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3)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3화(93/171)
93화 위시
“백과전서? 그딴 것에 무슨 쓸모가 있어?”
제국의 상류층들은 당연히 페르세타의 행보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마도왕이고, 마법의 혁명을 주도하는 세계 제일의 마법사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실행한 프로젝트에 대한 소문을 들은 뒤, 그들의 관심은 싸늘하게 식어 버렸다.
“백과전서라니. 그건 한낱 지적 허세가 아닌가?”
“그게 제국의 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어?”
“그래도 마도왕이 있어서 유용한 마법이 나올 줄 알았더니……. 이게 무슨…….”
“역시 폐하께서 하신 말씀이 맞았어. 그는 세계를 경영할 만한 그릇이 아니야.”
“그렇지. 현실에 관심이 있는 자라면 백과전서 같은 프로젝트를 할 리가 없지.”
그들 중 몇몇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쳇……. 쓸 만한 연구가 있으면 투자하고 과실이나 나눠 먹으려고 했더니.”
“그냥 앞으로 마도왕 쪽은 쳐다도 안 보고 지내야겠군. 자기만의 상아탑 속에서 사는 존재야.”
“제국의 예산이 그런 곳에 낭비되다니…….”
그렇게 다들 관심을 끊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자꾸 페르세타에 대한 소문이 그들의 귀를 다시 간지르기 시작했다.
“응……? 애캘슨? 그 반역자? 그자가 전염병을 극복하는 마법을 개발했다고?”
“천사님을 소환해야 물리칠 수 있는 지독한 전염병을 마법으로 고친다고?”
“뭣! 마법 아티팩트 제작효율을 20% 올려줄 수 있는 광물이 발견했다고? 백과전서를 연구하던 마법사가? 심지어 가격은 전에 쓰던 은의 반값?!”
“이번에 발견된 꽃이 시장에서 선풍적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고?! 백과전서 연구팀??”
“으음! 저건 처음 보는 동물인데? 엄청 귀엽군! 뭐라! 백과전서를 연구하던 마법사에게서 샀다고?”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끊이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그 기세를 키우며 활활 불타올랐다.
수많은 소문들이 뒤섞여 나돌았지만, 그 핵심은 모두 같았다.
백과전서의 연구에서 나온 성과가 생각보다 돈이 된다!
제국의 상류층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자! 투자해야 한다!”
“막대한 돈이 들더라도 새로운 발견의 이권을 확보해야 해!”
“여기서 뒤쳐지는 가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몰라! 처분 가능한 재산은 다 처분하고 현금을 확보해!”
드높은 권세를 자랑하는 귀족들, 돈이 썩어나는 상인들, 너나 할 것 없이 제국의 수도, 리세아룬으로 몰려들었다.
페르세타를 만나기 위해!
수도 한복판에 있는 마법의 궁전.
예전에 마법 협회가 있던 부지에 페르세타가 새로이 올린 건물.
페르세타의 연구소도 그 안에 있었다.
“후우……. 조금 피곤하네. 응? 저게 뭐지?”
어느 날 연구실을 빠져나온 페르세타는 자신의 궁전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볼 수 있었다.
집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고했다.
“전하를 보고자 찾아온 손님들입니다. 전하의 연구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돌아가라 전하였으나, 그럼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여…….”
솔직히 페르세타는 좀 귀찮았다.
하지만 자신을 만나려고 오래 기다렸다는 사람들을 그냥 쫓아낼 수도 없었기에,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묶어 빠르게 면담을 마쳤다.
그리고.
“……이게 다 얼마야?”
페르세타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 * *
라냐 비셰나 왕세녀.
그녀는 왕세녀이면서도 벌써 몇 년 째 비셰나 왕국을 떠나 있었다.
처음에는 아바마마는 물론 각 부의 대신들 역시 그 사실을 탐탁치 않아 했지만, 요새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
“허허허허. 연구는 잘 되느냐?”
늘 언제 돌아오냐고 불만을 드러내던 아바마마는 통신 마법을 연결할 때마다 인자한 웃음을 보여 주었다.
“왕세녀 님! 지난번에 알려 주신 흙의 배합식이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풍년입니다! 역사에 유례가 없는 대풍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요새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십니까?”
왕국의 대신들은 그녀를 볼 때마다 또 새로운 연구 결과를 보내 달라고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그리고 라냐는.
조금 피곤했다.
“후우우……. 끝이 없구나.”
그녀가 총괄하고 있는 연구 항목은 ‘대지’.
이번 연구를 시행하며 그녀는 깨달았다.
흙이라는 게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 것인지.
그리고 그 흙 아래 지층에 묻혀 있는 게 얼마나 끝이 없는지.
