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6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63화(63/171)
63화 환요계
페르세타가 처음 폐관을 깨고 나왔을 때.
그는 참 여러 가지로 세상에 실망했지만, 그중에서도 그를 가장 안타깝게 했던 것은, 인간계의 고립성이었다.
돌이켜 보니, 페르세타는 자신이 참 어리석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그의 몸은 작은 탑 속에 갇혀 있었지만, 15세에 <첼레스티움>을 완성한 이후로 그는 꾸준히 다른 세계와 교류해 왔었다.
처음에는 정령계나 환요계, 요정계와 감응하는 정도였지만, <프린키피아>를 완성하고부터는 몇 가지 조건이 맞으면 아예 정령계, 환요계, 요정계의 하(下) 3계를 여행할 수도 있었고, <레라티비테트>를 완성한 후에는 신계와도 연결을 만들 수 있었으며, <콴티지에옴>을 정리하고 나서는 모든 세계를 오가며 아예 다른 세계의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것조차 크게 어렵지 않아졌다.
그러니까,
인간계의 마법 수준이 자신의 생각과 달리 일천하다는 것을 깨달을 기회는 많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자신의 마법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에 빠져 그런 의심을 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니 어리석었다.
그 어리석음 탓에, 폐관을 마친 이후 페르세타는 참 많이도 실망을 해야만 했다.
마법을 빠르게 발전시키려면, 다른 세계와의 활발한 교류는 필수적이었으니까.
마법의 조악함에 한 번 좌절했고, 인간들이 다른 세계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절망했다.
단순히 주문을 통해 다른 세계의 힘을 빌어 오는 것 말고.
다른 세계의 지식을 익히고, 다른 세계와 물건을 교환하는 등의. 그런 교류가 필요했다.
세계와 세계를 넘나드는 것은 오로지 인간, 그중에서도 마법사에게만 허락된 권능.
어찌 보면 마법사에게는 여러 세계를 하나로 연결해, 세상을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폐관을 마친 이후 페르세타가 봤던 것은 그와는 정반대되는 풍경.
마법사들은 다른 세계에 무지했고, 세계와 세계의 교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도 천 년 전의 마법서인 <쿨투스 데오룸>을 기초로 신비 세계의 존재들을 맞이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그래서 페르세타는 알려 주고 싶었다.
모든 인류에게, 세상 밖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부단한 연구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새로운 세상, 더 많은 신비 세계를 지향해야 함을.
그가 이번 파티에서 노리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세상과 제대로 부딪혀 본 적 없는 이들을 환요계의 한복판에 던져 놓음으로써 체험하고 느끼게 하는 것.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페르세타만의 생각일 뿐이고, 실제로 환요계 한복판에 갑자기 던져진 이들의 마음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 페르세타 공자. 이거 위험한 것은 아닙니까?”
루시안 드블랑.
드블랑 왕국의 공작이자 국왕 에키타드 드블랑의 동생.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끝없이 늘어선 낯선 복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러자 그의 옆에 서 있던 검은 생머리에 옅은 물빛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작게 침음을 흘린다.
“음…….”
여인의 이름은 섀미온.
‘빌레인의 지혜’라고 재상.
그녀는 애써 두려움을 숨기고 대범함을 내보이려 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루시안의 말을 듣는 순간, 음……. 소리를 내며, 부지불식간에 동의를 표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페르세타의 말에 의하면, 지금 베리테 영지 전체는 환요계와 완전히 겹쳐져 있는 상태였으니까.
반쯤 겹쳐진 게 아닌, 완전히 겹쳐진 상태.
즉, 물건을 서로 주고받을 수도 있으며, 이곳에서 죽거나 다치면, 실제로 죽거나 다치는 게 된다.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환요계의 악명은 우는 아이도 눈물을 뚝 그치게 만들 정도로 이름 높은 것.
이곳에 사는 온갖 기기괴괴한 요괴들이 어떤 해악을 끼칠지 알 수 없었다.
허나 그런 두 사람과 달리, 페르세타의 어머니인 로오루아는 태평하기만 했다.
그녀는 마법에 대해 잘 몰랐지만, 두 가지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었다.
아들의 마법 실력이 세상 전부와도 겨룰 수 있을 만큼 대단하다는 것과 그런 아들이 자신에게 해가 가는 일을 할 리 없다는 것.
때문에 로오루아는 걱정하기보다는 잔뜩 기대를 드러냈다.
“여기가 환요계랑 겹쳐진 게 맞니? 그냥 좀 넓고 이상하게 생긴 성안에 있는 거 같은데?”
