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6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68화(68/171)
68화 대 마법 시대
오랫동안 곪아 왔던 갈등이 폭발하고, 작은 세력들이 거대한 제국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전란의 시대.
세이린 제국의 전쟁 사학자 루크라이온은 황제에게 올린 상소문에 이렇게 적었다.
– 폐하.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현대전은 마법전입니다.
마법사 페르세타가 만든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를 가장 적절하게 사용했다는 평가와 함께, 전쟁의 판도를 뒤바꾸게 된 그 상소문은, 입소문을 타고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 * *
빌레인 왕국은 북쪽으론 히센의 침입을 남쪽에선 쥬피데르의 침략을 받아 양면전선을 열게 되었다.
그간 열심히 양성해 온 기사 전력은 그런 상태에서도 버틸 수 있을 만큼 충분했으나, 문제는 병력이었다.
빌레인의 인구는 히센의 3분의 1이고 쥬피데르의 4분의 1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면전선까지 열렸으니, 징집령을 발동해도 병력의 부족만큼은 도무지 메울 수가 없다.
바로 이때 빌레인의 마법사들이 나섰다.
“폐하! 베리테 영지에서 전수받은 장거리 포격 마법이 있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나이다!”
빌레인의 왕도, 벨하임에는 이미 거대한 마법 포대들이 위풍당당하게 하늘을 겨누며 서 있었다.
마법사들이 이날을 위해 베리테 영지에서 구입해 온 무기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웅웅- 울리며 격렬한 마력을 사방으로 토해 냈다.
이 마법 포대를 운용하는 인력들은 당연하게도 베리테 영지에 있는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공부를 했던 마법사들이었다.
“자. 이게 바로 마나 인력이라는 걸세!”
“어허! 장거리 포격을 할 때는 차원의 자전이 만들어 내는 전향력을 계산해야지!”
글라우베 마법 대학 안의 마법 수준과 그 밖의 마법 수준은 못 해도 300년은 차이가 나는 것.
신문물을 들여온 그들이 한마디 한마디를 할 때마다 일반 마법사들은 기절초풍하며, 그것들을 받아 적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완성된 초장거리 포대가 불을 뿜었다.
콰아아앙! 쾅!
왕도인 벨하임에서 쏘아도 북쪽과 남쪽의 전선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우월하기 짝이 없는 사정거리.
히센 왕국과 쥬피데르 왕국의 전선은 소나기를 맞은 개미 떼처럼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뭐야! 젠장! 어디서 마법이 날아오는 거야! 마법사! 마법사! 뭣들 하는 거냐! 적을 찾아!”
“자, 장군! 이건 탐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먼 곳에서 날아오는 마법입니다. 아마도 베리테 가문에서 개발했다는 초장거리 마법인 듯 한…….”
“듣기 싫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것부터 말하라!”
“그, 그것이…….”
본래 변화라는 것은 모두에게 똑같은 속도로 찾아오는 게 아닌 법이었다.
마법계는 그래도 비교적 빠르게 페르세타가 일으킨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었으나 나머지 분야들은 그렇지 못했다.
특히 군사 부문.
군사 부문이라는 것은 전쟁을 하고 있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게 최신의 기술을 도입하는 분야였지만, 평화시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장군급 지휘관들이 이전의 전투교리에 익숙할 때는 엄청난 참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끔찍한 패배를 경험하고 수많은 장군의 목이 달아난 다음에나 본격적인 변화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히센과 쥬피데르는 아직 그런 참담한 패배를 경험하기 전이었다.
“멍청한 놈들……! 어쩔 수 없다! 전군 돌격! 이렇게 된 이상 적에게 바짝 접근한다! 적과 뒤엉키면 저 초장거리 포격인지 뭔지도 함부로 날리지 못할 거다! 기사단! 길을 열어라!”
때문에 전선 곳곳에서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명령들이 쏟아져 내렸다.
“으아아악!”
“어어……. 내 팔……. 내 팔이…….”
“돌격! 돌격해!”
“히이이익!”
“돌격하라고!”
장거리 포격이 쏟아지는 와중에 내려진 멍청하기 짝이 없는 돌격 명령.
당연히 제대로 된 돌격이 될 리 없었다. 히센 군과 쥬피데르 군의 병력들은 우왕좌왕하다가 때를 노려 달려든 빌레인 군에게 하나하나 사냥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1차 원정군 전체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참혹한 싸움.
그날. 유연하게 대처한 몇몇 장군들을 제외하고 히센과 쥬피데르에선 수십 명의 장군들이 목을 잃었다. 국왕의 명령에 따라 전국의 마법사들이 소집되었다.
