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4화(84/171)
84화 붕괴
“애캘슨이 그럴 줄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애캘슨이…….”
“인간이 싫어지는군.”
제국 중앙 형무소에서 풀려난 후, 숙소에 감금되다시피 한 오마르 독립 회의의 마법사들은 지금도 현실이 믿기지 않았다.
“끅……. 애캘슨이 어떻게……. 끄윽……. 내가 그 모진 고문을 어떻게 견뎠는데. 너라면. 너라면 견뎌 냈겠지. 생각하면서 진짜 하루하루…….”
심지어 분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마법사도 있었다.
그들에게 애캘슨은 그런 존재였으니까.
모두가 무너지고 배신해도, 끝까지 변하지 않을 한 사람.
그런 한 사람을 꼽아 보라 한다면 다들 주저하지 않고 애캘슨을 꼽았을 테니까.
그런데 그런 애캘슨이 민족의 독립을 포기할 줄이야.
그것도 혼자 조용히 그만 둔 게 아니라 간교한 세치 혀로 다른 동지들까지 꼬드겨서 독립 운동 자체의 동력을 꺾어 버릴 줄이야.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캘슨도 뭔가 사정이 있는 거 아닐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다들 알잖아. 애캘슨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거.”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누구보다 믿고 싶어. 하지만 그날 애캘슨이 하는 말을 들었잖아. 오해의 여지는 하나도 없었다. 일종의 민족 자강론. 우리 민족이 강해지면 자연스레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폐기한 그딴 이론을 들고 와서는!”
“그러니까 말야. 황제는 우리 민족에게 그만한 힘을 줄 생각이 없는데 우리끼리 민족 자강론을 이야기한들 뭐가 달라지냐고. 미친놈.”
“……그래도. 우리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뭔가 큰일이 벌어진 거 아냐? 듣자 하니 페르세타라는 마법사를 중심으로 마법 혁명이 일어났다고도 하고…….”
“그래봤자지! 마법 혁명이고 뭐고 황제가 있는 이상 다 소용없어! 알잖아! 그래서 우리도 힘으로 들고 일어서기로 한 거잖아! 설령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죽더라도! 우리가 목숨 바쳐서 오마르족의 자존심을 지키기로 했던 거잖아!”
“……그건……. 그렇지. 그냥. 너무 믿기지 않아서 그래…….”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게 꿈을 꾸는 건가 싶고.”
6명의 마법사들은 한숨을 푹 쉬고 고개를 떨구었다.
불편하고 아픈 정적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다가 한 마법사가 깨달았다.
“어? 창문 밖이 왜 저러지?”
창문으로부터 새하얀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뭐야?”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섰을 때,
드드드드-
마룻바닥이 흔들리고, 숨막힐 정도의 마력이 가슴을 짓눌렀다.
뭔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 * *
“저게 대체 뭐지…….”
수도 리세아룬에서 나고 자란 젊은 마법사 휘오는 새하얗게 빛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릎이 떨릴 정도로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다.
“세상이 멸망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좀 억울했다.
아니, 많이 억울했다.
‘포럼이라도 갔으면 덜 억울했을 텐데.’
가고 싶었다.
너무나.
1차 포럼도.
이번에 있었던 2차 포럼도.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휘오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마법사.
다행히 꽤 재능이 있었기에 여러 선생님의 도움으로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마법을 배울 수 있었지만, 결국 생활비는 스스로 마련해야만 했다.
저 멀리 베리테 영지까지 찾아갈 수 있는 돈이 그에게는 없었던 것.
괜찮은 가문에서 태어났다면 일찍부터 제대로 된 마법사 단체에 들어가 돈을 벌 기회도 있었겠지만……. 가난한 평민 출신인 그에겐 그런 것조차 불가능했다.
부잣집의 개인 교사로 전전하며 번 돈으로는 집에 계신 부모님을 겨우 부양하는 게 전부.
결국 그는 마법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1, 2차 포럼을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그래서.
온 하늘이 하얗게 물들고, 일대를 완전히 날려 버릴 것 같은 강렬한 마력이 휘몰아치는 걸 보면서, 그는 하염없이 억울하기만 했다.
이제야 겨우 행복해졌는데.
이제서야 애캘슨이라는 걸출한 마법사에게 이번 포럼의 성과라는 <프린키피아>를 하나하나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행복한 배움마저 끝내지 못하고 여기서 죽는다니…….
이건 너무하잖아.
눈물이 핑- 돌았다.
