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2화(52/171)
52화 인력
베리테 백작령 인근, 어느 산꼭대기.
칼라산맥을 개척하고 요새화한 그곳에는 하늘을 향해 길쭉하게 뻗어 있는 금속 원통들이 주르르 놓여 있었다.
둥그런 바퀴를 가로로 놓고 그 위에 올린 원통들은 360도로 회전이 가능했으며, 하늘을 향해 기울어진 각도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우우웅! 우웅!
밝게 빛나는 룬 문자를 두르고 잘게 진동하는 거대한 금속 원통들.
글라우베 마법 학교의 최고 수재들은 다 이곳에 모여, 바쁘게 마법을 조작한다.
눈을 감고 허공에 떠오른 마법진을 매만지던 비앙카 애시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이리네로부터 회신! 전탄 명중! 새로운 좌표 입력!”
그러자, 지휘를 맡고 있던 살리넬르가 외친다.
“장전!”
“장전!”
일반 마법사들이 일제히 외치며, 금속 원통의 옆을 개방해서 검게 탄 마법 잔해물들을 빼냈다.
그렇게 생긴 빈자리에 특수 마법 금속과 수정을 조합해 만든 싱싱한 마법 포탄을 집어넣는다.
“집법!”
“집법!”
이번엔 성녀 샤라 엘리프가 금속 원통들과 연결된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녀의 조율 아래에 장전된 마법 포탄들이 활성화되며, 금속 원통 안에서 복잡한 형태의 마법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조준!”
“조준! 마나 인력 계산. 차원 자전에 따른 전향력 계산!”
왕세녀 라냐 비셰나가 나섰다. 그녀가 주문을 외고 손가락을 움직여 마법체들에 정교한 룬 문자를 새로 새겨 넣는다.
순식간에 일련의 과정이 끝나자, 살리넬르가 만들어진 모든 마법진을 한 손으로 그러쥐고 주먹을 꽉 움켜쥐며 뻗었다.
“발포!”
그의 마력이 폭발함과 동시에,
파아아앙!
마력이 일으키는 강렬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검게 타 버린 마법 포탄을 뒤에 남긴 채, 엄청난 속도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마법체들.
하늘의 저편에서 마법체를 끌어당기는 마나 인력을 때로는 이용하고 때로는 거스르며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저편으로 날아간다.
차원의 자전에 따라 발생하는, 전향력을 상쇄하는 각도로 정확히 날아간다.
그렇게 70km를 날아 칼라산맥의 한 자락을 건너뛴 마법 포탄은 입력된 좌표의 상공에 순식간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구현화된다.
구현화가 일어나면, 하늘 저편으로 마법체를 끌어당기던 마나 인력은 사라지고, 땅으로 떨어져 내리는 중력이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
이게 바로 100km 너머까지도 닿는 초장거리 포격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폭발 마법이, 묵직한 무게를 가지고 땅으로 쏘아지듯 내려꽂힌다.
다시 눈을 감고 있던 비앙카 애시가 또 눈을 번쩍 뜨며 외쳤다.
“전탄 명중! 적 침묵! 성공입니다!”
그 한마디에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최근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서 만든 이론상의 무기, 초장거리 마법 포격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순간이었다.
라냐 비셰나가 흥분으로 발긋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마나 인력이라는 거. 정말 놀라워요. 그전까지는 마나가 차원의 중심으로 끌려가는 게 그냥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이렇게 수치화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 말에 비앙카 애시가 냉큼 말을 보탰다.
“그러니까요! 설마 차원의 중심으로 달려가는 그 힘이 마나의 무게와 관련 없이 일정한 가속도를 지닐 줄이야. 덕분에 각 고도별 마나의 밀도를 구하고, 수치화해서 정밀한 궤도 계산이 가능해졌죠. 아, 차원 자전에 의해서 궤도가 틀어지는 전향력 계산은 말할 것도 없고요.”
성녀 샤라 엘리프도 기뻐하긴 매한가지였다.
“비록……. 아직 페르세타 선생님이 말씀하신 ‘비밀’은 풀지 못했지만요. 그때 보여 주신 실험을 토대로 차원의 중심이 마나를 끌어들이는 ‘마나 인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수치화하는 것까지 성공했어도……. 그게 그 이상의 어떤 진리와 이어지는지는 아직 확인 못했죠……. 뭐 그래도!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기는 하지만요!”
살리넬르는 이들의 대화를, 아닌 척, 근엄하게 무게를 잡고 들었다. 하지만 사실 그의 마음도 다를 건 없었다.
