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1화(81/171)
81화 과제
두 번째 포럼이 끝났을 때, 베리테 영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포럼을 위해 요정시를 방문한 수십만 명의 마법사.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수행원. 그런 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모여든 상인들과 노동자, 기술자들.
그 숫자가 물경 100만을 넘어섰다.
칼라산맥을 개발해 만들어 낸 요정시(市)는 어느새 진정한 도시로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포럼은 2년 가까이 지속되긴 했지만, 어쨌든 모인 마법사들은 때가 되면 떠날 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모두가 떠나진 않았다.
살아 보니 요정시는 꽤나 괜찮은 도시였고, 2년 간 함께 동고동락한 마법사들은 탁 놓고 헤어지기엔 너무 끈끈하고 유익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으니까.
결국 포럼이 끝난 후에도 수만 명의 마법사들이 떠나지 않고 그대로 요정시에 눌러 앉았다.
그리고 이미 형성된 경제 네트워크는 충실히 그 기능을 유지하며 요정시를 하나의 번영한 도시로 남을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인구가 1만도 되지 않았던 베리테 백작령은 이제 인구 20만을 바라보는 어엿한 대영지로 성장한 것이다.
이젠 더이상 ‘백작’이라는 작위가 허울뿐인 작위가 아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발전에도 불구하고 페르세타는 여전히 배가 고팠다.
‘가문을 위해, 더 큰일을 하고 싶어.’
30년의 폐관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했던 페르세타.
폐관을 마친 후 그런 그를 따뜻하게 반겨 준 가족들.
페르세타가 가족들에게 큰 애정을 품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베리테 영지가 더 부흥하길 원했다.
동시에,
‘그리고 그 어떤 국제 정세에서도 자유로운 마법사들의 땅도 필요해.’
마법사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터전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니까.
페르세타는 베리타 백작령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
“페르세타. 그런데 그럼 제국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니니?”
어느 평화로운 아침.
베리테 백작가의 식구들은 다 함께 모여 아침 식사를 했다.
지난 포럼 기간 내내 페르세타가 무척 바빴기 때문에 이렇게 가족 다섯 명이 모두 모인 건 오랜만이었다.
화기애애한 식사 자리가 이어지던 중, 어머니 로오루아가 아쉬움 가득한 눈빛으로 페르세타에게 물었다.
“제국의 마도왕이 되었으니까……. 네가 그런 높은 자리에 오른 건 기쁘지만, 아무래도 너랑 떨어지는 게 서운하구나. 이 엄마는.”
로오루아의 눈빛이 침울했다.
30년만에 돌아온 아들.
그런 아들과 또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밥 숟갈을 뜨는 손에서도 힘이 없을 지경이었다.
페르세타가 그런 어머니를 보며 싱긋 웃었다.
“어머니. 저는 떠나지 않아요.”
“응? 그럴 수가 있니?”
“네. 베리테 영지에 계속 머물 거예요.”
“하지만…… 너는 이제 제국의 마도왕이 아니니? 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텐데.”
“괜찮아요. 출퇴근을 할 거니까.”
“출퇴근? 그 먼 곳을?”
“저는 마법사잖아요.”
페르세타는 생긋 웃었고, 아버지 플리안 백작은 허허 웃고 말았다.
“그렇지. 우리 아들은 마법사지. 진짜 마법사. 마법사들조차 이해할 수 없는 마법사.”
그제야 로오루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페르세타라면 정말 제국 수도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계획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때 조용히 밥을 먹던 즈바르트가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도 제국으로 가려고요.”
그 말에 모두가 놀랐다. 즈바르트가 가문을 떠난다고? 혹시 서운한 게 있었나?
가족들의 놀란 반응에 즈바르트는 재빨리 손을 내저었다.
“아뇨. 아뇨. 뭐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오러 소드를 배우고 싶어서요.”
즈바르트의 두 눈이 반짝거린다.
“저는 기사잖아요. 오러 소드. 그거 꼭 배우고 싶어요.”
그 말에 페르세타는 감탄했다.
