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4화(54/171)
54화 시험
마침내 베리테 백작령의 사절단이 빌레인 왕국에 도착했다.
빌레인 국왕은 크게 기뻐하며 융숭한 연회를 베풀었다.
“우와아아…….”
일리안느는 눈이 돌아갔다.
생전 처음 보는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춤을 추고,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심미적 충격을 연달아 불러일으키고. 화려한 수공예품들을 선물로 받고.
거기다가 음식은 어찌나 맛있는지!
평생 자신이 욕심 없이 소탈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일리안느였지만, 오늘은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난 그냥……. 욕심을 가질 만한 물건을 평생 본 적이 없었던 것뿐이야.’
일리안느는 기분이 붕붕 뜨는 것 같았다. 행복했다.
‘아, 오빠랑 부모님도 이걸 보셨어야 했는데……!’
이 좋은 걸 자기만 즐기고 있다는 생각에 아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렇게 일리안느의 분위기가 풀어질 대로 풀어졌을 때, 빌레인 왕국의 궁정 마법사장과 섀미온 재상이 접근했다.
“반갑습니다. 베리테 백작 영애.”
그들은 가벼운 인사로 웃으며 접근하여 일리안느와 대화를 나눈다.
적당한 선물을 줘서 일리안느의 호감을 사고, 그녀가 관심을 보이는 예술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친밀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런 직후, 섀미온 재상이 궁정 마법사장에게 눈짓을 보낸다.
궁정 마법사장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일리안느에게 물었다.
“이번에 베리테 영지에서 열렸던 포럼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저도 들었습니다. 공무가 바빠 참석하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더군요. 그래도 제자가 다녀온 덕에 요즘 제자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제가 녀석을 스승님으로 모셔야 할 지경입니다. 허허.”
그 말에 일리안느가 눈을 반짝였다.
“앗, 정말요? 제자 분이 포럼에 오셨어요? 이름이 어떻게 되죠?”
이름을 맞춰 보니 일리안느의 기억에도 있는 마법사였다.
“아! 그분. 굉장히 영민하셨죠! 저희 오빠도 몇 번인가 칭찬을 했던 마법사예요!”
아는 사람의 존재를 통해 한층 더 친밀해지는 분위기, 빌레인의 궁정 마법사장은 그 분위기를 틈타 일리안느에게 다양한 질문을 건넸다.
페르세타의 마법 실력이 대체 어디까지 닿아있는가.
페르세타는 어째서 그 귀중한 지식을 별다른 조건도 없이 모두에게 나눠 주었던 것인가.
요즘 베리테 영지의 발전이 눈부실 것 같다.
칼라산맥은 어떻게 넘어온 거냐. 등등.
일리안느는 이 모든 질문에, 자신이 아는 그대로, 그리고 짐작하는 대로, 가감 없고 솔직하게 답변했다.
애초에 그렇게, 평소처럼 솔직하고 친밀하게 관계를 쌓고 오라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베리테 백작가의 혈족을 대표로 한 명은 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즈바르트나 페르세타가 아닌 일리안느가 선택된 이유가 있었다.
그녀가 남매 중 가장 사교성이 좋을 뿐 아니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말할 줄 아는, 그러니까 신뢰를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빌레인 왕국과는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게 페르세타와 플리안 백작의 공통된 의견이었고, 그에 가장 적합한 인재가 바로 일리안느였다.
“음……. 우리 오빠의 경지라. 글쎄요. 제국의 현자님조차 우리 오빠의 마법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가늠도 못 하시더라고요.”
“오빠가 마법을 관대하게 가르쳐 주는 이유요? 이건 제 짐작이긴 한데요. 오빠의 경지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 같아요. 자기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없어서 쓸쓸해 하는 것 같달까……?”
“칼라산맥에는 마법으로 터널을 뚫었어요. 진짜 말도 안 되죠? 1,000명이 넘는 마법사가 새로운 마법을 배우니까 이런 것도 되는구나 싶더라고요.”
“우리 목표는 칼라산맥을 완전 정복하고 그곳을 우리의 영지로 삼는 거예요. 산맥으로 나뉘어 있던 나라들을 연결하고, 장차 닥칠 수 있는 난세에서 중재자를 자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오빠는 그렇게 말했어요.”
일리안느는 모든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했고, 재상 섀미온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그런 일리안느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렇게 즐겁게 대화를 하고 섀미온 재상과 궁정 마법사장들을 떠나보낸 뒤, 일리안느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후…….”
