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86)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86화(86/171)
86화 영광은 지겨움 속에
그냥 구조물이 아닌 하나의 세계를 띄워 올리겠다는 페르세타의 구상.
그 말을 들었을 때 모든 마법사들은 머릿속으로 제각각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은 단 하나.
‘불가능해.’
페르세타는 팔짱을 낀 채 연단 앞에 서 있고, 마법사들은 모두 침묵 속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하나둘,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안 되네.
너는?
나도 안 돼.
자네는?
불가능합니다.
아무도 말을 꺼내는 사람은 없지만, 시선과 시선의 교환으로 모두가 같은 생각임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로 알려진 살리넬르조차 장고 끝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성녀 샤라 엘리프에게로 향했다.
천사 성교회의 역사는 오히려 마법의 역사보다도 오래된 것.
혹시 천사성교회의 비전 성법들 중에는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국엔 샤라 엘리프도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정말로.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모든 마법사들이 고개를 내젓고 어수선하게 서로를 바라볼 때, 마지막까지도 고민에 잠긴 한 마법사가 있었다.
페르세타가 등장하기 전, 마법의 정점이라 불렸던 자.
현자 시에넬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으음…….”
그녀는 낮은 침음을 내뱉으며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마법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래, 140년의 세월을 다 되짚는 중이었다.
나이라는 말보다는 ’시대’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긴 세월동안 보고 들은 모든 지식과 이론을 떠올렸다.
<알마게스트>부터 <첼레스티움>, <프린키피아>처럼 마법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이론은 물론이고, 지금은 거의 잊힌 고대의 마법 이론도 모두 따져보았으며, 이론이라고 할 수는 없는 자잘한 지식들, 가령 특정 식물의 마법적 행동이나, 바람이나 비와 같은 자연 현상 같은 것들도 하나도 빠짐없이 재검토해 보았다.
영겁과도 같은 장고 속에서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해 본 시에넬은 마침내 눈을 떴다.
그러곤 고개를 저었다.
“아…….”
“역시 현자님도…….”
침묵만이 가득하던 회의실에 안타까운 탄식들이 쏟아졌다.
시에넬은 그 소리를 등에 업고 가만히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이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페르세타가 눈을 빛냈다.
“어째서 불가능하지요?”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가지가 불가능합니다. 첫째. 선생님이 말씀하신 규모의 마법을 만드는 게 우리의 기술력으론 불가능합니다. 둘째, 그만한 규모의 마법을 인간계 바깥으로 쏘아 낼 마력을 구하는 게 또한 불가능합니다.”
시에넬의 말은 분명히 페르세타의 뜻을 부정하는 것이었지만, 페르세타는 오히려 신이 나는 듯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보시죠. 그만한 규모와 마력이 왜 불가능한 겁니까?”
현자 시에넬 미르사는 막힘 없이 대답했다.
“첫째. ‘세계’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면서 영속적인 마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술식들이 유기적으로 짜여져야 합니다.
설령 마법으로 ‘세계’를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마법사들이 평균적으로 술식을 짜내고 새기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할 때, 그만한 규모의 마법을 만들려면 10만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도 최소 20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최소 수치에 불과하며……. 만약 참여하는 마법사가 1만 명이라면 2,000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이어서 시에넬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그 숫자들을 계산해 냈는지 설명했다.
그녀의 설명은 페르세타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사리에 맞고 여러가지 변수를 잘 고려한 계산이었다.
시에넬은 담담하게 계속 말을 이었다.
“둘째. 세계라고 불릴 만한 마법의 크기를 앞서 말한 것처럼 가정하고 계산했을 때……. 그만한 마법을 인간계 밖으로 쏘아 내는 데에는 터무니없이 막대한 마력이 필요합니다.
인류 전체가 수급하는 마력의 양을 현재의 3배로 늘린다 해도 그만한 마력을 다 모으기까지는 약 5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됩니다. 문제는 설령 그만한 마력을 모은다 치더라도, 그 거대한 마력을 보관할 시설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설을 만드려면…….”
이번에도 모든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고개를 크게 감탄하며 말했다.
“정확한 계산이 놀랍습니다. 현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현재의 마법 지식으로는 그런 방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페르세타의 말에 마법사들은 침을 꼴깍 삼켰다.
‘현재의 마법 지식으로는’이라는 단서가 붙었으니까.
