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5화(85/171)
85화 구상
카아아앙!
카가가각!
제국 황제의 연무실.
그곳에서는 뜨거운 불똥이 쉬지 않고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황제가 새하얀 빛의 칼날을 휘두르며 수십 명의 로열 나이트들과 대련을 벌였던 것이다.
몇 날 며칠을 쉬지도 않고.
검을 휘두르다가 지치면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자고, 배가 고프면 빵 사이에 고기를 껴서 뜯어먹고, 다시 검을 휘두르고. 그러다가 머리와 몸이 너무 가려우면 마법사에게 클린 마법을 받고, 다시 검을 휘두르고.
그렇게 침소에도 들지 않은 채 광인처럼 대련을 계속했다.
황제는 물론이고 세도가 당당한 로열 나이트들조차 모두 머리는 산발에 찢어진 옷에, 광기 어린 눈빛에…….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형상이었다.
“후욱! 후욱! 후우우욱!”
추운 날씨도 아니었지만, 뜨거운 체온에 땀이 말라 새하얀 수증기를 피워 올렸고, 황제와 로열 나이트들의 대련은 점점 치열해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또 한바탕의 아비규환이 끝이 나고 모두가 연무장에 드러누웠을 때였다.
“저. 폐하.”
신하 하나가 황제의 다리맡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대며 말을 걸었다.
“고하라.”
황제의 입에서는 사람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짐승의 으르렁거림에 가까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넘실거리는 살기에 신하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마도왕 페르세타가 수도에 방문하였습니다.”
“그래? 뭐. 자기 일을 하러 왔겠지.”
“예. 헌데……. 찾아온 방식이 괴이하고 불충하여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그제야 황제가 몸을 비스듬히 일으키며 물었다.
“어쨌기에?”
“그것이…… 무엄하게도 초장거리 포격을 응용한 방식으로 수도로 날아왔습니다. 수도의 방어 마법이 모두 박살 나고, 출동한 기사들도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이동 마법이라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마법이 잘못되었다면, 수도 한복판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무도한 행위는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서 폐하께 보고를 올립니다.”
“허.”
황제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다시 땅에 드러누웠다.
“하여튼 페르세타. 그 작자는 언제나 상식을 깨는군. 하지만 뭐 어쩌겠느냐. 내버려 두어라.”
“예?”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페르세타 그자의 권위는 나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니. 내버려 두고 섣불리 경거망동하지 말라.”
신하는 너무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언제나 모두의 위에서 군림하는 황제가 이렇게 물러서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신하의 속내를 눈치 챈 황제가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미친 듯이 수련하는 게 아니겠느냐. 아무튼……. 지켜보도록 하자. 듣자하니 뭔 인공위성? 그런 거를 만든다는데.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이는지, 우리는 그저 구경하고 대비하면 될 일이다.”
“아, 알겠사옵니다 폐하.”
“후…….”
황제는 길게 한숨을 내쉬곤 다시 몸을 일으켰다.
“페르세타. 그 작자를 생각했더니 쉬지도 못하겠군. 다들 일어나라! 다시 시작이다!”
그 말에 비틀비틀 시체처럼 몸을 일으키는 로열 나이트들.
그들에게서 뿜어지는 지독한 투기에 신하는 숨이 막힌다는 표정으로 황급하게 물러섰다.
황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말했다.
“페르세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든. 우리는 더욱더 대단한 성취를 보이는 거다.”
한 번 패했지만, 두 번 패할 마음은 없다.
황제는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하며 검을 뽑아 들었다.
* * *
제국 마법 협회의 대회의장.
본래의 주인은 모두 쫓겨나간 자리를 제국의 마법계를 이끌어 갈 새로운 마법사들이 가득 채웠다.
바로 페르세타가 내린 문제를 풀고 고득점을 맞은 마법사들.
페르세타의 인공위성 프로젝트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된 그들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그간 마법 협회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이번에 단숨에 페르세타의 인정을 받게 된 마법사들은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지고 허리가 빳빳해졌다.
그들은 저마다 찬란한 미래를 그렸다.