그녀의 들뜬 물음에 페르세타는 담담하게 답했다.
“네. 우리 백작성이 환요계의 건물과 합쳐진 거예요.”
“그래? 그럼 요괴는 어딨니?”
“이제 나타날 겁니다. 아, 저기 오네요.”
과연 저 앞에서 여우 머리를 하고 있는 작은 남자가 삐걱삐걱 노를 저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랬다. 여우 머리의 남자는 배를 타고 노를 젓고 있었다. 돌로 된 건물 복도에서!
고아하게 꾸며진 배 주위로는 푸른 물이 하얀 포말과 함께 넘실거렸다. 땅 위를 스스로 흘러가는 물덩이 위에 배가 둥실 떠 있는 모양새였다.
배가 가까이 다가오자 물방울이 튀며,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페르세타 님. 마중 나왔습니다.”
배 위의 여우 머리 남자가 깊이 고개를 숙이더니, 나무로 된 계단을 내렸다.
페르세타는 마주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고는 자신의 어머니 로오루아와 두 손님, 루시안 공작과 섀미온 재상에게 배에 오를 것을 권했다.
“타시죠. 꽤 즐거운 여행이 될 겁니다.”
“으음…….”
“오…….”
루시안 공작은 여전히 껄끄러운 안색으로 배에 올랐고, 섀미온은 껄끄럽기는 하나 동시에 호기심도 든다는 얼굴로 배와 물을 유심히 관찰하며 계단을 올랐다.
마지막으로 페르세타까지 로오루아의 손을 잡아 주며 배에 오르자 여우 머리 남자가 말했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네.”
삐걱삐걱.
노를 젓는 소리와 함께 배는 빠르게 나아갔다.
배는 점점 빨라져서 나중에는 바람 때문에 머리칼이 파르르 흩날릴 정도가 되었다.
섀미온 재상이 살짝 달아오른 목소리로 말했다.
“시원하네요.”
루시안 공작도 빠른 속도감에 조금은 흥이 돋는지 아까보다는 여유가 있는 얼굴로 말했다.
“참 신기한 배입니다.”
배 바깥으론 풍경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끝없이 이어지던 복도가 끝이 나면서 돌연 나타난 번화한 거리를 지나고, 그러다가 또 어느 건물로 들어가서 기이한 조각이 가득 새겨진 기둥들 사이를 지났다.
섀미온 재상이 눈을 반짝였다.
“의외로…… 여기도 그냥 사람 사는 동네 같네요. 사람이 아니라 요괴들뿐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죠.”
“그럼 여기에도 왕국이 있고 제국이 있나요?”
“아뇨. 환요계는 인간계와는 많이 다른 문화와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탐구심이 강한 섀미온 재상이 눈을 반짝거렸다.
“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어떻게 다르죠?”
“음……. 이곳에선 지위가 세습되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다스리나요?”
“일정 기간마다 요괴들이 모두 모여 투표를 합니다. 이 도시의 시장은 이 사람이 좋겠다. 저 시장의 관리자는 저 사람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이론상 누구나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지요. 이걸 이들은 백귀주의라고 부릅니다. 요괴 사회의 모든 권력은 백귀, 그러니까 모든 요괴들로부터 나온다. 라는 것이지요.”
“정말 괴상하네요! 그럼 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그건 선출된 시장이나 관리자들이 또 모여서 함께 회의를 통해 풀어 나갑니다.”
페르세타가 들려 주는 환요계의 이야기에 루시안과 섀미온은 점점 빠져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환요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두려움이란 무지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니까.
“정말 괴상한데……. 또 나름의 합리적인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섀미온 재상의 감상에 루시안 공작도 동의했다.
“그렇소. 왕이 없다는 점에서는 근본이 없는 체제이나……. 그래도 작은 단위에서는 적용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소. 촌락 같은 곳의 관리자를 투표로 선출하게 한다거나……. 그러면 행정 비용을 줄이면서 백성들의 호응도 쉽게 얻어 낼 수 있을 것 같소.”
그렇게 두 사람은 어느덧 환요계의 체제에 대해 논할 수 있을 만큼 여유를 찾았다.
놀러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느긋하게 기대서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페르세타는 만족스러웠다. 바로 이런 변화를 원하고 이번 파티를 계획했던 것이니까.
잘 몰라서 두려운 것이지, 알게 되면 두렵지 않다. 그리고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부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파티를 즐겨 줬으면 좋겠다. 페르세타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때, 여우 머리 남자가 노를 크게 밀치며 말했다.