즉, 지금의 마법 지식을 뛰어넘는 무언가로는 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역시 페르세타다.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또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어서 나오는 페르세타의 말은 모두의 예상을 깨는 것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부터 연구를 해야 합니다. 제가 뽑은 1,000명의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또 그들이 새로운 마법사들까지 고용해서 수만 명의 마법사들을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응?
연구를 하라고?
페르세타가 말을 이어 나갈수록 마법사들의 눈은 점점 더 커졌다.
“여러분은 이제 <첼레스티움>을 알고 <프린키피아>도 압니다. 누구는 섣불리 벌써 마법이 완성되었다고 떠들고 있죠.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마법이라는 것은 사실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깊고도 이상한 것이라서요. 하지만, 적어도 <프린키피아>까지의 지식으로 많은 일정 수준까지는 대부분의 마법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를 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뒤,
페르세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웃었다.
정말로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그러니. 우리는 이제 세상 모든 것을 마법적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 봄에 지천에 피는 풀과 꽃들 하나하나, 물의 순환과 흙의 순환, 눈에 보이지 않을만큼 작은 동물부터 드래곤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아 마법적으로 설명하는 겁니다.”
그 말에, 어떤 마법사들은 겁을 먹었고 어떤 마법사들은 짜릿함을 느꼈다.
어쨌든 그들은 모두 온몸에서 돋는 소름을 느꼈다.
“그렇게 삼라만상 모든 것들의 속성과 양상을 마법적으로 기술하고 그 원리를 파악해 낼 수 있다면……. 분명 지금은 알 수 없는 새로운 방법이 만들어질 겁니다. 가령, 여기 계신 마법사 분들은 진령(盡靈)이라는 물질에 대해 아실 겁니다. 특히 제국의 마법사 분들은 더 잘 알고 계시겠지요. 그 진령을 쌓아 놓고 한 귀퉁이에서 폭발을 일으키면 어떻게 됩니까?”
누군가 대답했다.
“그러면…….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납니다. 한 귀퉁이에서 시작한 폭발이 결국 쌓아 놓은 모든 진령을 폭발시키겠지요.”
“네. 바로 그런 겁니다. 우리가 지금의 방식으로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모든 걸 다 해낸다면, 턱없이 많은 시간과 자원이 소모되겠지요. 하지만 각 물질들의 마법적인 특징을 잘 이용한다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마치 연쇄 폭발처럼, 순식간에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페르세타의 얼굴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인간계의 모든 것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물질이나 현상을 찾아내야지요.”
사실 이 작업은 페르세타가 늘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와 마법 실력으로 우주의 깊은 원리들을 파악해 냈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용하는 모든 양상을 알지는 못했다.
상식적으로 좁은 탑에 갇혀 있던 페르세타가 인간계의 모든 물질과 현상을 조사할 수 있었을 리 없으니까.
그렇기에 이건 늘 그가 품고 있던 꿈이었다. 자신이 찾아낸 이론, 그것이 실제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하나하나 조사하고 그걸 이용할 방법을 구상하는 것.
이건 페르세타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혼자 할 수 있는 규모의 일이 결코 아니었기에, 그는 이날을 늘 손꼽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책을 만들겁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담은 책. 그 책을 저는…… ‘백과전서’라고 부르고 싶군요.”
백과전서.
그 한 단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페르세타는 자신의 흥분을 감추지 않고 천명했다.
“자. 그럼 가장 먼저 할 일은 바로 항목을 만드는 겁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세상의 모든 존재와 물질, 현상들을 망라하여 분류하여 항목을 만들 겁니다.
이것은 책꽂이를 만드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책꽂이가 있어야 그에 맞는 책을 꽂아 정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다 같이 세상의 모든 것을 분류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 논의해 봅시다. 이 1차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각 마법사의 능력과 관심사를 고려해 각자 연구, 조사해 와야 할 항목을 배당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순간 마법사들은 느꼈다.
자신들이 지금 역사의 어느 분기점에 서 있다는 것을.
마법으로 세상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하는 야심만만한 도약.
인류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기록한 책을 만들겠다는 낙관 가득한 계획.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난 뒤, 마법의 위상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마법은 ‘모든 것’이 될 테니까.
이 역사적인 일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법사들은 영광스러워했고, 동시에 무척이나 부담스러워했다.
