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7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75화(75/171)
75화 메아샤 VS 황제
황제는 언제나 염원했다.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궁극의 힘을.
“어째서 우리 인간은 인간계의 지배자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무력한가.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마법사의 가장 강력한 마법도, 기사의 가장 강력한 기프트도, 결국에는 다른 차원에서 빌려오는 힘.
황제는 그 사실이 거슬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그는 모든 기사들이 염원하는 기프트를 거부했다.
그저 묵묵하게 검과 오러를 갈고 닦았다.
이미 15세에 근위 기사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었던 황제는 18세가 되자 근위기사단장과 동수를 이루었다.
이때까지는 상대가 기프트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검술로만 겨루었던 것.
18세 이후부터 황제는 이제 기프트를 쓰는 상대와의 대련을 반복했다.
25세에 처음으로 기프트를 쓰는 근위기사를 꺾었고, 30세에 근위기사단장을 꺾었으며, 35세에는 제국 제일검과 겨루어 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갈증은 계속되었다.
기기묘묘한 기프트를 쓰는 상대를 상대로 이기거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황제가 보여 준 빈틈 없는 검술과 10수 앞을 내다보는 심계 덕분에 가능했던 일.
순수한 힘의 출력으로 따지면 차이가 너무나 컸다.
상대는 장검을 들고 덤비는데, 자신은 고작 포크 하나 들고 대항하는 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싸워서야 아차, 하는 한 번의 실수가 곧장 패배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황제는 참오했다.
‘인간’의 힘을.
9개의 세계 중에서 오로지 인간만이 다룰 수 있는 ‘오러’를 그 극한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얀 불꽃을 피워 내는 데 성공했다.
그게 바로 ‘오러 소드’.
검이 흰빛을 내는 [오러 샤인]으로 시작해서, 오러가 불길처럼 타오르는 [오러 플레임]을 거쳐, 마침내 세상 그 무엇도 베어 낼 수 있는 오러의 칼날을 뿜어내는 [오러 블레이드]까지.
황제는 그 어떤 인간도 걸어 보지 못한 전입미답의 경지를 홀로 독파해 냈다.
그는 그렇게 증명했다.
자신의 위대함을.
자신의 자격을.
이토록 위대하니.
황가의 핏줄이, 자신의 핏줄이 대대손손 제국과 전 세계를 다스려야 함은 너무나 명명백백한 사실이었다.
그렇게, 인간계 제일임을 증명하고 난 뒤, 그는 문득 궁금했다.
‘내 검이 다른 세계에도 통할까? 가장 위대한 존재들이라 불리는 천사에게도?’
천사조차 떨어뜨릴 수 있는 검을 목표로 오러 소드를 창안했다.
정말로 그러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황제는 언제고 천사를 만날 날을 고대해 왔다.
* * *
“페르세타!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메아샤는 거대한 날개로 페르세타를 휘감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의 머리칼은 황금빛이다.
작은 키에 우유와 꿀을 부어 만든 듯한 미소년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한없이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그 정체는 천사 중에서도 최고 계급인 치천사. 정의의 메아샤.
“페르세타. 지난번 약속은 잘 지켰더라? 최근 하급 천사들이 인간계와 소통을 꽤 활발히 하고 있다고 들었어. 인간이 탄생하고 나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당연히 약속을 지켜야죠.”
“그럼. 그럼. 역시 페르세타는 믿음직스러운 계약자야.”
메아샤 둥실 떠올라서 페르세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꼭 아이 다루는 듯한 행동이었지만 페르세타는 딱히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메아샤에 비하면 페르세타는 아이…… 라고 부르기에도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났으니까.
메아샤는 인간계에 최초의 인간이 탄생하기 한참 전부터 존재해 왔던 지고의 천사였다.
“그래서 페르세타. 오늘은 무슨 일로 불렀어?”
“아. 저기 뒤에 있는 제국의 황제님을 상대해 주셨으면 해서요.”
“황제?”
메아샤가 페르세타의 주위에 드리웠던 날개를 거두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 인간들은 직위를 세습하는 비합리적인 문화를 가졌지? 황제면 그 정점에 있는 존재. 저자를 상대하라고?”
“네.”
“음……. 약한 사람 괴롭히면 못 써. 페르세타. 이런 일이면 나 말고 마계의 말괄량이들을 부르지 그랬어?”
“아. 폐하께선 메아샤 님과 겨뤄 보고 싶다고 그러셔서요.”
“쟤가? 왜?”
“보니까 ‘정의’에 대한 관점이 메아샤 님과 많이 다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붙어 보고 싶으신가 봐요.”
페르세타는 능청스레 거짓말을 했다.
이편이 메아샤를 설득하기 편했으니까.
“정의? 쟤는 정의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더 강하고 위대한 자가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자유의지를 꺾어도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뭐어?!”
메아샤의 눈썹이 위로 치켜올라 갔다.
그가 날개를 펄럭이며 홱! 돌아서서는 황제를 쏘아보았다.
“너. 방금 페르세타의 말이 사실인가?”
