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7)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7화(97/171)
97화 지옥도 ‘위시’.
그것은 코딩된 대로 계산을 수행해 마법을 빚어내는 마법.
라냐 비셰나 왕세녀가 관측한 두 개의 ‘판’에 대한 정보가 ‘위시’ 안으로 들어가면, 총 20억 개의 마나 스위치가 그것에 대해 정해진 대로 계산을 하며 마나를 짜 올려 거대한 마법을 구축한다.
쿠궁!
드드드드-!
땅이 울부짖었다.
태고의 거인이 지저 깊은 곳에서 깨어나 지면을 걷어차는 것처럼 땅이 쿵! 쿵! 소리를 내며 튀어 올랐다.
“힉! 히이익!”
“으아아악!”
그건 공포스러운 경험이었다.
언제나 나를 단단하게 지지해 주던 발밑이 무너져 내리는 감각.
대장벽은 라냐와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라냐가 일으킨 지진은 국소적인 부분에만 작용하였기에 대장벽에 도달한 진동은 극도로 약한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구경꾼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었다.
발밑이 흔들린다는 건 그런 것이었으니까.
쿠드드드득-!
하지만 바짝 얼어붙었던 구경꾼들은 곧이어 펼쳐진 놀라운 광경에 입을 헤- 벌릴 수밖에 말았다.
북쪽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설원. 그곳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하얀 눈이 튀어 오르며, 뿌연 눈안개가 구름처럼 일어났다.
얼핏 보면 설원 전체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라 활활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흔들리는 설원에 홀로 서서 북쪽을 오시하는 마법사.
라냐 비셰나.
그녀는 손에 든 하나의 강력한 ‘위시’와 그녀가 양산해 낸 10만 개의 ‘위시’를 동시에 다루며 강렬하게 소원했다.
‘미끄러져라……!’
두 개의 판이 맞물리는 자리가 깔끔하게 미끄러져 올라가는 광경을 그렸다.
저 북쪽 너머의 판은 아래로 가라앉고 남쪽의 판은 위로 솟고, 그렇게 미끄러져 굳어지고 나면, 수십미터 높이의 자연적인 절벽이 생겨나는 것이다.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서!
그게 라냐 왕세녀의 구상이었다.
그녀는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조심조심 마법을 이끌었다.
흔들리며 변화하는 판을 계속 추적 관찰하여 ‘위시’에 전달.
‘위시’가 사전에 코딩된 대로 계산을 완료하여 마법을 자아내면 그것을 최종적으로 제어하여 두 개의 판 속으로 밀어 넣는다.
머리가 후끈후끈하게 뜨거워지고 심장이 아파 왔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의 입가에는 점점 더 웃음이 짙어졌다.
백성들을 위해 거대한 자연을 다스리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왕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 아닐까?
땅은 계속 흔들리고 마치 무슨 짐승처럼 끼익끼익 울어 댔다.
그리고 마침내,
끼기기긱!
두 개의 판이 비틀렸다.
라냐 왕세녀가 서 있는 남쪽 아래의 판이 비틀리며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1미터, 2미터, 3미터…….
드드드드드-!
“따, 땅이 솟는다!!!”
대장벽 위의 구경꾼들은 공포도 다 잊어버린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건 정말이지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새하얀 설원 위로 금이 그어지더니 땅이 살아 있는 것처럼 기어오르기 시작했으니까.
“맙소사…….”
5미터, 7미터.
정말로 칼로 자른 듯 깎아지르는 자연의 방벽이 올라서고 있었다.
그리고,
“어어? 저거 뭐야? 마수들 아냐?”
지평선 저 너머에 검은 형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젠장! 이변을 느끼고 왔나 봐!”
“마력! 마력이다! 강한 마력이 밀집되어 있으니까 몰려든 거야!”
너무나 큰 규모의 사건이라 사람들은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지만, 처음 라냐 왕세녀가 마법을 발동하고 지진이 시작된 지도 벌써 4시간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흘러넘친 마력과 땅의 이상한 울림에, 마수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몰려든 것이었다.
– 캬아아아아!
저 지평선 너머에서, 분노에 찬 마수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자신들에게 아주 불리하다는 것을.
