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7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70화(70/171)
70화 오러 소드
칼슈슈 왕국의 젊은 마법사 에윈은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발원한 최신 마법 이론을 군 선배들에게 얻어 배울 수 있었다.
그날 이후, 그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상상만 해 왔던 온갖 마법들을 실제로 펼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토록이나 짜릿한 일일 줄이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 그는 호언 장담을 하곤 했다.
“우리 칼슈슈의 마법사들이 새로운 이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까? 심지어 그걸 전투 마법으로 완벽하게 응용하지 않았습니까?! 이 힘이 있으면 제국과 전면전을 벌여도 무섭지 않아요! 제국의 로열 나이트조차 마법으로 충분히 사냥할 수 있습니다! ?칼슈슈는 최강이고 그 최대 공신은 우리 마법사들이에요!”
칼슈슈 마법 군단 소속의 전투 마법사들은 그런 에윈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딱히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사실이었으니까.
칼슈슈의 마법사들은 누구보다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고, 남들보다 빠르게 그것을 전투 마법에 응용해 내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조국에 대한 사랑과 마법에 대한 긍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실제로 제국과 벌이고 있는 국지전에서 전투 마법사들은 활약을 했다.
그 결과 그토록 강하다는 제국의 강병들을 꺾고 순식간에 국경 지역의 성 하나와 요새 5개. 마을 10개를 점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 이상 들어가면 전면전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서 멈추긴 했지만, 제국의 뒤통수를 아프게 한 방 때린 것은 사실이었다.
이대로 땅을 차지한 채 잘 버티기만 하면 이 땅을 은근슬쩍 합병할 수도 있었고, 아니면 훨씬 큰 대가를 받고 제국에 돌려줄 수도 있었으니…… 아주 성공적인 전쟁이었다는 자평이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제국의 이빨이 다 빠졌다는 소문과 함께.
그리고 마침내 성을 탈환하기 위해 출진한 제국군들을 봤을 때, 칼슈슈 병사들은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제국군이 너무 초라했으니까.
성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최소 3배가 넘는 병력이 필요하다는데, 저기에 모인 병력은 도리어 수성군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장거리 포격으로 두들기고 병력을 내보내면 풍비박산이 나겠구나.
그게 칼슈슈 지휘관들의 판단이었고, 젊은 마법사 에윈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고오오!
며칠 밤을 새워 작업한 장거리 포격 마법 발사대.
금속 원통을 타고 룬문자가 환하게 타올랐다.
비록 베리테 영지가 선보였다는 초장거리 포격을 흉내낼 수는 없었지만, 화력은 오히려 더 뛰어날 거라 자부하는 물건이었다.
“발사!”
전투마법여단의 여단장이 지시를 내리고 10문의 마법포대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화끈한 열기와 함께 앞머리가 꼬부라들었다.
저 10발이면 마을 하나를 지울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이다.
화염 마법의 그 눈부신 비상을 바라보며, 젊은 마법사 에윈은 이제 확실히 기사의 시대는 가고 마법사의 시대가 왔노라고 확신을 했다.
저 멀리 적진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오고,
서걱-!
불길한 절삭음이 들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어?”
웅성웅성-!
성벽 위의 마법사들이 소란스러워졌다.
“방금 뭐야?”
“마법이…… 소멸했어?”
“이미 구현화된 마법을 그냥 소멸시켰다고? 더 큰 힘으로 상쇄한 게 아니라?!”
제국의 현자라도 온 것인가?
마법의 상식을 뒤흔드는 일이 눈 앞에서 펼쳐졌다.
마법 포격을 봄바람처럼 흩어 버린 제국군이 척. 척. 앞으로 전진해 왔다.
“쏴! 있는대로 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막을 수는 없을 거다!”
마법사들은 미친 듯이 마법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신경을 많이 썼다.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흘러나온 대마법서 <첼레스티움>의 지식을 응용해서 정령계, 환요계, 요정계의 힘을 섞은 뜨거운 불길과 벼락을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하지만,
서걱-!
석-!
적진에서 환한 빛이 터져나올 때마다 마법은 뿔뿔이 마나로 분해되어 흩날렸다.
“쏴라! 뭣들 하느냐! 궁병! 쏴!”
잠시 넋을 놓고 있던 지휘관들이 다급히 소리 질렀다. 마법이 통하지 않으니 화살 세례를 퍼부어 피해를 입히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터터터텅!
마법사는 저쪽에도 있었다.
허공에서 일렁이는 투명한 장벽이 쏘아진 화살들을 모조리 막아 냈다.
그리고,
타다닥!
10여 명 정도 되는 기사들이 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마치 땅을 접어 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거리를 격하고 성벽 위로 뛰쳐 올랐다.
에윈은 반사적으로 자신과 가까운 쪽으로 달려온 제국 기사를 향해 마법을 발동했다.
