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6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67화(67/171)
67화 공부
“카슈슈 왕국이 도발을 감행했다? ?드리미온 왕국에서는 내전이 벌어졌고?”
“예. 폐하. 거기다가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은 빌레인 왕국을 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이린 제국의 황성.
상황을 전하는 대신의 당혹한 목소리와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의 무심한 표정이 교차한다.
“머리를 제법 썼구나. 빌레인 왕국은 나의 동맹. 다른 곳에 소요 사태를 일으켜 빌레인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
제국은 거대하고 강력했지만, 되려 그게 단점이 될 때도 많았다.
드넓은 영토만큼 국경선도 길고 적도 많았기 때문에 그 강력한 힘을 한 점에 집중시키기 어렵다.
때문에 지금 상황은 제국의 위기라고 할 수도 있었다.
전 세계를 주무르는 제국의 패권이 도전받는 시기.
빌레인 왕국을 지켜 내지 못한다면 동맹들은 제국이 예전같지 않다며 수근거릴 것이다.
카슈슈 왕국의 도발을 압도적으로 짓뭉개지 못한다면 제국의 적들은 제국의 쇠락을 점치며 희망에 차올라 더욱더 이빨을 드러낼 것이다.
대륙 최고의 곡창지대인 드리미온 왕국의 내전을 정리하지 못하면, 드넓은 제국을 먹여 살리기 위한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도,
황제는 마치 짖어 대는 강아지를 쳐다보는 늑대처럼 무심하기만 했다.
“나쁠 거 없지.”
“네?”
“마음껏 날뛰게 두어라. 오히려 좋구나.”
“하오나 폐하.”
“병무대신.”
“예, 예. 폐하.”
“걱정 말라. 때가 되면 내가 친히 정리할 것이니.”
황제는 나른하게 하품을 하며 절대적인 자신감을 보였다.
“실컷 치고받고 싸우며 피차 힘을 소진토록 하라. 오랜만에 영토를 크게 늘리겠구나.”
정복군주 칼리슈트 세이린.
그의 치세 아래 제국은 벌써 영토를 40%나 늘렸으나, 그는 아직도 만족할 줄을 몰랐다.
때문에 세상의 혼란이 그는 오히려 기꺼웠다.
점령지의 불안정함과 적대 국가들의 연합으로 틀어쥐어야만 했던 정복의 고삐. 그걸, 이 혼란을 틈 타 다시 풀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세상은 모르는 제국의 진정한 힘.
그걸 마침내 꺼내 드는 순간, 적들의 목은 떨어질 것이고 제국의 영광은 온 세계에 떨쳐 울릴 것이다.
황제는 그날을 기다리며, 나른하게 하품을 했다.
* * *
“샤라 언니! 언니!”
베리테 백작가의 막내딸 일리안느 베리테. 그녀가 연구실로 뛰어들어 오며 외치는 소리에 샤라 엘리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샤라 언니.’라니.
그런 식으로 불려 본 마지막 기억이 언제인지 희미하기만 했다.
성녀 후보자.
성녀 님.
언젠가부터 그녀는 이름 대신 그런 호칭으로만 불렸으니까.
그래서 싫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쪽에 가까웠다.
성녀라는 이름을 들을 때면 어떤 책임감에 짓눌리는 기분이었지만, 일리안느가 ‘샤라 언니!’하고 친근하게 불러 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그런 성녀도 오늘만큼은 일리안느를 편하게 대할 수없었다.
그녀가 살 떨리는 부탁을 해 왔기 때문이었다.
“언니! 언니! 나랑 같이 오빠한테 가자! 같이 따져 주라!”
“으, 응? 따져……? 페르세타 선생님한테?”
“응! 이번 파티 말야. 그것 때문에 난리 났어. 히센 왕국하고 쥬피데르 왕국에서 우리랑 빌레인 왕국에 최후통첩을 날렸다고!”
“아.”
그 얘기구나.
샤라 엘리프는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금세 파악할 수 있었다.
애초에 천사 성교회는 전 세계 곳곳에 뻗어 있는 종교.