우르르르르!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그런 그를 밀쳐 냈다.
“악!”
휘오는 기사의 딱딱한 갑옷에 부딪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보았다.
수도를 지키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사색이 되어 외치는 모습을.
“젠장! 수도를 노린 마법 포격이라니!”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기사들이 먼저 오러 소드를 날려 떨어져 내리는 마법을 베어 내려고 했고, 이어서 마법사들이 수도 곳곳에 각인된 대마법 실드를 펼쳤다.
베리테 영지의 초장거리 포격 마법이 공개된 이후로 수차례 보강 작업을 거쳐 극도로 강화된 실드였다.
하지만.
“크윽! 마법이 너무 빠르고 범위가 넓어! 오러로도 베어 낼 수가……!”
“실드! 실드가 붕괴합니다!”
“젠장! 당장 사람들을 피신시켜!”
“이미 늦었습니다!”
그것은 어떤 종말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었다.
“으아아아! 이 사악한 마법사! 폐하의 이름으로 찢어 죽이고 말 테다!”
“그 전에 우리가 죽게 생겼어요!”
강인한 기사들과 뛰어난 마법사들마저 희망을 읾고 절망에 빠지고, 세계에서 가장 잘 갖추어져 있다는 수도의 방어 마법들이 유리 장처럼 산산이 박살이 나고.
온 세상은 하얗게 물든다.
그리고,
“엎드려어어어어어!”
콰아아아아앙!
온 세상을 물들이며 부풀었던 마법의 빛이 일순간에 한 점으로 압축되며, 땅 위로 내려꽂혔다.
마력의 폭풍이 사방을 흔들고 지나간다.
“아……?”
“어……?”
죽음을 직감하며 엎드렸던 사람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뭐지?
강력한 마력 폭풍으로 인해 나뭇가지가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불긴 했다.
하지만 피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근처의 유리창조차 깨지지 않았으니까.
다만 너무나 강력한 마력이 풀려나와 평범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휘청거리거나 자리에 주저앉은 것. 그 정도가 피해의 전부였다.
고오오오오-
그리고 마법이 떨어진 중심지. 공기가 조금 후끈해진 그곳에는 6명의 사람이 있었다.
한 명만 서 있고, 나머지는 콜록거리며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흠…….”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주변을 둘러보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비행 시간 1시간 30분. 시간이 좀 깁니다. 연구할 게 산더미인데. 길에서 왕복 3시간을 버릴 순 없죠. 아무리 길어도 30분까지는 줄여 주셔야 할 것 같군요.”
“예……. 콜록! 콜록!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콜록!”
쪼글쪼글할 정도로 나이가 지긋하게 든 여자 마법사가 거세게 기침을 하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혼자 꼿꼿하게 서 있는 남자는 바닥을 설설 기는 다른 일행을 바라보며 계속 잔소리를 쏟아냈다.
“그리고 승차감도 좀 개선해야 할 것 같군요. 이런 식이면 출퇴근만 한 번 해도 녹초가 되겠어요.”
“콜록콜록……. 예.”
“아. 그리고. 너무 요란합니다. 매번 이렇게 도착하면 수도사람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습니까? 빛도 줄이고 쓸데없는 마력의 폭풍도 줄이세요.”
“콜록……. 으아……. 네…….”
휘오는 그 광경을 멍청하게 바라보았다.
뭐지?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때였다. 그의 옆에 엎드려 있던 다른 마법사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마, 마도왕 전하시다.”
마도왕?
뭐야.
그럼 저 분이…… 페르세타 베리테?
기적의 시대를 연, 역사상 제일의 마법사?
휘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순간.
“마, 마도왕 전하를 뵙습니다.”
“저, 전하…….”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찢어 죽이네 어쩌네 하고 있던 제국군 소속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몸을 낮췄다.
정말이다.
정말이었다.
진짜 페르세타 님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휘오는 벼락을 맞은 듯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허겁지겁 달려와서 이 광경을 지켜보며 경악을 하는 또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있었다.
“이……. 이게 대체? 이게 마법이라고?”
“저 사람이 페르세타……? 마법의 혁명을 이끌어 낸 전무후무한 천재?”
“설마……. 이런 터무니없는 마법을 단순한 이동 마법으로 사용한 건가?”
“여긴 제국의 수도인데……. 황제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도왕이라더니…….”
“정말이었어. 정말 세상이 바뀐 거였어.”
“이래서 애캘슨이…….”