‘이만하면 진심이 전해졌겠지?’
일리안느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저들이 자신에게 그러한 질문을 한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을 통해 베리테 영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한 거겠지.
그녀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랐다.
‘섀미온 재상이라고 했나? 그 언니. 꼭 진실과 거짓을 다 알아보는 것만 갈은 눈이어서……. 다 사실만 말하는 데도 긴장됐어.’
* * *
“제가 봤을 때, 그녀가 말한 것은 모두 진실이었습니다.”
“그럼 믿어도 된다는 소리로군…….”
“예. 페르세타는 마법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인물인 듯하고 주변과의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칼라산맥의 정복처럼 제3의 길을 개척하는 인물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그가 패도를 추구하는 자였다면, 이곳까지 넘어올 필요 없이 주변 영지와 영지전을 일으켜도 됐을 일이지요.”
빌레인 국왕은 재상의 단언에 토를 달지 않았다.
그녀의 지혜는 하늘에 닿았다고들 하며, 특히 참과 거짓을 판별하는 문제에서 그녀는 여태 틀린 적이 없었다.
“이제 확인해 볼 것은 저들의 저력인가?”
“예. 근위 기사단장에게 이미 말을 마쳐 두었습니다.”
“그래. 진행하도록 하라.”
즐거운 연회 자리 속에서 은밀한 신호가 오고 가고, 그 신호를 받아 든 근위 기사단장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큰 체구로 모두의 주목을 끌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오늘! 귀한 손님들을 만나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헌데 저도 무인인지라 피가 끓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리시니시시 공. 엘프들은 모두 뛰어난 기프트 나이트라 들었습니다.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엘프의 무예를 견식할 기회가 없을 듯하여 실례를 무릅쓰고 한 수 청할까 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하이 엘프, 리시니시시를 향했다.
맛 좋은 술과 음식도 몇 입씩만 먹고 그 후론 곰방대만 열심히 빨던 리시니시시가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은데…….”
엘프는 평화의 종족이 아닌가? 한창 평화에 취해 있는 중인데 칼부림을 하자니. 정말이지 인간들은 야만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리시니시시 님. 한 수 보여 주세요. 저도 궁금해요.”
일리안느까지 나서서 부탁을 하자 리시니시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녀와 엘프에게 있어서 페르세타는 최중요 인물이었고, 일리안느는 바로 그런 페르세타의 동생이었으니까.
“끙…….”
앓는 소리를 한 번 낸 리시니시시가 그대로 곰방대를 빨며 앞으로 나섰다.
빌레인의 근위 기사단장이 그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면서 어느새 옆에 대령된 연습용 검을 권유했다.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골라잡으시지요.”
하지만 리시니시시는 곰방대를 뻐끔거리며 말할 뿐이었다.
“됐다.”
“예?”
“맨손으로 하겠다.”
“그런…….”
“귀찮으니 빨리 덤비기나 해라.”
“……곰방대는 계속 들고 있을 건가요?”
“빨리 덤비기나 해라.”
근위 기사단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리시니시시의 태도에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긁힌 것이었다.
“후회하지 마시오.”
근위 기사단장은 날이 뭉개진 기다란 장검을 뽑아들고 자세를 갖추었다.
“오오. 근위 기사단장님과 엘프라니!”
“이런 승부를 볼 수 있다니……!”
빌레인 왕국의 사람들은 기사를 굉장히 숭앙했다.
적은 인구로 강한 왕국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기에, 항상 기사나 마법사와 같은 비대칭적인 전력에 큰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었다.
근위 기사단장은 그런 빌레인에서도 무력으로 정점에 이른 인물.
그런 자가 전설의 엘프와 승부를 가린다니 절로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가겠소!”
마음이 상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말투조차 하오체로 바꿔 버린 근위 기사단장이 땅을 쿵! 박차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검과 전신에서 웅혼한 오러가 피어오르고, 탄력적으로 변화하는 속도가 상대의 리듬을 빼앗는다. 아차 하는 순간, 태산을 쪼갤 듯한 참격이 리시니시시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설령 머리는 쪼개 놓지 못하더라도, 입술에 물고 있는 곰방대라도 쪼개 놓겠다는 기세.
하지만.
따앙!
리시니시시는 오른손으로는 곰방대를 쥔 채로, 왼손의 엄지와 검지만으로 상대의 검날을 붙잡았다. 손 끝에서 피어오르는 강렬한 엘프의 오러가 금속이 비틀리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근위 기사단장의 오러를 상쇄한다.