갑자기 땅이 솟아 절벽이 되는 이 이변이 끝나게 되면, 자신들은 다시는 남쪽으로 내려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혹한의 대지에서 펼쳐지는 겨울은 마수들에게도 견딜 수 없이 괴로운 것.
따뜻한 남쪽. 야들야들하고 더운 인간들의 살과 피.
마수들은 그것을 떠올리며 전력을 다해 달렸다.
아직이라면,
아직이라면 저 절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지금이 저 아래 남쪽으로 나아갈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놈들은 알아차렸다.
“오, 온다! 괴물들이 온다!”
“빠, 빨리! 빨리 마법을 완성시켜!”
하지만.
구경꾼들이 비명을 지르는 가운데,
9미터. 10미터.
순조롭게 하늘로 치켜 오르던 땅은,
쿠르르르릉!
돌연 거대한 진동과 함께 무너져내렸다.
* * *
‘실패다. 역시.’
페르세타는 이변을 눈치챘다.
깨끗하게 둘로 갈라져서 미끄러지던 판이 한순간에 서로 맞물리고 비틀리며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기껏 솟았던 땅이 다시 주저앉았고, 괴물로부터 하이데룬을 지켜 줘야 할 절벽이 무너져 완만한 언덕을 이루고 말았다.
대장벽은 온데간데없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구릉지대가 만들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땅은 거대한 것.
거대한 만큼 그것이 서로 얽혀 만들어 내는 힘의 역학 작용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했다.
아무리 20억 개의 마나 스위치를 가진 위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라냐가 세상에서 가장 대지 마법에 정통한 마법사라 해도, 그걸 완전히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솔직히 그런 건 페르세타조차도 자신이 없었으니까.
그러니 실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걸 이만큼이나 끌고 온 것이 경이적일 만큼.
아무튼 페르세타는 이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던 만큼, 도와줄 방법도 미리 구상을 해 둔 상태였다.
‘나도 이런 상황에선 계산이 안 서. 차라리 땅정령의 힘을 빌리고, 환요계의 요술로 현실을 왜곡시킨 뒤, 영수계의 어스 드래곤의 권능을 빌려서…….’
페르세타는 구상과 동시에 주문을 짜 올렸다.
저기 지평선 너머에서 살기를 풀풀 날리며 달려오는 괴물들이 보였다.
주저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라냐 왕세녀가,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으윽……. 으아아아아아!”
비명인지, 절규인지, 함성인지…….
목이 터져 나가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설원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드드드드드-!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지진과 함께 두 개의 판이 마구 비틀리기 시작했다.
설원에 늘어서 있던 수많은 위시들이 일제히 폭주하며 마법을 토해 냈다.
파직!
파지지직!
과부하에 걸린 10만 개의 위시들이 하나둘 눈보라를 일으키며 폭발을 일으켰다.
설원 위로 펼쳐지는 하얗고 새카만 폭발의 파도.
“이런…….”
페르세타는 준비하던 주문을 흩어 버려야만 했다.
“마력이 저렇게 날뛰면 개입을 하기가…….”
하려면 할 수는 있다. 다만 그때부터는 도움이 아니라 그냥 페르세타가 마법으로 찍어 누르는 형세가 될 것이었다.
계산도 더 복잡해지고 시간과 마력의 소모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만 페르세타는 의아함을 느꼈기 때문에 라냐의 상태를 살펴봤다.
왜 갑자기 마력이 미쳐 날뛰지?
라냐 왕세녀님이 자포자기하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별처럼 눈을 빛내는 라냐의 얼굴.
의지로 가득한 독기 어린 표정뿐이었다.
오싹.
그걸 보는데,
페르세타는 어쩐지 전율이 일었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녀는 피눈물을 철철 흘리며 거대한 마법을 땅속으로 박아 넣었다.
* * *
‘실패했다.’
당연히 그 사실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라냐 왕세녀 본인이었다.
‘판’의 통제가 한 번 어긋나자 걷잡을 수 없어졌다.
제멋대로 충돌하고 무너져 내리는 판.
그리고,
저 설원 너머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오는 마수 무리.
그걸 보는 순간, 라냐는 직감했다.
‘어중간하게 끝내면 안 돼.’
머리에서 김이 오를 정도로, 그녀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어차피 망친다면…… 더 크게 망치는 거다. 위대한 실패자가 되는 거야!’
