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2화(82/171)
82화 독을 풀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포신이 불꽃을 뿜어냈다.
마나가 색색깔로 산란하고, 뜨거운 열풍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간 개량에 개량을 거듭한 초장거리 포의 위용.
만약 저 안에 실린 포탄이 살리넬르라는 위대한 마법사만 아니었다면, 일리안느는 순수히 감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포신의 각도는 90도.
퍼어어엉!
음속을 뛰어넘은 ’살리넬르’가 충격파를 일으키며 구름 위로 솟구친다.
일리안느는 관측 마법을 최대로 발휘해 그 모습을 지켜보려 했으나, 어마어마한 탄속에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그녀가 본 것은 그저 불길에 휩싸인 살리넬르의 잔상뿐.
“…….”
그녀는 할 말을 잊은 채, 입을 쩍 벌리고 그가 사라진 구름 저 너머를 바라보았다.
호수에 돌멩이를 던져 넣어 생기는 파문처럼, 살리넬르가 날아간 궤적에는 구름마저 둥그렇게 밀려 나가 푸른 하늘을 드러냈다.
포대를 조작했던 마법사들이 불안한 듯 서성거렸다.
“저……. 괜찮으시…… 겠죠? 저희는 시키는 대로 한 건데…….”
살리넬르의 강경한 요청에 어쩔 수 없이 저지르기는 했지만, 뒤늦게 뒷감당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베리테 백작령에서 가장 중요하고 뛰어난 마법사 하나를 방금 대포에 넣어 날려 보낸 참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그를 스승으로 여기는 마법사들의 숫자도 어마무시했다.
만약이 일이 잘못되면 뭐라고 변명을 하지?
살리넬르 님이 절대 문제 없다고 무조건 하라고 하셨습니다! 괜찮다고 하셔서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라고 변명한들 그게 먹힐까?
야이 돌대가리야! 그렇다고 진짜 사람을 대포에 넣고 날려?! 당연히 죽지! 넌 머리가 없냐! 네 머리도 넣고 날려 볼까!?
이런 반응이 돌아오지 않을까?
하늘 높이 올라간 살리넬르는 아직까지도 돌아올 기미가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법사들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가기만 했다.
일리안느는 그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공감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게 문제인가? 살리넬르가 죽었을 수도 있는데!
그때였다.
“살리넬르 님이다!”
일리안느의 관측 마법에 살리넬르의 모습이 다시 잡혔다.
저 높은 하늘에서부터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한 사람.
화르르르-
여전히 불길에 휩싸여 있어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살리넬르였다.
일리안느는 즉시 일대에 부유 마법을 펼치고 살리넬르를 받아 냈다.
“살리넬르 님!”
땅 위로 사뿐히 떨어지기는 했지만, 살리넬르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옷이 다 타고 눌어붙었으며, 의식이 없는지 축 늘어진 상태.
일리안느가 황급히 다가가 치유 마법을 펼쳤을 때, 살리넬르는 바짝 마른 입술을 열어 중얼거렸다.
“일리안느 아가씨…….”
“네! 저 여기 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일단 응급처치를 하고 성녀님을 모셔올게요!”
“가능성을…… 봤습니다.”
“네?”
일리안느는 흠칫 놀라서 살리넬르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두 눈은 광인의 그것처럼 번들거렸다.
“가능성을……! 봤습니다! 앞으로 한창 더 개량시켜야겠지만……. 분명 이 방식으로 제국에 출퇴근이 가능할 겁니다!”
시커멓게 탄 채로 이딴 말을 하는 살리넬르를 보며 일리안느는 그만 현기증을 느끼고 말았다.
* * *
‘살리넬르 님이 미쳤어! 어떻게든 말려야 돼!’
일리안느는 어떤 사명감을 느꼈다.
자신의 오빠가 불러온 재앙이 아닌가? 페르세타의 가족인 자신 역시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살리넬르를 말릴 수 있을까?
베리테 영지 마법사들 사이에서 살리넬르의 위상은 페르세타 다음 갈 정도로 대단하다. 아까의 그 맛이 간 눈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사람이 말려 봤자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게 분명했다.
잠시 고민 끝에 일리안느는 답을 찾아냈다.
‘현자님. 현자님이라면 살리넬르 님을 말릴 수 있을 거야!’
그때부터 일리안느는 현자를 찾아 사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페르세타가 출퇴근할 방법을 찾으라는 말도 안 되는 과제를 내려 준 이후로 일단 흩어져서 각자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한 마법사들.
