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6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65화(65/171)
65화 결산
도박장.
그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넋을 잃은 얼굴들이었다.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랐던 뜨거운 열기가 식으며 기묘한 만족감이 퍼져 나갔다.
돌이켜보면 2~3시간 남짓. 어찌 보면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감정을 쏟아내 버렸다. 인생에 그런 순간은 몇 번 없는 것이다. 엄청난 감정적 해소. 그리고 그 직후, 돌연 찾아온 오묘한 정서적 평화.
기묘한 침묵 속에서 다들 얼떨떨한 마음으로 자신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되새겨 보았다.
가라앉았던 감정은 한 발짝 늦게 그리고 은근하게 찾아왔다.
누군가는 기쁨에 얼굴을 서서히 붉게 물들였고, 누구는 당혹과 분노, 절망으로 인상을 천천히 찌푸렸다.
다들 똑같이 욕심에 눈이 멀어 도박을 벌였지만, 끝나고 결산해 보니 누군가는 얻었고 누군가는 잃었다.
더 크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을 괜히 도박을 해서 더 적게 남기게 된 자도 있었고, 아예 이빨이고 머리카락이고 수명이고 다 뜯겨서 너덜너덜해진 자도 있었다.
간혹 도박으로 도리어 크게 얻은 자도 있었으나, 그런 이들은 모두 요술에 저항하는 데 성공한 마법사들 뿐이었다.
이성을 잃었던 이들은 어쨌든 크든 작든 모두 도박을 통해 손해를 보았다.
당연히 그들이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하, 한 판 더 합시다!”
“이, 이런 게 어딨소! 사기 아니야!”
아우성을 벌이는 손님들.
그러자, 망태의 지시에 따라 손을 딱 멈춘 딜러들이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은근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원래는 이렇게 도중에 멈추면 안 되는 것인데,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어쩔 수가 없네요. 대신 저희가 딴 것 중 일부를 돌려 드리겠습니다.”
“헛!”
“음!”
그건 거절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다시 도박을 벌이면 여기서 더 잃을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그런 리스크 없이 손해를 일부라도 벌충해준다니?
결국 한결 누그러든 손님들은 넌지시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 얼마나 돌려줄 작정이오?”
“이만큼입니다.”
도박장이 술렁거렸다.
요괴 딜러들이 제시한 보상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신체나 수명 같은 중요한 것을 잃은 이들은 그걸 거절할 도리가 없었다.
일단 이나 머리카락 같은 건 되찾고 봐야 할 게 아닌가?
“조, 좋소!”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손님들을 보며 딜러들은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대신. 비밀 서약을 해 주셔야 합니다.”
“비밀 서약?”
“네.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무엇을 잃었는지, 얼마나 잃었는지, 그걸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것이죠. 만약 발설을 하게 되면, 돌려드렸던 모든 것을 다시 회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알겠소!”
딜러의 말대로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이었다.
다들 수긍하며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모두 받았을 때. 사람들은 다들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페르세타에게 배운 마법사들은 대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애초에 돌려받을 필요 없이, 크게 벌어들인 탓에,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얻었는지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들과 달리 요술에 저항하지 못했던 이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뉘었다.
먼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재화가 많아서 경매장에서 돈이 늦게 떨어진 이들.
이 부류는 애초에 도박을 늦게 시작했기에 잃은 것도 적었다. 경매장에서 구매한 모든 물건을 지키진 못했지만, 그래도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보물들을 여럿 남길 수 있었다.
그다음, 가지고 있던 재화가 적었던 이들. 이들은 경매장에서 돈이 일찍 떨어졌기에 도박도 일찍 시작했다.
당연히 더 많은 것을 잃었다.
경매장에서 산 물건을 담보로 도박을 하다가 그것도 다 잃고 자신의 신체나 수명, 오러 등을 담보로 내걸고 도박을 했다.
자연히 피해가 가장 큰 부류였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바로 베리테 영지에 제재를 가했던 드블랑 왕국 동부의 귀족들과 그 밖의 나머지 지역에서 온 귀족들의 처지가 달랐던 것이다.
베리테 영지를 적대하지 않았던 이들은 결론적으로 적게 잃었고 후에 일부를 돌려받음으로써 거의 본전치기했다.
대개는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이 가져왔던 재화만 잃은 수준에서 끝났지만, 가끔씩은 물건 한두 개 정도는 건진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베리테 영지를 적대했던 동부 귀족들은 얄짤없이 당했다.
도박 도중 이대로 걸어서 나갈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의 모든 것을 잃었었다.
