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79)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79화(79/171)
79화 꿈
“폐하!”
칼츠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는 꼭 칭찬을 바라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황제 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했다.
“하아아…….”
황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칼츠는 의아해했다.
“폐하?”
“아무 말도 하지 말거라.”
“예?”
“입 다물고 자리로 돌아가거라.”
황제는 인내심을 보였다.
하지만,
꼭 그런 사람이 있다.
재능은 있는데 눈치는 더럽게 없는 사람.
칼츠는 황제의 떨떠름한 반응을 보면서도 끝내 말을 참지 못했다.
“폐하. 그것이 아니오라. 제가 최고의 마법사를 오러 소드로 꺾어서, 마법이 결코 폐하의 검술을 따라올 수 없음을……!”
“내 닥치라 하지 않았느냐! 그 주둥이를 찢어 놔야 닥칠 것이냐!”
좋은 말로 할 때 멈춰야 하는 법인 것을…….
눈치 없는 자는 험악한 말을 맞이하고야 만다.
황제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결국 고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칼츠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선배 로열 나이트들의 얼굴에도 긴장이 감돌았다.
황제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본 탓.
“아……. 어…….”
어버버하는 칼츠. 더욱더 끓어오르는 황제.
결국 참다 못한 로열 나이트 하나가 황급히 달려와 칼츠를 끌어냈다.
“죄송합니다. 폐하. 단단히 교육시키겠습니다.”
“됐다! 다시는 저 놈이 내 눈에 띄지 않도록 해라!”
“예. 알겠습니다.”
“아…… 아아……? 폐…….”
“입 닥쳐라. 이 미친놈아.”
결국 선배 로열 나이트는 칼츠의 입을 막아 버리고 끌어냈다.
“후…….”
황제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이 촌극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신경을 쓴 건 피떡이 된 채 쓰러져 있는 살리넬르.
페르세타는 그의 이가 여러개 부러진 것을 살펴보다가, 어느새 옆에 다가온 성녀 샤라 엘리프를 돌아보았다.
“성녀님. 온전히 회복이 가능하겠습니까?”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맡겨 주십시오. 부러진 이도, 짓무른 피부도 말끔하게 고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수려해질 겁니다.”
성녀는 약간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정작 그녀의 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
페르세타는 그녀를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예. 바로 치유하겠습니다.”
곧 성녀를 뒤따라 나온 신학자들이 살리넬르를 들쳐 업고 자리를 떠났다.
페르세타는 황제를 돌아보았다.
“폐하.”
“끙……. 말하게.”
황제는 순간의 격정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을 후회하는 중이었다.
페르세타에게 패배한 이후 흔들린 평정심을 고스란히 들킨 기분.
그래서 칼츠에게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겨우 잘 눌러 참고 있는데! 왜 자꾸 날 흔드느냔 말이다!
부글부글 끓는 속.
그런데 정작 페르세타의 무심한 눈을 마주하자 그조차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황제는 이를 악물었다.
‘내가. 이렇게까지나 저자에게 눌리고 있다는 뜻인가…….’
불편하던 심기가 대번에 가라앉을 정도로. 지금 황제는 페르세타를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황제.
하지만 황제에겐 야속하게도, 페르세타는 그의 사정을 봐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럼 폐하. 지금 발표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여기서……?”
“예.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마침 모여 있으니, 여기서 확실히 해 주시는 게 여러모로 낫지 않겠습니까?”
황제는 할 말을 잃었다.
분명 페르세타의 말에는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이야말로 페르세타와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기 위한 최고의 적기.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상징성으로나 지금이 딱 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칼츠 이 빌어먹을 자식……!’
페르세타와의 합의는 사실상 자신이 페르세타에게 패배했음을 자인하는 것.
그걸 이 많은 마법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굴욕적인데…….
‘전투에서 마법사들이 기사를 이길 일은 영영 없을 거다.’
부하가 바로 방금 전에 이따위 말을 한 상황이 아닌가? 근데 여기서 내가 마법에 패배했다는 것을 자인하라고?
싫다. 너무나 싫었다.
황제는 싫은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폐하?”
투명한 눈으로 자신을 독촉하는 페르세타.
차마 그에게, ‘나중에 발표하면 안 될까?’ 라고 묻는 짓만큼은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오늘 자신의 밑바닥을 너무 많이 보여 준 것 같아서 굴욕적인데……. 여기서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라고?