“구경은 즐거우셨습니까? 이제 한 바퀴 돌았으니, 슬슬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은 내리막길이니 다들 꽉 잡아 주십시오!”
삐걱!
배가 한 번 흔들린다 싶더니, 돌연 뱃머리가 앞으로 기울며 물이 비탈을 타고 맹렬하게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붕 뜨며 소름이 돋는다.
“꺄아아아아아악!”
섀미온 재상이 의자를 꽉 잡으며 하얗게 바랜 얼굴로 비명을 지른다.
“으어어어어어!”
루시안 공작도 사색이 되어 온몸을 긴장시킨다.
“야호!!!!”
오로지 페르세타의 어머니 로오루아만이 이 상황을 즐겼다.
의자를 잡지 않고 두 팔을 번쩍 들며 떨어져 내리는 스릴을 만끽하는 로오루아.
페르세타는 한숨을 쉬며 바람 마법을 일으켜 어머니의 몸을 꽉 잡아 주었다.
* * *
떨어져 내리듯, 비탈을 굽이굽이 내려온 배는 마침내 어느 시장에 닿았다.
기진맥진한 채 헛웃음을 흘리고 있던 루시안 공작과 섀미온 재상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커다란 상단이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저, 전하!”
“재, 재상 각하!”
요괴들로 이루어진 상단들 사이에, 루시안 공작과 섀미온 재상이 데려온 상단들 역시 끼어 있다는 것.
“자네들은?”
“어?”
황급히 근엄한 표정을 고쳐 짓는 둘을 보며 페르세타는 손짓했다.
“자, 이제 거래를 할 시간이네요. 제가 말씀드린 대로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준비해 오셨죠?”
갑작스런 물음에 섀미온 재상과 루신안 공작이 눈동자를 굴리며 답했다.
“아, 네. 초청장에 쓰신 대로 최대한 좋은 것들을 많이 가져오긴 했습니다.”
“음? 이번에 귀한 물건이 있으니 상단을 크게 준비하라고 읽기는 했는데……. 설마 그 귀한 물건이라는 게?”
“네. 환요계의 물건입니다. 제가 이곳에 환요계에서 유명한 상단을 초청해 두었으니, 마음껏 거래를 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은 강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환요계의 물건이라니……! 궁금하네요. 좋은 기회 감사합니다. 페르세타 공자님.”
“나 역시 감사를 표하오.”
그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설마 환요계와 직접 물건을 교환할 수 있을 줄이야.
보통 무역이란 멀리 갈수록 큰 이문을 보는 법. 아예 세계가 다른 환요계와의 거래라면 제법 큰 이득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배를 타고 유람을 하며 환요계에 대한 선입관도 어느 정도 지워낸 두 사람이었기에, 거래에 있어서도 거칠 게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페르세타는 감동에 겨워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은 두 사람을 볼 수 있었다.
“허어……. 이게 이게 대체…….”
“엄청난 물건들…….”
페르세타가 보니, 루시안이 고른 물건은 딱 하나였다.
인간계의 막대한 보물들을 넘겨 주고 건네받은 딱 하나의 물건은 바로 환요계의 보패.
땅의 기운과 하늘의 기운을 읽어 향후 3년간 농사가 흉할지 길할지를 점쳐 주는 주사위.
농사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라의 근간에 해당하는 산업이었기에, 이 하나의 주사위가 가진 힘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었다. 드블랑 왕국의 국력이 크게 신장될 정도로 굉장한 보물.
한편 섀미온 재상이 챙긴 물건은 환요계의 각종 무구들이었다. 칼날이 보이지 않는 검. 무엇이든 미끄러지게 만드는 갑옷 등, 기사들의 무력을 크게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보물들.
항상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의 위협에 시달리는 빌레인 왕국이었던 만큼, 저 무구들은 큰 힘이 되어 줄 게 분명했다.
보물들을 잘 갈무리한 뒤, 섀미온 재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법이란 정말 굉장하군요……. 단지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내고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것 외에도, 이렇게 다른 세계와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다니.”
페르세타는 그 말이 기꺼웠다. 바로 그렇게 느껴 주길 바라고 모든 걸 시작했던 거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
페르세타도 자신의 기쁨을 표현하려 했으나, 그는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말았다.
“오빠!!!! 페르세타 오빠!”
돌연 들려오는 성난 외침.
