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izard has finished closing the store RAW novel - Chapter (98)
천재 마법사가 폐관을 마침-98화(98/171)
98화 마법화 시대
위대한 마법사 라냐 비셰나가 땅을 내리치자 하늘이 깜깜하게 물들었어요.
우르르르르!
큰 소리와 함께 지진이 일어났지요.
땅이 커다랗게 입을 벌렸어요. 달려들던 마수들을 한입에 삼키고 우적우적 씹어 삼켰지요.
(중략)
그 후, 무덤 왕국 하이데룬은 무덤 왕국이 아니게 되었어요. 그곳은 이제 대협곡의 왕국이 되었지요.
사람들은 더 이상 노란 띠와 붉은 띠를 쓰지 않았어요.
대신 은색 띠와 푸른 띠를 썼답니다.
위대한 마법사 라냐 비셰나의 은색 머리카락을 본딴 은색 띠와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푸른 띠였어요.
사람들은 늘 그녀를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은색 띠를 항상 차고 다녔고, 새로 아기가 태어난 집은 1년간 푸른 띠를 하고 다녔어요.
이제 그곳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 답니다.
“무섭지 않아요! 대협곡 라냐 라인이 우릴 지켜 주니까요!”
? ? ? ?<대마법사 라냐 비셰나의 무덤 왕국 대소동 中>
* * *
라냐 비셰나가 하이데룬 왕국에서 펼친 활약은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단 1년 만에 전 세계 아이들이 그녀의 활약을 그린 동화책을 달달 외우고 다닐 정도였다.
동시에 그 사건은 마법사들과 권력자, 상류층들의 관심을 모았다.
“위시 마법이…… 이렇게까지 대단했다고?”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저런 천재지변을 일으킬 수도 있어?”
위대한 발명은 때론 그 진가의 발견이 늦어진다.
그걸 만든 사람조차도 그 가능성을 전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시’가 바로 그랬다.
페르세타나, 그걸 접한 마법사들이나, 다들 자기들이 위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라냐가 보여 준 어마어마한 활약에 마법사들은 뒤통수라도 맞은 듯이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라냐 왕세녀님이 10만 개의 위시를 단 한 달 만에 만드셨다며?”
“더 성능이 뛰어난 위시로 더 성능이 낮은 위시를 찍어 낸 걸 거야.”
“하지만 그것들을 연결하면 더 고성능의 위시를 쓸 수 있잖아.”
“그러면 효율이 떨어지고 오류가 많아져.”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효율과 오류 문제도 방법을 잘 찾으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마법사들은 지금까지보다 더 깊게 위시 마법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할 때, 위시 마법의 마나 스위치의 종류와 배열을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데?”
“각자 기능을 특화할 수 있다는 거지. 어떤 위시는 연산 위주로, 어떤 위시는 연산 결과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것 위주로, 또 어떤 위시는…….”
특히 라냐 비셰나가 선보인 위시들 간의 연결이 많은 연구가 되었다.
<콴티지에옴>을 모르는 마법사들은 페르세타가 선보인 것 같은 엄청난 집적도를 자랑하는 위시를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들은 라냐가 선택했던 방법처럼 성능이 떨어지는 위시를 대량 생산하여 서로 연결하는 방법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각 위시를 특화하여 연결하며 더욱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다양한 설계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위시 마법의 발전은 마법 연구는 물론, 사회 전반에도 거대한 변화를 불러왔다.
거리에는 마도구들이 넘쳐흘렀다.
위시로 인해 마법의 부여가 쉬워지자 마도구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덕분이었다.
이제는 평민들도 마도구 한두 개쯤은 가지고 다니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부자들은 거대한 마도구 설비들을 이용해 공장을 짓고 실과 직물 그리고 각종 공산품들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대륙 최초로 철로가 깔리고 마나 기차가 웅장한 기동음을 토해 내며 대지를 질주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마법 혁명으로 인해 마법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이쪽 땅끝부터 저쪽 땅끝까지, 온 세상이 마법으로 뒤덮여 가는 시대였다.
하지만 역시나, ‘위시’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본 것은 마법 연구 분야였다.
“샘플 1,000개 가져왔어. 마법 분석하는데 1주일이면 되지?”
“1주일? 내일 아침에 와.”
“뭐? 그렇게 빨리 돼?”