“[스네이크 아이!] [쇼크 웨이브!]”
환요계의 뱀 요괴에서 힘을 빌어 온 [스네이크 아이]. 시야에 들어온 사람을 마비시키는 주문이었다.
거기에 바람 정령의 힘을 빌어 온 [쇼크 웨이브]. 휘말린 사람은 엄청난 음파 공격에 내부가 진탕되고 균형 감각이 상실돼 쓰러지게 되는 마법이었다.
체내의 오러 때문에 항마력이 강한 기사라 해도 움직임이 현저히 느려질 수밖에 없는 강력한 조합.
하지만.
번뜩!
제국 기사의 검이 새하얀 빛으로 물드는 순간, 에윈이 일으킨 주문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버렸다.
“뭐……. 뭐야……. 저게. 기사가……?”
마법사도 아닌 기사가 마법을 튕겨 내는 것도 아니고 소멸을 시켜?
그리고 벌어진 것은 학살이었다.
일반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칼슈슈의 강력한 기프트 나이트들조차 제국 기사의 검을 다섯 차례 이상 받아넘기지 못했다.
환하게 빛나는 제국 기사의 검은 마법뿐 아니라 기사들의 [기프트]마저도 갈기갈기 찢어 버렸고, 오러가 충만한 기사의 검조차 유리 장처럼 터뜨려 버렸다.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
기사들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크그그긍!
어느 틈엔가 성문을 지키던 병력이 전멸을 했고, 성문이 활짝 열려 버렸다.
열린 성문으로 제국군들이 무혈입성했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던 칼슈슈 왕국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피 흘리는 헝겁 주머니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늘이 무겁고 땅이 비리다.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것을 느끼며, 칼슈슈의 젊은 마법사 에윈은 고개를 축축한 바닥에 처박았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 주십시오! 저는 마법사입니다! 노예로 살아도 좋습니다! 쓸모가 있을 겁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그는 공포로 정신이 나가 자신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도 알지 못했다.
압도적인 폭력 앞에 그가 가지고 있던 애국심과 마법사로서의 자금심은 이미 와르르 무너져 내린지 오래였다.
어느 순간 주변이 고요해졌다.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고개를 처박은 에윈이 살려 달라고 외쳐 대는 소리만 시끄러웠다.
아무 대답이 없었기에, 에윈은 계속 계속 목이 쉬어라 생명을 구걸했다.
그리고 잠시 뒤.
“닥쳐라.”
나직하게 들려온 목소리. 에윈은 혀를 깨물며 입을 다물었다.
저벅. 저벅.
발소리 하나가 들렸다.
주변에서 기사로 추정되는 이들이 지극이 공경하는 목소리로 외친다.
“폐하. 명을 완수하였나이다.”
에윈의 심장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부풀었다.
폐하?
그럼 세이린 제국의 황제가 지금 이 앞에 와 있다는 건가?
두려웠다.
에윈은 고개를 들 생각은커녕 이마를 더욱더 축축한 바닥에 짓이기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흠. 이 정도 마법 전력과 기사들은 오러 샤인 급의 기사들로도 충분하구나.”
“예. 폐하. 폐하께서 창안하신 검술, 오러 소드의 힘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인 ‘오러 샤인’만으로도 어지간한 마법과 기프트를 모두 무력화시키고 기사의 검마저 부러뜨리니, 참으로 놀랍사옵니다. 이보다 더 높은 ‘오러 플레임’은 어떨지, 또 폐하께서 이루신 ‘오러 블레이드’의 경지는 얼마나 드높은 것인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아주 노골적인 아첨이었지만, 황제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오러를 극도로 압축하고 엮어 빛이 나게 만드는 오러 소드 검술.
벌써 반 년을 넘긴 전쟁을 통해 현대전의 패러다임이 마법전으로 바뀌었는데, 오러 소드의 발명은 그걸 다시 기사에게로 돌려놓는 어마어마한 변혁이었다.
이제 다신, 마법사들이 기사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 할 것이다.
오러 소드를 창안하고 스스로 그 경지의 끝인 ‘오러 블레이드’를 피워 내는 데 성공한 남자.
세이린 제국의 황제, 칼리슈트 세이린은 흡족하게 웃으며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지평선이 온 세상의 정당한 주인인 자신의 통치를 기다리며 몸을 바짝 낮추고 있다.
* * *
신기루의 탑.
한 달에 한 번. 정령계가 가장 빛나는 날. 오늘도 여김 없이 신기루의 탑이 열렸다.
전 세계의 고위 마법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그간의 마법적 성과를 공유하고 토론을 이어 갔다.
그러는 틈틈이 탑의 위쪽에 도전하며 심상의 도구를 갈고 닦고 더 정확한 관측과 측정을 가능케 하는 힘을 얻는다.
페르세타는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나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이런 속도라면. 이곳에 모인 고위 마법사들이 <프린키피아>에 도달할 때까지는 앞으로 3년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되겠네.’