다들 곧장 실험부터 하는 것인지 연구실에 붙어 있는 사람이 없었다.
때문에 일리안느는 베리테 영지 곳곳을 뒤져야만 했다.
“샤라 언니!”
그러다가 어느 산봉우리에서 뿜어지는 강렬한 마력에 이끌려 찾아간 곳에서 그녀는 성녀, 샤라 엘리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제단과 의식용 제물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이, 이건?”
“아. 일리안느 왔어?”
“언니. 이게 다 뭐야?”
“응. 천사님의 날개를 살려고.”
“날개를…… 산다고?”
“그래. 천사님의 날개라면, 제국까지의 출퇴근도 가능할지 모르니까!”
일리안느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깨달았다.
지금 샤라 엘리프가 준비하는 마법. 그건 단순한 소환 마법이나, 힘을 빌려오는 채널링과는 궤를 전혀 달리하는 것이었다.
페르세타가 정원에 요정계의 노래국화를 꽃피웠듯이, 파티에 맞춰서 환요계와 인간계를 연결했듯이, 상위 세계의 그림자를 가져오는 게 아닌, 그 본질을 옮겨오는 종류의 대마법.
그 사실을 깨달은 일리안느는 경악했다.
“어, 언니! 이 마법은 아직 완성된 게 아니잖아! 심지어 신계와 거래를 한다고?!”
“괜찮아. 이미 예전 실험에서 명계의 차사와 거래하는 데 성공했어.”
“거기는 명계잖아! 신계는 마나 태양과 가장 가까운 세계야! 접속의 난이도부터가 완전 다르다는 거 알잖아!”
“그래도 원리는 똑같아.”
“너무 위험해! 본질을 건드리는 마법은 자칫 잘못하면 언니 목숨이……!”
“응. 그러니 잠시 물러나 있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언니!”
“걱정 마.”
일리안느는 너무 이상했다. 분명 샤라 엘리프도 이 마법의 위험성을 모르지 않을 텐데,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가 있는거지?
샤라 엘리프는 한없이 맑고 고요한 눈동자로 일리안느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거 알아? 천사들 중 최고 계급인 치천사 메아샤 님이 황제에게 패배한 거.”
“뭐어? 설마. 전에 오빠랑 황제 폐하랑 한판 붙었을 때?”
“응. 그때 메아샤 님이 패했다고 하더라. 그때 생각했어. 누구는 천사님이랑 싸워서 이기기도 하는데, 나는 고작 천사님이랑 거래도 못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일리안느는 흠칫 놀랐다.
지금 샤라가 하는 말은 좀…….
“그리고 난 용납 못해. 한낱 인간이 위대한 신계의 천사님을 패퇴시키다니? 이 참상을 두고 볼 마음은 없어. 천사님이 못한다면, 내가 나서서라도! 신계의 힘을 가져와서라도 황제를 능가하고 말 거야! 아무리 황제라 해도 위대한 힘 앞에서는 한낱 인간에 불과함을 보여 주고 말 거야!”
그러니까 성녀가 하는 말이 좀…….
불경하지 않은가?
언제나 천사님을 떠받들고 천사님의 뜻을 따르는 것을 우선으로 여기던 성녀가, 천사가 못하면 내가 하겠다고 나서다니? 천사와 거래하는 것을 ’고작’이라고 표현하다니?
하지만 정작 성녀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주문을 발동할 거야. 물러서.”
“언니!”
“빨리.”
성녀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광기.
그걸 보고 일리안느는 깨달았다.
아, 이거 내가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아마 지금 일리안느가 가로막는다면, 일리안느를 제압해서라도 주문을 진행시킬 기세가 아닌가?
결국 일리안느는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와야 했다.
‘역시. 시에넬 님이 필요해! 다들 미쳤어! 시에넬 님에게 좀 진정시켜 달라고 부탁드려야 해!’
현자 시에넬을 찾아다니는 일리안느의 발걸음이 더욱더 분주해졌다.
그렇게 돌아다니는 와중 일리안느는 라냐 비셰나도 만났고 비앙카 애시도 만났다.
둘의 상태도 절대 정상이 아니었다.
라냐 비셰나 왕세녀는 명계의 힘을 빌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천사의 날개를 가져오겠다는 성녀에 비하면 크게 어려울 것도 없는 마법이었으니까.
문제는 그녀가 빌려 오려는 힘의 성질이 문제였다.
라냐 비셰나는 지극히 이성적인 어조로 말했다.
