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1)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1화(91/171)
91화 나의 선임 교수가 되어라!
생명.
생명이라는 마법.
페르세타는 이 위대한 마법에 매료되었다.
사실 여태 그는 저 우주 너머의 거대한 세계들과, 아주 작은, 샤라 엘리프가 발견한 마나의 미세 구조보다도 훨씬 작은, 그런 마나소들의 움직임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해 왔었다.
덕분에 최근 마법사들의 연구는 페르세타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가장 작은, 더는 쪼갤 수 없는 마나소에서부터 그것들이 뭉쳐서 만들어 내는 거대한 세계.
생명은 바로 그 사이에 존재하는 충만하고도 위대한 마법적인 현상.
바로, 페르세타가 여태 놓치고 있던 세계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정말 기대돼.”
그래서 페르세타는 기대가 되었다. 애캘슨이 어떤 발견을 이루어 낼지.
성녀의 발견 이후로 생명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페르세타 역시 틈틈이 생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보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의 최근 발견에 따르면 전염병이라는 것은 아주 작디작은, 어쩌면 생명이라고 부르기에도 부족한 원시적인 마법이 불러오는 현상.
그것의 성립과 그것에 대항하는 방법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우주 밖으로 쏘아 올리겠다는 그의 목표에 꼭 필요한 어떤 조각을 발견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연구해 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지금 그는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연구 보고서 모두를 검토하고 조율해야 했으니까.
마법사들 한 명 한 명은 이런 연구들이 대체 인공위성의 발사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짐작도 못 하고 상상도 못 하겠지만, 페르세타는 달랐다.
그는 그 모든 연구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했고, 그걸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확실하게 세계를 창조하고 쏘아 올릴 방법을 찾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었다.
이건 페르세타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
반면에 전염병과 탄생을 연구하는 건, 다른 이가 할 수 있다.
특히 애캘슨 정도의 뛰어난 마법사라면 분명 어떤 성과를 가지고 올 것이다.
페르세타는 그렇게 믿었다.
* * *
애캘슨은 한 가지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안전.
페르세타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일신의 안전도 도모하는 방법 따위는 없다.
이제부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지들.”
그는 자신의 연구팀에 지원한 오마르족의 젊은 마법사들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무겁게 깔았다.
“우선 중요한 것은 그동안 추적 관찰하던 개체들을 계속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전염병 그 자체도 연구해야 한다.”
그의 비장한 목소리.
그 울림에 오마르족의 젊은 마법사들은 두려워했다.
“예에? 떠나지 않는 겁니까?”
“떠나지 않는다. 연구하다 죽을지언정. 결코 떠나지 않는다.”
“하, 하지만. 전염병까지 연구하면 저희도 병에 걸릴 가능성이……. 이건 마법으로도 고치기 어렵고 천사 소환 정도는 해야 고칠 수 있다고 애캘슨 님이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해야 한다. 우리의 어깨에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다.”
민족.
그 한 단어에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젊은 마법사들의 눈빛이 변했다.
“무엇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애캘슨은 두 눈을 살기로 빛내며 말했다.
“저들이 협조하지 않으니 이제부터는 방법이 없지. 몰래 침투해서 관찰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관찰 대상을 포획해서 가져온다. 그리고 전염병으로 죽은 사람과 가축의 시체를 파내서 조사한다.”
극단적인 방법.
하지만 애캘슨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수많은 전장을 떠돌며 지옥이라는 지옥은 다 본 마법사.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모를까,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행동에 망설임 따위는 없다.
젊은 마법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비록 젊고 경험도 적고 마음도 아직 여린 이들이었으나, 그들 역시 오마르족의 미래를 위해 한목숨 바치기로 맹세한 자들이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때부터 애캘슨 연구팀의 은밀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 *
“봐! 보라고요! 누가 우리 어머니 시체를 파 갔어요!”
“우리 집 소와 닭, 오리들도 실종되었네!”