페르세타 본인이 끝없는 도전과 새로운 성취를 사랑했기에, 동생의 그런 모습에 괜히 자신까지 들떴던 것이다.
“그래. 즈바르트! 잘 생각했어. 너라면 황제 폐하도 꺾을 수 있을 거야!”
그 말에 즈바르트가 뜨악했다.
“아니……. 그건 좀…….”
이건 뭐 마법을 배우겠다고 했더니, 그럼 페르세타를 꺾으라고 말하라는 것 같은 느낌이 아닌가?
자기 자식이 천재라고 굳게 믿는 팔불출 부모도 하지 않을 소리였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눈을 반짝였다.
“할 수 있어. 어렵지 않아. 사람이 뜻을 품고, 정말로 진지하게 파고들면 뭐든 해낼 수 있어. 진지하게 하지 않아서 그렇지. 하고 보면 쉽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고 있는 듯한 페르세타의 발언.
즈바르트는 문득 마법사들이 불쌍해졌다.
‘쉽다고……?’
저렇게 생각하는 선생님에게 배우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즈바르트는 페르세타에게 배우는 마법사들에게 작은 애도를 보냈다.
* * *
“저는 제국으로 출퇴근을 할 겁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페르세타는 자신의 제자 비슷한 마법사들을 모아놓고 그렇게 선언했다.
살리넬르, 샤라 엘리프, 라냐 비셰나, 시에넬, 비앙카 애시, 그리고 꼽사리 낀 여동생 일리안느까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현대 마법 상식으로 여기서 머나먼 제국 수도까지 출퇴근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페르세타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페르세타는 그 뒤에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그리고 여러분도 출퇴근을 해야 합니다.”
“……예?”
“당연한 일이지요. 전에 말한 인공위성 연구는 제국에서 진행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글라우베 마법 대학을 비워 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여러분들은 다들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교수직을 맡고 계신바, 응당 출퇴근을 하는 게 옳습니다.”
그 말도 옳았기에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살리넬르가 손을 들고 물었다.
“출퇴근 방법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번에 선생님의 공간 마법을 볼 수 있는 겁니까?”
반짝이는 기대감마저 담겨 있는 그 질문.
하지만 페르세타의 대답은 칼날처럼 무자비하고 북풍한설처럼 냉혹했다.
“아뇨? 방법은 여러분이 찾아야죠.”
“예……?”
“한 달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제국 수도까지 출퇴근할 수 있는 마법을 개발하세요. 제법 재밌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이 참에 까지 익히며 갈고 닦은 여러분들의 마법 솜씨를 한껏 뽐내 주세요.”
그러곤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라는 표정으로 푸근하게 웃어 보이는 페르세타.
마법사들은 경악했다.
라냐 비셰나가 조금 더듬거리며 항변했다.
“그, 그런 마법을 어떻게 한 달만에 뚝딱 만들어 내겠습니까? 애초에 는 공간 마법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학문이고…….”
“누가 그러던가요?”
“예?”
“의 지식으로 공간 마법이 불가능하다고 누가 그랬죠?”
미소를 짓고 물어보는 페르세타. 하지만 라냐 왕세녀는 그 미소가 잔혹한 폭군의 분노보다도 더 무섭다고 느꼈다.
“그리고 꼭 공간 마법일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쨌든 출퇴근이 가능할 정도로 빠른 이동 마법을 개발하면 될 일입니다. 하실 수 있죠?”
마법사들이 데룩데룩 눈동자를 굴렸다.
제국 수도에서 베리테 영지까지의 거리는 대략 7,000km.
황제가 베리테 영지에 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는 천마(天馬)를 탔다. 그러고도 하루를 꼬박 달려서 겨우 베리테 영지에 닿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출퇴근을 하라고?
출퇴근이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못해도 7,000km의 거리를 서너 시간 안에는 주파할 수 있어야 가능한 거 아닌가? 그래도 왕복으로 따지면 6~8시간이니……. 더 줄여야 하나?
‘그게 가능해?!’