그리고 이 전쟁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주변국의 장군들과 전쟁학자들은 모두 땅과 하늘이 거꾸로 뒤집히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 * *
사람이라는 건 지독하게도 안 바뀌는 고집불통은 존재들이지만, 그런 그들도 쉽게 바뀔 때가 있다.
바로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을 때.
빌레인 왕국과 히센, 쥬피데르 왕국 사이에서 벌어진 첫 번째 회전은 수많은 장군들의 목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 시대의 장군들은 대체로 마법사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법은 평화로운 후방에서나 유용한 것이지, 지옥 아수라장 같은 전장에서는 그 쓸모가 많이 떨어진다고 봤던 것.
그들에게도 이유는 있었다.
“지금이다! 적들이 혼란에 빠졌다! 적진 중앙부에 대단위 섬멸 마법을 펼쳐라!”
“예!”
“……아직인가!”
“그, 그게……. 마법을 실패했습니다!”
어느 장군이든지, 실전에서든, 훈련 중이든, 한 번쯤은 경험해 봤던 상황. 직접 겪어 보면 이것만큼 골이 띵한 일도 없었다.
지난 수백 년 간 거듭해 왔던 마법의 쇠락 탓에 더 이상 마법을 전장에서 쓸 수 없을 만큼, 그 신뢰성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랬기에 그들은 마법을 등한시했고, 그랬기에, 최근 2년 사이 벌어진 마법의 어마어마한 혁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입관은 질기고, 혁신은 너무나 빨랐기에.
뒤처졌기에, 그들은 더욱더 절박해졌다.
“마법사! 마법사가 필요하다!”
“당신이 글라우베 마법 대학 출신 마법사입니까? 전쟁에 쓸 수 있는 마법으로는 어떤 게 있겠습니까?”
“전하! 우리도 하루 속히 현대적인 마법 전력을 확충해야 하옵니다!”
마법이 쇠락하기 시작한 이래로 대륙 전체를 잇는 통신망도 끊어졌기에, 이 변화가 단번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국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는 그 기세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급격한 변하는 모든 마법사에게 엄청난 기회로 다가오게 된다.
“어머니……. 어머니……. 제가 옳았어요. 어머니……. 저 이제 인생 폈다고요…….”
21세의 젊은 마법사 시아시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편지를 썼다.
그가 마법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입을 나불댔던가.
“그 좋은 머리로 왜 마법을 배워?”
“마법은 끌이야. 미래가 없어.”
“왜? 평생 어머니 등골 빼먹으며 살려고?”
“그래서 너 마법 배워서. 돈 좀 벌었냐?”
자기는 그저 마법이 좋았을 뿐인데.
마법에서 가능성을 느꼈을 뿐인데.
그게 이토록이나 괄시를 받을 일인가?
하지만 그 인고의 세월도 끝이었다.
이제는 반대로 자신이 남들을 괄시해 줄 차례!
시이시나는 자신의 앞에 놓인 편지들을 바라보았다.
– 새턴 백작.
– 루오스 공작.
– 발로스 후작.
– 도리안 국왕 캘리아 도리안 친서.
내로라하는 귀족들에서부터 심지어 왕의 친서까지.
세상 모두가 그를 모셔가려고 혈안이 되었다.
그 안에 약속된 대우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
어떻게 하루아침에 세상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건지…….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드르르-
마법으로 움직이는 수레가 홀로 움직이며 거리를 누빈다.
쿠르르르-!
거기서 더 발전한 거대한 금속 수레가 수많은 군수품을 싣고 막대한 증기를 뿜어내며 움직인다.
지나다니는 왕성의 군인들은 마법이 새겨진 지팡이를 옆구리에 하나씩 끼고 있다.
이 모든 게 고작 빌레인과 히센, 그리고 쥬피데르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지 반년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히센 왕국의 북쪽에 위치한 도리안 왕국의 국왕은 안팎으로 나라가 흉흉하니 마법을 중심으로 부국강병을 이룬다는 기조를 발표했고, 그 후 반년 만에 사회 곳곳에서 마법사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 벌어졌다.
나름 똑똑한 청년이었던 시아시나는 이 변화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게 다 페르세타 님 덕분이다.”
드블랑 왕국의 작은 영지였던 베리테 백작가. 그곳의 첫째 도련님 페르세타가 폐관을 깨고 나온 지 2년 만에 일어난 엄청난 변화.
시아시나는 베리테 영지 방향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페르세타 님!”
그리곤 경건한 마음으로 책상 위에 편지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이 중에서 어디든 골라서 갈 수 있다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 * *
“으아아악! 20점이라니! 20점이라니!”