“우리 아들 방에 어떤 마법사가 들어와 있는 걸 봤어요! 절 보자 화들짝 놀라 도망가더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여도,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었다.
특히나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움직인다면 어떻게든 그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다.
애캘슨의 연구팀이 공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그들은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누가 이런 짓을…….”
“누구겠어! 이런 짓을 할 놈은 하나뿐이지!”
“그 흑마법사 놈들이야! 반란군 놈들……. 전염병을 퍼뜨린 것도 그놈들이 분명해!”
“대체 왜 이런 짓을…….”
“왜겠어! 더 끔찍한 전염병을 만들어서 우리 도시 전체를 절멸시키려는 수작이지!”
“갑시다!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기사님들과 시장님께 알리자고!”
분노한 시민들이 기사단으로, 또 시장 관저로 몰려갔다.
시장과 기사단장은 이 일을 극히 엄중하게 받아들였다.
“증거가 있나?”
“증거는 없습니다.”
시장의 물음에 답하는 기사단장.
하지만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게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되진 않았다.
“간교한 놈들. 폐하께서 이러라고 비호해 주신 것이 아닐 터이거늘.”
“맞습니다. 마법사들인 만큼 증거를 지우는 간교한 술책을 쓴 거겠죠.”
“우릴 아주 우습게 알고 있어……. 그렇다면 우리도 똑같이 해 주자고. 싹 쓸어버리는 거지. 증거를 남기지 않고.”
“이미 기사들은 전부 소집해 두었습니다.”
“좋아. 바로 가자고.”
그날 야음을 틈타 기사들은 애캘슨 연구팀이 머무는 숙소를 급습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다.
애캘슨 연구팀은 이미 모든 연구 자료와 샘플들을 챙겨 도시의 지하도로 숨어든 이후였던 것이다.
* * *
“아주 은밀하게 숨어 있어. 성녀님이 발표한 심상의 도구들이 아니었으면, 이걸 결코 추적할 수 없었을 거야.”
애캘슨은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페르세타의 말이 맞았다.
전염병은 그 자체로 아주 작은 생명. 혹은 생명이 되기 직전의 원시적인 무언가가 그 원인이었다.
“이것은 생명에 가까운 마법이기는 하지만……. 너무나 불안정해. 항상성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스스로 복제할 수도 없어. 자칫하면 세상을 떠돌다가 흩어져서 의미 없는 작은 마나 구조로 분해될 그런 미약한 마법이야.”
하지만 그 미약한 마법이 생명이라는 마법과 만나면 놀라운 현상을 일으켰다.
생명이라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마나 구조에 기생하며, 스스로를 유지하고 복제해 내기까지 했던 것이다.
다른 존재에 기생하며 그것을 분해하고 변형시키며 존재하는 기이한 마법.
애캘슨은 얼마 지나지 않아 거기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 원리를 확실히 파악하고 나면……. 작은 마법을 순식간에 크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한 생명의 탄생이라는 것은,
아니. 어쩌면 이 세계의 발생 역시도,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단순한 무언가가 다른 것들과 섞이며 그것을 변형시키고 자신을 증식시켜 나가는 것.
그건 터무니없이 적은 힘으로 엄청나게 방대한 마나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 원리를 잘만 이용한다면, 아주 적은 노력으로 세계 자체를 구성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애캘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페르세타의 말이 옳았다.
이 안에는 엄청난 진리가 숨겨져 있다.
그걸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애캘슨 연구팀의 움직임은 더욱더 과감해져 갔다.
“크윽……. 크흐윽…….”
“안 돼! 힌델! 정신 차려!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미, 미안……. 조금 더……. 기여하고 싶었는데……. 정말 미안해……. 꼭 연구를 완성해서……. 쿨럭……. 민족의 미래를…….”
샘플을 관찰하러 밖으로 나갔던 젊은 마법사 하나가 기사의 눈에 발각되어 큰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그건 겨우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마법사는 팔을 잃었고, 어떤 마법사는 붙잡혀 지하 고문실에서 고문을 당했다.
