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2)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2화(92/171)
92화 돈과 명예
“페르세타! 이건 아니다. 너 그러면 안 돼! 나는 널 그렇게 가르…… 칠 시간조차 없긴 했지만, 이제부터라도 가르쳐야겠구나. 앞으론 그러지 마라!”
페르세타는 주기적으로 어머니 로오루아와 티타임을 가졌다.
그리고 오늘, 그녀는 작심한 듯 페르세타를 나무랐다.
“네? 뭐가요?”
페르세타는 정말로 영문을 알 수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좋은 머리로 자신이 뭘 잘못했나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혼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애캘슨 마법사님 말이다.”
그 말에 페르세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 애캘슨 마법사님!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결국 탄생에 대해 자세히 규명한 건 아니지만, 정말 혁신적인 발견이었어요! 생명이라는 복잡한 마법에, 인위적인 자극을 가해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 내다니……. 이미 이 세상에 가득한 생명을 이용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낸 거잖아요! 이건 엄청난 혁신을 불러올 거예요!”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엉덩이를 들썩이는 페르세타.
그걸 본 로오루아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너. 그거 진행하는 과정에서 애캘슨 마법사님과 그 연구팀이 죽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았다며?”
“네? 아닌데요……. 허망하게 돌아가시면 연구도 멈추고 인재도 잃는 거라서, 저도 많이 신경 썼어요. 틈틈이 가서 잘린 팔다리도 붙여 주고. 천사님의 힘을 빌려 전염병도 치유해 주고, 그곳의 시장과 기사단장을 압박해서 허튼짓 못하게 경고도 하고 그랬는걸요?”
그 대답에 로오루아는 또다시 깊은 한숨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그러면 안 돼, 페르세타. 사람이 인망이 있어야지. 어쨌든 너는 애캘슨 님과 그 팀원들을 죽음의 위험 속으로 내몬 거야. 너, 계속 그런 식으로 굴면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절 좋아해야 하나요……?”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페르세타.
로오루아는 그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아들. 난 내 아들이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 이 엄마의 소원이야.”
“음…….”
“그리고 그건 네 뜻을 이루는 데에도 꼭 필요해. 사람들을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 밑에선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단다.
반면에 나를 아끼고 내가 주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는 사람을 위해선 저절로 최선을 다하게 되는 법이야. 네가 가진 마법이 대단하다는 건 알지만, 그것만 믿고 주는 것 없이 닦달하기만 하면, 마법사들은 점점 지치고 일을 할 동력을 잃어 갈 거란다.”
“앗. 그건 문제네요.”
“그리고 사랑도 중요해. 사람은 서로서로 좋은 감정을 교류해야 행복해지는 법이야.”
“하긴…….”
어머니의 간절한 말에 페르세타도 조금은 느껴지는 바가 있었다.
그의 삶은 대부분 연구와 연구로 점철된 삭막한 것이었지만, 모든 순간이 다 그렇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스승이었던 바르덴테와의 신뢰와 애정 역시 그가 살아가는 데 큰 힘과 기쁨을 주었다.
지금, 어머니와 함께하는 티타임도 마찬가지.
만약 자신이 다른 마법사들과 그런 관계를 맺어 나갈 수 있다면, 함께 하는 연구도 더 즐거워질 게 분명했다.
“확실히 그 부분은 생각을 해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냐. 해 준 것도 없는 못난 어미인데, 이렇게 이야기 들어 주는 게 고맙단다.”
로오루아는 환하게 웃었다.
페르세타는 어쩐지 행복해지는 그 웃음을 보며, 역시 어머니의 말씀이 옳다고 다시 한번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 * *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이요?”
“예. 글라우베 님. 아시다시피 제가 사람을 잘 몰라서요. 오랫동안 상회를 이끌어 오신 글라우베 님이라면 분명 뭔가 방법을 아실 거라 생각해서 찾아왔습니다.”
페르세타는 기대 어린 눈빛으로 글라우베를 바라보았다.
베리테 백작가가 남작가이던 시절, 가세가 기울대로 기울어 힘들었던 시절에도 떠나지 않고 그 곁을 지켜 주었던 고마운 상인.
현재 대륙 제일의 마법 교육 기관이 된 글라우베 마법 대학의 초창기 자금을 지원했던 걸물.
페르세타는 그에게라면 분명, 어머니의 가르침을 이행할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두 가지나요?”
“네. 첫번째는 돈입니다. 돈을 넘치게 주는 것이지요. 돈만 맞춰 주면, 아무리 힘든 일을 시켜도 사람들은 불만을 갖지 않습니다. 아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자신을 몰아붙이죠.”
