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4)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4화(94/171)
94화 무덤 왕국의 위시
페르세타가 보급한 ‘위시’는 마법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뭐야? 왜 아침부터 내 숙소 앞에 모여 있어?”
“헤헤. 시니어 마법사님. 그게…….”
덕분에 ‘위시’를 지급받은 소수의 시니어 마법사들은 이전엔 받아 본 적 없는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해당 연구팀 소속 주니어 마법사들이 틈이 날 때마다 방문해서 ‘위시’를 만져 보고 싶어 했던 것.
덕분에 시니어 마법사들의 권위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르고 수직 상승을 했다.
“어딜. 어림도 없지. 어제 한 할당량의 1.5배를 채우기 전에는 ‘위시’는 못 만질 줄 알거라.”
“네, 네? 1.5배요? 그건 너무 많습니다!”
“어차피 피로는 피안의 쉼터에 가서 쉬면 싹 풀리잖아? 싫으면 말고.”
“에이. 시니어 마법사님! 누가 싫다고 했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면, 위시가 뭐라고 저렇게 절절매나 싶겠지만, 마법사들에겐 그게 아니었다.
압도적인 재미.
압도적인 효율.
차라리 몰랐으면 모를까, 한 번 그 맛을 알게 된 다음에는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그래도 1.5배는 너무 많은 거 아냐?”
“뭐래. 너 저쪽 옆에 팀의 앨런 이야기 못 들었어?”
“앨런? 그 똑똑하다는 애? 걔가 왜?”
“걔가 위시를 빌려서 코딩한 마법으로 1년 걸릴 일을 하루 만에 처리했대. 그리고 포상으로 한 달 휴가를 받았다더라.”
“뭐, 뭣?!”
“위시를 가지고 노는 게 재밌기는 하지만 재미만으로 볼 게 아냐. 앞으로 마법사는 위시를 잘 다루는 마법사와 그렇지 못한 마법사로 나뉘게 될 거라고!”
페르세타는 마법사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포상의 개념으로 ‘위시’를 만들었지만…… 마법사들은 그걸 이용해서 스스로를 고문하기 시작했다.
피안의 쉼터에 들어가도 회복이 안 될 정도로 자신을 혹사시키며 ‘위시’를 만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비록 페르세타가 바랐던 바는 아니었지만, 그 효과만큼은 엄청났다.
연구의 진척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빨라진 것.
처음에는 ‘위시’의 숫자가 부족해서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그런 문제도 금방 해결되었다.
‘위시’의 너무 인기가 많자 아란드리아를 통해 따로 그 원리를 공부한 시니어 마법사들이 다운그레이드 버전의 ‘위시’라도 만들어서 보급하는 데 열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매일같이 새로운 성과가 쏟아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평민들조차 ‘위시’라는 마법을 입에 올릴 정도가 되었다.
“옆 마을 어떻게 된 거야?”
“왜?”
“아니. 계속 목화를 사잖아. 그렇게 많이 사 가면 실로 뽑아내는 건 어쩌려고 그런대?”
“아. 그거. 하루면 다 실로 다 뽑아서 실패에 감아 버린다더라.”
“으응? 뭔 소리야?”
“몰라? 요즘 유명한 ‘위시’라는 마법이래. 모셔 놓고, ‘목화에서 실을 뽑아 주세요~’ 하면 실을 주르르 뽑아 준다더군.”
“미친……? 마도구잖아? 그런 건 무진장 비싸다고!”
“그게 그 ‘위시’로 만든 마도구는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고. 하나하나 손으로 새기는 게 아니라, 그냥 소원만 빌면 마도구가 뚝딱 만들어진다나 봐.”
“뭐? 그런 게 가능하다고?”
“이 사람. 소식이 많이 늦구만?”
“잠깐. 그, 그럼 우리도 하나 사야지!”
“우리 마을 제일가는 부자댁 있잖아? 거기서 이미 하나 주문했다더라고.”
그렇게 제국은 변화하고 있었다.
어쩌면 황제의 기대가 성취되고 있는 것이었다.
비록 페르세타에게 권위를 양보하고 마법사 예산도 강제로 뜯기게 되었지만, 그래도 페르세타 덕분에 제국에 혁신이 몰아닥쳤으니까.