라냐 왕세녀는 본래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서도 강철 같은 체력으로 유명하던 인물이었다.
페르세타가 피안의 쉼터를 만들기 이전, 가혹한 연구 환경에 비앙카 애시가 혼절을 하던 그 상황에서도 뽀송뽀송한 얼굴과 후끈한 혈색으로 연구에 매진했던 게 바로 라냐 왕세녀였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그런 그녀조차도 피곤을 이길 수가 없었다.
할 일은 너무나 많았고, 못 쉬고 일한 지도 너무 오래된 탓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 알아낸다는 즐거움은 물론 컸지만, 이제는 그걸로는 충당이 안 될 정도로 피로가 커졌다.
그래도 그녀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그녀와 이동 마법을 익힌 몇몇 선임 교수들은 글라우베 마법 대학으로 출퇴근을 하며 연구할 수 있었으니까.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는 바로 ‘피안의 쉼터’가 있지 않던가?
단 두 시간만 쉬어도 정신의 피로까지 싹 쓸려 나가는 환상적인 마법의 쉼터.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수많은 시니어 마법사들은 연구를 하다가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라고 들었다.
“이젠 그 피안의 쉼터로도 이 지겨움이 다 사라지진 않는 느낌이지만…….”
라냐 왕세녀는 음울하게 중얼거렸다.
피안의 쉼터.
그 이름처럼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처럼 정신까지도 깨끗하게 씻어 주는 쉼터이긴 했으나……. 그것에 의지해서 몇 년을 버텼더니 이젠 슬슬 한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쉼터를 나온 잠깐 동안은 활기가 넘치지만, 그 이후 급격하게 모든 게 지겨워졌다.
특히나 요즘 연구하는 것은 끝도 없이 땅을 파고들며,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토질들을 분석하고 모래 알갱이들을 들여다봐야 하는 일.
기운이 날 리가 없었다.
삶의 재미 자체를 잃어버린 느낌.
모래 알갱이들 하나하나를 마법적으로 분석하고 기록하는 일을 종일 하고 있다 보면, 내가 이러려고 마법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날도 라냐는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망자가 되어 모래 알갱이들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라? 이 마력은?”
그러다가 느낀 강대한 마력.
라냐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선생님!”
첫 째로는 늘 반복되던 지긋지긋한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까닭아이었고, 두 번째로는 페르세타 그 자체 덕분이었다.
라냐는 깨달았다.
자신이 페르세타에게 얼마나 의지하고 있었는지.
글라우베 마법 대학을 오가며 연구하는 그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세타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다.
페르세타 역시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질 않았으니까.
그 덕분에 페르세타를 못 본 지 거의 1년이 지났다.
그녀에게 끝없는 영감을 주고 앎의 즐거움을 주던 선생님!
지겨움의 정반대에 위치한 존재!
라냐는 하던 연구를 내팽개치고 마력이 느껴지는 장소로 뛰쳐나갔다.
* * *
“선생님!”
“아. 라냐 왕세녀님.”
라냐가 도착했을 때, 페르세타는 이미 하나의 건물을 완공한 상태였다.
엄청난 마력이 느껴진다 싶었는데, 바로 이 건물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듯 싶다.
그런데…….
건물이 어떤지 눈에 익었다.
“어? 선생님. 이거…… 피안의 쉼터 아닌가요?”
“역시 바로 알아보시네요.”
페르세타가 싱긋 웃었다.
“연구원들이 요새 많이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피로라도 싹 풀고 일 하라고 피안의 쉼터를 곳곳에 지어 주고 있습니다.”
“피안의 쉼터를요?!”
라냐는 깜짝 놀라서 막 완공된 따끈따끈한 쉼터를 바라보았다.
페르세타는 흐뭇하게 대답했다.
“네. 사실 피안의 쉼터 같은 걸 만드려면 들어가는 자원이 되게 많은데, 요즘은 돈이 엄청 많아졌거든요. 들으셨죠?”
“아. 예. 이야기를 듣긴 했습니다. 후원과 투자를 받고 계신다고요. 연구 성과를 공유해야 하지만, 풍족하게 예산을 탈 수 있으니 저희 연구팀도 신청했어요.”
“그러니까요. 현재 제국에서 주는 예산의 몇 배나 되는 돈이 순식간에 모여들었어요. 공지한 것처럼 기본급도 늘릴 거고 앞으로도 각종 연구에도 더 팍팍 지원할 겁니다. 덕분에 각지에 이렇게 피안의 쉼터를 만들 수도 있었고요.”
“그랬군요.”
라냐는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선생님! 근데 그건 그렇다고 치고요! 이 건물을 대체 얼마 만에 지으신 거죠?”
