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5화(55/171)
일리안느와 글라우베가 빌레인 왕국과 협상을 하는 동안, 영지에 남은 살리넬르는 머리칼이 한 움큼씩 빠질 정도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째서 신비 세계는 마나의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가. 어째서 정령계는 인간계의 주위를 공전하는가.’
그는 너무나도 간절하게 이 비밀을 풀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초장거리 마법 포격에서 얻은 아이디어.
모든 마나가 차원의 중심을 향해 떨어진다는 사실에서 그는 결정적인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차원의 중심이 마나 한 덩이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세계와 세계도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이 바로 신비 세계가 공전을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이 생각을 떠올렸을 때, 그는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는 걸 느꼈다.
그의 모든 본능이 외쳤다.
이 안에 답이 있다고.
남은 것은 이걸 증명하는 문제뿐.
하지만 구체적으로 파고들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분명 느낌상으로는 이게 맞는데, 그걸 말과 수식으로 설명해 낼 수가 없었다.
살리넬르는 몇 날 며칠을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구했지만, 처음의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페르세타가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살리넬르님이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고요?”
살리넬르와 함께 마법 포격을 담당했던 라냐 비셰나의 전언이었다.
“네. 저번에 저희가 수식화한 마나 인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달려 나가셨어요. 그리고는 수업하실 때만 빼면 연구실에서 두문불출이에요. 사실 수업도 거의 정신이 나간 채 진행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페르세타의 기대감은 고조되었다.
마나 인력이라는 개념은 신비 세계의 운동을 기술하는 가장 핵심적인 개념.
설마 살리넬르가 정답에 근접한 것인가?
페르세타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리넬르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마침 마나의 만조 시기였다.
하루에 두 번 사방에서 마나가 불어오는 시간. 마법사에게는 영감이 몰려오는 시기라는 속설이 있어서 많은 마법사는 이 시간에 명상에 잠기거나 마법 수련과 연구를 진행하곤 했다.
페르세타는 몰아닥치는 마나의 바람을 느끼며 살리넬르의 연구실 문을 열었다.
과연, 들은 대로 살리넬르는 연구에 몰두해 있었다. 페르세타가 찾아온 것도 알지 못할 만큼.
그는 입으로 중얼거리며 종이를 채우고 찢거나 구겨 던져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연구실 바닥에는 구겨진 종이 뭉치들이 발목까지 쌓였다.
페르세타는 한동안 자리에 서서 살리넬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상하다. 이상해. 신비 세계의 운동이 끌어당기는 마나 인력과 같은 것이라고 가정하면……. 이건 이상하다. 죄다 이상해. 이번에도 틀린 건가? 하지만……. 맞는 것 같은데……. 느낌이 오는데…….”
페르세타는 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의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으며 불쑥 물었다.
“뭐가 그렇게 이상하십니까?”
“헛! 페르세타 선생……!”
“말씀해 보시죠.”
페르세타의 말에 살리넬르의 두 눈에 갈등이 스쳤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한 갈증과 페르세타의 도움 없이 그를 뛰어넘고 싶다는 욕심이 서로 부딪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결국에 승리한 쪽은 앎에 대한 욕구.
살리넬르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자세를 바로 하며 페르세타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는 신비 세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마나 한 덩이가 차원의 중심으로 끌려가는 것과 같은 힘이라고 가정을 내렸습니다.”
페르세타가 흡족해하며 빙그레 웃었다.
“참으로 좋은 접근입니다.”
하지만 페르세타의 칭찬에도 살리넬르의 얼굴은 펴질 줄을 몰랐다.
“우선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령계를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정령계가 일정한 속도로 우리 세계를 스쳐 지나가려고 할 때, 우리 세계가 그 정령계를 잡아끈다면, 그리고 그 힘들이 적절히 균형을 이룬다면, 정령계는 우리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인간계의 주변을 회전을 할 수 있습니다.”
“탁월한 통찰입니다.”
“거기서 생기는 제 의문은 이러합니다. 세상의 모든 물체와 마나는 움직일수록 점점 느려집니다. 그것이 느려지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려면 계속해서 힘이 투입되어야 하지요. 그것은 마치 갈매기 한 마리가 일정한 속도로 날기 위해서 계속 날갯짓을 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대의 대마법사 아리스토텔레스의 <피시케스>에 실린 이야기로군요.”
“네. 맞습니다. 세상에는 자연 운동과 강제 운동이 존재하니까요. 물체가 땅으로 떨어지거나 불이 하늘로 솟는 것. 또는 무거운 마나가 세계의 중심으로 끌려가거나 가벼운 마나가 세계의 중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자연 운동입니다. 사물의 본성이 속한 본연의 자리로 향하는 것이지요.”
