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7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76화(76/171)
76화 페르세타 VS 황제
황제는 페르세타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다.
“자네는 정말이지. 말을 얄밉게 하는 재주가 있군.”
“제가요?”
“……그래. 바로 지금도. 아주 거슬려.”
황제는 검자루를 틀어쥐고 신중하게 기수식을 취했다.
“오러 블레이드는. 내 인생을 모조리 쏟아부어 피워 낸 지고의 힘이다. 착각하지 마라. 이건 네 알량한 계산으로 금세 파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아.
황제는 속으로 혀를 차며 가슴의 중심에서 오러를 집약하고 폭발을 일으켰다. 아까보다 더 뜨겁게. 아까보다 더 무겁게……!
페르세타가 정말 탐이 났기 때문에 그를 죽이진 않을 작정이었지만…….
뭐.
저 정도로 자신이 넘치는 걸 보면 힘 조절은 안 해도 되겠지.
우우우우우-!
황제의 검을 타고 하얀 오러가 장대한 울음소리를 피워 올렸다.
이 일대를 보호하고 있는 페르세타의 마법 장벽까지 뚫고 넘어가 들판을 가로지르고 칼라산맥 구석구석까지 그 낮은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긴장하는 게 좋을 거다. 페르세타.”
“아……. 정말 아름다운 빛이군요.”
거. 긴장하라니까.
파아아악!
새하얀 섬광이 사방을 휘어 감았다.
페르세타가 서 있던 자리가 갈가리 찢겨 나갔다.
하늘로 솟구친 흙먼지가 벚꽃잎처럼 느릿느릿하게 떨어져 내린다.
‘……공간을 뛰어넘은 건가.’
하지만 황제의 검이 난자한 자리에 페르세타는 없었다.
페르세타는 이미 사정거리 밖으로 비켜난 채로 난자당한 공간을 관찰하고 있을 뿐이었다.
“흠. 역시. 시간을 이용한 배리어로는 견디질 못하는군요. 하기야. 차원의 연결마저 베어 버리는 검인데, 시공간을 찢는 건 당연하겠네요.”
여전히 학구적인 그 모습에 황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그래. 그래서 이런 것도 가능하지. 이번엔 도망칠 수 없을 거다!”
??!!!
새하얀 섬광이 소리조차 잡아먹으며 줄기줄기 쏟아져 나왔다.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가 두 개, 네 개, 여덟 개로 분화하며, 페르세타와 그 주변을 통째로 찢어발겼다.
공간을 넘어 도망가지도 못하게 주변의 공간들마저 갈가리 찢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황제의 검은 페르세타의 이마 앞에서 멈춰 선 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키이이이이-!
오러 블레이드와 시공간이 맞물리며 기이한 공명음이 터져 나왔다.
“흠. 역시. 그래도 시공간을 겹겹이 접어서 배리어를 치면 효과가 있네요. 시공간을 베기는 하지만, 마냥 쉽게 베는 것은 아니다……. 이 힘의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그럼 상숫값이…….”
코앞에서 멈춰 선 황제의 검을 바라보며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중얼거리는 페르세타.
황제의 목과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자신의 공격을 무슨 연구 대상 보듯이 하는 저 태도가 정말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 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쾅! 쾅!
쩌정!
벼락이 터지듯 새하얀 섬광과 함께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가 페르세타를 몇 번이고 난자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때로는 피하고, 때로는 막고, 때로는 처음처럼 오러 블레이드를 흩어 버리며, 계속 자신만의 실험을 계속할 뿐이었다.
“흠. 뜨겁거나 차가운 것은 오러 블레이드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네요. 단. 마법적으로 절대 영도 이하로 떨어뜨리면 감속 효과가 생겨난다……. 예상대로네.”
“역시. 물질의 밀도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가장 영향을 주는 건 물질의 마나 주파수. 주파수가 높을수록 오러 블레이드에 대한 저항력이 커진다……. 주파수와 저항력의 비례식은……. 음. 예측값과 오차 범위 안으로 떨어지네.”
중얼대며 혼자 실험을 계속하는 페르세타.
황제는 어이가 없었다.
“……황당하군.”
“예? 뭐가요?”
“뭐. 다 예측대로라면서 실험은 왜 하나?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그 말에 페르세타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신가요?! 모든 지식은 아무리 예측이 정확해도 실험을 통해 확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예측이 맞았다는 걸 실험으로 확인하면 얼마나 재밌는데! 빗나가면 더 재밌고요!”
“말을 말아야겠군.”
황제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사실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중이었다.
자신의 자랑.
천사조차 떨어뜨릴 수 있는 지고의 힘.
오러 블레이드가 한낱 실험 대상이 되다니.
꼭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광대의 춤사위라도 추고 있는 것만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 변화.
페르세타의 예측을 무너뜨릴 근본적인 변화.
쿠궁! 쿠구궁!
황제의 가슴에서 오러가 더더욱 뜨겁고 무겁게 응축되며 폭발하기 시작한다.
페르세타는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놀라워요. 극도로 응축시킨 뜨거운 오러를 가슴을 중심으로 회전시키는 거 맞죠? 밖으로 퍼져 나가려는 오러의 원심력을 아주 특별한 심상의 왜곡으로 틀어막고 있고요.”
