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0)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0화(80/171)
페르세타는 자신의 꿈을 직시하며 즐거움에 빠졌지만, 사실 모든 마법사가 그럴 수는 없었다.
현자가 말한 대로, 세상의 형태를 바꿔 버릴 정도의 변화가 닥쳐 왔으니까.
황제는 페르세타와의 승부에서 패해 자신의 권위 일부를 이양했다.
제국 안에 마법사들만의 왕국이 새로 생긴 것과 다름이 없다.
“당장 제국으로 이민을 가자. 이제 전 세계에서 제국만큼 마법사가 살기 좋은 땅은 없을 거야.”
세속의 권력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땅.
어떤 이들은 제국을 꿈의 장소로 여겼다.
“1차원적인 생각이지. 페르세타 님이 과연 아무에게나 예산을 허락하실까? 내 장담하건대, 오히려 예산을 따내기 더 어려워질 거다. 뛰어난 마법사들은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고, 그렇지 않은 마법사들은 한 푼도 지원받지 못할걸?”
“그래도 제국이지. 폐하에게도 마법사는 필요하다. 폐하께서 졸지에 마법사들에 대한 권위를 잃어버리셨으니, 마법사들을 새로 고용하려고 하실 거야. 제국을 굴리고 전쟁을 하는 데에는 마법사가 필요하니까. 즉, 마법만 쓸 줄 알면 제국에선 어느 쪽으로든 크게 대우를 받게 될 걸세!”
“그걸 다 떠나서 이제 제국엔 페르세타 님이 계시지 않는가? 그게 가장 중요한 사실이지. 이제 향후 마법의 발전은 제국이 주도하게 될 걸세. 그걸 생각하면 황제 폐하께서도 손해 보는 게 아니야. 아니. 오히려 그걸 감안하고 결단을 내리신 것일 수도 있겠어.”
좀 더 정치적인 계산에 능숙한 이들은 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긴 했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앞으로 제국은 기회의 땅이 될 거라는 것.
이에 다른 왕국에서 온 마법사들의 머릿속은 더욱더 복잡해졌다.
가령, 마법 왕국 비셰나의 왕세녀 라냐가 그랬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 왕국은 10년……. 아니 5년 내로 마법 왕국이라는 이름을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비셰나 왕국이 마법 왕국이고 마법 왕국이 비셰나 왕국인데. 앞으론 그게 아니게 될 수도 있다니?
전 세계에서 가장 마법을 사랑하는 왕가의 일원으로서 라냐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쨌든 일은 이미 벌어졌다.
페르세타와 황제라는 두 거인이 일으킨 광포한 물결이 전 세계를 덮칠 것이다.
이젠 거기서 살아남을 전략을 짜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엔 그 누구보다도 깊은 고뇌에 빠진 한 남자가 있었다.
마법사 애캘슨. 오마르 독립 세력의 지도자.
그는 잔뜩 들뜬 동지들 앞에서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동지! 잘 되었네! 이건 분명 우리들의 무장 독립 운동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이제야 먼저 간 동지들의 넋을 기릴 수 있겠어……!”
전쟁에서 마법사의 역할은 절대적.
하지만 페르세타가 황제의 징집령을 해산했으니, 황제는 마법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오마르족 출신의 마법사들은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로지 애캘슨.
그 한 명 만큼은 생각이 달랐다.
“동지들…….”
마침내 입술을 떼는 그의 눈썹은 고뇌의 무게로 잔뜩 찡그려져 있었고 그의 어깨는 태산 같은 중압감에 돌처럼 굳어 있었다.
“내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겠나?”
마지막 순간, 애캘슨의 눈앞에는 수많은 동지들의 얼굴이 환영처럼 떠올랐다.
제국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2등 신민으로 전락하지 않는.
자유로운 오마르를 꿈꾸며 죽어간 그의 동지들이었다.
산 속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피리를 불며 살고 싶다고 말했던 소탈한 친구도 있었고, 모진 고문 속에서도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는 노인도 있었고, 이번 임무만 마치면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을 할 거라던 동지도 있었다.
그들이 애캘슨을 원망하는 것만 같았다.
‘이 배신자!’
‘너만 믿었는데!’
‘뒷일을 부탁한다고 했잖아!’
무거운 책임과 차가운 원한.
하지만 애캘슨은 생각했다.
그런 과거에 얽매여 있어선 결코 오마르족이 행복해질 수 없다고.
그러니 말해야만 했다.
“동지들.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네.”
그날.
애캘슨은 목숨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동지들에게 살면서 가장 꺼내기 어려웠던 말을 꺼내야만 했다.