하지만, 제국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마법사들의 공헌은 황제의 예상조차 뛰어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것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성취는 소문이 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
“……위시?”
찬 바람이 불고, 희망이 얼어붙은 땅에도 그 소문은 여지없이 당도했다.
하이데룬.
일명 무덤 왕국.
세계에서 가장 척박하고 불운한 땅이라 불리는 그곳의 왕도 ‘위시’의 소문을 들었다.
“정말……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법이려나……. 그럼 좋겠군.”
수백 년간 대륙의 정세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살아남기만을 위해 발버둥만 쳤던 혹독한 땅.
그곳의 왕은 평생 처음으로 나라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디……. 아주 작은 도움이라도 좋으니,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어.”
* * *
최근, 라냐 비셰나 왕세녀를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그녀가 현재 ‘위시’ 마법의 대가이자, ‘대지 마법’에 통달한 마법사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위시’ 마법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는 요즘인데, 심지어 ‘대지 마법’에 통달했다니…….
대지는 농사와 건설 등 국가 기반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
수많은 국가의 왕과 재상이 라냐를 찾아와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리고 라냐 왕세녀는 그 모든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높은 신분을 고려해 만나기는 했으나, 그 만남은 모두 거절을 위한 만남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하고 ‘위시’를 가지고 놀 시간만 해도 너무나 부족해서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고 소원하던 그녀였다.
아무리 타국의 왕이 찾아와 부탁을 한들, 자신의 시간을 포기할 순 없었다.
위시가 생긴 이후, 연구조차도 너무나 재미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라냐도 이번에는 심히 고민이 되었다.
“이러한 사정이라. 염치 불고하고 찾아왔습니다. 라냐 왕세녀님. 부디. 저희의 염원인 대장벽을 건설하는 것을 도와주십시오.”
그녀의 앞에 앉아있는 건 일명 무덤 왕국이라 불리는 하이데룬의 국왕, 데시온이었다.
라냐도 익히 들어봤던 나라.
역사책보다는 동화책으로 그 존재를 배웠다.
그곳은 정말이지 ‘무덤’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땅이었다.
대륙의 최북단, 칼바람이 몰아치는 곳에 위치한 나라.
땅이 척박하고 마수가 들끓었기에, 세상 그 누구도 탐내지 않는 땅이었다.
그곳에 정착한 최초의 사람들은 대륙에서 밀려나 세상의 끝까지 내몰린 이들.
사람들은 모두 그들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멸절당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하이데룬은 건재했다.
아니.
그걸 건재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매 겨울 저 머나먼 북쪽 혹한의 대지에서 밀려 내려오는 마수들과 끔찍한 전쟁을 벌이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터전도, 삶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백 년을 견딘 강인한 국가였다.
대장벽은 바로 그들의 꿈이었다.
북쪽 혹한의 대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성벽을 만드는 것.
그래서 그 남쪽 땅을 마수의 침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땅으로 만드는 것.
일명 ‘대장벽’이라 이름 붙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토목공사였다.
하이데룬의 사람들은 그 하나의 희망을 붙들고, 벌써 200년이 넘도록 처절한 투쟁을 이어 갔다.
벽을 쌓으면 마수들이 무너뜨리고, 그럼 다시 쌓고, 또 무너지고, 그럼 또다시 쌓고.
피로 피를 쌓고 마침내 성벽을 일구겠다는 꿈.
그 과정에서 오죽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산마다 들판마다 무덤이 가득해졌다.
그렇게 무덤 왕국이라는 별명마저 붙게 되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국왕인 데시온 역시 그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의 부친도, 모친도, 그의 위에 있던 세 명의 형과 두 명의 누나까지 모두 다, 마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으니까.
이제 홀로 남은, 젊은 왕.
이제 갓 22살이 된 데시온.
아직 자식이 없었기에 이제 그마저 죽으면 하이데룬 왕국의 혈통은 끊기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울이 오면 가장 앞에 서서 마수와 싸운다고 알려진 백전연마의 용사이기도 했다.
그런 인물이, 무거운 각오를 가지고 와서 부탁을 하자 라냐 왕세녀도 평소처럼 단칼에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한 나라를 이어받을 왕세녀였으니까.