“자연 운동이 수직운동이라면 강제 운동은 수평운동이라고 써 있지요. 그리고 강제 운동은 계속 힘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 멈춘다고.”
“네. 바로 그겁니다. 그에 비추어 보면, 신비 세계가 우리 세계를 스쳐 지나가려 하는 운동은 수평운동입니다.
그리고 관찰한 바에 따르면 모든 수평운동은 서서히 느려지다가 결국 멈춰야 마련이지요. 그런데 신비 세계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인간계를 도는 정령계도 마치 기러기처럼 스스로 힘을 내며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까?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페르세타는 쓰게 웃었다.
자신도 어린 시절 고민했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기존의 선입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진리란 그 선입관을 깨부숴서 더 넓고 유연한 선입관을 만드는 과정.
그 깨부수는 행위가 이토록 어려운 것이다. 살리넬르처럼 똑똑한 이들조차 헤맬 정도로.
페르세타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살리넬르 님은 차원의 자전을 알고 계시지요.”
“예.”
“차원이 회전하고 있다면, 왜 탑에서 떨어뜨린 공은 똑바로 떨어지는 것이며, 왜 손에서 떨어뜨린 마나의 덩어리는 똑바로 차원의 중심으로 날아가는 것입니까? 세계가 회전하고 있다면, 마땅히 비스듬히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살리넬르가 말꼬리를 흐리다가 대답했다.
“그것은 움직이는 사물이 계속 움직이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이미 차원의 회전에 편승하여 함께 회전하고 있었기에, 우리 눈에는 그것이 똑바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입니다. 만약 아주 멀리서 우리 세계를 관찰하는 마법사가 있다면, 그의 눈에는 그 사물이 비스듬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겠지요.”
페르세타는 흡족하게 웃었다.
살리넬르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것은 마치, 흔들리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는 배 안에서 우리가 정지해 있는 배와 마찬가지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그 안에서 나비가 날아다닐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습니까?”
페르세타는 계속 미소만 지었다.
그걸 빤히 바라보던 살리넬르는 불현듯 스스로 깨달았다.
“아……! 설마 아리스토텔레스의 <피시케스>가 틀렸다는 말씀이십니까! 사물은……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정지한 것은 정지하고자 하고 움직이는 것은 움직이려 한다……!”
“네. 저는 그걸 ‘관성’이라고 부릅니다. 자, 그렇다면 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사물이 움직임을 멈추겠습니까?”
“그건……. 외부에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공기가 가로막고 다른 마나가 앞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아아! 그래서 진공상태에서는 마나가 계속 가속을 하는 이유도……!”
“정확합니다.”
살리넬르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민하던 문제 하나가 해결된 것이다. 만약 사물이 고스란히 움직이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면, 신비 세계를 미는 또 다른 힘을 상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것은 아무 힘을 주지 않아도 계속 나아가고자 할 테니까!
하지만 그의 얼굴은 다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이걸 수식화하기는 어렵습니다. 세계가 마나를 당기는 힘이 있다고 한들, 그 힘이 얼마나 큰지. 무엇에 영향을 받는지 계산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페르세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어떻습니까? 무거울수록 더 강하게 끌어당긴다.”
“저도 그리 생각은 해 봤습니다. 세계를 거대한 마나의 덩어리라 가정을 했지요. 그리고 마나끼리는 서로 잡아당긴다고 가정했습니다. 하지만 마나는 나뉠 수 있지 않습니까? 각 마나의 덩어리가 수없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게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각 덩어리가 내 손의 마나 덩어리를 당기는 힘과 방향이 다 제각각일 것입니다.”
살리넬르의 시선이 하늘과 지상을 각각 향했다.
“어떤 마나들은 저 하늘에서 더 먼 만큼 더 적은 힘으로 당길 것이고, 어떤 마나들은 이 땅에서, 더 가까운 만큼 더 강한 힘으로 당길 것입니다. 이토록 힘이 다채롭고 제각각인데, 그 총 크기를 어찌 구한다는 말입니까? 너무 복잡하고 난해합니다.”
이 말에, 페르세타는 간략하게 대답했다.
“그 힘은 모든 세계가 중심점에 집약되어 있다고 것으로 가정하고 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네?”
“답만 말씀드리면 그렇다는 겁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는 직접 증명해 보시지요.”
살리넬르는 멍하니 페르세타를 바라보다가 자신이 연구해야 할 것을 노트에 빠르게 적어 놓고는 꿀꺽 침을 삼켰다.