어쩌면 제국만큼이나 뛰어난 정보력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
그러니 당연히 성녀도 전후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 이번 파티에 참가했던 로열 나이트들이 더는 로열나이트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 그로 인해 분노한 히센과 쥬피데르 왕국이 베리테 영지와 빌레인 왕국에 최후통첩을 날렸다는 것.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베리테 백작가에서 알지 못할 정보까지도 알고 있었다. 가령,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의 뒷공작으로 인해 카슈슈 왕국이 제국에 도발을 감행했고 계속 불안하던 드리미온 왕국에 마침내 내전이 일어났다는 것까지. 샤라 엘리프는 모두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오늘 새벽기도를 했다.
급격한 속도로 혼돈 속에 빠져드는 세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고 다치고 고통받을까.
천사의 구원을 바라며 그녀는 가슴 아프게 기도를 올렸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언니! 언니는 성녀잖아!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성녀님! 이번 일은 오빠가 너무 했어! 꼭 그렇게 해서 전쟁을 벌일 필요까지는 없었던 거잖아! 이건 좀 따져야 돼!”
꼭 전쟁을 벌일 필요까지는 없었던 일.
성녀도 그리 생각하긴 했다.
안 그래도 히센과 쥬피데르가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뻔한데……. 그들의 로열 나이트가 은퇴해야 할 정도의 피해를 주고 돌려보낸다?
이건 제국도 하지 않을 패악질이었다.
곧장 최후통첩 후 전면전의 수순을 밟게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원래의 그녀였다면 당연히 우려를 표명했을 것이다. 설령 상대가 제국의 황제라 해도 비판 성명과 친서를 보냈을 것이다.
지금도 정보를 보내오는 천사성교회의 본단에서는 베리테 영지의 행위를 규탄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날아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하지만…….
“저기 일리안느.”
“응! 언니!”
“나는……. 안 돼.”
“응? 어째서? 언니가 이럴 때 나서줘야지! 오빠는 폐관 수련을 너무 오래 해서 그런지 어떨 땐 너무 잔혹하다고! 이번에도 그래. 기분이 상하긴 하지만 이럴 것까진 없었어! 누군가는 한 번 제동을 걸어야 돼! 안 그러면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칠 거야. 아파할 거야!”
동감.
샤라 엘리프는 일리안느의 말에 백 퍼센트 동감했다.
하지만.
“안 돼. 선생님에겐 선생님의 뜻이 있을 거야.”
“언니!!!”
일리안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석같이 믿었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기라도 한 듯 그녀는 억울하고 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샤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 목소리가 귀에 생생했으니까.
‘나는 페르세타 베리테를 안다. 하지만 너는 모른다.’
천사 중에서도 가장 존귀한 치천사. 그중에서도 ‘정의’의 천사라 불리는 ‘메아샤’가 페르세타를 비호했으니까.
아집을 버리고 겸손하게 배우고 처음으로 돌아가 진정한 진리의 가르침을 따르라 말씀하셨으니까.
그녀에게 있어서 페르세타는 단순한 선생님이 아니었다.
목숨을 바쳐 믿고 따라야 할 선지자, 신의 사도, 그 자체.
그런 그녀가 감히 페르세타의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하거나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크신 뜻이 있겠거니 하고 몸을 낮추는 수밖에.
“미안. 일리안느. 나는 페르세타 선생님이 틀렸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
“언니…….”
“그만. 나 연구할 게 있어서.”
샤라의 부드럽지만 단호한 축객령에 일리안느는 두 어깨를 축 떨어뜨리고 방을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 * *
“흠~ 흠~♬”
새벽 6시.
밤늦게까지 연구하던 마법사들도 모두 잠이 든 시간.
페르세타는 아무도 없는 대강당에서 홀로 콧노래를 부르며 칠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좋네. 70점.”
그는 거대한 칠판에 빼곡한 수식들을 읽더니, 수식 앞부분만 빼고 죄다 지운 다음 그 아래에 점수를 매겼다.
그의 눈짓을 따라 분필과 분필 지우개가 저절로 허공을 날며 지우고 쓰고를 반복한다.
“이건……. 틀리진 않았는데 수식이 너무 복잡해. 40점.”
– 40점. 연구 과정으로서 의미는 있으나 계산이 너무 복잡. 계산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개념이나 계산법을 발견해 볼 것.
– 80점. 뛰어난 아이디어! 하지만 증명 부분에 빈구석이 있음. 더 생각하도록.
칠판에 적힌 수식들은 요즘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마법사들이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는 수식들이었다.