“네? 글쎄요……. 한 20분 걸렸나?”
20분?
라냐는 경악했다.
그녀가 처음 마력을 느끼고 여기 오기까지 걸렸던 시간과 일치했으니까.
‘그 잠깐 사이에 이런 어마어마한 대마법을 완성시켰다고?’
피안의 쉼터는 그냥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프린키피아>를 독파한 현재의 라냐로서도 꿈꾸기 어려운 현란한 대마법들의 향연.
그런데 어떻게 그런 대마법을 20분 만에 완성시킬 수 있지?
라냐가 한껏 의문을 드러내자, 페르세타는 마치 이걸 물어봐 주길 기다렸다는 것처럼 기뻐하며 대답했다.
“대단하죠? 엄청나죠? 이게 바로 제가 새로 개발한 마법 ‘위시’라는 겁니다. 덕분에 금세 만들 수 있었죠. 물론 아직 해상도가 떨어져서 글라우베 마법 대학에 있는 것만큼 좋은 쉼터를 만들진 못해요. 그래도 상당히 쓸 만할 거예요.”
라냐는 페르세타의 말을 곧바로 따라가지 못했다. 다급히 끼어들어 질문을 던졌다.
“자, 잠깐만요. 위시 마법……? 소원이요?”
“네. 아직은 그 이름처럼 소원을 빈다고 그대로 들어주는 마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마법을 계속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예요!”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안 그래도 피안의 쉼터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위시’를 전수하는 게 제 목적이었어요. 지금 바로 전수해 드릴게요.”
“부, 부탁드려요!”
라냐는 가슴이 설렜다.
페르세타에게 배우는 마법이라니.
이게 얼마 만이란 말인가?
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마법을 배우는 걸까?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다르게, 페르세타는 강의를 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끝없는 밤이 펼쳐져 있는 듯한 캄캄한 수정 하나를 꺼내 라냐의 손에 들려주었다.
“위시 마법을 만드는 방식은 나중에 아란드리아의 발표를 통해 확인하세요. 독학으로 충분할 거예요. 이렇게 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예……?”
라냐는 의아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에 들린 까만 수정을 바라보았다.
이게…… 위시 마법?
“그래도 간단하게만 말씀드리자면, ‘위시’는 마나가 흐르는 상태와 흐르지 않는 상태를 이용한 신호체계를 만들고 저장한 뒤 그에 맞춰서 마나를 출력하는 마법이자 마도구예요.”
“……네.”
라냐는 잘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타는 혼자 잔뜩 신이 나서 설명했다.
“마법사는 이 ‘위시’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코딩’을 할 수 있어요. 가령 ‘~한 조건’이라면 마나를 오른쪽에 붙여라. 또는 위쪽의 마나를 지워라. 이런 식으로요. 그럼 이 ‘위시’가 그것을 기억해 두었다가 마법사가 코딩한 대로 마나의 구조를 출력해 내요.”
하지만 설명을 들으며 그 개념을 조금씩 이해할수록, 라냐는 자신의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그럼…… 결국 이걸로 코딩만 잘해 두면…… 언제든 원하는 마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잖아요?! 심지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뜻이고요!”
“바로 그거죠!”
페르세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직 ‘위시’라는 이름에 많이 부족한 마법이었지만……. 그래도 마법사라면 이걸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단언컨대, ‘위시’는 마법사들에게는 돈보다 더 좋은 것일 것이다.
이게 있으면 마법사들도 지치지 않고 더 열심히 일을 할 수 있겠지.
“맙소사…….”
그런 그의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카만 수정구슬, ‘위시’를 바라보는 라냐의 두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페르세타는 만족하며 라냐에게 ‘위시’를 코딩하는 법을 알려 주고 자리를 떠났다.
라냐는 멍하니 ‘위시’를 들여다보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 마도구의 가치는 단순히 마법을 저장하고 뱉어 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코딩을 하기에 따라서, 마법에 필요한 방대한 연산을 대신 시키는 것도 가능했을 뿐 아니라……. 사람의 속도로는 불가능한 복잡한 마법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그런 기적에 가까운 물건이자 마법.
심지어 이게 있으면…… 지겹디 지겨운 그녀의 일도 상당 부분 자동화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냐는 그 가능성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리고 한 달 뒤,
“뭐?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쓰러졌다고? 왜? 어쩌다가?”
페르세타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보고를 듣게 되었다.
“예. 그것이……. ‘위시’라는 마법을 접한 이후로 그걸 만지시느라 한 달 간 거의 주무시지를 않았다고…….”
“아앗.”
페르세타의 배려는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