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3화(83/171)
83화 마도왕 강림
포럼이 끝난 직후.
오마르 독립 회의 지도자 애캘슨은 곧장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으로 달려갔다.
리세아룬.
세계의 심장.
사람이 인물이 되고,
물건이 상품이 되는, 운명의 도시.
원래 같았으면, 애캘슨이 결코 갈 수 없는 도시였을 것이다.
그는 제국의 반역자이자 특급 수배범이었으니까.
하지만 황제와의 독대로 합의를 이끌어낸 애캘슨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리세아룬에 입성할 수 있었다.
드넓은 도로와 드높은 건물.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 수레.
멋지게 차려입은 사람들.
“엄청나네…….”
애캘슨은 새삼 깨달았다.
자신은 촌놈이라는 것을.
제국과 싸우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이 거대한 세계와 싸우겠다는 무모한 다짐을 했던 것이라는 걸.
하지만 지금 애캘슨의 마음에는 뜨거운 야망이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오마르족이, 이 찬란한 세계의 주역이 될 거다.”
그걸 위해서 황제와 합의를 한 게 아니던가.
먼저 간 동지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그 합의를 자신의 손으로 이뤄 낸 게 아니던가.
그래서 이곳에 왔다.
오마르족의 젊고 재능 넘치는 마법사들과 함께.
마도왕이 된 페르세타는 결국 이곳 리세아룬으로 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곳이 미래의 마법을 연구하는 중심지가 되겠지.
애캘슨은 오마르족의 뛰어난 마법사들과 함께 거기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오마르족을 미래의 주역으로 키울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 자존심도 버렸고, 먼저 간 동지들과의 신의마저 버렸다.
그리고 가슴에 단 하나의 꿈을 새겼다.
“해낸다.”
거대한 도시를,
조금은 추레한 애캘슨은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 * *
“뭐?! 웃기지 마! 이 배신자 새끼! 날 풀어 줬다고 내가 기뻐하기라도 할 것 같아!”
철썩!
애캘슨의 얼굴 위로 물이 쏟아졌다.
깡 마른 초췌한 얼굴의 마법사는 마른 장작에 불이 붙은 것처럼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며 애캘슨을 노려보았다.
그는 이제 막 제국의 마법 형무소에서 풀려난 오마르족의 독립운동가 겸 마법사였다.
황제와 합의를 마친 애캘슨은 정당한 권한으로 그를 형무소에서 빼내어 물을 대접했지만, 정작 풀려난 사람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독립운동을 포기한다고? 누구 맘대로! 애캘슨! 너는 먼저 간 동지들을 벌써 잊은 거냐!”
피를 토하듯 외치는 독립운동가.
그 혼자만이 아니었다.
중앙 형무소에 갇혀 있던 동지들은 총 6명.
그들 모두가 애캘슨의 말을 듣고 흉신악살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누구보다 애캘슨을 믿었던 그들이었기에, 지금 그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더욱 컸다.
“애캘슨……! 너……! 너……!”
너무 화가 나서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동지들.
애캘슨은 그들을 보며 착잡하게 말했다.
“할 말이 없다. 내 죄는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민족을 위하는 길이라 확신한다.”
“웃기지마! 네 뜻대로 될 거 같아?”
“이미 다른 동지들은 내 뜻을 따라 주고 있다. 너희 마음대로 움직이면 곤란해.”
“애캘슨? 너 설마?”
감옥에서 막 풀려나 초췌한 마법사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거의 동지들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건물의 입구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 이번엔 네가 우리를 가두겠다는 거냐?! 제국의 감옥에서 이제 풀려났다 했더니 내 동족이라는 작자들이 나를 다시 가둘 줄은 몰랐구나!”
하하하하하하!
해골처럼 비쩍 마른 마법사들이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소름이 삐쭉 돋을 정도로 살기 가득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애캘스은 물러서지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참아다오. 너희가 갇혀 있는 동안, 세계가 많이 변했어. 세상의 변화를 보면, 너희도 내 결정을 이해하게 될 거야.”
“웃기지 마! 애캘슨!”
“너 대신 죽은 리엔네만 불쌍하지! 이 배신자 새끼!”
퉤!
한 마법사가 뱉은 침이 애캘슨의 눈가에 걸쭉하게 부딪혔다.