이번에 시험을 잘 치른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성취를 보여 마도왕 페르세타의 신임을 얻고 마법의 최첨단에 서서, 모두의 우러름을 받겠다는 야망이 꿈틀거렸다.
그랬기에 페르세타가 입을 열었을 땐, 모두가 아주 진지한 자세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자.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요. 지난번에 제가 발표했던 것처럼 우리의 목표는 인공위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간계의 주위를 떠도는 구조물을 쏘아 올려서 마나 태양으로부터 막대한 마력을 직접 받아 지상으로 전송하는 방식이지요. 이걸 통해 인류는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막대한 마력을 거머쥐게 될 겁니다.”
페르세타는 두 눈을 번쩍이는 마법사들을 둘러보며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은 그에게 있어서 꿈 같은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수많은 마법사들과 자원을 모아 페르세타 혼자서는 해낼 수 없는 거대 프로젝트를 실현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페르세타가 폐관을 마친 이후로 줄곧 바라 왔던 것이었으니까.
<첼레스티움>과 <프린키피아>를 넘어서 마침내 이 순간이 왔다.
처음으로 그가 다른 마법사들의 도움을 받는 순간.
페르세타는 즐거움을 숨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먼저 여러분들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군요. 어떠한 방식으로 인공위성을 만들 수 있을지. 그 구상을 자유롭게 말씀해 주십시오.”
말을 마친 페르세타는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마법사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기대감으로 반짝거렸다.
그와 동시에, 회의장에 모인 마법사들은 일제히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이건 기회였으니까.
마도왕인 페르세타의 눈에 띌 첫 번째 기회.
누가 뭐래도 첫인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마법사들은 경쟁적으로 손을 들어 발언권을 따내고 자신들의 생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먼저 차원 바깥으로 쏘아 낼 물질을 선정해야 할 겁니다! 인간계 바깥의 차원의 우주는 시간의 개념도 공간의 개념도 이곳 인간계 내부와는 전혀 다른 장소. 그런 곳에서도 견뎌내고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소재를 신중하게 골라내야 합니다.”
“허허! 그걸 누가 모르겠소. 그 물질 뭐냐 이게 중요하지. 내 생각으로는 역시 금이 적당할 것 같소. 금은 불멸성을 품고 있는 물질 중에선 그래도 비교적 그 양이 풍부한 편이오. 금 위에 주문을 덧씌워 날려 보낸다면, 최소 5년은 운용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오.”
처음 말을 꺼낸 마법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물질을 금으로 해야 주장한다는 마법사가 은근히 자신의 의견을 ‘뻔한 소리’로 치부하며 깎아내린 탓이었다.
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페르세타에게 어필하려는 얕은 수작.
하지만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단순히 ‘물질을 선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것보다는 ‘내 생각엔 이런 물질이 낫겠다.’라는 주장까지 나아가는 게 더 의미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게 시작이었다.
마법사들은 눈을 번뜩이며 혀를 칼날 삼아 피 튀기는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곳은 베지 않으면 베이는 전장.
상대를 쓰러뜨리고 홀로 우뚝 서서 페르세타의 눈에 들어야 하는 데스 게임의 현장.
말을 꺼내는 순간, 다른 마법사에게 반박당해 심장을 깊이 찔릴 위험을 지는 것이었지만, 이 자리의 그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
토론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겁게 달궈졌다.
“금? 제 생각은 다르군요. 금은 마법과의 결합력이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필연적으로 소형화가 될 수밖에 없는데……. 크기가 작아지면 우주에서 받아들이는 마력의 크기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바. 저는 차라리 금보다는 보석을 핵심 소재로 이용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 가지 보석이 아닌 다양한 보석들을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한다면 비용을 낮추면서도 금보다 훨씬 거대한 위성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다양한 보석을 써서 만들자고?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 아닙니까? 세 가지 보석만 섞어도 수식의 복잡함은 9배 이상 증가하는 법입니다. 조금이라도 계산 실수를 했다가는…….”
“흠. 저는 계산 실수를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드리는 말씀이지요.”