“이번에 위시를 업그레이드했거든. 코딩도 좀 손 봤고.”
예전에는 일일히 하나하나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껴보며 분류를 했어야 하는 단순 반복 작업들의 능률이 엄청나게 높아진 것이다.
단순한 대상을 마법적으로 분석하는 경우, 그 분석 알고리즘을 짜서 코딩해 두면 ‘위시’가 알아서 분석한 후 기록까지 마쳤으니까.
거기에 지식의 공유 속도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빨라졌다.
“으음……. 이거 연구하려면 대기를 구성하는 마법에 대한 자료가 필요한데. 그거 어디서 찾지?”
“뭘 고민해? 검색 기능 안 써 봤어?”
“검색?”
“그래. 주기적으로 백과전서의 정보를 담은 위시를 배포하잖아.”
“그래서?”
“그래서는 뭔 그래서야. 백과전서 위시를 찾아가서 검색어로 ‘대기’를 말해. 자료가 주르르 떠오를 거다.”
“미친……. 그게 된다고? 와. 좋은 세상이다 진짜.”
“그러니까 말야.”
예전 같았으면 원하는 마법 자료를 찾는 건 지옥같이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인근의 마탑과 마법 학회를 싹 뒤져야 한다. 그런데 없다? 그러면 다른 도시에 있는 마법사들에게 편지를 보내 혹시 그런 자료 아냐고 물어봐야 했다.
그렇게 사정사정해 가며 겨우 자료의 위치를 찾게 되면 이젠 보따리를 싸서 해당 지역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막대한 대가를 지불한 뒤 겨우 책을 읽는 것이다.
고작 단 몇 줄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
하지만, 세상의 모든 지식이 백과전서 안에 담기기 시작하며 그 복잡 다난한 과정이 혁명적으로 간소화되었다.
페르세타의 밑에서 연구하는 마법사들에게는 백과전서 위시가 모두 무료로 보급되었기 때문에, 언제든 위시 앞에서서 검색만 몇 번 하면 원하는 자료가 뚝딱 뚝딱 나왔던 것이다.
이쯤 되자 마법사들은 서서히 느꼈다.
“정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처음에 마도왕 전하께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서 쏘아 올리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저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싶었는데…….”
“그러니까 말야. 하나하나 쌓아 올린 지식들이 모아 놓고 보니까 이렇게 유용할 줄 누가 알았어?”
“정말. 이걸 다 모으면 세계 하나쯤은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페르세타가 말했던 인공위성.
그것의 현실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
마법사들은 그런 생각을 하며 어깨를 부르르 떨곤 했다.
상상만 해도 전율이 일었으니까.
하지만 그 어떤 마법사의 전율도, 글라우베 마법대학의 교장인 살리넬르가 느끼는 그것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 * *
“……그렇게 좋아요?”
부우우웅-
마나의 공명음을 울리며 달리는 거대한 자동차.
수많은 짐을 싣고도 무시무시한 힘으로 나아가는 그 차 안에서 비앙카 애시는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좋지!”
그녀의 옆, 운전석에 앉은 살리넬르는 싱글벙글이었다.
그의 귀밑머리에는 하얀 머리가 잔뜩 늘어나 있어서 그간 그가 보낸 시간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역설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살리넬르가 느끼는 기쁨과 설렘은 더욱더 짜릿해지는 것이었다.
“자네도 빨리 보고서 완성하라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여 드려야지.”
“예. 예. 서두르고 있다고요. 아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직 보고서도 다 못 쓴 나를 데리고 이렇게 이럴 일입니까?”
“보고서야 차 타고 가면서 써도 되니까 그렇지. 그래서 내가 운전하지 않나?”
“아니. 그냥 제가 제 연구실에서 완성하고 마법으로 날아가도 되잖아요.”
“안 돼. 빨리 써. 내가 감시할 거야.”
“어후…….”
비앙카 애시는 한숨을 푹 쉬며 지긋지긋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에요? 이쪽은 로반 왕국이 있는 곳이잖아요? 요새 여기 치안이 개판이라던데……. 산적이나 반란군이라도 만나면 어쩌려고요?”
“우리가 그런 거 무서워할 짬인가? 자네는 빨리 쓰기나 해.”
“아, 예. 예.”
비앙카는 질린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그녀도 살리넬르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었다.
못 이기는 척 그를 따라나선 것도 그래서였고.
