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6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60화(60/171)
60화 파티
“이건 파티를 열어야죠!”
베리테 백작가의 모든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서 나누는 저녁 식사 자리.
가문의 안주인인 로오루아는 열의로 불타올랐다.
“빌레인 왕국과 정식으로 수교를 맺었고, 칼라산맥의 정복과 개발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고, 몽르올 지방을 병합한 데다가 거기에 국제도시도 건설할 거잖아요? 이런 건 대대적으로 파티를 열어서 주변 모두에게 알려야 하는 사안이라고요!”
파티.
베리테 영지의 주인인 플리안 백작은 워낙 그런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인물이었기에 미처 생각도 못 해 본 이야기였다.
하지만 듣고 보니,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으음……. 부인의 말이 맞는 것 같소. 주변에 우리의 변화된 입지를 알리고,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구상에 대해 설명을 해야겠지. 파티라……. 생각할수록 좋은 생각인 것 같소. 이권이 얽힌 자들을 모두 불러 입장 정리를 한 번은 할 필요가 있을 테니!”
“내 말이 그 말이에요!”
로오루아는 열의를 불태웠다.
“아주 성대하게 파티를 열자고요. 우리 베리테 백작가의 성세를 알리고, 그걸 기반으로 더 큰 사업을 벌여야지요! 파티야말로 새로운 인물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을 계획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니까요!”
눈을 반짝거린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일리안느를 팔꿈치로 툭 치며 속삭였다.
“딸. 너는 책임지고 성녀님이랑 왕세녀님. 그리고 비앙카 영애를 파티에 참석시켜.”
“예?”
“참석시켜.”
“아, 네.”
일리안느는 어머니 로오루아의 기묘한 열의에 눌려서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후후후.”
이에 만족한 로우루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페르세타.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잘난 아들의 연애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잘하고 있는 것을 몇 번 보긴 했지만, 뭔가 결정적인 한 방이 부족하다는 느낌.
비록 페르세타의 요청에 따라 그에게 직접적인 압박을 넣는 행위는 멈추기로 했지만, 그게 간접적으로 기회를 만드는 것까지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남녀 관계에서 제일 안 좋은 것은 익숙해져 버리는 거지. 매일 함께 공부하는 건 좋지만, 그렇게 관계가 굳어지면 안 돼. 때로는 서로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줘야지. 그래야 두근거리지 않겠어?’
주변의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두 모이는 초대형 파티.
그 정도라면 아들에게도, 또 그녀가 눈에 담아 둔 어여쁜 며느리 후보감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게 분명했다.
“후후후후.”
의미심장한 웃음을 띠고 페르세타를 바라보는 로오루아.
페르세타는 그 시선이 자신의 의견을 묻는 시선이라 생각했다.
“대대적인 파티라…….”
그는 잠시 날짜와 최근 영지의 마나 파장 그리고 신비 세계의 좌표들을 생각해 보다가 씨익 웃었다.
근 100년 내로 환요계와의 공명이 가장 강해지는 해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기에 현재 영지에 가득한 공명 마법진과 새로 만든 신기루의 탑까지 생각하면 아주 재밌는 일을 기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날짜는 제가 정해도 되겠습니까?”
페르세타의 요청에 플리안 백작이 물었다.
“오. 생각해 둔 좋은 날이라도 있는 것이냐?”
페르세타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아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초대장에 그 내용도 써서 많이 놀러들 오시라고 하죠.”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어쩐지 즐거운 장난기가 가득 묻어났다.
* * *
베리테 영지의 사절단들은 저마다 편지를 품에 안고 각지로 달려 나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역시나 베리테 영지와 인접한 장소들.
즉, 관세를 올리고 베리테 영지를 말려 죽이려 했던 뤼이스 애셔 백작과 그의 동맹들이었다.
그들은 사절단이 가져온 편지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뭐, 뭣? 베리테 백작가가 칼라산맥을 정복해? 터널을 뚫어서 빌레인 왕국과 수교를 맺고 몽르올 지방을 할양받았다고?”
그들로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이었다.
“그, 그럼 우리가 한 게 다 의미가 없는 거잖아?!”
베리테 영지를 말려 죽이려 했더니, 그들의 세력권이 오히려 칼라산맥을 뚫고 넘어가 버렸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자신들이 다시 베리테 영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
저지른 일이 있으니 더 심장이 쫀득쫀득해지는 상황이었다.
