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3화(53/171)
53화 빌레인 왕국
빌레인 왕국.
영토는 드블랑 왕국의 세 배를 자랑하지만, 인구는 700만 수준으로 드블랑과 비슷한 그런 나라였다.
넓은 영토에는 자원마저 풍부했기에, 예로부터 주변의 침략을 많이 받아 온 나라. 하지만 항상 뛰어난 인재들이 넘쳐나 수많은 위기를 이겨 내고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저력 있는 나라.
그런 빌레인의 왕궁이 지금 당혹과 공포로 소란스러웠다.
그것은 왕국의 서남부, 몽르올 지역에서 돌연 관측된 막대한 마력 반응 탓이었다.
분명 그 지역에는 그만한 마력 반응을 일으킬 만한 마법사 세력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도깨비처럼 나타난 강렬한 반응은 왕궁을 초긴장 상태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항상 빌레인 왕국을 호시탐탐 노리는 쥬피데르 왕국이나 히센 왕국의 공작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즉시 소집된 궁정 마법사들이 미친듯이 마력 파장을 분석했고, 마침내 궁정 마법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 결과를 발표했다.
“폐하! 마력 파장 분석이 모두 끝났습니다!”
“어서 말해 보라!”
“그것이…… 칼라산맥을 넘어온 마법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말에 모두가 눈을 껌뻑거렸다.
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궁정 마법사장…….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마법이…… 산맥을 넘어왔다고 말한 게 맞는가?”
“예. 폐하. 정확히는 산맥 너머의 드블랑 왕국 동부 지역에서 날아온 것으로 계산되었습니다.”
궁정 마법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확답을 내리고 대신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 무슨!”
“그게 가능한 일이란 말이오?”
“전설의 드래곤이 현신이라도 했단 말인가?”
시끄럽게 의견을 교환하는 대신들.
“조용! 모두 조용히 하라!”
그런 대신들에게 일갈하며 단숨에 정숙을 이끌어 내는 국왕의 카리스마.
빌레인 왕국의 국왕 록시테르 빌레인은 궁정 마법사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경의 생각을 말해 보라. 정말 드래곤이 현신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300년 만에?”
그 말에 궁정 마법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의 마력은 감지할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마법 학계에서 가상적으로 제안된 적 있었던 초장거리 마법 포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장거리 마법 포격! 그걸 실현해 냈다는 말인가……!”
록시테르 국왕은 탄성을 터뜨리며 생각에 잠겼다.
모든 대신이 입을 다물고 국왕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
긴 침묵 끝에 마침내 록시테르의 입이 다시 열렸다.
“드블랑 왕국의 동부면 베리테 백작령이겠구나. 최근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마법사들이 모두 그곳에 다녀간 이후로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흔들리고 있지.”
그 말에 궁정 마법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공무가 바빠 저는 직접 가지 못했으나, 다녀온 제자에게 저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알마게스트>를 정정한 진정한 진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대(大) 마법의 시대마저 뛰어넘는 기적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빌레인 왕국은 변방의 작은 왕국이었으나, 세계의 흐름을 결코 등한시 하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이 작은 나라로 험한 국제 질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국왕이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 성과가 벌써 이렇게 나왔단 말인가. 페르세타 베리테. 그 마법사의 솜씨가 참으로 놀랍구나. 경들은 이 사태를 어찌 생각하는가?”
록시테르가 대신들에게 묻자, 침묵을 지키던 대신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해 펼쳐 내기 시작했다.
“이는 잠재적으로 안보에 있어서 큰 위협입니다. 초장거리 마법 포격이 칼라산맥을 넘을 정도면, 왕도를 바로 노리지 못하리란 법도 없으니 말입니다.”
이에 국왕이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다.
초장거리 마법 포격이라니. 생각할수록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공격 기술이었다.
자고로 마법사의 마법이란 위력이 강력한 대신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그 존재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이 약점이었다.
만약 마법사 한 무리가 왕도 앞에 진을 치고 포격 마법을 준비한다? 그럼 상대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기사단을 보내 마법을 준비 중인 마법사들을 끝장내는 것이다.