“그렇다면 선생님. 이건 어떻습니까? 제가 요즘 차원의 우주를 계속 관조하며 보니, 신비 세계의 움직임은 완벽한 원을 형성하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초점을 가지는 타원의 궤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요. 세계가 일정한 힘으로 신비 세계를 끌어당기고 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그 답은 이미 알고 계십니다. 힘이 일정하던가요?”
“아……!”
그런 때가 있다. 혼자 생각할 때는 죽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다른 사람의 입을 거치면 거짓말처럼 명쾌해질 때가.
살리넬르는 지금 그걸 느꼈다.
“끌어당기는 힘이…… 멀어질수록 약해지기 때문이군요.”
“네. 그러니, 그거에 대한 정확한 수식과 모형은 역시 직접 한번 고민해 보시죠.”
이제 살리넬르는 손을 벌벌 떨며 자신의 노트를 채웠다.
그는 앎의 기쁨과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절망을 동시에 느끼며 페르세타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아까 ‘관성’을 말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요.”
“그런데 그렇다면, 그 ‘관성’이라는 것을 확장해서 생각하면, 멈춘 것은 멈추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즉 내가 그것을 끌어당기려 하면, 나 역시 그쪽으로 그만큼 끌려가는 반대 방향의 힘을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렇겠지요.”
“그럼 마나 한 덩이도, 또 정령계도 이 세계를 똑같은 힘만큼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인데……. 왜 우리 세계는 끌려가지 않는 겁니까?! 이건 모순 아닙니까?”
살리넬르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는 이미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마찬가지로, 페르세타 역시 신비 세계가 공전하는 원동력을 ‘마나 인력’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는 더욱더 필사적으로 반례를 짜냈다.
페르세타에게서 오류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거대한 진전일 터였으니까.
하지만 페르세타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끌려가고 있습니다.”
“네?”
“당신도 지금. 우리 세계가 끌려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페르세타는 눈을 감고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로 마나의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정령계와 인간계 사이에 존재하는, 동일한 끌어당김에 의해 마나들이 이끌려 가는, 마나의 만조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페르세타는 손을 가만히 내리고 웃었다.
“다만 왜 그 끌려감이 마나 한 덩이나 정령계의 공전처럼 극적이지 않은지. 그것 역시 한번 스스로 생각해 보십시오.”
“…….”
살리넬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젠 더 이상 질문할 것도, 반박할 것도 남지 않았다.
페르세타는 기꺼이 통찰과 답을 내주었고, 이제는 살리넬르가 왜 그러한지 스스로 찾아내야 할 차례.
살리넬르는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한 탓이었다.
“페르세타 선생님.”
“네.”
“전 더 이상 저를 과대평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말씀은……?”
“오늘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눌 작정입니다. 내 혼자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우리 모두의 힘을 합쳐서라도 당신을 뛰어넘어 보겠습니다.”
그 말이, 왜 이리 기꺼운 건지. 페르세타는 자기도 모르게 함박웃음을 베어 물었다.
살리넬르는 그 웃음이 얄미워서 이를 갈았다.
“긴장하십시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준비가 되면 다음 강의를 열겠다 하셨지만, 어쩌면 우리가 그 강의 이전에 모든 걸 밝혀 낼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오늘 제게 너무 많은 힌트를 주셨어요.”
페르세타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프린키피아>를 먼저 발표하기 전에, 살리넬르와 다른 학생들이 먼저 그 주요 내용들을 다 파악한다면……?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어쩌면 이미 <첼레스티움>의 발표로, 자신의 노고를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설령 <프린키피아>하나를 뺏기더라도 아직도 <레라티비테트>와 <콴티지에옴>이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결국 페르세타의 제1 목표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발전시켜 자신의 연구 동료들을 성장시키는 것이었으니.
페르세타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으면 해 보세요.”
도전을 해 준다면, 좋다.
하지만 오늘 살리넬르가 헤매는 걸 보니……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를 악무는 살리넬르와 빙그레 웃는 페르세타.
둘의 사이로, 마나의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작가의 말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뉴턴의 천재성 하나로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만들어진 게 아니었습니다.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대화>에서, 그는 이미 관성과 상대성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한 탑과 배의 사고실험이 바로 거기에서 등장하죠.
또한 케플러는 오랜 관찰로 천체의 움직임이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의 형상을 취하고 있음을 알아냅니다. 뉴턴은 이것에 근거해서 중력의 역제곱 법칙이 천체의 움직임을 정확히 설명함을 보여 주었지요.
동시에 이런 생각들은 머나먼 고대부터 진리로 여겨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과 천체에 관한 상식을 깨부수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뉴턴은 이런 과학의 발전 위에 자신이 개발한 미적분학을 더해 세상의 모든 움직임을 수식으로 표현해내고자 했죠.
그것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도 놀러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