잠시 침묵하며 기록을 이어 가던 비앙카.
그러다가 또 그녀는 은근슬쩍 살리넬르에게 물었다.
“근데 진짜 확실한 거예요? 이거면 정말 백과전서를 끝낼 수 있을까요?”
살리넬르가 웃었다.
“백과전서를 끝내는 건 아니지. 백과전서는 그 정의상 끝날 수가 없는 책이니까. 다만, 일단락이 나긴 할 거야.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인공위성의 발사니까.”
“그러니까. 어쨌든 이번 자료랑 샘플만 넘겨주면 페르세타 선생님이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라고 확신한다 이거죠?”
“그래! 이번 연구까지 더해지면 이제 충분히 가능성이 있거든! 내가 아는데 페르세타 그 작자가 모를 리 없지!”
비앙카 애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선임 교수이고 백과전서에서 ‘액체와 대기’ 부분을 총괄하는 마법사였지만, 그래도 백과전서 전체에 대한 이해도를 따지면 자신이 살리넬르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살리넬르가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아마도 확실하다.
정말로 이제 인공위성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그걸 생각하자 비앙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난날 페르세타가 했던 말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깨달음이란, 이런 인고의 기초연구를 끝에서 겨우 만날 수 있는 겁니다. 고통 없이 따먹기만 할 수 있는 과실은 없다는 걸 명심하세요.’
드디어.
그 과실이 열리려는 순간.
어찌 신나지 않겠는가?
‘나도 빨리 보고서를 완성해야겠어.’
이미 연구는 끝냈고 남은 것은 내용을 정리해서 문장으로 기록하는 것뿐.
비앙카는 살리넬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며 분주하게 기록을 이어 나갔다.
다행히 ‘위시’가 있었기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펜과 잉크를 휘둘러야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생각을 떠올리면 ‘위시’가 그것을 텔레파시 마법으로 읽어서 알아서 기록을 해 주었으니까.
전 세계에서 모은 샘플을 싣고 덜컹거리는 차와 휘파람을 불며 운전하는 살리넬르. 눈을 감은 채 보고서 집필에 열중하는 비앙카.
그렇게 평화롭게 이어지던 여행은 갑작스러운 장애물을 만나 멈춰 서게 되었다.
“뭐야? 누가 길을 막아 두고…….”
산길 한복판을 웬 나무더미가 막아서고 있었다.
살리넬르가 눈살을 찌푸리며 차를 멈춰 세우는 순간,
“와하하! 이거 뭐야! 자동차잖아? 이렇게 큰 건 처음 보는데?”
“타고 있는 사람들은 주문쟁이들 같은데?”
“오오! 오늘 운이 좋다!”
“이 정도면 군자금으로 쓰기에 충분하겠어!”
차의 앞뒤를 가로막으며 험상궂은 사람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걸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들고 있는 무기가 심상치 않았다. 창칼은 기본이고 제국에서 쓰는 마총을 들고 있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으니까.
“……산적들?”
“내가 뭐랬어요. 후. 안 그래도 찌뿌둥했는데 제가 처리할게요.”
비앙카가 살리넬르에게 핀잔을 주며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그런데.
“잠깐. 잠깐만 비앙카.”
살리넬르가 그런 그녀를 막아 세웠다.
“왜요?”
“내가 할게.”
“예? 뭐 하러요. 그냥 제가…….”
“아니. 내가 한다고.”
살리넬르의 목소리에서 이글거리는 묘한 열기.
비앙카는 살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살리넬르의 시선이 산적들 저편 어딘가에 똑바로 고정되어 있다.
비앙카는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곤 뒤늦게 상황을 이해했다.
“엇? 저 사람은?”
살리넬르가 험하게 웃었다.
“그래. 저 녀석이 왜 여기서 산적질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놈은 내가 상대해야지.”
살리넬르는 한 사람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큰 소리로 외쳤다.
“여어! 황제의 로열 나이트에서 산적으로 전직을 한 건가? 꽤나 드라마틱한데?”
그 말에, 산적들 뒤편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한 남자가 움찔 놀랐다.
살리넬르와 시선이 마주친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마법사. 살리넬르라고 했던가?”
“그래. 반갑다. 칼츠.”
칼츠.
황제의 로열 나이트.
살리넬르는 이전 포럼 때, 그에게 떡이 되도록 얻어터진 수모를 잊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