실패했다고 어버버하다가는 모두가 죽는다.
이렇게 된 거…….
판을 부숴 버린다!
판단이 서자마자 그녀는 10만 개의 일회용 ‘위시’를 모조리 폭주시켰다.
단 한 순간에 그들의 용량을 넘어서는 마법을 뽑아냈다.
콰콰콰쾅!
박살 나는 위시들.
검은 눈보라가 파도처럼 일어나 순간 사방이 캄캄한 밤으로 물든 것만 같았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뽑아낸 마법이 온전할 리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그것을 관찰하고 통제하며, 라냐는 뽑아낸 강대한 마법을 땅속으로 쑤셔 박았다.
쿵!
땅이 크게 튀어 오르고, 곧이어,
콰드드드득!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향해.
맞물린 판과 판이 깨지고 부서지며 얽히고설켜 지옥도를 만들어 낸다.
“다…… 죽여 버려!!!”
과열된 뇌 활동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며, 라냐 왕세녀는 절규했다.
그녀의 쭉 뻗은 손을 따라, 땅이 뒤집히며 일어서고 꺼지고 갈라지기 시작했다.
– 캬아아악?
– 크라라라라!
까짓거 절벽이 높아지기 전에 뛰어넘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달려들던 괴물들.
놈들은 뒤늦게 이상함을 깨달았지만 그건 이미 너무 늦은 다음이었다.
땅이 솟고 갈라지고 다시 부딪히고 깨지고, 폭발하며, 마수들을 집어삼켰다.
마치 거대한 신수가 아가리를 벌리고 씹어 대는 것처럼, 마수들은 요동치는 땅에 휩쓸려 갈려 나가기 시작했다.
콰드드득!
콰득!
섬뜩한 땅울림이 쉼 없이 울려 퍼졌다.
지진은 끝도 없이 북쪽을 향하며 대지를 할퀴고 깊은 상흔을 남겼다.
휘오오오오-
모든 것이 끝난 뒤, 설원 위에는 검은 흙빛과 하얀 눈보라가 뒤섞인 안개가 떠다녔다.
지평선을 뒤덮었던 마수의 군세는 모조리 땅속에 파묻혀 털끝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아……. 하…….”
라냐 왕세녀는 자리에 주저앉아 자신이 일으킨 참상을 보았다.
“거하게…… 실패했네.”
이루 말할 수 없는 실패.
라냐의 앞으로 펼쳐진 것은, 그녀가 처음 구상했던 깨끗한 단층절벽 같은 게 아니었다.
대신 그곳에 존재하는 건, 제멋대로 갈라 터진 크레바스와 솟고 꺼진 땅의 기이한 지옥도.
그것이 좌로 우로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형성되어 있었다.
온전한 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솟은 절벽에 가로막히거나, 크레바스에 가로막히거나.
누가 땅을 쥐고 비틀어 부순것처럼 남과 북이 지저분하게 찢겨져 갈라졌다.
비록 그것은 대장벽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정도면…… 괴물이 못 넘어오겠지?”
이 장대한 실패의 결과물이 오히려 그녀가 처음 구상했던 대장벽보다 더 확실하게 북쪽 마수들의 남하를 막아내 줄 것 같다는 것.
그럼…… 어쨌든 목적은 달성한 게 아닐까?
사박-
자신이 일으킨 참상을 멍하니 바라보던 라냐 왕세녀는 문득 들려온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하이데룬 왕국의 국왕 데시온이 있었다.
그의 눈은 붉었고,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라냐 왕세녀님…….”
“네. 전하.”
“……장벽을 건설해 달라고 했더니 더 엄청난 것을 만드셨군요.”
라냐는 머쓱함에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그리고 그녀는 보았다.
젊지만, 잔뜩 늙은 듯 지쳐 보이던 하이데룬 국왕의 얼굴에 눈물이 번지는 모습을.
국왕은 소리 없이 울었다.
온 얼굴이 젖도록 울며, 그는 라냐 왕세녀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라냐는 펑펑 우는 왕에게 손을 잡혀 민망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보았다. 왕의 등 뒤 저편에서, 페르세타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그의 얼굴은 누가 보아도 매우 흡족해 보였다.
덕분에,
라냐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헤헷.”
위대한 실패자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