남은 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 <프린키피아>의 주요 아이디어들은 이미 살리넬르 등의 우수한 인재들을 통해 전파되었고, 그것을 수식화하기 위해 더 정밀한 측정과 더 우수한 계산법의 발명만을 남겨두고 있을 뿐이었으니까.
그가 조금 등을 떠밀어 주고 선입관을 깨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상 이상의 성과인 것은 틀림없었다.
페르세타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프린키피아>의 의미는 정말로 깊었으니까.
<첼레스티움>이 제대로 걷기 시작하는 단계라면, <프린키피아>는 제대로 생각하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프린키피아>를 마스터한 마법사라면, 페르세타의 기준으로도 한 명의 ‘마법사’라고 불러 줄 수 있을 정도.
그만큼 의미가 깊은 진전이었다.
– 페르세타! 페르세타!
차오르는 성취감에 기뻐하던 페르세타는 다급하게 날아온 요정 공주 히나리리리아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공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많이 놀라신 것 같습니다만…….”
– 큰일 났어! 페르세타!
히나리리리아네는 작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놀라서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녀의 손짓을 따라 허공이 일그러지며, 하나의 영상이 떠오른다.
그것은 어느 전장의 풍경이었다.
이쪽은 숫자가 아주 많고 저쪽은 숫자가 아주 적다.
숫자가 많은 이쪽에서 수많은 마법들이 완성되어 저쪽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고작 수천 명 정도 되는 병력쯤은 단숨에 증발시켜 버릴 어마어마한 화력이었다.
하지만.
번쩍-!
온 세상을 뒤덮는 새하얀 빛이 터져 나가는 순간, 쏟아지던 마법들이 일제히 마나가 되어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렸다.
그리고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선다. 남자의 검에서는 새하얀 빛의 칼날이 끝도 없이 길어지고, 마침내, 번뜩!
그 검이 섬광을 흩뿌리며 휘둘러지는 순간, 영상이 끊어졌다.
페르세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이건……?”
– 전쟁에 소환된 내 백성들이 보내 준 영상이야. 인간의 황제가 엄청난 힘을 얻었나 봐! 그 앞에서는 그 어떤 마법도, 그 어떤 기프트도, 의미가 없대. 그리고 심지어……!
눈물을 뚝뚝 흘리는 히나리리리아네.
페르세타는 그녀가 할 말이 무엇인지 짐작한다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환되었던 요정이 소멸했겠군요.”
히나리리리아네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 어, 어떻게 알았어? 이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요정이 이 세계에 소환되는 건 보통 그림자를 투영하는 거랑 비슷한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림자가 베였다고 본체가 소멸할 수 있지?
페르세타가 신중하게 입술을 열었다.
“솔직히 저도 저게 가능할 줄은 몰랐네요. 인간이 마나 태양의 힘을 뿜어내다니.”
– 마나 태양……?
“네. 모든 세계의 근원이 되는 마나 태양 말입니다. 만물의 근원. 막대한 마나를 뿜어내는 우리 세상의 중심.
– 그런 힘을…… 인간이 품었다고?
“엄밀히 말하면 품은 게 아닙니다. 모방하고 구현해 낸 것이지요. 놀랍네요. 저건 신계의 천사들도 떨어뜨릴 수 있을 만큼 놀라운 힘입니다. 인간이란 게, 이렇게까지나 해낼 수 있는 존재였군요.”
그의 말에 히나리리리아네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 그럼 어떡해! 페르세타의 계획이 다 어그러지는 거 아니야? 페르세타는 제국이 세상을 다 차지하는 건 원치 않잖아!
“그렇죠. 경쟁이 사라지면 발전도 멈추는 법이니까요.”
– 하지만 저런 황제라면……. 페르세타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심지어 황제를 따르는 기사들도 다 비슷한 기술을 쓴대!
“흠……. 확실히. 아무리 저라도 상대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겠군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페르세타는 조금은 심각해진 눈으로, 그러나 여전히 여유를 잃지 않은 채 신기루의 탑에 모인 마법사들을 돌아보았다.
“저는 처음부터 황제와 무력으로 싸울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황제는 좋든 싫든 정복 전쟁을 멈춰야 할 겁니다. 오히려 잘 됐습니다. 마법사들의 열정 앞에선 세속의 권력이나 그 어떤 강력한 무력도 한 수 접어줘야 한다는 걸…… 황제는 물론, 세상 모두가 알게 할 테니까요.”
페르세타는 품에서 작은 쿠키 하나를 꺼내 히나리리리아네에게 건넸다.
“그러니 공주님은 걱정 마시고 맛있는 거 드시고 계셔도 됩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페르세타의 얼굴로 기묘한 웃음이 번져 나갔다.
“살펴보고 싶군요. 자세히. 황제가 어떻게 저 힘을 만들어 내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