좋지. 너무나 좋은 프로젝트다.
근데 이걸…… 하라고? 내가?
마법사들은 우는 듯 웃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 얼굴에 대고 페르세타는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연구 성과가 지지부진한 마법사들은 가차 없이 잘라 내고 새 마법사를 뽑을 겁니다. 다들 명심하세요. <첼레스티움>을 배우고 <프린키피아>를 배우던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안 됩니다.
이번에 할 일은 거대한 우주를 조망하고 가지고 노는 작업이 아니에요. 아주 성실하게 세상에서 가장 작고 하찮은 것들까지 꼼꼼히 들여다보고 이해해 보는 작업입니다. 본래 진정한 깨달음이란, 이런 인고의 기초연구를 끝에서 겨우 만날 수 있는 겁니다. 고통 없이 따먹기만 할 수 있는 과실은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이 과정이 아주 지루하고 괴로울 것이라는 걸, 그는 전혀 숨기지 않았다.
* * *
수도 리세아룬의 젊은 마법사 휘오는 행복했다.
마법 협회의 패악질이 극에 달했던 어느날, 하늘에서 돌연 강림한 대마법사 페르세타.
그날 이후로 세상은 뒤집혔다.
실력이 있어도, 인맥 없고 재산 없으면 빛을 보기 어려웠던 제국의 마법사 사회.
그런데 페르세타는 모든 걸 실력으로 평가하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당장의 실력이 뒤떨어지더라도 장래성이 보이는 마법사는 전폭적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휘오는 페르세타의 시험을 당당하게 합격한 1,000여명의 마법사에 소속될 수 있었다.
페르세타는 1,000명의 마법사들을 시니어 마법사 100명과 나머지 주니어 마법사로 나누었는데, 휘오는 주니어 마법사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를 담당하는 시니어는 현자님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는 살리넬르.
휘오는 그 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설렜다.
그러던 어느 날. 살리넬르는 시니어들의 회의에 참석했다.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했던 회의는 끝없이 길어져서 살리넬르가 돌아온 건 회의에 참가하고 3박 4일이 지난 다음의 일이었다.
그간 주니어 마법사들은 <프린키피아>를 복습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앉은 자리에서 수많은 세계의 법칙을 이해하고 그려 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위대한 ‘유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짜릿한 것이었다.
이제 페르세타 밑에서 연구를 하게 되었으니, 매 순간순간 이런 가슴 벅차는 경험을 할 거라는 생각에, 휘오도, 다른 주니어 마법사들도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마침내 살리넬르가 돌아왔을 때, 주니어 마법사들은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
살리넬르의 표정은 아주 심각했으니까. 어찌 보면 두려움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로 불평했다.
“젠장. 생명에 대한 모든 것을 내가 총괄하라고……? 너무 복잡한 거잖아? 내가 인간을 이해하는 게 목표라고 해서 그런가? 그래서 나에게 이런 작업을 맡기는 거야? 하아……. 우선은 세부 항목부터 만들어 와야겠군. 대체 얼마나 빡센 작업이 될지…….”
살리넬르는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오는 느낌이었다. <첼레스티움>을 연구하고 <프린키피아>로 나아가던 과정과는 너무나 다른 작업이 될 게 뻔했으니까.
지금까지 해 왔던 게 보석들을 엮어 왕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수많은 돌을 일일이 깨서 하나하나 표본을 만드는 작업에 가까웠다.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희망 아래 수 천, 수만 개의 돌을 깨고 갈아야 하는 지독한 과정.
얼마나 많은 항목을 정리하고 그 안에 질서를 부여해야 하려나…….
살리넬르는 자신이 맡고 있는 10명의 주니어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과제를 부여했다.
“휘오. 너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표본을 확보하고 목록화하고 분류한다.”
“네, 네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의 표본?
아니. 세상에 식물이 몇 종류나 있지? 1만 종류? 10만? 에이 설마 100만 개는 안 되겠지?
“그리고 란돌. 너는 모든 새의 표본을 확보하고 목록화하고 분류한다.”
거침없이 이어지는 살리넬르의 지시.
그때 휘오와 또 다른 9명의 주니어들은 깨달았다.
페르세타와 함께하는 연구가 자신들이 상상하던 것과는 아주 다른 무언가가 될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