지금 페르세타 앞에 있는 마법사들은 어디를 가도 자신이 세계 최상위의 마법사임을 자부할 수 있는 이들이었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쉽게 각을 잡을 수 없는 대마법이었다.
막막하기 짝이 없는 초고난도의 과제.
근데 그런 걸 한 달만에 개발하라니.
아무도 대답을 못하고 눈동자만 굴리고 있자 페르세타가 눈썹을 찌푸렸다.
“설마 정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눈치를 보던 일리안느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마법을 단 한 달만에…….”
하지만 페르세타는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끊었다.
일리안느가 아닌 다른 마법사들을 주시하면서.
“대답하기 전에. 잘 생각하십시오. 여러분은 해내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못 한다는 건, 저를 제외한 이 세상 어떤 마법사도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그건. 좀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네요.”
실망.
그 단어를 언급하는 페르세타의 표정이 서늘했다.
일리안느는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젠장……. 해 보겠습니다. 보란 듯이 해낼 테니. 똑똑히 지켜보십시오.”
그리고 살리넬르가 주먹을 꽉 쥐며 그리 대답했다. 그제야 페르세타는 만족스레 웃었다.
“그럼. 한 달 드리겠습니다. 만약 실패하신다면……. 인공위성 연구는 여러분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그 차가운 선언에, 다들 입술을 악물어야만 했다.
* * *
“한 달 안에…… 대체 어떻게.”
일리안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이들을 인공위성 연구에서 배제하기 위해 이런 과제를 내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시려나.”
일리안느는 자꾸만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동료 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은 살리넬르.
해내겠다고 가장 먼저 말했던 사람이니 뭔가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찾아간 것이었다.
일리안느는 수소문 끝에 초장거리 마법 포대가 있는 곳에서 살리넬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살리넬르 님!”
“아, 일리안느 아가씨.”
마법 포대 앞에서 뭔가를 계산 중이던 살리넬르가 일리안느를 반갑게 맞이했다.
일리안느는 살리넬르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정말 한 달만에 이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지…….”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놀라왔다.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 에서 배운 공식들을 응용하면…….”
“정말요?”
일리안느는 눈을 번쩍 떴다.
가슴 한 켠이 찌릿하도록 죄책감이 들었다.
‘역시 살리넬르 님은 뭔가 방법이 있었던 거구나.’
자신은 지레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자신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리안느는 겸허히 받아들였다.
애초에 자신은 깍두기 같은 존재였으니까. 페르세타의 수업을 들으며 마법이 빠르게 발전하긴 했어도, 다른 마법사들에 비하면, 니가 거기 왜 껴 있냐? 소리를 안 듣는 게 최선일 정도.
그러니 일리안느에게는 좌절도 사치였다. 그보다는 반성하고 더 배우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했다.
일리안느는 그래서 대놓고 물었다.
“어떤 방법을 쓰시려고요? 저도 를 배웠지만 이걸로 어떻게 이동 마법을 만들어야 할지는 감도 잡히질 않아요.”
그 말에 살리넬르는 활짝 웃었다.
안 그래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는 듯이.
“때론 가장 간단한 접근이 해답이 될 수 있죠. 자, 여기 초장거리 마법 포대를 보세요. 이 마법 포대는 의 지식을 응용하면 더욱더 강하고 정확하게 작동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럼. 이걸로 나를 날려 보내면 되지 않을까요?”
“……예?”
“계산은 이미 마쳤습니다. 일단 실험부터 해 봐야죠.”
그러더니 살리넬르는 거대한 마법 포대의 포신 안으로 기어들어 갔다.
온몸을 방어 술식으로 감싸고는 마법 포대를 관리하는 마법사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 아까 말한 대로 쏘아 보게!”
“사, 살리넬르 님! 그러다가 죽습니다!”
“괜찮아. 안 죽어. 이미 계산 다 해 봤어. 자. 쏘시게.”
일리안느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몸소 포탄이 되어서 날아가겠다고?
이거…… 맞아?
“자! 날아 보자!”
시원하게 외치는 살리넬르의 그 마지막 말이 꼭 유언처럼 들려서 일리안느는 그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