“하! 그런 식의 태도로는 발전을 일굴 수 없는 법입니다. 누가 계산을 해도 쉽게 답이 나오면서도 복잡한 것 이상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그게 바로 마법의 발전이 아니겠습니까! 금으로 작게 만들고 여러 개를 쏘아내는 편이 낫습니다.”
“여러 번 쏘는 것은 여러 번 쏘는 대로 리스크가……!”
“리스크란 애매한 표현 대신 정확한 숫자를 대주시오!”
“아. 여기선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두 분 말씀을 듣다 보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토론 중간중간 상대를 비하하는 비건설적인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았다.
결국 이곳에 모인 마법사들의 목표는 페르세타의 눈에 띄는 것.
뛰어난 아이디어와 통찰로 승부를 봐야지 남을 깎아내리기만 해서는 결코 좋은 인상을 줄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논의는 쭉쭉 이어졌다.
인공위성에 쓸 훌륭한 물질들이 여럿 제시되어 후보에 올랐고 곧이어 그 규모와 설계 방식이 논의되었으며, 마지막으로는 그걸 하늘로 쏘아 올릴 다양한 방식들이 논의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소재는 금을 중심으로 한 금속계 복합 소재와 보석을 중심으로 한 복합 소재,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별한 식물과 동물들의 소재를 엮은 복합 소재가 있군. 거기에 규모는 마차 크기만 한 소형에서부터 3층 건물 규모의 대형까지 가능한 것으로 검토되었고. 마지막으로 발사 방식으로는 가벼운 마나로 차원 외곽까지 띄워 보냈다가 거기서 마나 분출을 통해 차원 밖 궤도까지 밀어 올리는 방식이 유력하구나.”
3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 끝에 나온 이야기들을 현자 시에넬이 정리했다.
그 정리를 듣는 마법사들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특히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하는데 성공한 마법사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만연했고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이야기를 들은 페르세타가 팔짱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오묘했다.
그는 마법사들을 한 번 쭉 둘러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경청이 중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던데. 정말 그렇네요. 제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보다 여러분들의 생각을 찬찬히 들어 보길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모인 마법사들의 얼굴에선 뿌듯함이 빛났다.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페르세타에게도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덕분에 여러분들이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제 생각을 먼저 얘기했으면 이야기가 많이 겉돌 뻔했어요.”
어?
마법사들의 표정이 멍청해졌다.
뭐라고?
상상력 부족?
페르세타는 다시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제가 생각하는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그렇게 소박한 것이 아닙니다. 차원의 우주 속에서 버틸 물질이요? 고작 그런 걸 우주로 날려 보내려고 여러분들을 모은 게 아니에요. <프린키피아>에서 제가 했던 말을 기억하십니까? 결국 이 세상도 하나의 마법이다. 저는 그런 마법을 인간계 바깥으로 쏘아 내고 싶은 겁니다. 하나의 인공적인 세계를 만들고 싶은 거라고요.”
그 터무니없는 스케일에 마법사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우리는 마법사입니다. 마법을 부릴 수 있죠. 그러니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겁니다. 큰 게 3층 건물 규모요?
아뇨. 세계라는 이름에 부족함이 없는 초대형 마법을 쏘아올릴 겁니다. 그렇기에 여러분들이 제시한 차원의 경계까지 둥실둥실 띄워올린 후 비행을 시킨다는 방식은 쓸 수 없습니다.
거대한 마법이기에 거대한 인력에 이끌릴 테니까요. 처음부터 인류 역사상 존재한 적 없는 막대한 마력을 모으고 응축해서 터뜨려야 겨우 띄울 수 있을까 말까 할 겁니다.”
정적.
무거운 정적 속에 페르세타의 목소리만이 넓은 회의실 곳곳에 탄환처럼 날아와 박혔다.
“그만큼 대단한 것을 만들 생각이기에 바로 여러분이 필요한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저 혼자 했겠지요.”
페르세타의 두 눈은 상상만 해 오던 일을 현실화시키겠다는 열의로 활활 타올랐고, 그걸 본 많은 마법사들은 비슷한 생각들을 했다.
‘예……? 그런 걸 만들라고요? ……저희가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그들의 자부심이 급격히 겸손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