황제는 오싹 소름이 돋았다.
페르세타가 오러 블레이드의 비밀을 단숨에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오러를 응축하고 폭발시키는 것은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는…….
“그렇게 뜨겁게 압축된 오러를 계속 회전시키면서 엄청난 양의 사건을 연쇄반응으로 일으키고 있어요. 오러가 부서지며 더 많은 마나가 탄생해 사방으로 퍼져 나가죠. 사실 이건 마나의 태양이 온 세상에 마나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거든요! 세상에……. 사람의 힘으로 이걸 해낼 수 있다니. 이런 마나로를 건설하는 게 제 꿈 중 하나였는데…….”
페르세타가 말한 그대로였다.
오러를 극도로 뜨겁게 압축시키면 어느 순간부터 오러가 서로 부딪혀 붕괴하며 어마어마한 힘과 함께 엄청난 양의 마나가 탄생한다. 그 연쇄반응을 끝없이 발생시켜 칼날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
그게 바로 오러 블레이드의 정체.
그걸 한눈에 알아보다니…….
황제는 직감했다.
‘이 방식으로는 페르세타를 이길 수 없겠구나.’
이미 오러 블레이드가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까지 다 알고 있는 페르세타였다.
계산하는 족족 모든 걸 예측해서 맞추는 페르세타의 능력을 생각할 때, 현재의 오러 블레이드로서는 그에게 닿을 수 없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
‘좋구나!’
황제의 입가에 진한 웃음이 매달렸다.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후끈 올라온다.
불쾌함이 눈 녹듯 사라졌다.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기꺼웠다.
최강이라는 이름은 달리 말하면 외롭다는 뜻.
자신을 놀래킬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그저 시시할 뿐이다.
어쩌면 그랬기에, 황제는 다른 모두를 자신의 발밑에 두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외로웠으니까.
시시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의 앞에 페르세타가 나타났다.
전력 그 이상을 발휘해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대.
그의 예측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불태워야 하는 상대.
황제는 오랜만에 느껴 보는 뜨거운 도전 욕구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어디 한번 해보자! 페르세타!”
황제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오러 블레이드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자 페르세타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앗! 지금 서로 충돌하는 오러의 입자 하나하나를 미세 조정하는 건가요? 오러의 융합 효율이 압도적으로 증가했어요! 세상에……. 은커녕 마법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오로지 감에 의존해서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니!!”
이 순간.
자신의 한계를 즉석에서 훌쩍 뛰어넘은 황제.
한층 더 밝고 한층 더 뜨거워진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는 이제 페르세타라 해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콰지지직!
아까는 오러 블레이드를 쉽게 막아 냈던 겹겹이 접힌 시공간의 배리어가 이번에는 유리 장처럼 깨져 버렸다.
아까는 손쉽게 오러 블레이드를 흩어버렸던 페르세타의 손이, 이번에는 오러 블레이드를 채 다 흩어 내지 못했다.
쩌저저저적!
마지막 순간, 페르세타의 코앞에서 황제의 검이 얼어붙지 않았다면 페르세타는 그대로 두 동강이 날 뻔했다.
절대영도보다도 까마득하게 낮은, 영혼조차 얼려 버릴 차가움의 지평선.
페르세타는 그곳을 넘지 못하고 얼어붙은 오러 블레이드를 들여다보며 혀를 내둘렀다.
“출력이 높아지니 그 효과가 제곱으로 나타나네요. 정말이지 탐이 나는 힘이에요. 이런 엄청난 힘을 효과적으로 소멸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려나…….”
황제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다시 검을 휘둘렀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구나. 네 덕분에 내 검은 더욱 강해졌다. 그 무엇으로도 소멸은 불가능할 거다.”
쿠우우웅-!
황제의 검이 더 밝게 빛났다. 온 세상이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내는 흰 빛 속으로 잠겨 든다.
페르세타가 감탄했다.
“와……. 거기서 더 강해지다니.”
그리고.
후우우웅-!
손을 휘둘러 그 강맹한 오러 블레이드를 소멸시켰다.
“음. 생각났어요. 이렇게 하면 소멸이 되네요.”
“뭐…….”
황제가 벙찐 얼굴로 입을 뻐끔거렸다.
페르세타는 그 얼굴이 궁금해하는 거라 여겼는지 친절하게 설명을 더했다.
“아……. 이 원리를 설명하려면 에 대해서 아셔야 하는데……. 이게 사납게 충돌하며 엄청난 사건을 일으키는 오러를 일순간에 결을 맞추게 되면 서로 충돌을 안 하게 되거든요.”
“……?”
“음. 이해하기 어렵죠? 그냥 간단하게 비유만 들자면, 막 파도치는 바다에 물을 물덩이를 던지면 파도가 그 물덩이조차 때려서 흩어 버리잖아요. 하지만, 그 바다를 내 물덩이랑 같은 속도로 흐르게 만들면……. 물덩이는 스며들잖아요. 그거랑 비슷한 겁니다.”
