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5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56화(56/171)
56화 정령계가 가장 빛나는 날
빌레인 왕국으로 떠났던 사절단이 돌아왔다.
일리안느는 밝게 웃으며 손을 붕붕 흔들고 글라우베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리시니시시는 뻐끔뻐끔 곰방대를 피운다.
그 뒤로 빌레인 왕국이 자랑하는 온갖 종류의 금속과 보석, 목재와 석재, 약초들이 그득하게 실려 있었다.
베리테 영지의 마법 공방들과 각종 산업에 필요한 양을 다 채우고 남을 정도였다.
점점 줄어드는 재료들에 내심 노심초사 걱정을 했던 장인들과 기술자들은 활짝 웃으며 사절단의 귀환을 반겼다.
페르세타 역시 영지 입구까지 나가 사절단을 환영하고 그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을 직접 확인했다.
“글라우베 님. 제가 말씀드렸던 것들은 확보가 되었을까요?”
“물론이죠. 도련님. 진령(盡靈) 3톤에 정령목 10톤 그리고 말씀하신 보석 종류와 석재, 특수한 흙들까지도 전부 다 준비해 왔습니다.”
“아! 정말 감사합니다.”
“이게 제 일인걸요.”
페르세타는 글라우베에게서 산더미처럼 많은 자원을 수령했다.
“드디어 이걸 할 수 있겠구나.”
페르세타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글라우베 마법 대학이 있는 방향이었다.
보지 않아도 그의 눈에는 선했다.
지금도 그곳에는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여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살리넬르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준 이후로 마법사들은 더더욱 불타올랐다.
가령, 인간계 전체가 마나를 끌어당기는 마나 인력은 인간계의 중심 한 점에 인간계 전체가 응축되어 있을 때와 동일하다- 같은 것.
페르세타가 준 힌트를 풀기 위해 마법 대학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나서서 칠판이 빼곡해지도록 수식을 채우고 자기들끼리 매일같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페르세타는 이런 게 아주 흡족했다.
학구적인 분위기도 잡혔고 더듬더듬 올바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척되는 것도 눈에 보였으니까.
페르세타는 이런 학구열에 기름을 붓고, 나아가 전 세계로 이것을 확대하고 싶었다.
지금은 학교를 떠난 현자나, 이그나치오 교장, 그리고 민족주의자 리더인 애켈슨 같은 우수한 인재들도 계속 함께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게 그의 목표.
그러기 위해서 글라우베에게 특별히 부탁했던 재료들이 도착했으니, 이제는 구상했던 건물을 만들 차례다.
“이걸 내가 일일이 다 가공하는 건 힘드니까. 엘프들에게 맡겨야겠다.”
페르세타는 둥실둥실 떠가는 자동 수레에 물건들을 싣고 베리테령 엘프 마을로 향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먼저 마을에 도착해 있던 리시니시시가 눈을 반짝이며 페르세타를 반겼다.
페르세타는 씩 웃으며 품에서 희석한 요령초 가루 한 주머니와 3개들이 진품 요령초 상자를 리시니시시에게 넘겼다.
“이번 임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언제든 불러만 주십시오!”
리시니시시는 페르세타는 쳐다도 보지 않고, 요령초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침을 꼴깍 삼키며 그것을 받아 갔다.
“다름이 아니라 엘프 마을에 또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아, 예. 그렇군요.”
리시니시시는 안절부절못하며 대답했다. 눈은 여전히 진품 요령초에 고정된 채였다. 스으읍- 코로 냄새까지 맡는다. 어서 방에 들어가서 한 대 태우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해 보였다.
“이번 일도 잘해 주시면, 아주 끝내주게 연회 한 번 열어 드리려고요.”
“연회?”
드디어 리시니시시의 눈이 페르세타를 향했다. 그녀의 귀가 흥분으로 파닥거린다.
“연회?”
“연회라고?”
“누가 연회 소리를 냈지?!”
마을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엘프들도 귀를 쫑긋거리며 다가왔다.
페르세타는 웃으며 준비한 작업 지시서를 리시니시시에게 건넸다.
“제가 가져온 재료들을 이렇게 가공해 주시면 됩니다.”
“종류가 많군요.”
“네. 그래서 연회도 아주 대단할 거예요.”
“꿀꺽……!”
리시니시시가 냉큼 작업 지시서를 챙겨 들었다.
그는 그제서야 페르세타가 가져온 산더미 같은 재료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 많은 걸로 무얼 하시려고 합니까?”
그 말에 페르세타는 미소를 지었다.
“건물을 지으려고요. 세계와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오호…….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대한 빨리 재료 가공을 마쳐 보겠습니다!”
뚝딱뚝딱.
그날 이후로 엘프 마을에는 불이 꺼지질 않았고, 페르세타는 재료가 준비되는 족족 그것을 글라우베 마법 대학으로 옮겨 학교 부지에 새로운 건물을 올렸다.
이번에 세우는 건물은 심상의 도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시설이었다.