라냐는 긴 침묵 끝에 대답했다.
“우선…… 위시 마법도 한계는 있어요. 그런 대장벽을 뚝딱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건……. 불가능해요. 아마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그건 마법이 아니라 신의 기적이겠지요. 저희도 그런 걸 바라고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그저 대장벽의 건설에 약간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라냐는 생각에 잠겼다.
사실 그녀가 고민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어쩌면 가능할 거 같기도 한데…….’
말로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그녀의 직감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간 연구해 온 분야는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대지’.
그중에서 아주 특별한 현상인 지진. 그리고 대지라는 거대한 마법이 모인 큰 덩어리인, ‘판’이라는 조건.
이 두 가지를 잘 조합하고 멋들어진 코딩을 해낼 수만 있다면…… ‘기적’이 가능할 것만 같았다.
그건 꽤나 가슴 설레는 상상이었다.
다시 긴 고민 끝에, 라냐는 입을 열었다.
“일단. 제가 가 보도록 하죠. 가서 보고, 그다음에 결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 *
하이데룬은, 정말로 무덤이 가득했다.
도시를 걸어도 젊은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겨울이 가까운 계절이었기에, 남자든 여자든 젊은 사람이라면 모두가 북방의 요새로 징집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라냐는 도시를 둘러보았다. 마을 사람 중에는 팔에 띠를 두르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는 붉은 띠를 둘렀고, 또 어떤 이는 노란 띠를 둘렀다.
“팔에 띠를 두른 사람들이 많은데……. 전통 복식인가요?”
라냐의 물음에 안내를 맡은 기사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노란 띠는 최근 1년 사이 직계 친족 중에 죽은 자가 있는 사람들이 애도의 의미로 두르는 것입니다.”
“아…….”
라냐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그럼 붉은 띠는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차마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짐작한 기사가 알아서 대답을 해 주었다.
“그리고 붉은 띠는, 징집 면제 대상자라는 뜻입니다.”
“징집 면제요? 그런 것도 있나요?”
“네. 하이데룬의 법률상, 형제자매가 다 죽고, 단 한 명만 남은 사람은 징집이 면제됩니다. 그 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람은 국왕 전하뿐이지요.”
“아…….”
라냐는 황망한 마음으로 도시를 다시 둘러보았다.
많았다.
너무나 많았다.
노란 띠를 맨 사람은 물론이고 붉은 띠를 차고 있는 사람도……. 너무 많았다.
마침 그녀의 옆에 이제 갓 10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지나갔다.
그 꼬마의 팔에는 노란 띠와 붉은 띠가 모두 둘려 있었다.
라냐는 충동적으로 가방에서 달콤한 과자를 꺼내 아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얘야, 이거 먹어. 맛있는 거야.”
“앗! 감사합니다!”
아이는 그 나이 때 아이답게 눈을 빛내며 과자를 입에 넣었다.
너무 맛있다면 발을 동동 굴렀다.
라냐는 그 모습을 미소 짓고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물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기사가 있다는 것도 깜빡 잊을 정도로, 목구멍으로 저절로 치밀어 오른 질문이었다.
“……여기 살면 힘들지 않아?”
“예?”
“그, 아니……. 사람들이 자꾸 죽잖아. 너도 어느 날 마수와 싸우게 될지도 몰라. 징집 면제라고 해도, 전쟁이란 그런 거잖아. 이곳이 싫지 않아? 여길 떠나서 안전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 그런 생각 안 해 봤어?”
그 말에 꼬마는 라냐를 경계하며 별 이상한 사람을 다 본다는 듯 한심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남의 나란가요? 내 나라예요. 내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마물 새끼들이 무섭다고 도망칠 수는 없잖아요.”
그 눈에서 고요하게 타오르는 불꽃.
라냐는 감탄하고 말았다.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국민이 이렇게 앞장서서 나라를 지키려고 한다는 게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그렇기에,
지금 그녀가 느낀 감정은 감동에 가까운 무언가였다.
“그래. 그렇구나.”
그 순간 라냐 왕세녀는 결심을 내렸다.
되든 안 되든.
내 힘이 닿는 데까지…… 해 보자고.
용감한 사람들이 사는 이 땅에,
기적을 불러일으켜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