* * *
야심한 밤. 베리테 백작성.
황제는 겁도 없이 자신에게 면담을 요청한 마법사를 들여다보았다.
“애캘슨이라고 했지? 반란 세력의 지도자.”
애캘슨.
그 목에 걸린 현상금만 해도 10만 달론을 넘어서는 명실상부 가장 흉악한 제국의 적이었다.
그가 황제에게 알현을 요청했던 것이다.
스릉!
언제 뽑혔는지 알 수도 없게, 파르스름한 칼날이 애캘슨의 목에 얹혔다.
황제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단히 담담하게 말했다.
“이곳이 페르세타의 땅이라고 해서, 내가 그대의 목을 베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황제의 온몸에서 살기가 뭉클뭉클 뿜어져 나왔다.
애캘슨은 그게 결코 허세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황제는 누군가의 눈치를 볼 인물이 아니었다.
페르세타와 껄끄러워지더라도 필요하다면 자신의 목을 벨 것이 분명했다.
그걸 알면서도 애캘슨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 목을 벤다면, 제국은 또다시 기나긴 세월을 제 동지들과 싸워야 할 것입니다.”
칼날처럼 벼려져 있던 황제의 눈썹이 꿈틀, 흔들렸다.
“그 말은. 꼭 네 목을 베지 않으면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오늘의 대화 내용에 따라서. 그렇게 될 수도 있겠지요.”
황제는 애캘슨의 목에 그대로 칼을 겨눈 채 고개를 까딱했다.
“고하라.”
애캘슨은 황제의 막대한 살기와 위압감에도 굴하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오마르족의 자치를 허용해 주십시오. 또한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오마르족에 대한 차별을 거두어 주십시오.”
“…….”
“그렇게 해 주신다면, 우리 오마르 독립 회의가 앞장서서 황제 폐하께 충성을 다 바치고 제국의 통치에 협조하겠습니다.”
황제의 눈썹이 또 한 번 꿈틀했다.
방금 들은 말은 애캘슨에게 들을 것이라곤 상상도 해 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애캘슨. 비록 황제는 그를 오늘 처음 보았지만, 그 이름만큼은 지겹도록 들어왔었다.
오마르 독립 회의에는 여러 리더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강한 사실상의 최고 지도자.
수많은 오마르 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영웅이자, 뛰어난 마법 실력과 신출귀몰한 계책으로 제국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숙적.
오마르족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고 생각했다가도, 애캘슨의 계락으로 반란의 불길이 되살아난 게 대체 몇 번이었던가.
그런 애캘슨이 굴복을 입에 올렸다.
당연히 황제는 의심했다.
“무슨 꿍꿍이지?”
그러자 애캘슨은 조금 뜬금없는 말을 했다.
“폐하. 폐하께서도 페르세타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셨지요?”
“들었지. 비록 마지막 부분만 듣긴 했지만.”
“어떠셨습니까?”
황제는 검을 겨누지 않은 왼손을 들어 턱을 쓰다듬었다.
“대단했지.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작은 인간이 그 거대한 세상을 두 눈에 담고 이해하려 한다는 게 참으로 인상 깊었어. 그는 마도왕의 자격이 있는 위대한 존재가 맞네.”
애캘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저벅.
문득 애캘슨이 앞으로 한 걸음 걸었다.
그의 목에 황제의 검이 닿아 있었기에, 그의 피부거죽이 칼날에 베여 주르르 피가 흘렀지만 그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폐하. 저는 그 강연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토록 넓고 이토록 유구한 세상에서 오마르라는 민족이, 또 제국이라는 나라가 과연 얼마나 대단한 것일지.”
애캘슨의 두 눈은 어떤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번뜩였다.
“그 어떤 제국도 천 년을 넘지 못하고, 그 어떤 민족도 만 년을 넘지 못합니다. 그에 반해 페르세타 선생님이 보여 주신 세계는 어떻습니까? 수 백만, 아니 수천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세계가 아닙니까?”
애캘슨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황제를 응시했다.
“이번 합의로 폐하는 많은 힘을 잃으셨지요. 하지만 저는 압니다. 폐하께서 가르치신 기사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들이 있는 한, 저와 동지들은 피를 피로 다시 쓰는 혈전을 이어 가야 할 겁니다. 끝도없이, 가망도 없이, 몇십 년. 아니면 몇백 년. ……저는 이제 의미 없는 싸움으로 귀중한 생명과 시간을 날려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은 변화할 거고 드넓은 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 제가, 또 저의 민족이 앞장서길 바랄 뿐입니다.”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
“저희도 이제 별을 바라보며 살고 싶습니다.”