적진을 뚫을 강력한 기사단이 없다면 문제겠지만, 빌레인 왕국은 인구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단 양성에 큰 힘을 쏟아 오히려 주변국보다 앞선 기사단 전력을 자랑하는 국가.
걱정할 게 없었다.
그런데 그 마법사들이 보이지도 않는 먼 곳에서 준비를 마치고 일방적으로 포격을 쏟아붓는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대단위 실드를 펼쳐 막는 것도 한두 번이지. 언제 쏟아질지도 모르는 마법 포격을 24시간 경계하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궁정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속에서 또 다른 대신이 입을 열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우리 영토에 포격을 가했다는 것 자체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은 심각한 도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베리테 백작령이 칼라산맥을 넘어올 수단을 만들어 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음…….”
“으음…….”
병무 대신의 말에 국왕을 포함한 모두가 침음성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빌레인 왕국이 사실상 몽르올 지방에 대한 통제를 잃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곳은 엄연히 빌레인 왕국의 영토.
그곳에 타국이 마법 포격을 가한 사건이었다.
그 자체도 외교 문제이거니와, 그들이 대체 거기에 왜 포격을 가했을지를 생각하면 더 골치가 아파지는 것이었다.
“설마. 칼라산맥을 넘어와 몽르올 지방을 장악하려는 건가…….”
국왕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되면, 빌레인 왕국은 삼면에서 타국과 국경을 맞대게 된다.
현재의 힌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만으로도 이미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더해서 마법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드블랑까지 국경을 접한다?
이는 실로 악몽과도 같았다.
국왕은 초조하게 생각에 잠겼다가 가장 가까운 곳에 서 있는 신하를 바라보며 물었다.
“재상. 재상은 어찌 생각하는가.”
그 말에, ‘빌레인의 지혜’라 불리는 섀미온 재상이 감았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젊은 여인이었고, 목소리는 은쟁반처럼 낭랑했다.
“폐하. 제 생각에는 이는 걱정할 일이 아닌,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일로 보입니다.”
“오히려 기뻐해야 한다?”
“예. 제가 일전에 우리 영토에 들어와 물건은 팔지 않고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는 상단을 수상히 여겨 조사한 바가 있습니다.”
“그런 일이 있었는가?”
“예. 폐하. 그들은 드블랑 왕국의 베리테 영지로 향하던 글라우베 상단이라는 자들이었는데, 무역로가 막혀 이곳으로 돌아와 일행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설마……?”
“네. 이번에 칼라산맥을 넘어온 이들이 바로 그들의 일행. 즉, 베리테 백작령의 상단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몽르올 지방은 산적들이 넘쳐나는 땅. 그들과의 전투를 위해 마법 포격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떨어집니다.”
재상 섀미온의 말에 국왕을 비롯한 대신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럼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을 수도 있는 무리가 군대가 아닌 상단을 거느린 사절단이라는 말인가?”
“저는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몽르올 접경 지대에 비상령을 발동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함이 옳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대의 말이 옳다! 즉시 시행하라!”
왕명이 즉시 궁정을 나가 몽르올 접경 영지로 전달되었다.
록시테르 국왕은 재상 섀미온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재상. 아까 했던 말은 무엇인가?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일이라니?”
“제가 듣기로 베리테 백작가는 현재 주변 영지들의 견제로 무역로가 막힌 상태라 합니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사절단을 보낸 것이라면……. 이참에 그들의 실력과 성향을 확실히 확인하여 믿을 만할 경우 동맹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동맹?”
“예. 폐하. 아시다시피 우리 빌레인 왕국의 안보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현재는 제국과의 동맹으로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의 야욕을 막아서고 있지만, 이 평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계속 말해 보라.”
섀미온 재상이 반짝이는 눈을 들어 다른 대신들과도 일일이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젊었으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많은 어려움을 해결해 자신의 지혜를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베리테 백작령에서 시작한 마법의 혁명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입니다. 엄청난 마법의 발전은 기존의 국제 질서를 흔들 것입니다. 따라가는 자들은 앞설 것이요, 놓치는 자들은 도태되겠지요.”