아니지.
글라우베 마법 대학뿐만이 아니었다. 1달에 한 번씩, 신기루의 탑을 통해 전 세계에서 모인 마법사들이 연구 성과를 공유했으니……. 저기에 적힌 수식 중에는 현자 시에넬이나 이그나치오 교장, 오마르 민족지도자 애캘슨과 같은 지금은 학교를 떠난 마법사들의 아이디어도 있었다 페르세타는 그 모든 것에 점수를 매기고 앞으로 연구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마법사들이 아침에 일어나서 이걸 보면 기뻐하겠지?
그런 생각에 페르세타는 더욱더 보람차게 분필을 놀렸다.
그렇게 막, 거대한 칠판에 적힌 수식들에 대한 채점을 끝냈을 때였다.
“오빠.”
일리안느가 뭔가 단단히 각오를 한 목소리로 페르세타의 앞에 와서 섰다.
일리안느는 성녀 샤라 엘리프도, 왕세녀 라냐 비셰나도, 살리넬르마저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그 모든 실패를 더욱더 활활 타오르는 의지로 바꿔 이 자리에 섰다.
“응? 이 시간에 안 자고 뭐 해?”
페르세타는 여상하게 인사를 건넸지만, 일리안느는 지금 인사를 받을 기분이 아니라는 듯 두 눈에 힘을 팍! 주었다.
“오빠. 어쩌려고 그런 거야?”
“뭘?”
“전쟁 말이야! 제발 그런 말은 하지 마! 로열 나이트들이 힘을 잃은 게 오빠랑 관계가 없다거나 하는 그런 말은 하지 말라고! 환요계에 모두를 초대한 건 오빠였고, 그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것도 오빠였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지! 하필이면 히센과 쥬피데르의 로열나이트들이 크게 당해서 돌아갔다고. 더 이상 로열 나이트로 남을 수 없다더라.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오빠도 알잖아?”
페르세타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에겐 내 신병을 내놓으라고 했고, 빌레인에게는 빌레인 왕국의 로열 나이트 2명의 목을 바치라는 요구를 했지. 최후통첩이 보통 그런 거라지만, 정말 터무니없어.”
“오빠! 오빠가 그런 상황을 만든 거잖아! 알아! 나도 알아! 우리가 강하다는 것쯤은. 어쩌면 전쟁을 벌여도 우리가 어렵지 않게 이길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건 국가와 국가 간의 전면전이야. 대체 몇이 죽을지, 얼마나 큰 고통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거기다 이게 끝일까? 세계정세가 이렇게 흔들리면 곳곳에서 또 동시다발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오빠. 이건 반성해야 돼!”
그 말에, 페르세타는 일리안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일리안느.”
“응?”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원흉이라고?”
“아니야?”
“내가 시발점이 된 건 맞지. 하지만 이게 정말 이 모든 게 내 탓일까? 히센 왕국와 쥬피데르 왕국이 항상 빌레인 왕국을 삼키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도. 그러던 차에 끼어든 우리가 보기 싫어서 로열 나이트를 보낸 것도. 전부 내 탓인 걸까?”
“그, 그건 아니지만…….”
“맞아. 아니야. 전쟁의 씨앗을 뿌린 건 내가 아니야. 난 그냥 거기에 물을 주고 적당히 이용했을 뿐이라고.”
“어, 어……?”
“이용할 수 있는 게 있는데 이용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일리안느 네 말도 맞아. 전쟁. 그거 끔찍한 거지. 하지만 그것만큼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도 없어. 사람은 고통스러우면 더 절박해지고 절박해지면 세계를 바꾸는 법이거든.”
“그, 그래서. 설마 오빠, 일부러 전쟁을, 유도했다는 거야?”
일리안느는 그렇게까진 생각하지 않았었다.
페르세타가 감정적으로 일을 처리해서 국제 정세가 어지러워진 거라 생각했다. 지난번 펠릭스 자작을 잔혹하게 처리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적당히 항의만 할 생각이었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 오빠도 더는 그러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런데 지금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페르세타는 처음부터 일부러 전쟁을 일으키려 했던 게 아닌가?