“이, 일단 파티에는 참석해야겠지?”
“이건 참석해야지.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봐야 돼.”
“빌레인 왕국과의 교역이라니. 그곳의 물건이라면, 어마어마한 이문을 남길 수 있을 텐데!”
“베리테 백작가가 우리와 무역로를 다시 열어 줄까……?”
“후……. 자칫하면, 플리안 백작에게 무릎을 꿇고 읍소를 해야 할지도.”
뤼이스 애셔 백작을 필두로 한 드블랑 왕국 동부 귀족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 깊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베리테 영지의 사절단은 계속 계속 각지로 뻗어 나갔다.
드블랑 왕국의 국왕도 머지않아 소식을 받아 볼 수 있었다.
“허어……? 빌레인 왕국과 교역을 텄다고?”
상상도 못 했던 보고에 궁정은 소란에 휩싸였다.
“이는 명백한 월권이고 반역 행위입니다! 변경백은 왕실의 재가 없이 사사로이 외국과 교역을 맺지 못하거늘……!”
“하지만 베리테 백작은 변경백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야 법적으로는 그렇지만, 칼라산맥을 정복하여 빌레인과 교통로를 열었다면 관습적으로는 변경백으로 보는 게…….”
“변경백에게 주는 권리와 왕가의 지원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런 식으로 변경백 취급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워낙에 전례가 없던 일이다보니 갑론을박이 요란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설령 베리테 백작가가 법적으로 잘못을 한 게 없다고 치더라도 이는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베리테 영지가 왕국의 품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하긴……. 안 그래도 동쪽 끝에 위치한 영지인데, 그곳이 빌레인 왕국과 연결이 된다면…….”
“그뿐 아닙니다. 요즘 베리테 영지에서 들려오는 소문이 심상치 않습니다. 너무 많은 고위 마법사들이 한 영지에 몰려 있습니다. 자칫하면 무력적으로도 왕실의 위협이 될 수도 있어요.”
신하들이 앞다투어 꺼내는 걱정에 국왕 에키타드는 두통을 느끼며 이마를 짚고 말았다.
그가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선 신하를 돌아보며 물었다.
“으음……. 루시안 공작.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대가 가장 최근에 베리테 백작가에 다녀오지 않았는가?”
루시안 드블랑. 사사롭게는 국왕의 동생이고, 공적으로는 왕국에 단 둘뿐인 공작의 위를 가지고 있는 충신이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하더니 자기 생각을 말했다.
“저는 베리테 백작가에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번에 백작의 위를 내리고 왕국군의 지휘권을 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어째서 그리 생각하는가?”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본 플리안 백작과 그의 장남 페르세타 공자의 성정은 극히 온화했습니다. 그들이 우리 왕국을 향해 불온한 생각을 할 리는 없다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들의 힘이면, 동부 영지들을 평정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칼라산맥을 정복한 것만 봐도 그 사실이 증명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 그렇지.”
“그리고. 설령 그들이 불온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뭘 어쩌겠습니까?”
루시안 공작이 국왕을 바라봤다.
국왕은 그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하긴. 그렇지. 이미 칼라산맥의 한 자락을 정복하고 빌레인 왕국과 교역을 텄다면……. 사실 우리가 이제 와서 뭘 어쩌기는 어렵지.”
“그러니 그냥 축하해 주고 팍팍 밀어주는 게 옳습니다. 우리 왕국을 떠나지 않는 것에 고마워해야지. 우리가 압박을 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 말에 결국 국왕 에키타드는 결심을 내릴 수 있었다.
“공작의 말이 옳다. 그럼 파티에 참석하는 건 루시안 공작으로 하기로 하지. 가서 베리테 백작가와 왕실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오라.”
“예. 알겠습니다. 폐하.”
작고 평화로운 왕국, 드블랑으로서는 이런 방식이 최선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국가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 베리테 백작가? 몽르올 지방에 국제도시를 만들고 빌레인 왕국과 교역을 하겠다고?! 누구 맘대로!”
빌레인 왕국의 북쪽에 위치한 히센 왕국의 국왕이 분노했다.
“감히. 우리 왕국의 승인을 받지도 않고 빌레인 왕국으로 바로 직행을 해? 고작 드블랑 왕국 따위의 백작가가?”
