 제공하고. 우리는 저들에게 행복을 제공하고. 참 좋은 관계 같습니다.”
페르세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계속 우리 영지를 행복이 가득한 땅으로 만들고 싶네요.”
글라우베 씨와 비델 남작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 둘은 식은땀을 살짝 흘리며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린다.
‘이, 이거 괜찮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