돌아보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글우글 쿵쾅쿵쾅 흥분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은 페르세타의 동생인 일리안느. 그리고 남작가의 영애인 비앙카 애시.
그 뒤로 살리넬르, 라냐 비셰나, 그리고 각지의 귀족들까지, 줄줄이 줄줄이, 모두가 불만으로 가득해 보였다.
“선생님! 대체 이게 무슨 이벤트란 말이에요!”
“맞아요! 이런 거면 설명을 미리 해 주셨어야죠!”
마법사들이 항의하고,
“페르세타 공자! 좋은 의미로 초청을 한 줄 알았더니, 이 무슨 일이오! 당장 이 수상한 마법을 해제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왕국에 정식으로 제소를 할 게요!”
초대받고 왔던 각지의 귀족들도 하나같이 역정을 냈다. 나서는 이들은 주로 다른 지역의 귀족들이었고, 전에 베리테 영지와 척을 진 동부의 귀족들은 눈치만 보며 나서진 않았다.
그리고 페르세타는 놀라서 입술을 살짝 벌렸다.
“……설마 같이 몰려다니면서 아직까지도 환요계를 탐사하지 않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건 페르세타의 착오였다.
사람들이 환요계에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선입관이 이토록 클 줄은 몰랐던 것.
“선생님! 여기 진짜 이상해요!”
“빨리 내보내 주시오, 공자!”
격렬히 항의하는 그들을 바라보며 페르세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저기.”
“네. 페르세타 님.”
그러자 여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여우 머리 뱃사공이 냉큼 허리를 숙여 답했다.
“저 사람들을 좀 안내해 주세요. 환요계의 문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여우 머리 뱃사공이 앞으로 나서자, 마법사들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경계했고, 귀족들은 움찔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
인간계의 사람들에게 환요계의 존재는 괴팍하고 사악한 존재로 자주 묘사된 탓이었다.
뱃사공은 그런 그들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환요계 고서점 거리에 가면 환요계에서 가장 값진 지식이 기록되어 있다는 전설의 ‘요사록’을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이 향한 곳은 성난 표정을 짓고 있던 아란드리아의 사서들.
“네, 네?”
“요사록?”
“드, 들어 본 적 있어!”
그 한마디에 아란드리아 사서들의 얼굴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뱃사공은 마치 마음을 읽는 것처럼 또 잠시 성난 무리들을 바라보다가 또 한마디를 던졌다.
“경매장에 가면, 요괴들의 술법……. 인간계 말로는 기프트라고 하죠? 그 기프트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환요계의 온갖 보물들을 찾아볼 수도 있지요.”
이번에 눈이 뒤집어진 건 귀족들과 마법사들이었다.
“어헉! 기, 기프트를 살 수 있다고?!”
“그, 그게 사실인가?”
“화, 환요계의 보물!?”
“그런 걸 사서 인간계로 가져갈 수 있다고?”
분노와 불만이 사르르 녹고 그 사이를 탐욕이 가득 채운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북적북적 웅성웅성거리는 무리들.
다들 욕심으로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페르세타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여기. 이 뱃사공을 따라가시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뱃사공이 다시 배에 올라 천천히 노를 저었다.
조금씩 멀어지는 배를 보며, 마법사와 귀족 무리들은 페르세타를 한 번 봤다가 배를 한 번 봤다가 갈등을 하더니, 일제히 허리를 푹 숙이며 인사를 남겼다.
“그. 페르세타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그……. 페르세타 공자.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미안하게 되었소. 큼! 고맙소 정말.”
그러곤 우르르 배를 따라 사라졌다.
페르세타는 그들의 뒤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부디. 이 세계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가기를.”
베리테 영지와 척을 진 동부의 귀족들. 그리고 나쁜 마음을 먹고 들어온 로열 나이트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게 안배를 해 놨다.
그렇게 뭔가를 들고 돌아가면,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하게 될 테니까.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섀미온 재상이 우당탕탕 멀어지는 일단의 무리를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 저었다.
“이게 알려지면 이제 난리가 나겠군요. 전 세계에서 마법사들의 봉급이 껑충 뛰겠어요.”
루시안 공작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의를 표했다.
“마법사들의 전성기가 열릴 겁니다. 모든 왕과 황제들이 마법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겠지요.”
다른 세계와의 교류. 그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는 이미 그들이 챙긴 농귀(農鬼)의 주사위와 각종 요검과 요갑들이 증명하고 있었다.
세계는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은 진작에 느꼈던, 페르세타가 가져온 거대한 변혁.
이젠 그것을 전 세계가 느끼게 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