“어……?”
근위 기사단장이 멍청한 소리를 내는 순간, 리시니시시는 그대로 몸을 옆으로 비키며 왼손을 뒤로 쭉! 잡아당겼다.
칼을 휘두르던 관성 탓에 근위 기사단장은 그에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하고 앞으로 쭈욱 끌려들었고, 턱!
절묘한 순간에 뻗은 리시니시시의 발에 걸리며 그대로 바닥에 콰당탕! 엎어지고 말았다.
“후우우-”
리시니시시가 하얗고 푸른 연기를 뿜어내며 묻는다.
“이 정도 놀아 줬으면 됐나?”
그 말에 엎어져 있던 근위 기사단장은 정말로 참을 수 없어졌다. 수치스러워도 너무 수치스러웠던 것.
“당신……!”
파아앙!
그의 몸이 사라졌다.
너무 빨리 움직여서 보이지 않았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그 자리에서 허공을 찢고 사라져 버렸다.
기프트 ‘공간도약’.
근위 기사단장의 거구가 순식간에 공간을 넘어 리시니시시의 뒤통수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리시니시시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엘프의 감각과 반사 신경은 급이 달라서. 더구나 요새는 요령초 덕택에 더 예민해져 있고.”
그는 마치 이렇게 되는 미래를 이미 봤다는 것처럼 자연스레 반응했다.
화륵!
리시니시시의 온몸이 불길로 변화하더니, 바람에 흩날리며, 순식간에 몸의 방향과 자세를 바꾼다.
바람이 불며, 그녀의 몸이 근위 기사단장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덥썩!
그녀는 검을 휘두르던 근위기사단장의 팔을 잡고, 그대로 던져서 메다꽂아 버렸다.
콰아아앙!
근위 기사단장의 육중한 몸.
거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던지기.
바람 같은 속도.
이 모든 것이 합쳐지자, 아무리 대단한 근위 기사단장이라도 버티지 못했다.
“끄르륵…….”
그대로 거품을 물며 기절을 해 버린 것.
“후우-”
리시니시시는 곰방대를 빨며 느릿느릿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빌레인의 국왕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 광경을 입을 쩍 벌린 채 쳐다보기만 했다.
* * *
연회장 옆의 작은 응접실.
이곳에 빌레인 국왕과 섀미온 재상 그리고 일리안느와 글라우베가 자리를 잡았다.
재상 섀미온이 무역 협정서를 내민다.
“여러분들의 요청 사항을 잘 검토해 봤습니다. 우리 빌레인 왕국은 여러분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기에, 전폭적인 혜택을 드릴까 합니다.”
이번 사절단의 책임자인 글라우베가 섀미온이 내민 협정서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광산 개발권을 주시겠다고요?”
“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희가 가진 수많은 광산 중에선 채산성이 좀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산맥에 터널을 뚫을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여러분이라면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겠죠. 우리도 놀리는 광산에서 수익을 뽑아낼 수 있고. 여러분은 안정적으로 자원을 수급할 수 있고. 피차가 좋은 일이지요.”
파격. 엄청나게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통상 조약을 맺으러 왔는데 광산 개발권을 준다니?
당연히 은혜에 감읍하며 고개를 깊이 숙여야 마땅했다.
이에 글라우베는 말했다.
“그렇다면, 조건을 바꾸겠습니다. 국제 도시의 부지를 빌리는 것이 아니라, 몽르올 지역 전체의 할양으로 하지요.”
“뭐, 뭐라?!”
“예?”
빌레인 국왕과 섀미온 재상이 깜짝 놀랐다.
언뜻 보면 이것은 큰 호의를 베풀었더니, 오히려 더 큰 것을 요구하는 격이었으니까.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
하지만 글라우베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광산 개발권. 이름은 좋지만, 이런 게 있으면 우리는 빌레인 왕국에 환란이 닥쳤을 때, 개입을 해야만 하지요. 우리의 자산이 묶여 있으니까 말입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으음…….”
그의 말에 정곡을 찔린 재상 섀미온이 침음을 흘렸다.
“그러니 지금 빌레인 왕국은 우리에게 유사시에 함께 싸워 주길 요청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몽르올 정도는 내주셔야지요. 그래야 우리도 싸울 결심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허허 웃으며 서늘하게 말하는 글라우베.
그의 사람 좋은 인상을 보며 재상 섀미온은 생각했다.
베리테 영지.
정말로 만만치 않은 곳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