황제는 여전히 페르세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네가 지금 성난 파도처럼 요동치는 내 오러를 잠잠하게 잠재웠다 이거냐?”
“네. 오러는 마나를 변환시킨 거고, 마나는 기본적으로 파동 형태로 중첩되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을 해서요.”
“……하. 하하하!”
황제는 웃었다.
페르세타의 광오함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깨달음으로 인한 짜릿함 때문이었다.
“즉. 그렇다면. 내가 바다를 더 거세게 만들면, 너도 간섭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뜻이겠구나!”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누가 뭐라해도 그 역시 천재.
홀로 전인미답의 경지를 개척한 남자.
그랬던 황제에게 페르세타라는 자극제가 주어지는 그는 여태 보여 준 적 없는 엄청난 성장을 실시간으로 이루어 낸다.
그런데 그건 페르세타도 마찬가지였다.
“와앗!? 그렇게도 할 수 있다고요?”
페르세타는 눈을 반짝였다.
변화하는 황제의 오러 블레이드를 환상적이라는 듯이 감상하며, 끊임없이 시험을 이어 갔다.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입가에는 꼭 닮은 웃음이 맺혔다.
배움의 기쁨.
성장의 희열.
하지만 어느 순간 닮아 있던 둘의 표정은 서로 다르게 분화하기 시작했다.
페르세타는 점점 알겠다는 듯이 만족스런 표정을 드러냈고, 황제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걸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폐하의 몸은 그야말로 제가 꿈꾸던 마나로, 그 자체거든요. 현재의 마법 기술로는 도무지 그걸 건설할 길이 없어서 실험을 못해 봤는데……. 황제 폐하의 몸을 이용한다면……?”
페르세타가 손을 휘저으며 복잡한 주문을 외웠다.
오늘은 승부에서 그가 처음으로 주문을 사용하는 순간.
“이건……!”
황제는 경악했다.
스르르릉-!
사방에서 뻗어 나온 금빛 사슬이 그의 전신을 결박했다.
오러 블레이드로 잘라 보려 했으나 끊기지 않았다.
“폐하. 그건 잘리지 않을 겁니다. 폐하의 힘은 마나 태양의 힘을 품고 있지만, 신계는 마나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세계라서요. 그곳은 마나 태양의 힘을 견딜 수 있는 이런 보물도 만들어 내지요.”
“이깟게……!”
황제는 저항했다.
끼긱! 끼기긱!
황금색 사슬이 금방이라도 끊길 것처럼 비틀렸지만, 그래도 끝내 끊기지는 않았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힘이네요. 더 수련하시면 이것도 끊을 수 있겠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뻗었다.
“자. 그럼 실험을 진행하겠습니다. 황제 폐하의 몸을 마나로로 삼아. 이렇게…… 이렇게 하면……!”
“끅! 끄아아아! 무슨 짓이냐!”
황제는 기겁을 했다. 그의 몸 속으로 파고들어온 막대한 마나가 저절로 오러를 형성하더니 그의 기혈을 타고 운동하기 시작했다.
여태 그가 사용했던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 이건…….”
저항하던 황제가 조용해졌다.
깨달았던 것이다.
지금 페르세타가 보여주는 오러의 운용법은 그에게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었다.
페르세타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펼쳤다.
“역시! 제대로 작동하네요! 자! 오러 블레이드예요! 폐하가 만든 것보다 더 강한!”
그리고.
페르세타의 손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피어올랐다.
황제의 몸을 이용해 만들어 낸 오러 블레이드는 옅은 황금색을 뿌리며 빛나다가 스르르 투명해진 채, 하늘로 쏘아졌다.
쏴아아아!
사방의 안개가 흩어지고, 하늘 위의 구름이 두 조각이 난다.
그제야 페르세타는 만족한 듯 마법을 거두었다.
스르르-
황제의 몸을 속박하던 황금 사슬이 사라졌다.
황제는 제 몸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오늘 대체 몇 개의 깨달음을 얻었는지 모르겠군.”
이상한 기분이었다.
페르세타가 제 몸을 실험체처럼 마구 헤집어 놓았지만, 기분이 나쁘지가 않았다.
물론 패배를 해서 속이 쓰렸지만,
……그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한계까지 쥐어짜 내 본 뒤의 상쾌함은 물론이었고, 몇 번이나 중첩된 깨달음이 그에게 다음 목적지를 보여 주고 있었으니까.
오러 블레이드가 끝이라 생각했는데…….
그 너머에 새로운 경지가 있음을 황제는 깨달았다.
그 희열감이 황제의 몸을 떨리게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그는 페르세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졌다. 그래. 뭘 원하지? 제국의 절반까지는 내어 주지. 전체는 안 돼. 전체를 가져가려면 나뿐만 아니라, 내가 키운 기사들과 병사들까지 모두 상대해서 이겨야 할 거다.”
고요하게 투기를 피워 올리는 황제.
페르세타는 손사래를 쳤다.
“아. 그것까진 자신 없습니다.”
“그래. 그럼 말해 봐라. 뭘 원하지?”
페르세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이렇게 대답했다.
“대현자 자리 주세요.”
“……응?”
황제가 당황해서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뭐야. 너 그거 안 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