황제는 메아샤를 눈앞에 두고도 놀랍도록 고요한 신색이었다.
마치, 거울처럼 잔잔한 물을 바라보는 것만 같다.
허나 그것은 황제가 메아샤의 강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염원하던 천사. 그것도 최고계급의 치천사를 앞에 두고, 지금 황제는 완벽한 전투 태세에 들어간 상태였다. 온몸을 적당히 이완하고 적당히 긴장한 채로, 한 치의 동요도 없이 고요하게 메아샤를 주시했다.
“대답하기 전에 묻고 싶소. 그대는 정말로 치천사, 정의의 메아샤요?”
“그렇다. 내가 바로 ‘정의’를 주관하는 자. 메아샤다.”
“천사는 거짓말을 하지 못 한다 들었으니……. 사실이겠군.”
황제는 명경지수 같은 마음을 찢고 나오려는 격정을 애써 누르며 눈을 한 번 감았다 떴다.
메아샤가 그런 황제를 참을성 없이 보챘다.
“그래서. 황제. 페르세타의 말이 사실이야?”
“뭐……. 조금 악의적인 편집이긴 하지만 결론적으론 크게 다르진 않소.”
메아샤가 인상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참으로 개탄스럽네. 인간계에서 제일의 권세를 누린다는 황제가 이렇게 비뚤어진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다니.”
메아샤의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고 그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화륵……!
황금색 머리칼을 번쩍이며 뜨거운 불길을 온몸과 온 날개에서 피워올린 메아샤가 황제를 준엄하게 내려보며 말했다.
“잘 들어라. 황제야. 정의는 그런 게 아니다.”
메아샤의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마음이 꺾여 주저앉을 그런 힘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황제는 당당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 생각이 맞소.”
메아샤의 황금색 눈동자에서 불똥이 튀었다.
“황제야. 너는 모순적이구나. 더 강하고 위대한 존재가 그렇지 못한 자들을 제압하고 자유의지를 제한해도 된다. 이게 네 생각이 아니더냐?”
“말했다시피. 악의적인 편집이 있긴 하지만 부정하진 않겠소.”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내 말에 반하느냐? 네 생각대로라면 너보다 더 위대한 내 말에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것 아니냐?”
명경지수 같은 마음을 유지하던 황제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비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네가? 위대해? 나보다?”
우우우웅-!
황제의 검을 타고 새하얀 오러의 칼날이 끝도 없이 솟구쳤다.
마치 하늘을 가를 듯이 치솟은 검이 벼락처럼 일순을 가르며, 메아샤를 쪼갠다.
하얀 깃털이 나부끼고, 황금색 액체 몇 방울이 땅에 떨어진다.
환요계의 요괴들이 가꾼 정원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황제는 그 모양을 바라보다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천사의 피는 황금색이군.”
“너……!”
황제의 검을 가까스로 피해 땅에 내려선 메아샤는 이마에 생겨난 실금을 만지작거렸다.
그가 분노에 떨며 날개를 휘둘렀다.
파아아앙!
공간을 격하고 달려든 메아샤는 허리춤의 검을 빼내 황제를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쿵! 쿠우웅! 쾅!
검과 검이 부딪힐 때마다 화염을 동반한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페르세타가 미리 마법을 펼쳐놓지 않았다면 요괴들의 정원은 이미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황제를 공격하는 건 단순히 메아샤의 칼날만이 아니었다.
그 풍경은 마치, 온 세상이 황제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마른하늘에서부터 황제를 향해 벼락이 내리꽂히고, 땅이 흔들려 그의 신형을 흔들고, 바람이 칼날처럼 일어나며, 화염이 그를 뒤덮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쏘아 치는 메아샤의 참격.
“내가 왜 정의의 천사인 줄 아느냐? 만약 네게 조금의 주저함이나 아주 약간의 결점이라도 있다면, 넌 결코 내 앞에 서 있을 수 없다! 나는 완벽하지 못한 것을 부정하는 존재이니!”
심지어 메아샤의 목소리마저 사람의 심령을 지배하고 흔들었다.
정말이지, 약간의 틈이라도 보이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공격.
하지만 황제는 그저 담담히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질 리는 없겠구나.”
자신의 ‘완벽’에 대해 한 점의 의심도 하지 않는 황제.
땅이 아무리 흔들려도 그의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벼락이 아무리 꽂혀도 그의 검에서 일어난 하얀 오러의 빛을 뚫지 못했다.
사방을 몰아치는 불꽃과 칼바람, 메아샤의 검격은 황제가 무심하게 찔러 넣는 검에 모조리 흩어졌다.
오러 블레이드에 닿기만 하면 불꽃도, 칼바람도, 심지어 지진까지도, 모조리 무화된다.
심지어 메아샤의 검조차도 부러질 듯 웅웅 울었다.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검술의 궁극이, 바로 이 자리에 현현했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메아샤의 공격을 받아내고 오히려 반격을 가한다.
치이이이-!
오히려 메아샤의 뜨거운 황금색 피가 몇 방울 더 땅에 떨어졌다.