“후우……. 70점인가. 그래도 이번엔 괜찮군.”
“사, 살리넬르 님! 90점! 90점이라니! 역시 살리넬르 님!”
글라우베 마법 대학.
요즘 이곳의 하루 일과는 대강당에 모여 커다란 칠판을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곳의 마법사들이 밤새 칠판에 자신이 최근 연구 중인 수식들을 적어 놓으면, 페르세타가 새벽에 혼자 와서 그 수식들에 점수를 매기고 연구 방향을 제시해 준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으며 전통이 되었다.
이런 문화 덕분일까? 안 그래도 세계 제일의 마법사들이 모인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학문 수준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순수 마법학부터 응용 마법학까지.
가리지 않고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는 연구 성과에 아란드리아 베리테 지부에 있는 미네르바의 부엉이들은 날개를 쉬게 할 틈조차 찾지 못할 지경이 되었다.
어느새, 세계의 모든 마법이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전쟁을 위한 장거리 포격 마법.
운송을 위한 자동 수레 마법.
농사를 위한 비료 마법.
대장간과 공방을 위한 공학 마법.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마법사들은 마법을 만들었고, 베리테 영지의 기술자들은 그 마법이 적용된 핵심 부품을 만들었다.
자동 수레를 위한 마법 엔진.
장거리 포격을 위한 감지 장치와 포격 제어 시스템.
마법 비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핵심 물질.
이런 것들이 베리테 영지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팔려 나갔다.
수많은 상인이 베리테 영지로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덕분에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막대한 부를 손에 쥐게 되었다.
예전에는 왕국 제일의 궁정 마법사장이 1년 봉급으로 1,000달론 정도를 받았는데. 이제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가장 못 버는 사람도 1년에 500달론 정도는 기본으로 버는 시대가 왔다.
세상에서 가장 빨리 소문이 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누가 얼마 벌었다더라 하는 소문.
마법사들 사이에서 글라우베 마법 대학은 그야말로 꿈의 장소가 되어갔다.
당연히 점점 더 뛰어난 인재들이 몰려들었고, 페르세타가 유도한 대로 <프린키피아>를 향한 연구는 빠른 진척을 보였다.
“좋네. 이 정도면 나보다도 빠른 것 아닌가?”
페르세타는 마법사들의 발전 속도를 파악하며 흡족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첼레스티움>을 깨닫고 <프린키피아>를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5년이었다.
그런데 <첼레스티움>을 발표한 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글라우베 대학의 마법사들은 벌써 <프린키피아>의 커다란 체계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1년 내로 <프린키피아>를 발표해도 될 것 같았다. 수많은 연구가 쌓인 만큼,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없을 것이고, 금세 그 지식을 전 세계로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레라티비테트>부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페르세타는 대강당에서 열심히 토론하며 연구를 진행하는 마법사들을 뿌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마법이 본격적으로 돈이 되고, 명예가 되는 시대.
그런 시대가 찾아와서 그런지, 마법사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밝았고, 사기는 드높았다.
역시 전쟁을 유도하길 잘한 것 같았다.
– 악당! 그대! 지금 전쟁을 일으키길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요정 공주 히나리리리아네가 페르세타의 어깨에 앉아 그의 볼을 꾹꾹 눌렀다.
페르세타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이 전쟁을 끝내는 것도 제가 끝낼 거니까요.”
– 그게 말처럼 쉽다는 말이냐?! 네가 일으킨 전쟁 탓에 전장에 소환된 내 백성들이 얼마나 슬피 우는 줄 아느냐!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있을 겁니다. 마법사들의 힘이 커지고 있으니까요. 조금만 더 지나면……. 마법사가 없으면 아예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겠죠.”
– 오? 그래서?
요정 공주 히나리리리아네는 방금까지 화를 내던 게 장난이었던 것처럼 금세 눈동자를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페르세타는 피식 웃으며 말을 마저 이었다.
“그리고 그 마법사들은 우리 베리테 백작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점점 더 그렇게 될 거예요. 언젠가는 우리가 멈추라고 하면, 전쟁을 멈출 수밖에 없을 만큼. 심지어 황제의 명령보다도 우리의 요구를 우선시하게 될 겁니다.”
페르세타의 눈이 대강당에서 열심히 연구를 하는 마법사들을 들여다보았다.
기초 마법 뿐 아니라, 페르세타가 상상도 못했던 온갖 기기묘묘한 응용 마법들까지도 만들어 내고 있는 뛰어난 마법사들.
바로 저들이 페르세타에게 그런 영향력을 가져다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