“음. 일리가 있다.”
“예. 폐하. 특히 제국의 영향력도 흔들릴 여지가 있습니다. 새로운 힘으로 자신감을 가진 세력들과 제국을 미워하는 무수한 민족주의자들이 제국의 권위에 도전할 것이니까요.”
“즉, 우리를 지켜 줄 방어막이 사라질 수 있다?”
“예. 폐하.”
섀미온 재상은 반짝이는 눈을 깜빡이며 결론을 지었다.
“그러니. 그들이 믿을 만하다면,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것 이상을 주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깊이 얽혀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이 개수작을 부릴 때, 함께 싸울 든든한 동맹을 얻을 수 있다. 이 말이로군.”
“예. 폐하. 바로 그것입니다.”
섀미온 재상의 말에 록시테르 국왕은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는 기분을 느꼈다.
“여봐라! 변경으로 왕명을 전달하라. 만약 칼라산맥을 넘어온 자들이 사절단일 경우, 제국의 국빈을 맞이하는 예로 그들을 극진히 맞이하도록 하라!”
“예! 전하!”
또 하나의 왕명이 궁정을 빠져나갔다.
빌레인의 국왕과 대신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들을 찾아올 손님을 기다렸다.
* * *
“와! 우와아……!”
몽르올 지방을 지나쳐, 본격적으로 빌레인 왕국에 들어선 뒤, 일리안느는 매 순간순간, 눈을 반짝이며 감탄을 토해 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리시니시시 님! 이 조각 좀 봐요!”
“으음……. 처음 보는 금속과 석재가 조화롭게 사용되었군요. 인간의 손재주도 마냥 무시할 게 아니었습니다. 오호…….”
일리안느와 리시니시시의 앞에 놓인 커다란 조각상.
리시니시시는 순간적으로 곰방대를 빠는 것도 잊을 정도로 조각상에 깊은 감탄을 표했다.
사람인 일리안느나 엘프인 리시니시시나 모두 놀라기는 매한가지였다.
일리안느는 평생 베리테 영지를 떠나본 적 없는 촌사람이었고, 리시니시시 역시 사람의 마을이라면 베리테 영지밖에는 본 적이 없는 숲 엘프였으니까.
그런 그들에게 빌레인 왕국와 화려한 문물은 쉽게 눈을 뗄 수 없는 대단한 것이었다.
견문이 넓은 글라우베 씨는 그런 둘을 보며 푸근하게 웃었다.
“빌레인 왕국의 예술품은 유명하지요. 자원이 워낙 풍부한 국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여유롭고 부유하여 예로부터 예술을 사랑하고 발전시켜 왔지요. 세이린 제국에서도 빌레인 왕국의 물건이라고 하면 최상품으로 칠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글라우베 씨의 설명에 일리안느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니까요! 촌부가 입은 옷마저 어찌나 멋지던지요! 직물과 염색, 그리고 자수 솜씨도 대단한 것 같아요.”
“확실히. 손기술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발상과 표현 능력이 우수합니다. 우리 동족들 사이에 가져가도 탐내는 이들이 좀 있을 것 같군요.”
일리안느가 감탄하면 리시니시시가 조용히 동조한다.
“이런 나라와 무역을 하면 우리 영지도 정말 얻을 게 많겠지요?”
일리안느의 질문에 글라우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피차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잘 될까요?”
“음…….”
글라우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도 그들의 주변에는 빌레인 왕국군이 호위를 서고 있었다. 국빈을 맞이하는 예우로 최상의 대접을 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글라우베는 또 떠올렸다. 몽르올 지방을 빠져나온 후 마주친 영지마다 자신들을 극진히 대접했던 영주들을.
그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그어진다.
“어쩌면, 잘 되는 것. 그 이상이 될 것도 같습니다. 소문은 들었지만, 빌레인 왕국의 사람들. 역시 아주 똑똑한 것 같습니다.”
그의 머릿속으로는 이미 대충 그려지고 있었다.
빌레인 왕국이 베리테 영지에 무엇을 원하는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