이러지도 못하겠고 저러지도 못하겠는. 살면서 처음 겪는 난감함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러나 하기 싫다고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황제는 결국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섰다.
“듣거라!”
우렁찬 황제의 호령에 모든 마법사들이 바짝 긴장했다. 그들 모두가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페르세타와 황제의 합의. 그게 지금 막 선포되려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은 불안함을 느꼈다.
쩌렁쩌렁 울리는 황제의 목소리.
그 기세.
누가 봐도 황제가 이긴 것만 같지 않은가?
하기야.
애초에 저 황제가 질 거라는 생각부터가 들지 않기는 했다.
심지어 살리넬르조차 오러 소드 앞에 그토록 무력하게 패배하는 모습을 봤으니.
아무리 페르세타라 해도…….
“나와 페르세타 공 사이의 합의를 발표한다!”
황제는 드래곤 같은 기백으로 좌중을 제압하며 말했다.
“하나! 페르세타 공에게 제국의 마법사를 다스리는 권한을 이양한다. 이는 제국의 황제인 나, 칼리슈트 세이린의 권위마저 뛰어넘는 절대적인 권한으로서, 향후 페르세타 공의 명령은 나의 명령에 우선한다!”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그 말을 듣다가,
역시 그럼 그렇지.
페르세타 공이라잖아.
페르세타 선생님도 결국 제국의 일부가…… 어?
화들짝 놀라 두 눈을 부릅 뜨고 황제를 바라보았다.
내가 방금 뭘 들은 거지?
“하나! 제국은 마법사 관련 예산을 두 배로 늘리고, 이 예산에 대한 사용 권한을 페르세타 공에게 이양한다!”
웅성웅성-
마법사들이 숙덕이는 소리가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로열 나이트들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입을 헤- 벌린 채 황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 마법사들의 일은 페르세타 공의 관할. 마법사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제국은 관여하지 않는다!”
황제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쏟아내듯 마무리 지었다.
“현 시간부로 페르세타 공의 직위는 ‘마도왕’이다. 페르세타 공을 부를 때는 마도왕 전하! 라고 호칭을 하도록. 이상!”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제는 입을 꽉 다물었다. 어금니에 잔뜩 힘이 들어갔는지 뺨 아래 근육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마법사들은 황제의 안색을 살폈다.
저게 정말인가?
페르세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가 아닌가?
사실상 제국을 떼어 준 수준인데?
모두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충격이 가져온 정적.
페르세타는 적막 속에서 입술을 열고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제가 황제 폐하와의 내기에서 이긴 대가입니다. 오러 블레이드는 제 마법에 꺾였습니다.”
술렁-
또 한 번 충격의 쓰나미가 좌중을 휩쓸었다.
설마설마하던 것이 사실로 판명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황제는 깜짝 놀랐다.
“너……!”
설마 그 사실을 낼름 말해 버릴 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황제였다.
“그걸 왜……!”
황제는 속이 답답해졌다.
이건 그의 권위에 치명타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사람들이 막연히 짐작하는 것과 공개적으로 공표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
그런데 오러 블레이드를 꺾었다고 대놓고 말을 하다니!
하지만 페르세타는 그런 역학 관계따위는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 말하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까? 딱히 말하지 말라고 말씀을 안 하셔서…….”
“……!”
황제는 말문이 막혔다.
돌이켜보면 그의 잘못이 맞았다. 최소한의 권위라도 유지하고 싶었으면 페르세타에게 미리 부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황제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의 삶에선, 언제나 남들이 알아서 그의 기분을 짐작해 고개를 조아리는 게 당연했으니까.
상대가 감히 날 난처하게 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상상자체가 불가능 했다.
“끙…….”
황제는 결국 이마를 붙들고 앓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페르세타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신경을 끄고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선명히 보였다.
마법사들의 표정 변화가.
긴가민가하던 마법사들은 점점 얼굴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페르세타가 황제를 꺾었다.
마법사의 권위가 세속의 권위를 이겼다.
이제 마법사들은 황제가 아닌, 마도왕 페르세타의 다스림을 받는다.
그 상상밖의 미래가 마법사들은 벌써부터 너무나 기대 되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마도왕’ 페르세타가.
세이린의 황제를 꺾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자부심을 느꼈다.
