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5)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5화(95/171)
95화 도움!
“도와 달라고요?”
“네.”
페르세타는 갑자기 자신을 찾아온 라냐 왕세녀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대장벽 건설이라……. 못 할 것은 없는데 왜 그래야 하죠?”
“제가 하고 싶어서요.”
“저는 딱히 내키지 않는데요? 전 그 시간에 연구를 하고 싶어요.”
“선생님은 나서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부탁드리고 싶은 건 그저 제가 원하는 성능의 ‘위시’를 만들어달라는 것뿐이에요. 제가 스스로 만들려고 했는데……. 어림도 없더라고요. 제 솜씨로는.”
페르세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린키피아>까지 익힌 마법사도 ‘위시’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성능은 매우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요새 연구하고 있는 분야라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고등급의 ‘위시’를 만들려면 <콴티지에옴>의 지식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상태였으니까.
“고성능의 위시라……. 그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죠. 저도 연구한다 치면 되니까. 하지만 하실 수 있겠습니까? 대장벽 건설을? 참고로 거기에 너무 오래 붙잡혀 계신 건 제가 용납 못 합니다.”
페르세타는 자못 진지하게 경고했다.
그에 라냐는 잠시 긴장한 기색을 보였으나, 결국 당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물론이에요. 저도 오래 잡혀 있을 생각 없어요. ‘한 방에’ 대장벽을 만들 거예요. 만약 실패하면 저도 깨끗이 손 뗄 거고요.”
그 말에, 페르세타는 슬슬 흥미가 돋았다.
한 방에?
대장벽을?
그게 되려나?
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법사가 대체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온 걸까?
“흥미롭네요. 자세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네. 이건 제가 발견한 산의 형성 원리와 지진의 발생 원리에 기초한 계획이에요.”
라냐 왕세녀는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 내용 중에는 이미 연구 보고서로 정리돼서 페르세타가 확인한 내용도 있었고, 아직 연구 중인 최신 성과도 있었다.
“산은 ‘판’이라는 거대한 대지의 마법이 서로 부딪히는 지점에서 솟아나요. 지진도 바로 그곳에서 발생하지요.”
“……인위적으로 산을 만드시겠다는 뜻이군요.”
“예. 마침 제가 확인한 결과, 운 좋게도 하이데룬의 북방 경계 쪽은 두 개의 거대한 판이 만나는 지점이에요. 그 판을 잘 자극해서 지진을 원하는 대로 유도할 수만 있다면, 드높은 절벽을 세워 자연적으로 대장벽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라냐의 야심만만한 계획에 페르세타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 대담한 발상, 지식을 응용하는 극도로 유연한 사고방식.
감탄스럽지 않은 게 하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말이 됐다.
이론상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걸 다 계산해서 적절한 마법을 설계할 수 있겠습니까? 설령 설계가 되더라도 구현하시는 건 어림도 없을 거 같은데.”
“그래서 ‘위시’가 필요해요. 제가 선생님께 받은 위시보다 더 강력한 위시가 있다면……. 해 볼 수 있어요.”
“흠…….”
라냐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페르세타는 솔직히 부정적이었다.
그는 라냐의 능력을 얼추 알았다. 동시에, 이 마법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도 순식간에 추론해 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답은 뻔하다.
‘불가능.’
그러나 페르세타는 자신의 결론을 말하지 않았다.
이 실험을 통해 라냐가 배울 게 무척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라냐의 계획대로 ‘위시’를 사용해 진행한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이 과정에서 라냐가 쌓아 올릴 경험치를 생각하면 그동안 늦어지는 연구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좋습니다. 허락하지요. 하이데룬 왕국의 의뢰를 수락하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럼…… 위시도 만들어 주시는 건가요?”
페르세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느 정도로 강력한 위시를 만들어 드리면 되겠습니까?”
“그게. 제가 계산을 해 왔습니다.”
“네. 말씀해 주시지요.”
“그게…….”
“시원하게 말씀해 주세요. 만들어 달라는 대로 만들어 드릴 테니까.”
“음…….”
자꾸 말을 주저하는 라냐 왕세녀.
페르세타의 두 눈에 의문이 떠오를 때쯤, 그녀는 눈을 딱 감고 말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신 위시보다 1,000배. 딱 1,000배 정도 강력한 위시가 10개쯤 있다면!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부족하겠지만, 나머지는 제가 채워 볼게요!”
그 말에.
“……예?”
페르세타는 당황했다.
진심으로.
어쩌면 폐관을 마치고 나온 이후 처음으로.
* * *
“음…….”
페르세타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으으음…….”
페르세타는 팔짱을 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으으으으으음…….”
페르세타는 자신의 머리를 쥐고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하지?”
전에 만든 위시보다 1,000배는 강력한 위시를 10개나 만들어 달라는 라냐의 요청.
‘선생님. 가능…… 하시죠?’
라고 묻는 라냐의 질문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페르세타였다.