빌레인 왕국 남쪽, 쥬피데르 왕국의 국왕도 분노했다.
두 나라는 모두 호시탐탐 빌레인 왕국을 노리고 있던 국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칼라산맥을 넘어와 돌연 빌레인 왕국과 교역을 맺기 시작한 세력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빌레인 왕국의 힘을 약화시켜도 부족할 판에 오히려 그 힘을 키워 주는 처사였으니까.
두 국왕은 각자의 왕궁에서 분노를 담아 한 마음 한 뜻으로 소리쳤다.
“초청을 하니 가야지! 로열 나이트를 소집하라!”
“가서 대체 뭐 하는 놈들인지 샅샅이 알아 와라! 그리고 가능하면 본때를 보여 주고 돌아오도록! 감히 이 지역에서 우리를 무시하고 돌아다닐 수 없을 거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라!”
왕의 로열 나이트.
왕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무력.
홀로 군대를 상대할 수 있다는 파괴의 화신들이 왕들의 명령을 받고 베리테 영지를 향해 행장을 꾸렸다.
그렇게, 씨근덕 씨근덕대던 쥬피데르와 히센의 국왕은 문득 초청장의 아랫부분을 살펴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이건 뭐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멋진 이벤트를 준비했으니 와서 즐겨 달라?”
히센의 국왕은 호기심을 드러냈고,
“흥! 시골 영지의 이벤트라 해 봤자 뭐 대단한 게 있을 리가!”
쥬피데르의 국왕은 조소를 머금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마침내 페르세타가 예고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베리테 백작가의 성대한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곳곳에서 사절단이 베리테 영지를 찾아왔다.
영지가 시작되는 초입부.
<베리테 백작령>이라고 크게 써진 비석이 앞으로 마차들이 지나간다.
“흐음……. 울창한 숲이로군. 인상적이야.”
가장 먼저 도착한 사절단은 놀랍게도 제국의 사절단이었다. 현자와의 인연 때문에 형식적으로 초청장을 보내긴 했지만, 초청장을 보낸 플리안 백작조차 정말 제국의 사절단이 방문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었다.
“숲이 참. 신비한 느낌이야.”
제국의 사신은 옅은 물안개가 낀 숲을 바라보며 베리테 영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 드블랑 왕국 동부의 귀족들이 같은 길을 지나갔다.
“음? 여기에 이런 들판이 있었나?”
<베리테 백작령>이라고 적힌 비석 앞에서 그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이한 풀들이로군. 저런 풀은 본 적이 없는데……?”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숲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고, 인간계에서는 보기 드문 기화이초들이 가득한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
그 신비한 향기가 방문객들의 기분을 이상하게 들뜨게 만들었다.
그리고,
“저들은 상인들인가? 참으로 기이한 행색들이군.”
생전 처음 보는 복장을 입은 존재들이 들판 저편에서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평생 동부에서 살아왔기에 그들은 아주 이상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이곳만 마치 동부가 아닌 다른 땅이 된 것만 같은 기분.
동부의 영주들은 기이한 사람들과 풍경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베리테 영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또 잠시 뒤.
왕궁에서 보낸 루시안 공작이 같은 장소를 지나간다.
“허어……. 아름다운 바위들이구나.”
그는 마차 밖 풍경에 크게 감탄했다.
<베리테 백작령>이라고 쓰인 경계 주변에는 당장 정원으로 옮겨놓아도 좋을 것 같은 기이한 형상의 바위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듯한 구름들이 그 바위를 휘어 감고 있어서 한층 더 신비로운 분위기가 풍겼다.
“응?”
그러다가 루시안 공작은 깜짝 놀랐다.
“포도주가 어디 갔지?”
분명 방금 전까지 포도주 한 잔을 손에 들고 홀짝이고 있었는데, 고개를 돌리니 손이 텅 비어 있었다.
“어라?”
바닥에 떨어졌나? 아닌데?
루시안 공작이 당황해서 마차 안을 여기저기 살피는 동안, 마차 밖 바위 사이로 웬 소년이 포도주를 홀짝이며 지나간다.
그렇게 베리테 백작령으로 수많은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인근의 귀족과 각 왕가의 사절단, 그리고, 인간이 아닌 존재들까지도.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