“마도왕!”
“마도…… 왕!”
“마도왕이 다스리신다!”
“마도왕 만세!”
마법이 검을 꺾었다!
마법사들만의 세상을 열었다!
페르세타는 신이야!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기에, 오히려 뭐라 말이 나오지 않고, 그저 만세를 외칠 뿐.
쏟아지는 마법사들의 환호 속에서 페르세타는 한 사람을 찾았다.
관중석 한 가운데에서, 빨개진 얼굴로 힘껏 만세를 외치고 있는 일리안느. 자신의 막내 여동생.
페르세타는 마법을 불어넣어 그녀의 귀에만 속삭였다.
[일리안느.]“어? 오빠?”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일리안느.
[전에 네가 꿈에 대해서 물었잖아.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역시 나도 꿈이 있어. 이거 말고 다른 건 필요없을 만큼 소중한 꿈이 있더라.]“정말?!”
일리안느는 깜짝 놀랐고, 자리에서 펄쩍 뛸 만큼 기뻐했다.
30년간 탑에서 연구만 해왔던 오빠를 누구보다 걱정해 왔던 게 그녀였기에.
페르세타는 그녀의 기쁨을 기분 좋게 바라보다가 속삭였다.
[응. 황제 폐하와 이야기하다가 깨달았어.]“뭔데 뭔데?”
[다른 세계를 발견하는 거야. 그곳으로 날아가는 거야. 그곳의 존재들과 교류하고 그 세계를 여행하는 거야. 우리 마나 태양계를 너머 다른 태양계도 넘어. 수많은 태양들이 모여 있는 대천 세계를 다 둘러보고 그 중심에 있는 종말에까지 닿는 거야.]일리안느의 눈이 커졌다.
그간 페르세타에게 여러 가르침을 받은 그녀는 이제 알고 있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만물의 근원과도 같았던 마나 태양도 차원의 우주에서 보면 수천 억, 수 조, 수 천조의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걸.
페르세타의 꿈은 바로 그 세계들로 진출하는 것.
일리안느는 그 스케일을 상상하다 보니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과연 어디까지 닿을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고 말 거야. 그게 내 꿈이야.]그때 일리안느는 깨달았다.
탑에서만 보낸 페르세타의 30년.
그것은 결코 페르세타의 시야를 좁히고 제한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탑 안에서 페르세타는 누구보다도 넓고 깊은 세계를 바라봤던 것.
일리안느는 진심으로 웃었다.
“멋져. 오빠……!”
페르세타는 그녀의 긍정이 기뻐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다시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입술을 열었다.
“마도왕 만세!”
“마법사의 봄이 왔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만세 소리.
“잠시 조용.”
그 태풍같은 요란이 페르세타의 한마디에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깊은 침묵 속에서 페르세타는 말했다.
“마도왕으로서, 제가 하려는 첫 번째 사업을 발표하겠습니다.”
페르세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다들 주지하고 있다시피, 의 계산을 이용하면, 우리 인간계를 공전하는 인위적인 위성을 만들 수 있지요. 나의 첫 번째 사업은 바로 그 인공위성을 만드는 겁니다. 인간계 밖에서 인간계를 중심에 두고 공전하며, 마나 태양으로부터 직접 마력을 받아 축적하고 전송하는 장치. ‘궤도 마력진’의 건설에 참여할 마법사를 모집합니다.”
마법사들은 입을 벙긋거렸다.
오늘 막 끝났던강의.
그런데 그걸 응용한 인공위성을 만든다고? 막바로?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의 발전 속도에 다들 소름만 돋을 뿐 어찌 반응해야 할지 잊고 말았다.
그때 한 마법사가 손을 들었다.
옷이 여기저기 찢기고 피가 묻은 마법사.
살리넬르였다.
그가 어느새 성녀에게 회복을 받고 정신을 차린 것이었다.
“저! 살리넬르 드메치! 반드시 참가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쪼글쪼글한 손이 또 하나 올라왔다.
“시에넬 미르사. 저를 빼놓으시면 안 됩니다.”
그게 신호라도 된 것처럼, 인공위성을 만든다는 희대의 프로젝트에 감화된 마법사들이 너도나도 앞다퉈 손을 치켜들었다.
페르세타는 만족스레 웃으며, 살리넬르와 시에넬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나.
그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즐거운 축제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