애캘슨은 그걸 닦아 내지도 않고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지켜봐다오. 지켜보고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풀어 주겠다. 약속한다.”
그 말을 끝으로 애캘슨은 방을 빠져나왔다.
얼굴을 타고 미끄러져 내리는 침을 닦아 내는 그의 얼굴은 강철로 깎은 조각처럼 단단하기만 했다.
* * *
제국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황립 마법 협회에 소속되어 있다.
마법 협회는 마법사들의 성취를 평가하고 그에 맞게 연금을 지급하기도 하고, 때론 국가 주도의 연구과제를 선정해 참가자들을 선정하고 연구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동시에 제국 각 부문에 마법사들의 취업을 알선하기도 했으며, 이번처럼 전쟁이 벌어질 때에는 마법사들을 징집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었다.
말이 좋아 ‘협회’이지 사실상 마법과 관련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정부 부서와 다를 바 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관.
명목상 마법 협회의 의장은 현자였으나, 실제로는 각개 각층의 유력한 마법사들이 모인 ‘위원회’를 통해 운영되었다 사실상 그동안 ‘마법사들의 왕’처럼 군림해 왔던 마법 협회의 위원들.
최근 그들은 별다른 일이 없어도 매일같이 회합을 가졌다.
“페르세타 님이 오시면 어찌 될 것 같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지 않겠습니까? 페르세타 님께도 일을 도와줄 사람들이 필요할 텐데. 우리만큼 그에 적합한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하기야. 페르세타 님은 마법적으로는 감히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취를 이루셨지만……. 행정과 관련한 일에 대해서는 모르시겠지요.”
“제국에 기반도 없으시지 않소?”
황제조차 간섭할 수 없는 마도왕.
모든 마법사들과 마법 관련 예산을 좌우할 수 있는 마도왕.
제국 역사상 전무후무했던 권력의 탄생 앞에 마법 협회 위원들은 처음엔 바짝 긴장했었다.
만에 하나 페르세타가 마법 협회와 위원회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라도 한다면, 그들은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불안감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페르세타가 그들을 내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전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은 휘두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페르세타의 눈치만 잘 보면 괜찮지 않겠어?
아니.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었다.
딱 봐도 페르세타는 연구만 아는 샌님이 아니던가?
그에게 달라붙어서 나머지 실권을 잘 장악하면…… 황제의 명에 충성을 다해야 했던 과거보다 오히려 더 대단한 권세를 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처음의 불안은 희미해지고, 그들은 곧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애캘슨’이라는 건방진 반역자를 몹시도 미워했다.
포럼이 끝나자마자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에 들어선 애캘슨은, 그들의 신경에 거슬리는 행보를 거듭했다.
“페르세타 님이 오시면 마법 협회는 해체될 겁니다!”
거리에서 마법사들을 불러 모으고 이딴 어처구니없는 연설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은 페르세타 님이 세속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페르세타 님은 대신 연구에 있어서 어마어마한 욕심을 가지고 계십니다. 우리는 거기에 대비해야 합니다. 페르세타 님께서 납득할 수 있는 성취를 보이고, 그에 걸맞은 연구 과제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의 연설에, 젊은 마법사들이 놀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애캘슨의 말이 꿀처럼 달콤하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케케묵은 마법 협회의 늙은 마법사들에 의해 마법 예산이 좌우되는 게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실력에 따라 예산이 분배될 것이라고, 애캘슨 목소리 높여 주장했으니까.
“자! 페르세타 님이 오기 전에 준비합시다! 먼저 포럼에서 우리가 배운 것을 정리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 나갈 연구 과제들을 선정해야 합니다!
다함께 모입시다! 스터디를 조직합시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우리 모두가 페르세타 님의 눈에 띄고 예산을 지원받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당신에게 실력이 있다면, 페르세타 님은 당신을 주목하실 겁니다!”
마법 협회의 위원들이 볼 때는 망측하기 그지 없는 선동이었다.
일단 애캘슨은 반역자가 아니던가?
반역자가 반역도들을 데리고 와서 젊은 마법사들을 선동하고 있다니 이 얼마나 불순한가?
그리고 앞으로 해 나갈 연구?
그 대목에 이르러서 위원회들은 헛웃음을 지어야만 했다.
“이 이상 연구할 게 어딨단 말인가?”