전염병에 걸려 죽어 가는 마법사도 발생했다.
그래도 애캘슨 연구팀은 멈추지 않았다.
다행히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것도 이유였지만, 그보다 큰 것은…… 페르세타의 압박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면 죽진 않을 겁니다. 저는 저대로 이곳 시장에게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들도 행동을 더 조심하긴 하겠지만, 기사들의 단독 돌발 행동까지 막을 수는 없으니, 조금 더 조심스레 움직여 주십시오.”
부상자가 생기거나 잡혀 간 마법사가 나타날 때마다 귀신처럼 나타나 치료를 해 주고 그들을 구출해 온 페르세타.
그는 이들의 희생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잘하고 있다며 흡족해할 뿐.
그들이 목숨 걸고 잘 보여야 할 마법의 신이 그런 태도를 보이니, 다들 더욱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조심하는 건 단 하나뿐이었다.
‘팔다리가 잘릴지언정 죽지만 말자.’
팔다리가 잘린 것 정도는 페르세타가 고쳐 줄 수 있다.
하지만 목이 잘리면 페르세타도 방법이 없다.
목숨을 잃는 게 두렵지는 않지만, 민족을 위해 더 헌신할 수 없다는 것은 아까운 일.
애캘슨의 연구팀은 더욱더 이를 악물며 과감하고 치열하게 연구를 이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애캘슨은 하나의 해답에 도달하고 말았다.
“감히 생명이라는 마법을 우리가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걸 이용할 수 있는 단초는 열었어.”
아직도 모르는 건 너무 많았다.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세한 마법 구조에 대해서도 거의 알아낸 바가 없었고, 그보다 복잡한 생명의 탄생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아낸 게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전염병을 퇴치하는 방법은 알아낼 수 있었다.
“생명이라는 마법은 세계와 끝없이 교류하며 변형되는 것. 그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유지하려는 항상성과 자기 조직화를 보인다. 즉. 전염병이라는 것도, 충분히 그것에 익숙해질 시간을 준다면, 생명은 스스로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어 낸다.”
애캘슨은 생명이 전염병에 익숙해지고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마나적 변형을 안전하게 일으키게 만드는 방법을 체계화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 낸 마법에 ‘백신’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완성된 연구 보고서 앞에서 애캘슨은 울컥 치미는 눈물을 한 차례 닦아 내야만 했다.
이것을 위해서 몇 번이나 사선을 넘나들었던가.
페르세타가 치유를 하고 여러모로 도와줬다고 해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게 정말이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 모진 지옥 속에서 마침내 일궈 낸 성과.
냄새가 나는 하수도. 그 안에 차린 더러운 보금자리 안에서, 애캘슨은 떨리는 마음으로 연구 보고서를 전송했다.
1부는 살리넬르에게, 또 1부는 페르세타에게.
그리고 5초.
잠시 그 여운을 즐기고 있던 애캘슨은,
후욱-
바람과 함께 신기루처럼 등장하는 페르세타를 볼 수 있었다.
페르세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애캘슨 님!”
그가 애캘슨의 손을 꼭 잡았다.
“저의 선임 교수가 되어 주십시오! 여러분들은 자격이 있습니다! 애캘슨 님뿐 아니라 애캘슨 님의 연구팀 전원을 글라우베 마법 대학으로 초청하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애캘슨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선임 교수.
그냥 교수가 아닌 ‘선임’ 교수.
그것은 명실상부 페르세타의 측근임을 증명하는 타이틀이 아니던가.
드디어 한 발을 내디뎠구나.
애캘슨은 그간의 노고가 마침내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페르세타 역시 싱글벙글이었다.
‘이 정도로 우수한 마법사일 줄이야! 믿고 내 일을 맡길 수 있는 마법사가 또 한 명 생겼어!’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깊은 감동과 설렘 속에서 굳게 손을 맞잡았다.
페르세타의 연구는, 그토록 순조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