허나 그게 겉으로 표가 나진 않았다. 딜러들이 보상이라며 대체로 표시가 나는 것들은 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가령 이빨이라거나, 머리카락이라거나, 시력이라거나 청력 같은 것.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쪽으로는 피해가 컸다.
가령 정력이라거나, 신장 한쪽이라거나, 5년 정도의 수명, 촉감의 일부, 후각의 일부, 그렇게 표시가 크게 나지는 않지만 잃어버리면 크게 아쉬운 것들을 여러 개 씩 잃고 말았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똑같이 흥분했고 똑같이 잃어버린 것 같았지만, 그 내막은 이렇게 선명하게 갈렸다.
페르세타와 가까운 이들은 큰 이득을. 페르세타와 별 상관이 없는 자들은 이득 또는 약간의 금전적 손해를. 페르세타를 적대한 이들은 큰 손해를.
그렇기에 똑같이 기묘한 표정들을 짓고 있어도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었다.
누구는 아쉬움, 누구는 절망.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 말할 수 없다는 제약이 붙었기에, 서로가 서로의 속내를 알아차릴 방법은 없었다.
그저 막연히 저들도 나와 비슷하겠거니……. 하고 추측하는 수밖에.
그렇게 시끌벅적했던 시간이 끝이 났다.
백귀 시장의 책임자인 망태는 친절하게도 누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깔끔하게 정리해 페르세타에게 보내 주었다.
그걸 확인한 페르세타는 결과에 납득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며.
‘……망태 님도 많이 조심스러워지셨네.’
망태가 자신을 많이 신경 썼다는 게 한눈에 보이는 결과였다.
그래서 페르세타는 입맛을 다셨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지켜보건 말건 더 가혹하게 뜯어먹으셨을 텐데. 설마 빼앗은 것 일부를 돌려주고 피해를 발설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까지 걸어 주실 줄이야……. 내 눈치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보셨네.’
살짝 예상 밖이었으나, 그래도 큰 틀에서는 잘 이루어졌으니……. 이제는 이 파티 이후에 불어올 변화를 지켜보면 될 것 같았다.
* * *
마나의 태양이 지상을 가장 오래 비추는 마나의 하지(夏至)가 끝이 났다.
모두들 꿈이라도 꾼 듯 멍한 얼굴로 되돌아온 베리테 백작령을 바라보았다.
어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믿기지 않았던 반나절에 대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고, 또 어떤 이들은 잃어버린 건강과 감각 등 때문에 깊은 시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방으로 쾅!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아니면 얻은 보물들을 확인하러 허둥지둥 자기 방으로 달려가거나.
반면 마법사들은 자신들이 얻은 것보다도 자신들이 보고 겪은 환요계 자체에 관심이 많았다.
“미쳤다.”
“이렇게 대단위로 세계와 세계를 겹치다니…….”
“다른 세계의 물건을 이렇게 가져올 수 있다니.”
“이게 <첼레스티움>으로 가능한 마법인가?”
“아니. 어림도 없을 거 같은데?”
“페르세타 님의 마법은 대체 어디까지 닿아 있는 거지?”
처음 그들은 페르세타가 펼친 마법에 대해 의견들을 나누었고, 이어서는 환요계의 문화와 특징에 대해 밤이 새도록 함께 토론했다.
그렇게.
기쁨과 당혹, 분노와 경이 속에서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날.
마침내 메인 이벤트인 베리테 백작령의 파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파티에 참석한 것은 아니었다.
환요계에서 잃어선 안 될 것들을 잃어버린 동부의 귀족 중 절반, 그리고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의 로열 나이트들은 분노와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결국 날이 밝자마자 인사도 없이 베리테 영지를 떠나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파티장에 나타난 플리안 백작은 그야말로 신수가 훤했다.
사실 그도 어제 환요계를 여행했다.
아마 어젯밤에 환요계를 가장 제대로 여행한 것은 바로 플리안 백작이었을 것이다.
그는 둘째 아들인 즈바르트와 함께 백귀 시장을 돌아다녔는데, 즈바르트는 최고의 여행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그는 환요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불야성의 성주, 구미호의 첫 번째 꼬리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환요계의 요괴들은 순진한 두 인간을 속여서 벗겨 먹으려 들었지만, 그때마다 나타난 여우달이 두 사람의 안전한 여행을 보장해 주었다.
덕분에 플리안은 환요계의 매력과 위험을 모두를 생생하고 안전하게 체험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넓은 세상을 보고 온 사람은 어쩐지 자신감이 넘치고 활달해지는 법.
오늘의 플리안 백작이 바로 그랬다.