“돈…….”
“네. 세상에 돈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돈은 무엇과도 교환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자기 뜻대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겁니다. 그걸 쓰는 방식은 자유지요. 그 돈의 힘으로 사람들은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을 찾으며,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과연…….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명예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
“인정과 사랑…….”
묘하게도 글라우베가 말한 두 번째 조건은 로오루아가 페르세타에게 갖추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것과 맞닿아 있었다.
‘난 내 아들이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
어머니의 이 한마디가 페르세타의 마음 속을 계속 메아리치고 있었다.
“글라우베 님. 그 돈으로 명예를 살 수는 없는 겁니까?”
“살 수는 있지요. 가령,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재산을 털어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럼 돈을 더 많이 주면 되겠군요?”
“그게 좀 복잡합니다.”
글라우베가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돈으로 명예를 살 수는 있으나, 그 효율이 극히 나쁩니다.”
“효율…….”
“네. 그래서 보통 명예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주기 편하죠.”
“권력…….”
“이건 좀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때로는 교묘하게 선동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존중을 받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명예를 얻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포기하지 않게 됩니다. 설령 돈이 안 돼도 그렇죠.”
“으음……. 알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글라우베가 쓰게 웃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저 역시 돈을 버는 법은 잘 알아도 명예를 얻는 방법은 아직 잘 모르니까요. 큰 도움이 못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닙니다. 제가 뭘 해야 할지 확실히 알게 된 기분이에요.”
페르세타는 환하게 웃으며 글라우베의 손을 한 번 꼭 잡고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에게 있어서 시간이란 곧 연구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 마법사들을 도닥여서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거기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쓸 수도 없었다.
바쁘게 움직이고 최소 투입으로 최대 성과를 보는 게 중요한 시점이었다.
“그걸 생각하면…… 돈만으로는 약해. 돈이 좋은 이유가 뭐야? 그걸로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이잖아?”
페르세타는 잠시 멈춰 서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뭐든 할 수 있는 것. 그건 오히려 돈이 아닌 마법이잖아?”
그것은 지극히 페르세타다운 생각이었다.
글라우베가 황금만능주의를 말했다면, 페르세타는 그것을 마법 만능 주의로 받아들였다.
“돈은 돈대로 주고, 동시에 마법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그런 걸 도와주는 마법을 전수하면 어떨까?”
다양한 아이디어가 페르세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이전에 연구했던 마법의 원리를 뛰어넘어서, 최근 성녀와 애캘슨을 중심으로 발견된 놀라운 마법 원리까지 적용된 그런 첨단의 아이디어.
“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분야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원시적인 사용만 가능할 거 같아. 그래도……. 언젠가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마법이 될 테니까…….”
페르세타는 방금 구상한 마법에 이름을 정했다.
“<위시>. 당장은 불가능해도, 언젠가는 무엇이든 이뤄 낼 수 있을 꿈의 마법. 좋아. 이걸 개발하자. 마법사들에게 좋은 보상이 될 거야.”
일단 생각을 정리한 페르세타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위시> 마법은 페르세타에게도 낯선 개념의 마법이었기에 연구에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러니 지금은 먼저 할 수 있는 일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우선은…… 애캘슨 님을 챙겨 볼까? 생각해 보니 내가 그분을 너무 가혹하게 대한 거 같아.”
페르세타는 생각했다. 그에게는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고, 아직 자신은 그만한 보상을 해 주지 못했다고.
* * *
“뭐, 뭐라고요? 그 흑마법사……. 아니. 애캘슨에게 사과를 하고, 그를 잉바코시(市)의 영웅으로 선포하라고요?!”
제국 제3의 도시, 잉바코.
그곳의 시장 크틴은 어이가 없어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잘 들으셨네요. 네. 그대로 해 주시면 됩니다.”
그의 앞에 있는 자는 제국의 마도왕 페르세타.
그 무시무시한 황제 폐하께서 자신과 동등한 권위를 가졌다고 인정한 자.
시장은 숨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말을 덥석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런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그리 말한다고 시민들이 따르겠습니까?”
“권력은 명예를 줄 수 있습니다. 아닙니까?”
“아니……. 그건 맞지만, 그것도 다 명분이 있어야 하는 거죠. 흑마법사……. 아니, 애캘슨은 모든 시민의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무슨 명분으로 그를 영웅으로 추앙한단 말입니까?”
여기까지 말을 한 시장은 불쑥, 반감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마도왕 전하. 이건 엄연히 말하면 월권 아니십니까? 황제 폐하께서 전하의 권위를 인정한 건 어디까지나 마법과 관련한 분야이지 도시의 운영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그래서 저는 지금 제안을 드리는 것뿐입니다. 시장님을 위해서라도 이게 나을 거라고요.”