어깨와 손등을 베인 메아샤는 감탄을 흘리고 말았다.
“강하구나. 너와 같은 인간은 페르세타를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어. 인간들의 발전이 참으로 놀랍구나.”
“오호? 페르세타가 그리 강한가?”
“황제. 왜 이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왜곡된 마음을 품는 것이냐. 꼭 마계의 철부지들을 보는 것 같다. 네 힘이면 더 많은 인간을 더 자유롭고 강하게 만들 수 있다. 모든 존재가 각자의 권리를 누리면서도 단합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다른 인간들의 가능성을 네 아래로 제약하려 하느냐!”
“그야 황제의 피가 가장 위대하니까.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래선 안 된다……. 우리는 인간계가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아.”
“그걸 왜 메아샤, 그대가 신경을 쓰지? 인간계의 일은 인간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당연히 신경을 쓰지! 때가 오면 대전쟁이 올 거다! 우리 아홉 세계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함께 싸워야 한단 말이다! 그런데 네가 인간계의 발전과 단합을 가로막으면 어쩔 셈이야?!”
“전쟁?”
황제의 두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메아샤는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여태 그 어떤 인간도 알지 못했던 세계의 비사를 토해 냈다.
“그래! 인간들은 아직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겠지만, 나는 벌써 5번이나 겪은 전쟁이다! 저 먼 차원의 우주에서 다가오는 낯선 세계. 그곳의 존재들은 언제든 우리를 죽이고 우리의 세계를 빼앗으려 하는 괴물들이다.
지금까진 막아냈지만, 앞으로는 또 어떨지 몰라! 우리 모두가 자유롭기 위해선, 우리는 항상 강하게 존재하며, 우리 모두의 가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대비해야 하는 거다! 자신만 잘났다고 다른 존재 따위 알 바 아니라는 식으로 사는 것들은 마계의 철부지들로 족해!”
생전 처음 들어 본 이야기에 황제는 이맛살을 좁히고 물었다.
“그 전쟁이라는 게 언제인데?”
“정확히는 모르지만……. 보통 300만 년 정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했으니……. 앞으로 100만 년 안에 한 번 정도 더 일어나겠지.”
“100만 년?”
황제의 입이 황당하다는 듯 헤, 벌어졌다.
그러더니 피식 웃었다.
“그렇군. 뭐. 그때는 내 후손이 인간계를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너!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구나.”
악에 받친 메아샤가 페르세타를 돌아보았다.
“안 되겠다! 페르세타! 내 본신을 불러내 줘! 내가 특별히 이번 대가는 안 받을 테니까!”
메아샤는 이제 전력을 드러내겠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싫습니다.”
“뭐, 뭐?”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 저도 좀 흥미가 생겨서요.”
“어?”
메아샤의 멍청한 표정에, 황제가 쿡쿡 웃었다.
“아. 이거 참. 싸울 때는 냉정해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수가 없군.”
그가 검을 치켜든다.
“그렇다고 한다. 천사. 페르세타가 나에게 볼 일이 있는 모양이군.”
“너……! 좋다. 본신이 아니어도 너 정도는……!”
“천사야.”
황제의 검에서 순백의 오러가 장대하게 뿜어져 나온다.
“내가 황제다. 황제 앞에서 감히 경의를 표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만 너의 세계로 돌아가라!”
쩌어어엉!
중간 과정이 보이지 않는 참격.
분명 메아샤를 겨누고 있던 황제의 칼날이었는데, 어느새 옆으로 그어져 있다. 과정이 생략된 채, 그 결과만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
메아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너……. 방금. 차원의 연결을 베었……어?”
“보이면. 그게 무엇이든 벨 수 있지.”
서서히 흐려져 가는 메아샤의 몸.
메아샤는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손을 뻗으며 이를 갈았다.
“야! 너! 다음에 또 해……!”
스르르-
마침내 메아샤의 소환이 완전히 취소되었다.
황제는 텅 빈 자리를 들여다보다가,
쐐애액!
쳐다보지도 않은 채, 페르세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치천사의 권능마저 무화시키고, 차원의 연결마저 베어 버리는 절대적인 힘이 페르세타의 목을 향한다.
그리고.
사르르-
봄 햇살처럼 부드럽게 흩어졌다.
“……뭐?”
모든 것을 무화시키는 오러 블레이드가, 이번에는 역으로 소멸당했다.
황제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페르세타는 흩어지는 오러를 향해 손을 뻗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이런 구성이 맞군요. 이렇게 하면 파훼가 되네.”
“너. 무슨…….”
“아. 이걸 실험해 보고 싶었거든요. 역시 짐작대로의 결과네요.”
“실험?”
황제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늘 여러 차례 흔들린 그의 부동심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 크게 출렁인 적은 없었다.
“지금……. 내 오러 블레이드를 상대로 실험을 했다는 말이냐?”
“네.”
“실험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실험이지 않느냐! 만약 네 계산이 틀렸다면? 그대로 내 칼날에 죽기라도 할 참이었나?”
그 말에,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계산이 틀려요?”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