환요계의 요술을 걸어서 환상 속에서 심상을 변화시키는 체험을 겪을 수 있도록 특별히 공들여 설계했다.
이걸 위해 페르세타는 성녀가 낸 논문을 특히 많이 참고했다. 보다 직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심상을 다루는 천사 성교회의 기술들은 초보자들이 심상의 도구에 대해 감을 잡아가는 데 훨씬 유리할 것으로 보였으니까.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게서 또 배울 점이 있다는 건 정말 좋아.”
성녀에게서 배운 이 새로운 지식은 페르세타에겐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지적 희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이런 건물도 구상할 수 있었다.
“이로써, 마법은 더 빨리 발전하겠지. 그리고……. 흩어졌던 이들을 다시 하나로 묶어 줄 거야.”
페르세타는 그동안 몇몇 인물들에게만 가르쳤던 심상의 도구라는 개념을 더 많은 마법사들에게 전파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마법 발전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또 마법사들 간의 유대와 지적 교류를 더욱더 가속화시키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프린키피아>의 발표가 더욱더 앞당겨질 터였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새로운 건물이 완공되었다.
페르세타의 요청을 들은 아란드리아 베리테 지부에서는 새로운 건물의 소식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들이 쉴 새 없이 날아올랐다.
* * *
제국과 오마르 민족주의자들의 대립은 점점 더 격해지고 있었다.
페르세타의 포럼을 통해 새로운 마법을 익힌 오마르족의 마법사들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마법을 연달아 발휘하며 제국의 통치 기구들에 큰 피해를 남겼다.
오마르족의 영역에 있던 감옥이 파괴되고, 행정 청사가 잿더미가 되고, 세금창고가 털리고 군부대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제국이라고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들 역시 새로운 마법을 익힌 유능한 마법사들이 많았으니까.
그들은 집요하고 획기적인 정찰 마법들을 사용해 오마르 독립 세력들이 숨은 은신처를 하나하나 찾아냈다.
지금도 그랬다.
오마르 민족주의 독립군 그룹 하나가 제국 마법사들에 의해 발각당했다.
“우리, 들켰다고 하네.”
“그걸……. 누가 알려 주는 겁니까?”
오마르 독립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법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제국 마법사들이 알려 줬어.”
“네……?”
“그치? 웃기는 놈들이지? 나도 웃기다고 생각해. 이걸 알려 주네.”
“제국 마법사들이 왜……. 알려 줍니까? 우린 도망가면 그만인데.”
그 말에 마법사는 쓰게 웃으며 자신에게 은밀히 전달된 메시지 마법을 보여 주었다.
“이건…….”
“그래. 로열 나이트가 출동했대. 그리고 그들은 누가 저항군이고 누가 평범한 시민인지 알 수 없으니, 포위해서 모조리 죽인다는 결정을 내렸나 봐.”
“네에에?!”
이곳에 있는 오마르 독립군이라고 해 봐야 30명 내외였다.
그에 반해 그들이 숨어 있는 마을에는 1,000명이 넘는 일반 오마르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 모두를 죽인다니. 이 무슨 끔찍하고 잔학한 행위라는 말인가!
모두가 분노할 때, 마법사는 메시지 마법의 한 켠을 툭툭 두드렸다.
“여기를 보라고. 나한테 이 정보를 알려 준 마법사도 그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알려 준 거고.”
“아.”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이 메시지를 본다면, 시민들을 먼저 대피시키길 바랍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남아야 합니다. 당신들까지 모두 놓친다면, 저는 배신자가 되는 것이고 제국은 어떻게든 저를 색출해 내려고 할 테니까요. 파견 나온 로열 나이트에게 충분한 공적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다음부터 저와 같은 도움을 줄 마법사는 남아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신사협정이었다.
민간인을 희생시키기 싫다면, 민간인을 미리 대피시키고 대신 너희가 얌전히 압송되라는 것.
이 메시지를 보낸 제국의 마법사는 나름 자기 목숨을 걸고 이런 정보를 흘린 것이었다. 민간인을 죽이기 싫다는 하나의 일념만으로.
– 물론 당신들이 내 요청을 무시하고 모두 도망을 치더라도 나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도……. 한 번은 믿어 보고 싶어서 이렇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천 명이 넘는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요.
“아…….”
독립군들이 침음을 흘렸다. 성질이 급한 대원 하나가 왈칵 화를 냈다.
“더러운 제국 놈들 주제에 이제 와서 착한 척을……! 대장! 들을 것도 없습니다! 즉시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우리도 도망칩시다!”
하지만 마법사는 그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되면, 이 싸움은 더욱더 지저분하게 흘러갈 거야. 안 그래도 고통받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삶이 갈수록 지옥이 되겠지. 우리는 동포를 위해 일어난 거지. 동포들을 희생시키기 위해 싸우는 게 아냐. 발각당한 시점에서 우리의 패배다. 나는 이 요청을 따를 생각이다.”
“대, 대장!”
“루도, 뷔스테, 헤란. 너희는 조직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으니, 주민들과 함께 대피해라.”