그는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는 마법사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 난감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답이 안 나오네.”
사실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1,000배 강력한 위시?
힘들기는 하지만 만들 수는 있다.
처음 위시를 만든 이후로, 페르세타는 시간을 쪼개 위시에 대한 연구도 틈틈이 이어 갔으니까.
문제는 시간이었다.
“1,000배 강력한 위시면……. 내가 처음에 라냐 왕세녀님께 드린 위시가 마나 스위치 10만 개짜리였으니까……. 스위치를 1억 개나 집적해야 하는 거잖아.”
아직 페르세타는 그런 고성능 ‘위시’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연구는 시작도 못 한 상태였다.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아마도 백과전서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어야 겨우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
즉. 1억 개의 마나 스위치를 가진 ‘위시’를 설계하고 하나하나 만들어 집적하는 일을 페르세타가 전부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는 게 문제였다.
예상 소요 시간만 해도 한 달.
그런 게 10개면 거진 1년이다.
“말도 안 되지…….”
1달도 길다. 그런데 1년? 그 시간 동안 연구를 하지 말라고?
있을 수 없는 일.
그래서 페르세타는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페르세타의 뛰어난 머리로도 도합 10억 개의 마나 스위치를 빠른 시간에 만들어 내는 방법 같은 건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다.
더 많은 지식을 획득하고 부단히 심상의 도구를 새로 만들어 내야 겨우 가능해질 것 같았다. 결국 어떻게 하든 시간이 든다는 소리이다.
그러나 거기에만 붙잡혀 있기엔 당장 페르세타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결국 그는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내가 할 수는 없어. 그렇다면 다른 존재의 힘을 빌리자.”
하나하나 따져 보았다. 10억 개의 마나 스위치를 만드는 걸 도와줄 수 있는 존재.
이번엔 더 빨리 답이 나왔다.
“불가능해. 마법은 인간의 전유물. 마나 스위치를 만드는 건 천사도 악마도 도와줄 수 없어…….”
그렇다면?
“내가 직접 하되, 그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면…….”
페르세타는 결국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쩔 수 없지. 좋게 생각하자. 마나 스위치를 10억 개나 만들다 보면 깨닫는 게 있겠지. 이것도 꼭 필요한 연구이기는 해.”
그렇게 결심한 페르세타는 그러고도 마음이 흔들리는지 한 번 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인고의 세월 없이 얻을 수 있는 결실 같은 것은 없어. 하자. 하는 거야.”
그는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주문을 외웠다.
“새하얀 날개엔, 세상 모든 색이 묻어지이다…….”
그리고 이번엔 땅을 내려다보며 주문을 외웠다.
“어둠조차 삼킨 어둠 속에는 그대가 있나이다…….”
파스스스-
하늘에서 내리꽂힌 서광. 하얀 깃털이 휘날리며 치천사 메아샤가 기지개를 켰다.
“페르세타! 너! 그때 내가 분명 본신을 소환해 달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매정하게!”
소년의 형상을 취하고 있는 메아샤는 지난번에 황제에게 당했던 것이 아직까지도 분했다.
그러자 땅에서 기어올라 온 그림자 하나가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아이참. 이게 무슨 일이래? 오랜만에 페르가 불러서 기분 좋게 달려왔더니. 웬 꼰대가 있잖아?”
길고 붉은 머리칼에 휘어진 뿔이 마치 투구처럼 자라난 여자.
악마들의 군주 중 하나. 잔학(殘虐)의 악마, 니르다야타의 등장이었다.
그녀는 불타는 채찍을 그러쥐고 메아샤를 흘겨보았다.
메아샤가 그런 그녀를 향해 엄한 표정을 지었다.
“니르다야타. 말버릇 조심해야지? 그리고 요새 다른 세계 존재들은 안 괴롭히지? 내가 지켜보고 있어.”
“어휴. 누가 꼰대 아니랄까 봐 보자마자 잔소리질이네.”
“맞을래?”
“…….”
슬쩍 시선을 피하며 채찍을 들고 손장난을 하는 니르다야타. 메아샤는 그런 니르다야타를 보며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하여튼 너희 마계 놈들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예. 예. 그래도 차원 대전쟁 때는 잘 싸우지 않습니까. 어르신.”
“그거라도 없었으면 내가 너흴 진작에 가만 안 뒀겠지.”
“예이. 예이.”
페르세타는 툭탁거리는 둘 사이에 끼어들며 손을 흔들었다.
“저. 말싸움은 다음에 해 주시고요. 제가 지금 좀 급해서 두 분을 모셨습니다.”
그 말에 니르다야타가 눈을 반짝거렸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이길래? 천하의 페르세타가 메아샤 영감이랑 나를 같이 불렀대?”
메아샤는 자신을 영감이라 부르는 니르다야타를 노려보았지만, 어쨌든 그도 페르세타의 용건이 궁금했기에 잠자코 페르세타를 바라보았다.