“자! 이렇게 하여, 우리 베리테 백작령은 칼라산맥의 일부를 영지로 삼고 엘프 마을, 빌레인 왕국, 드블랑 왕국을 연결하며 크나큰 부를 생산해 낼 예정입니다! 그러니 부디 이곳에 계신 여러 귀빈과 앞으로 발전적인 거래 관계를 맺기를 바라겠습니다!”
그가 발표한 베리테 영지의 발전 계획.
그 원대함에 내빈으로 참석한 모든 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들 깨달았다. 저 구상이 현실화되면, 베리테 영지는 마치 하나의 왕국과도 같은 힘을 휘두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걸.
드블랑 왕국은 이대로 괜찮은 건가?
각국의 귀족들과 제국 사신들이 의문을 품었으나, 그것은 곧 불식되고 말았다.
“드블랑 왕가는 베리테 백작가의 발전에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냅니다.”
국왕의 동생인 루시안 드블랑 공작이 직접 나서서 이렇게 입장을 분명히 해 주었던 것이다.
그는 심지어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어제 하루 페르세타를 따라다니며 환요계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고 크나큰 이득까지 얻었으니,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없다.
그때, 제국의 사신이 손을 들고 물었다.
그 역시 어젯밤 꽤 많은 이득을 본 자였기에 베리테 백작가에 호의적이었다.
허나 호의적인 것은 호의적인 것이고, 의구심이 드는 건 의구심이 드는 것이었다.
“헌데 칼라산맥을 정복하는 건, 페르세타 공자의 마법이 있으니 그렇다고 쳐도……. 산을 깎아 도시를 만들려면 수많은 자원과 인력이 필요할 터. 그건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이에 플리안 백작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사신께서는 우리 영지에 많은 마법사가 머물고 있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
“네. 그야 알고 있지요.”
“고맙게도 그분들이 우리 영지의 개발을 도와주고 계셔서요. 덕분에 빌레인 왕국과 통하는 터널도 금세 뚫을 수 있었지요.”
“예에? 마법사들이요? 그들을 고용하려면 보통 비싼 게 아닐 텐데…….”
“후후. 다들 참 고마우신 분들이지요. 아. 그리고. 도시 하나는 이미 완성이 되었습니다. 바로 어제 환요계의 요괴들이 완성시켜 주었지요.”
“네에? 환요계의 요괴들이……?”
“그 악독한 것들이!?”
모여든 내빈들 모두가 경악하는 와중에 플리안 백작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하인들이 한쪽 창문을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겼다.
“허어……!”
“세상에!”
드러난 것은 가장 가까이 보이는 칼라산맥 봉우리 사이로 삐죽삐죽 솟은 탑과 건물들.
그리고 그 도시로 이어지는 깔끔한 도로.
“환요계의 요술이 적용되어, 오르막길이 평지처럼 느껴지는 신비한 도로로 연결되어 있지요. 저런 도시를 어제 단 반나절 만에 만들었다면 믿을 수 있으시겠습니까?”
인간들에게 환요계의 물건이 천고의 보물이듯이, 환요계의 존재들에게는 인간계의 물건이 크나큰 보물.
페르세타는 백귀 시장에 인간들을 보내 주는 대가로 단 하룻밤 만에 멋진 도시를 얻어냈다.
그 엄청난 결과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마, 맙소사…….”
“마법이라는 건……. 정말로 대단하군.”
각지에서 모여든 귀족과 사절단들이 눈을 빛내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나같이 깨달았던 것이다.
페르세타가 등장한 이후 마법이 보여 주는 가능성이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것을.
환요계에서 봤던 보물들만으로도 기절초풍할 지경이었는데, 저렇게 하루아침에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고?
그들은 피부로 깨달았다.
마법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것은 이미 옛말.
이제야말로 진정한 마법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걸.
‘마법사를 고용해야 한다.’
‘페르세타에게 마법을 배워야 해.’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돈을 아끼지 말아야겠군.’
모두가 경이에 몸을 떨 때, 드블랑 왕국 동부 귀족의 수장인 뤼이스 애셔 백작은 암담함에 몸을 떨었다.
‘괜히……. 베리테 영지와 척을 졌구나.’
바보가 아닌 다음에는 모를 수가 없었다.
이제 세상을 좌우하는 힘은 마법이 될 것이고 그 중심에 베리테 영지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사죄를 해야겠지.’
얻은 것은 하나도 없는데. 더 많은 것을 내줘야 하게 생겼다.
그 사실이 너무 쓰라렸다.
텅 빈 신장 한쪽도, 사라져 버린 미각도, 둔해진 후각과 5년쯤 짧아진 수명도.
뤼이스 애셔 백작은 그만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