“무거울수록 이동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가는 건 상식이지 않습니까?”
“그, 그렇죠. 왕세녀님.”
“그렇다면 무게를 없애면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그런데……. 아니 왕세녀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살리넬르 님이랑 성녀님이……!”
“그래서 전 명계의 힘을 빌려와 제 육신을 혼령화시키려고 합니다. 무게가 없는 혼령이라면 분명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요.”
“……??!!!?”
명계의 힘은 인간에게는 치명적이다. 그저 명계의 마력에 닿기만 해도 보통의 사람들은 픽픽 죽어 나갈 수도 있다.
그런데.
아예, 몸을 혼령처럼 만들겠다고?
이건 신계의 날개를 가져오겠다는 성녀의 구상보다도 더욱더 과격하고 극단적인 것이었다.
“왕세녀님! 그러다 죽어요!”
“걱정 마십시오. 이미 페르세타 선생님께 검수를 받았습니다. 이론적으로는 문제없습니다. 제가 주문 구성 중에 실수만 하지 않으면 죽을 일은 없습니다.”
“왕세녀님!”
미쳤다.
다들 미쳤다.
패닉에 빠진 일리안느.
그랬기에, 비앙카 애시를 처음 발견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기뻤다.
그녀는 유일하게 이상한 실험을 준비하지 않고 자신의 연구실에서 얌전히 연구를 하고 있었으니까.
그래. 평소 조금 시니컬한 면이 있는 그녀라면 이 와중에도 이성을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리안느는 처음으로 희망을 보았다.
“비앙카 언니! 언니! 큰일났어. 큰일! 현자님 어딨는지 알아?!”
“왜. 무슨 일인데.”
“다들 미쳤어! 이동 마법을 개발한다면서 살리넬르 님은 초장거리 마법포대에 들어가고…….”
일리안느가 거의 울듯이 말했을 때, 비앙카 애시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좋은 방법이……?”
“어?”
“아, 아냐. 계속 말해 봐.”
“어, 그, 그러니까. 성녀 언니는 천사의 날개를 가져오겠다고 하고, 심지어 라냐 왕세녀님은 무게가 없으면 빨라질 수 있다면서 명계의 힘을 빌려 육신을 혼령화하려고…….”
“칫. 역시 다들 센스가 대단하군. 난 아직 방향도 못 정했는데 벌써…….”
“어?”
“아, 미안. 일리안느. 아무래도 안 되겠다. 나만 뒤처질 수는 없지. 집중해야겠어. 이야기는 나중에 들을게.”
“어, 언니?”
비앙카가 손을 흔들었다. 일리안느는 쫓겨나듯 연구실 바깥으로 밀려나왔다.
아니지. 이건 쫓겨난 게 맞았다.
‘이게 뭐야. 내가 이상한 거야?’
반복된 비상적인 상황에 일리안느는 반쯤 넋이 나가고 말았다. 하늘과 땅이 뒤바뀐 것처럼 어지러웠다.
멍하니 베리테 영지를 돌아다니던 그녀는 마침내 현자 시에넬을 발견했다.
“현자님!!!”
일리안느는 울먹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일리안느 아가씨. 이 늙은이에게 말해 보세요.”
자애롭게 웃으며 일리안느를 품어 주는 현자 시에넬.
일리안느는 히끅거리며 그간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 주었다.
일리안느의 등을 두드려주던 현자의 손이 멈칫했다.
“호오오오…….”
“아.”
이제 일리안느는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번에도 망했구나.
현자님도 제정신이 아니구나.
“이건 좋군요. 안 그래도 저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로 에너지를 뿜어내며 날아가는 방법을 구상 중이었는데……. 살리넬르가 비행 궤도를 계산하고, 제가 추진 부분을, 왕세녀님이 경량화를, 성녀님이 비행제어를 맡으면……. 오오! 정말 한 달 안에 가능할지도!”
현자는 일리안느의 어깨를 꼭 잡고 말했다.
“좋은 소식 알려 줘서 감사합니다. 곧장 다같이 모여서 연구를 해야겠군요.”
종종걸음으로 떠나가는 현자.
일리안느의 바람과 달리, 제정신이 박힌 마법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언제 이 지경이 된 걸까……?
일리안느를 멀어져 가는 현자의 등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오빠가 독을 풀었어…….”
만약 페르세타가 그 말을 들었다면 고개를 갸웃하며, ”난 독이 아니라 마법을 풀었는데?”라고 반문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