페르세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
“시간을 멈춰 주세요.”
메아샤와 니르다야타의 눈이 동시에 동그랗게 커졌다.
“시간?”
니르다야타가 어딘가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시간은 너도 멈출 수 있잖아. 페르세타. 이런 일로 나랑 영감을 같이 부른 거야?”
하지만 페르세타는 고개를 저었다.
“좀 오래 멈춰야 해서요. 아시다시피 인간의 마법으로 시간에 간섭하는 건 효율이 극히 나쁘잖아요.”
“얼마나?”
“1년이요.”
펄럭!
메아샤가 날개를 휘둘렀다.
바람이 페르세타의 머리칼을 흔들며 지나갔다.
“미쳤어? 당연히 안 돼!”
메아샤가 화가 난 어조로 말했다.
반면에 니르다야타는 눈을 반짝거렸다.
“1년? 오오……. 나랑 저 영감이 힘을 합치면 인간계의 1년 정도는 가능할 거 같은데……. 영감님.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
“닥쳐. 니르다.”
메아샤가 보여 주는 선명한 분노에 페르세타는 뺨을 긁적였다.
“하긴. 신계의 입장에서는 한 세계의 시간을 1년이나 멈추는 게 달갑지 않겠네요.”
“그래! 그걸 알면서 그래?”
“그럼……. 제 시간만 빠르게 흐르게 해 주시죠. 다른 이들이 1주일 정도 보낼 때, 저는 1년을 보내도록.”
메아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뭔데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야?”
이번엔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이젠 메아샤도 그냥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페르세타는 민망함에 다시 뺨을 긁었다.
“뭘 좀 빨리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제 실력으로는 좀 시간이 많이 걸려서요.”
메아샤와 니르다야타가 시선을 교환했다.
먼저 입을 뗀 건 메아샤였다.
“알지? 이건 우리도 일으키기 힘든 기적이야. 아무리 너라도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밖에 없어.”
“물론이죠.”
“우선, 나랑 그 황제 놈이랑 대결을 다시 주선해. 이번엔 내 본신을 소환해서. 이게 첫 번째 조건이야. 그리고 두 번째 조건은, 좌천사 셋과 계약을 맺어.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인간계에 강림할 수 있도록. 천사들이 인간을 이끌 수 있게 해 달라 이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네가 만든다는 거. 나도 하나 만들어줘. 그렇게만 해 주면 1년이 아니라 3년이라도 흐르게 해 줄게.”
메아샤의 말이 끝나자마자 니르다야타가 입을 열었다.
“나도 조건은 세 가지야. 우선 나랑 계약을 맺어. 내가 언제든 인간계에 강림할 수 있게. 그리고 고귀한 귀족 혈통을 이은 인간 10,000명의 영혼을 바쳐. 마지막으로 나도 네가 만든 거 더 만들어서 줘. 그럼 해 달라는 거 다 해 줄게.”
사실상 거저 부탁을 들어줬던 전과는 달랐다.
이번엔 페르세타의 부탁이 만만치 않은 것인 만큼 그들의 요구 사항도 매서웠다.
페르세타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싫습니다.”
그들의 요구를 거절했다.
“……?”
“뭐야. 장사하기 싫어?!”
황당해하는 메아샤와 니르다야타.
페르세타는 그들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대신. 아예 신계와 인간계를 연결하는 건 어떠십니까? 언제든 서로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까 하는데요.”
“어……?”
메아샤의 눈이 커졌다. 신계와 인간계가 연결된다고? 그럼 좌천사 3명의 계약이고 뭐고, 그런 것들은 하나도 필요가 없어진다.
페르세타는 니르다야타 쪽도 바라보며 말했다.
“마계도 인간계랑 연결할까 합니다. 물론 연결 통로는 니르다야타 님의 영지에 만들고요.”
니르다야타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우리만 연결해 주는 것도 아니고 신계의 꼰대들이랑 같이 연결하면 뭐 해.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 텐데.”
“그래서. 싫습니까?”
“……누가 싫대?”
사실 이건 메아샤와 니르다야타로서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신계와 마계.
둘 다 모두 인간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였으니까.
마침내 계약을 승인한 두 존재를 보며, 페르세타는 속으로 웃었다.
‘잘됐네. 공짜로 넘겼어.’
세계와 세계의 연결은 원래 하려고 했던 것.
그걸 대가로 시간을 조작한다는 어마어마한 대가를 받을 수 있었으니, 페르세타는 퍽 흡족했다.
하지만 곧 떠오른 생각에 그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이제부터 1년 동안 마나 스위치만 만들어야겠네…….’
폐관 이후 처음으로, 페르세타는 조금 우울해졌다.
얻을 게 많은 작업이고, 한 번쯤은 거쳐야 하는 작업이라는 건 알지만…….
그도 힘든 건 힘들어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다른 마법사들이 안다면 매우 속상해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