“맞지. 마나와 세계의 모든 움직임을 설명한 <프린키피아>가 곧 마법의 완성이 아니던가?”
“맞소. 앞으로는 이미 다 밝혀진 지식을 누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의 싸움이 될 터인데……. 거기에 현혹되는 젊은 마법사들도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소. 떼잉.”
“얼치기 마법사 하나가 물을 흐리는군.”
그들은 굳게 믿었다.
마법 협회가 해산될 일은 없다고.
그랬기에, 그들은 과감한 짓도 저질렀다.
“해산! 해산하라! 수도 내에서 허가 받지 않은 마법사들의 회합은 불법이다!”
여전히 자신들의 명을 따라 움직이는 마법사 조직들을 동원해서 애캘슨이 조직한 스터디 그룹들을 강제 해산시키려고 한 것.
당연히 애캘슨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황제 폐하께서 마도왕 전하를 세우시지 않았느냐! 이제 더이상 과거의 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페르세타 님이 승인하지 않은 모든 규칙이 무효인 것이다!”
물론 마법 협회의 위원들은 그런 반발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페르세타 님은 당연히 마법 협회의 모든 것을 계승하실 거다. 남은 것은 그저 요식적인 승인 절차뿐이지. 더 이상 수도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말고 당장 해산하라!”
“누구 맘대로!”
강제 해산 하려는 협회 측의 마법사들과 애캘슨이 조직한 스터디 그룹들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살상 마법을 쓰지는 않았지만, 바람 마법이나 염력 등을 이용해 물리력을 발휘하면 상대를 강제로 밀어내거나 연행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수도의 시민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마법사들이라지만 수도 한복판에서 마법을 난사하다니?
황제 폐하가 두렵지도 않다는 말인가?
하지만 황제는 침묵했다.
마법사들은 마도왕이 된 페르세타의 권한.
그는 나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들이 거리를 파손하고 시민들을 다치게 한다면 다른 문제였겠지만, 그들은 철저히 자기들끼리만 충돌을 일으켰다.
그러는 사이, 포럼이 끝난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게 지난 시점이 왔다.
그 시간 내내 애캘슨은 계속 각지에서 몰려든 젊은 마법사들과 소속이 없는 마법사들을 규합해 자기들끼리 연구와 공부를 계속해 나갔고, 자신들의 권위가 손상되었다고 느낀 마법 협회는 더욱더 많은 마법사를 동원해 애캘슨의 그 모임을 해산시키려고 했다.
“참을 만큼 참았다! 오늘이야말로 법을 어기고 마법 협회의 권위를 무시한 너희를 모두 마법사 형무소에 처박아 주마!”
“웃기지 마라! 불법은 너희가 저지르고 있다!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며 공부를 하겠다는 것뿐인데 대체 너희가 뭔데 방해를 하느냐!”
리세아룬의 대광장에서 두 마법사 집단이 대규모로 충돌했다.
마법 협회 측에서 특히 칼을 간 상태였다.
그들 딴에는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타의 방문은 늦어지고 있었고, 그만큼 애캘슨이 이끄는 마법사들의 모임은 세력이 커졌다.
이런 상태에서 페르세타가 도착한다고 쳐 보자.
마법 협회를 그대로 중용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도 애캘슨 무리들을 보고 마음이 바뀔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마법 협회와 애캘슨을 비교하게 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마법사들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마법 협회를 보고 신뢰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만약 페르세타가 영영 수도를 찾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만약 페르세타에게 권력 욕심이 전혀 없다면? 그래서 수도에도 끝끝내 오지 않는다면?
그럼 자연스레 마법 협회가 그의 권한을 위임받는 것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계속 마법 협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애캘슨 같은 작자가 설치면 그조차도 불확실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마법 협회 측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애캘슨 무리를 해산시켜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따르는 마법사들을 대거 동원했고, 그것을 눈치챈 애캘슨 무리들도 한자리에 집결했다.
맥놓고 당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제국 수도 한복판에서 전무후무한 마법사들의 대규모 충돌이 일어나려던 찰나였다.
페르세타와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교수들이 바로 그 순간에 제국 수도에 도착했던 것이다.
콰우우우우우-!
“저게 뭐지?”
“어???!?”
“뭐, 뭐야 이 터무니없는 마력은……!???”
모두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날.
제국의 하늘은 하얗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