“응. 유도했지. 딱 내가 원하는 대로 됐어. 전쟁이 벌어졌으니, 이제 모든 국가는 좋든 싫든 최신 마법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을 거야. 내가 보여 준 신비 세계에 진출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이 벌어지겠지. 뛰어난 마법사들에겐 둘도 없는 기회가 될 거야.”
“오빠……!”
일리안느의 눈동자가 와들와들 떨렸다.
가끔 두려울 때도 있지만 어쨌든 일리안느에겐 페르세타는 다정하기 짝이 없는 오빠였다.
그런 오빠가 이런 마왕 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발밑이 무너지는 것처럼 아득하고 두려워졌다.
“일리안느.”
페르세타가 그런 일리안느의 어깨를 잡았다. 마치 떨어지려는 그녀를 꼭 붙드는 것처럼.
“비록 이 전쟁을 내가 유발하긴 했지만, 말했다시피 그 씨앗은 내가 뿌린 게 아니야. 이 시대 자체의 한계고 현실이었지.”
페르세타는 고요한 눈동자로 일리안느의 눈을 꿰뚫어 보며 말했다.
“그러니 공부를 해. 일리안느.”
“고, 공부? 갑자기?”
“응. 공부를 해. 지금의 문제는 네가 만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앞선 세대가 만들어 낸 문제에서 비롯된 거잖아. 하지만 이후에 생겨날 사건들은 너와 네 세대에서 비롯하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은 공부를 해. 다가올 미래는 네가 만들게 될 테니까. 아니. 위대한 마법사들이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때가 올 거니까. 내가 그런 시대를 불러올 거야.”
“아.”
일리안느는 할 말이 없었다.
페르세타의 말은 괴변 같으면서도 또 그럴듯하게 들렸다.
“이미 수레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했어. 우리 베리테 영지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꾸준히 연구를 해야지. 당장 초장거리 포격 기술 같은 것만 해도 다른 이들이 따라잡기 시작할 거야. 네가 앞장서서 우리 영지의 격차를 유지해야 해. 그래야 우리 영지가 평화로워질 거고, 세계의 균형을 잡아 줄 수 있게 될 테니까.”
“오빠…….”
일리안느가 입술을 꾹 깨물고 외쳤다.
“싫어! 난 사람을 죽이려고 마법을 배운 게 아냐. 난 차라리, 사람을 살리고 구하기 위한 마법을 연구할 거야. 오빠가 불러온 전쟁에 고통받을 무고한 사람들을 위한 마법을 연구할 거라고!”
빽! 소리를 지르는 그녀의 말에 페르세타가 활짝 웃었다.
“너무 좋아!”
“오빠!”
“아니. 진심이야. 나도 널 도울게. 진심으로. 사람을 구하는 마법 역시 필요하지.”
그리곤 곧장 즉석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개념을 세워 나가는 페르세타였다.
일리안느는 그만 혼란스러워졌다.
마법의 발전을 위해 전쟁을 유발한다니…….
그 생각이 턱없이 끔찍하게 느껴지는데…….
또 저렇게 진지하게 사람을 구하는 마법을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평소의 오빠 같기만 하고…….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건, 자신이 페르세타를 미워할 수는 없다는 것.
일리안느는 마법의 발전을 최우선에 놓는 페르세타의 사상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오빠였으니까.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자 더는 할 말이 궁했다.
어쩌면 정말로 자신에게 필요한 건 공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
페르세타 오빠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나대로.
나의 길을 가자. 언젠가는 오빠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일리안느는 몇 번인가 한숨을 쉬고는 페르세타가 내민 개념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해 나갔다.
사람을 치유하는 마법. 불을 끄는 마법. 무너진 잔해 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마법, 식량과 물을 보급하기 위한 마법…… 구조 마법의 개념을 정립하고 그것을 발전시켰다.
그러자 페르세타는 아까보다 더욱 환하게 웃었다.
“이게 진짜 공부거든. 드디어 네 길을 찾아가는구나. 일리안느.”
“응?”
“공부는 길을 찾는 과정이야. 반드시 도달하고 싶은 어떤 목적지를 두고서 쉼 없이 나아가는 것이거든.”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공부는 무엇보다도 냉정하면서도 가장 격정적인 실천인 거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그것.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일념. 그 마음이 너를 성장시키고, 마법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거야.”
페르세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뒷말을 삼켰다.
‘그래서 내가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던 거야.’
이런 말은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것 정도는, 눈치로 알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