수많은 마법사가 시도했던 초장거리 마법 포격을 실제로 성공하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도 감격스러웠고 뛸 듯이 기뻤다.
그런데, 비앙카 애시와 라냐 비셰나, 그리고 샤라 엘리프의 말이 이상하게 그의 머리에 여운을 남겼다.
‘마나 인력은…… 무게와 관련 없이 일정한 가속도를 지닌다……?’
잠깐?
이거……?
살리넬르는 자신이 얼마 전에 이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나 태양은 왜 무거운 것은 더 무겁게, 가벼운 것은 더 가볍게 미는 것처럼 보이는가……?’
무게와 상관없는 일정한 가속도라는 것. 그게 꼭…… 제멋대로 작용하는 힘의 원리와 비슷하지 않은가……?
‘설마?’
살리넬르가 눈을 부릅뜬다.
‘설마! 차원은 마나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도 그런 식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그렇다면…….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건가……?’
강렬한 깨달음의 벼락이 그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는 그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흐아아앗! 설마?!”
비명에 가까운 탄식을 흘리며 산 아래로 허둥지둥 달려 내려가는 살리넬르.
“살리넬르 님?”
“살리넬르 선생님!”
“살리넬르 교수?”
비앙카, 왕세녀, 성녀가 놀라서 일제히 그를 불렀지만, 살리넬르는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처럼 마법까지 동원하며 산 아래로 뛰어내릴 뿐이었다.
* * *
“이게 바로! 현대 마법의 정수인! 초장거리 마법 포격이라는 거다!”
일리안느는 잔뜩 신이 났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공하는 대마법의 성공을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이 기분이란!
그녀가 손짓을 하고, 좌표를 따는 대로, 하늘을 찢어발기며 폭발 마법이 떨어진다.
300명의 산적들이 전멸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중에는 거의 기사급에 근접한 오러 유저도 존재했지만, 상대는 최고 수준의 마법사들이 집법한 폭발 마법이었다. 심지어 저 하늘 끝에서 떨어지는 물리력까지 더해졌으니, 규격 외로 강한 산적이라 해도, 피안개와 육편이 되어 흩날리는 미래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일리안느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손을 흔들어, 산적들을 촘촘히 쓸어버린다.
그러고도 살아남은 산적들은 100명의 영지병들이 확실하게 확인 사살을 했다.
엘프들의 자동 수레에서 착안하여 만든 윈드 보드.
둥실 떠 있는 판자 위에 올라탄 병사들이 바람을 일으키며 쏘아져 나가 비틀대며 도망치는 산적들의 목을 베고 심장을 꿰어 버린다.
폭발에 이미 넋이 나간 산적들은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비틀비틀거리다가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의 현장.
하지만 모두가 그렇게 당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 빌어먹을 놈들……. 모조리. 도륙해 주마……!!!”
혈귀라 불리는 남자. 드루카가 폭연을 꿰뚫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기프트 나이트.
그의 몸 주위를 감싼 붉은 피안개가 그를 무자비한 폭발 속에서도 지켜 주었다.
‘망할……! 망할……! 내가 힘겹게 모은 부하들을……!’
그에게 있어서 부하들은 꼭 필요한 도구들이었다.
그들이 있어야 자신의 손발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도 주기적으로 죽일 수 있는 장난감을 수급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치와 향락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그뿐이랴. 빌레인 왕국의 미움을 사고 있는 그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강력한 부하들이 꼭 필요했다.
그렇게 몇 년간 끌어모았던 정예들을 방금 모조리 잃은 것이었다.
그게 드루카를 분노로 미쳐 버리게 만들었다.
‘다 죽인다! 반드시 다 죽이고! 너희들의 물건을 팔아 치워서 다시 세력을 더 크게 일구리라……!’
이를 으득으득 갈며 그는 땅을 더 힘차게 밟았다. 그의 등 뒤로 붉은 피안개 날개처럼 퍼지며 그의 몸을 한층 더 빠르게 가속시킨다.
꽤 멀었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든다.
하지만…….
“웬 날파리가 달려드네.”
후우-
한 손에 곰방대를 든 미녀가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지나치게 예쁜 미색. 그리고 뾰족한 귀.
드루카는 설마? 싶은 마음을 담아 중얼거렸다.
“……엘프?”
“하이 엘프다.”
그 대답과 동시에.
콰아아아!
뜨거운 불길이 드루카의 가슴으로 틀어박혔다.
“커…… 허?”