막내 라인만 콕 집어서 잘라 내는 마법사.
세 명의 어린 독립군들은 반발했으나, 곧 선배들의 무서운 기세에 입을 다물고 짐을 챙겨야만 했다.
마법사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잔챙이들은 보내자고. 그리고 우리가 남으면……. 그것만으로도 그 로열 나이트 나리에겐 충분한 공적이 되겠지. 특히 내 목은 꽤 비쌀 테니까. 이렇게 마무리 짓자고. 그동안 너희와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대장…….”
그것은 기묘한 협정이었다.
무차별 학살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제국 마법사들의 조심스러운 제안은 언제나 여지없이 먹혀들었다.
원래라며 마을 전체가 몰살을 당했을 텐데, 기사들이 들이닥쳤을 때는 항상 주민들은 모두 대피를 한 상태였고, 독립군 세력들은 그 자리에 남아 순순히 포승줄에 묶여 압송되었다.
심지어 그들은 저항하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여기서 싸워 봤자 주민들의 재산만 파괴할 뿐 아니냐면서. 그저 포로 군인의 대우를 해 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다.
오마르 독립군들의 이런 기세와 기백은 제국군 장교들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주었다.
덕분에 갈수록 격화되어 가는 독립 투쟁의 와중에도 민간인의 피해만큼은 최소한으로 남길 수 있었다.
그래서였다.
퍼드득-
한밤중에 날아든 부엉이.
오마르 독립 세력 중에서, 애캘슨을 비롯해 수준이 되는 마법사들은 모두 아란드리아의 전언을 받았다.
“한 달에 한 번. 정령계가 가장 밝게 빛나는 날에, 신기루의 탑에 방문할 수 있다……? 페르세타 님이 새로운 건물을 만드셨다고? 이게 무슨 소리지?”
당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만 적혀 있었으나, 일단 전언을 받아 든 마법사들은 시기를 맞춰서 의식을 치러 보았다.
‘페르세타’ 그 이름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마법의 주문과도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 역사상 최고의 마법사가 무언가를 했다면, 확인을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흠……. 여기 적힌 의식 주문으로 보면 나 자신을 정령계의 주파수와 공명시켜 존재의 차원을 상승시키는……. 그런 마법으로 보이는데…….”
오마르 독립군의 지도자인 애캘슨도 정령계가 가장 빛나는 밤에 전언이 알려 준 대로 의식을 진행했다.
우우웅-!
그러자 육신이 진동하고, 서서히 부웅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이건……?”
정신을 차려 보니 전혀 다른 장소였다.
분명히 자신의 은신처에서 마법 의식을 진행했건만, 지금 이곳은 정령의 기운이 가득한 어느 탑 속이었던 것이다.
“공간이동? 아냐. 아니다. 그런 게 아니야……. 이건……. 정령계에 한 발을 걸친 거로군. 정령계와 인간계 사이에 중첩 형태로 존재하는 탑인 거야.”
뛰어난 머리로 금세 상황을 파악한 애켈슨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그와 같이 막 이곳에 도착한 채 어리둥절해하는 마법사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페르세타의 포럼에서 함께 고민하고 경쟁했던 마법사들. 포럼이 끝난 후, 여기저기로 흩어졌던 마법사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애캘슨은 그 중 한 사람에게 시선을 준다.
“이그나치오 교장…….”
제국 마법사들의 수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그나치오. 그도 마침 애켈슨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사실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다. 이그나치오의 입장에서 애켈슨은 제국의 기반 시설들을 파괴하는 테러리스트이자 살인마였고, 애켈슨의 입장에서는 이그나치오가 마법사들을 부려 동족들을 잡아가는 악의 핵심 축이었으니까.
둘은 서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다가갔다. 그러곤 적당한 거리에서 약속이라도 한 듯 멈춰 섰다.
애켈슨이 물었다.
“당신 지시였소? 유독 마음이 약한 제국 마법사들에 대한 보고가 많이 올라오던데?”
“…….”
이그나치오는 침묵했지만, 애켈슨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이그나치오의 잔잔한 눈빛이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으니.
역시, 최근에 암묵적으로 맺어진 신사협정. 독립군을 찾은 제국의 마법사가 독립군에게 해당 사실을 은밀히 먼저 알려 주는 그 문화의 시작점은 이그나치오가 틀림없었다.
애켈슨은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고맙소. 우리 동지들을 잡아간 건 고마워할 수 없으나. 우리 동포들이 어이없고 억울하게 죽지 않게 해 주신 것은 정말로 고맙소.”
“……나도 고맙소. 내 제자들을 무차별적인 살인마로 만들지 않아 줘서.”
현실에서 만난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할 적.
그런 그들이 페르세타가 만든 마법 건물 안에서만큼은, 서로를 인정하며 뜨거운 악수를 나눴다.
곳곳에서 그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페르세타가 만든 이 공간 안에서만큼은 모두가 현실의 책임과 의무를 잠시 내려놓고, 학생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