황제는 깊은 침음성을 흘렸다.
스르르-
그가 뻗었던 검이 떨어져 다시 허리춤의 검집 속으로 들어갔다.
사실 황제는 조금 휘청거리기까지 했다. 그가 워낙 고강한 경지에 올라 있었기에 코앞의 애캘슨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휘청거림이었지만, 정말로 한순간 아득함을 느꼈다.
왜냐면 그 역시 느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타가 보여 준 세계의 넓음을. 그 아득함을.
그 역시 애캘슨처럼 어떤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 좁은 인간계에서 아옹다옹하고 있다가는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 휩쓸려 사라지고 말 것 같아,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데 애캘슨이 바로 그 부분을 비집고 들어왔다.
과거의 원한은 내려놓고 더 큰 미래를 향해, 발전적으로 나아가자는 통 큰 제안을 해 왔다.
이전이었으면 단칼에 거절했겠지만, 페르세타의 힘을 목도한 황제는 더이상 그럴 수 없었다.
결국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좋다……. 내 약속하지. 애캘슨. 오마르족을 내 가장 가까운 곳에 두겠다. 그들과 함께 더욱더 위대해지겠다.”
이미 페르세타는 밝혔다.
다른 신비 세계들과 인간계를 연결하겠다고.
그렇다면, 황제 역시 대비해야했다. 싸우기보다는 협력을 하고, 더 시야를 넓혀서 대비해야 했다.
언젠가 다시 페르세타를 넘어서고 자신의 꺾인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그대의 협력을 기대해도 되겠지? 애캘슨?”
“예. 폐하가 제 동족들을 공평하게 대해 주신다면, 저와 제 동지들 역시, 기꺼이 폐하의 힘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그날 밤.
제국의 황제와 제국의 가장 큰 반역자가 굳게 손을 마주잡았다.
* * *
“선생님! 페르세타 선생님! 황제 폐하와는 어떻게 싸우셨나요? 역시……! 메아샤 님을 부르셨나요?!”
하루가 마무리 될 때쯤, 페르세타를 찾아와 잔뜩 흥분한 어조로 묻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성녀, 샤라 엘리프였다.
천사 성교회의 실질적 우두머리인 그녀는 이미 확신을 한 상태였다. 페르세타가 또 한 번 치천사를 소환했다는 것을.
유독 신계의 마력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그녀가 그 흔적을 놓칠 리 없었으니까.
페르세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메아샤 님을 소환했지요.”
샤라 엘리프의 양 뺨이 붉어졌다.
“어땠나요? 당연히 메아샤 님께서 황제를 단숨에 거꾸러뜨렸겠지요?”
“아뇨. 메아샤 님은 황제에게 패해 역소환 당하셨습니다.”
“예?”
“음. 물론 신계에 있는 본신을 가져와 싸웠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황제의 검은 메아샤 님도 경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더군요.”
페르세타의 담담한 설명에 샤라 엘리프는 입을 벙긋거렸다.
메아샤 님이…… 패했다고?
지금 그녀의 세계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러 블레이드의 위력이 그 정도라면……. 가장 약하다는 오러 샤인만 해도, 하품 천사님들 정도는 상대하고도 남을 것 같더군요. 오러 플레임이라면 중품 천사님들도 능히 상대할 것 같고요. 황제 폐하께서 대단한 걸 창안하셨어요.”
샤라 엘리프는 비틀거렸다.
인간이.
천사를 상대한다고? 심지어 이긴다고?
그런 참람한 일이!
불경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불경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데도…….
샤라 엘리프는 자신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저……. 오러 블레이드의 원리가 무엇이죠? 그게 무엇이길래? 위대한 천사님들조차 상대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호기심.
마법사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
페르세타와 함께 지내며 샤라 엘리프도 어느덧 한 명의 마법사가 되고 말았다.
감히 인간이 천사와 싸운다는 불경스러운 일 앞에서도 그 원리를 먼저 궁금해 할 정도로.
정작 샤라 엘리프는 이런 자신의 변화를 아직 눈치채지 못했지만, 페르세타는 그 변화를 빠르게 눈치 챘다.
원래 사람의 변화는 자기 자신보다는 주변에서 먼저 알아차리는 법이었으니까.
“그게 말입니다. 먼저 오러 블레이드를 설명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이건 나중 진도이니 지금은 들어만 놓으십시오.”
설명을 시작하는 페르세타의 입가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이 매달려 있었다.
세상도, 사람도, 착착 변해 가고 있었다.
그가 바라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