아니. 그것은 불길이 아니었다. 본인을 하이 엘프라 소개한 미녀, 베리테 엘프 마을의 촌장, 리시니시시의 갸날픈 오른 주먹이었다.
단지 그녀의 주먹 자체가 백열하는 불꽃으로 변해 있었던 것뿐이었다.
드루카는 가슴에서 시작해서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지는 끔찍한 열기를 느끼며 신음했다.
“기프트…… 나이트……?”
“엘프는 모두 기프트 나이트지. 그중에서도 나는 세계수의 영역 밖에서도 충분히 강한 하이 엘프고. 근데. 너. 입 냄새 난다.”
촤아아악!
리시니시시가 손을 흔들자 투명한 물의 정령이 나타나 드루카의 코와 입을 물로 막아 버렸다.
꼬륵! 꼬르륵!
드루카는 멀쩡한 육지에서 물에 잠겨 익사해 가며 발버둥을 쳤다.
평소 같으면 자신의 기프트인 피 안개를 이용해 물을 털어 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가슴에서 퍼져 나가는 열기가 그의 피 안개를 모조리 태워 버리고 있는 탓이었다.
‘아아아-’
살갗은 타오르고 허파로는 물이 차오른다.
타죽는 동시에 물에 빠져 죽는다.
순식간에 드루카를 처치한 리시니시시는 다시 곰방대를 뻐끔거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일리안느가 눈을 반짝였다.
“와! 그게 엘프의 정령 마법인가요? 처음 봤어요! 확실히 우리랑은 마법의 발현 방식이 많이 다르네요?”
그 말에 리시니시시는 푸른 연기를 훅 뱉어 내며 말했다.
“뭐……. 엄밀히 말하면, 아까 저 입 냄새 나는 놈이 말한 것처럼 마법보다는 기프트에 가까울 겁니다. 우리 능력에는 여러분들 같은 범용성이 없으니까요.”
“아, 오빠한테 들었어요. 정령계나 요정계 자체를 여기에 공명시킬 수는 없다면서요?”
리시니시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게 됐으면 우리도 더 평화로웠을 텐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직접 힘을 끌어와 우리 신체를 변형시키거나 아니면 정령계나 요정계의 특정한 존재와 계약을 맺고 그들을 소환하는 것밖에는 하지 못합니다. 여러분 마법사들처럼 세계 자체를 공명시켜 끌어들일 수는 없죠.”
리시니시시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런데 또 생각을 하다 보니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엘프가 자력으로 정령계와 요정계를 끌어들여 공명을 시킬 수 있었다면?
그럼 엘프는 진작에 멸종했을 것이다. 틀림없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았을 테니까. 그냥 사방에 공명마법을 시전해 놓고 다들 드러누워 숨만 쉬었겠지.
‘그걸 생각하면 다행이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도 마음 한 켠이 여전히 아쉬운 걸 보면 그녀는 어쩔 수 없는 엘프였다.
그렇게 모든 싸움이 정리되었다.
일리안느는 쑥대밭이 된 전장을 바라보며 종알거렸다.
“이렇게 힘들게 가고 있는데 빌레인 왕국에선 무역을 잘 받아들여 주겠죠? 우리 주변 영지들처럼 이상한 꼬투리 안 잡았으면 좋겠는데……!”
그 말에 조용히 식은땀을 흘리고 있던 글라우베 씨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뭐? 무역을 잘 받아들여 주겠죠?
사실 그도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무역로를 튼다고 해도, 무역 조건을 어떻게 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했으니까. 어떻게 하면 나쁜 조건들을 다 빼고 최대한 유리하게 계약을 맺을까 그걸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깨닫는다.
그런 고민 따위 불필요했다는 사실을.
“허허. 무얼 걱정하십니까. 죽기 싫으면 우리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겠지요…….”
그의 시선이 포격으로 쑥대밭이 된 전방을 훑었다.
이만한 폭발을 빌레인 왕국의 마법사들이 감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협상은 이미 끝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베리테 영지는 단순히 대단한 물건을 생산해 내는 시골 영지가 아닌, 무지막지하게 강력하기까지 한 영지였으니까.
협상은 순조로울 것이다.
다 익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그렇게 자연스럽게 원하는 결과가 손으로 굴러들어 오겠지.
‘이제……. 협상보다는 도시 건설을 고민해야겠구나. 도련님이 이곳 몽르올 지역을 평정하고 땅을 빌려서 국제도시를 건설하고 싶다고 하셨지……?’
글라우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둘러선 산들이 이젠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이제 그는 어디에 도시가 들어서면 좋을까, 고민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몽르올 지역을 되새겨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