그들은 바로 오마르 독립 회의를 이끌던 마법사들이었다.
소란을 틈타 애캘슨이 붙여둔 감시역들을 떨쳐 내고 밖으로 달려 나온 것.
그들은 모든 걸 목격했고, 결국 전율했다.
상식을 파괴하는 마법.
그런데 그게 단순한 이동 마법이었다는 것.
제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수 있는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행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제국군 소속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몸을 낮추고 있는 모습.
이 모든 것들 하나하나가 그들의 상식을 철저히 깨부수었다.
그제야 그들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말로 애캘슨에게 이유가 있었구나.
‘그’ 애캘슨이 갑자기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목표를 수정할 만큼, 세상이 많이 변했던 거구나.
그들은 경외에 찬 시선으로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 * *
‘이건 기회야!’
갑자기 제국 한복판에 떨어져 내린 대마법.
그게 단순한 이동 마법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마법 협회의 위원들은 눈을 빛냈다.
‘이토록 강력한 마법!’
‘황제 폐하의 눈치도 보지 않는 저 자신감!’
‘지금 당장 마도왕 전하의 눈에 들어야 한다!’
그들은 확신했다.
페르세타를 등에 업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지금껏 누리던 것보다 훨씬 큰 권세를 누릴 수 있을 거란 사실을.
마법 협회의 위원들은 벌떡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페르세타의 앞으로 우르르 달려갔다.
“리세아룬시(市)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도왕 전하!”
“저희는 황립 마법 협회를 이끌고 있는 위원들입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간 마법 예산이 얼마나 되었고,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소상히 보고드리겠습니다.”
그들이 취한 전략은 단순했다.
그동안 자신들이 해 왔던 일을 보고하며 자연스레 자신들의 쓸모를 어필하는 것.
실패할 수가 없는 전략이었다.
하다못해 피도 눈물도 없는 정복자라 해도 현지의 사업을 인수할 때는 관련 실무자들을 중용하는 법이 아니던가?
아무런 세력도 경험도 없는 페르세타라면 자신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이게 그들의 결론.
그 믿음이 확고했기에, 월권까지 저지르며 애캘슨이 이끄는 스터디 모임을 강제 해산 시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저벅저벅저벅.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똑바로 걸어오던 페르세타는
“실례.”
슬쩍 옆으로 둘러서 그들을 그냥 지나쳐 버렸다.
그야말로 완전한 무시.
“어……?”
당황하는 그들의 앞에 무지개색 머리칼과 날개를 자랑하는 요정 하나가 날아올랐다.
– 그대들이 그간 마법 관련 예산을 집행하던 실무자들인가? 얘기는 나랑 하면 된다. 가자. 서류 한 장, 낙서 한 장, 빼먹지 말고 존재하는 모든 종이라는 종이는 다 가져오도록. 내가 샅샅이 살펴볼 테니까. 일을 마치면 집에 가서 쉬고 내일부터는 안 나와도 된다. 어차피 마법 협회는 해산시킬 거라서.
“뭐, 뭐야 넌?”
– 뭐? 너? 무엄하게…….
요정 공주 히나리리리아네의 작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뒤에서 날아오른 수많은 요정들이 맹렬한 분노를 뿜어냈다.
– 공주님!
– 가아아암히! 공주님께 말버릇이!
– 저주! 저주를 걸어 버리자!
쏟아지는 요정들의 저주. 그건 뛰어난 마법사라 해도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입조심을 하지 못한 마법 협회의 위원은 순식간에 풍성하던 머리털이 다 뽑히고 이빨이 까맣게 물들고 겨드랑이에 털이 수북하게 자라난 채로 길바닥 위에 엎어졌다.
“으악! 으아아악! 안 돼……!”
그의 처절한 절규가 울려 퍼졌지만, 잔혹한 요정들은 그 누구도 그런 사소한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페르세타는 시끌시끌하게 일을 처리하는 요정들 쪽을 슬쩍 일별하고는 앞으로 다시 시선을 던졌다.
넋이 빠진 마법사들이 보였다.
페르세타는 그들을 향해 최대한 우호적인 웃음을 만들어 보이며 말했다.
“자. 그럼. 시험을 볼까요?”
그날. 제국에 내리꽂힌 것은 단순한 이동 마법이 아니었다.
훗날 마법사들은 이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하늘에서 기득권과 신분으로 단단히 굳어져 있던 제국 마법계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강력한 붕괴 마법이 내리꽂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