“협박을 하셔도 소용 없습니다! 이 크틴! 이래 봬도 제국 제3의 도시를 관장하는 시장입니다. 불합리한 압박에 따르지 않습니다.”
“아니. 정말로 조언입니다. 도시에 창궐하는 전염병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애캘슨 님의 힘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염병은 모두 진압이 된 지 오래입니다.”
그 말에 페르세타가 싱긋 웃었다.
“혹시 그건 알고 계십니까? 이 도시에 창궐하던 전염병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 그게 애캘슨 님 덕분이었다는 이유요?”
“네?”
“모르셨군요. 애캘슨 님께서는 이 도시에서 핍박만 받으셨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모르게 이곳에 백신 마법을 써서 전염병을 잠재우셨습니다. 그걸 모르시는 건 시장으로서 직무 유기가 아닐까요?”
“거……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이제 지켜보시면 아시겠죠.”
“그게 무슨?”
“제가 방금 전염병을 일으키는 마법을 여러분께 뿌렸거든요.”
“예?”
“애캘슨 님을 찾으십시오. 도와주실 겁니다. 그리고 이 도시의 영웅이 되시겠죠.”
“아니. 그게 무슨……? 전염병을 저에게 뿌렸다는 말입니까?! 마도왕 전하! 이건 선을 넘은 거죠! 황제 폐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시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자신의 안전이 위협당하면 누구나 당연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페르세타는 평온하기만 하다.
“네. 보고 하십시오. 제가 황제 폐하께는 따로 배상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당신은 틀림없이 죽을 겁니다.”
“……!”
“제게도 명분이 있습니다. 당신은 감히 제 마법사를 죽이려고 했거든요. 당장 죽이지 않고 전염병으로 기회를 주는 건, 오히려 자비로운 처사죠. 보고해 보세요. 제가 좀 손해를 볼 순 있어도, 결과적으로 당신은 죽을 겁니다. 제국 제3의 도시의 시장이라는 자리는…… 황제 폐하와 제가 서로가 척질 만큼 그렇게까지 대단하진 않거든요.”
페르세타가 등을 휙 돌렸다.
“빨리 애캘슨 님을 부르는 게 나을 겁니다. 전염병이 퍼지기 시작하면 죄 없는 가족분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지 않습니까.”
“…….”
시장 크틴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벌써부터 병세가 느껴진 탓이었다. 몸에서 힘이 탁 풀리고 열이 후끈후끈 올라왔다.
옆을 돌아보니 오러로 인해 신체가 강건한 기사단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젠장…….”
그 후 2주일 뒤.
마법사 애캘슨은 영웅의 칭호를 받았다.
시장과 기사단을 치유한 공적 덕분이었다.
더군다나 그 치료 과정을 통해, 이전에 있었던 전염병 역시 애캘슨이 치유했다는 사실까지 알려졌다.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시장이 직접 머리를 숙여 애캘슨에게 사과를 하는 시점에서 그 사실에 의문을 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구보다 애캘슨을 미워하던 시장이 저렇게 바뀌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으니까.
또한 아파하던 기사들과 시장 관저의 공무원들을 애캘슨이 실제로 치료하는 모습을 모두가 보지 않았던가.
그 치료의 과정은 일전에 있었던 전염병에서 그들이 낫던 과정과도 분명 닮아 있었다.
이렇게 되자 잉바코시(市)의 시민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령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있다 하더라도, 애캘슨 덕분에 목숨을 구한 시장이 머리를 숙이며 칭송하는데, 그 앞에서 대놓고 불만을 드러낼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훈장을 추서받는 애캘슨을 향해 큰 목소리로 환호를 보냈다.
“만세! 만세!”
“마법사 애캘슨 만세!”
“전염병의 구원자 애캘슨!!!”
당연히 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애캘슨은 벙찌고 말았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몰래 백신 마법을 걸어 준 건 사실이었지만, 그게 어떻게 알려진 거지?
“이, 이게 무슨……. 일이 신기하게 풀리네…….”
제국의 반란군이었던 내가 돌연 제국의 영웅이 되다니?
“만세! 만세! 만세!”
하지만 자신을 보며 환호하는 수많은 시민을 보는 기분은…… 썩 나쁘진 않은 것이었다.
마법사가 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애캘슨과 그의 팀원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오마르 민족이 제국에서 활동하기는 조금 더 편안해질 것이었다.
이게 다 마법이 가져온 기적.
그들은 얼른 또 다음 마법을 연구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