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riter of the moon village RAW novel - Chapter (200)
달동네 천재 작가 200화 200. 놀이터 이야기
그로부터 몇 시간 전, 풀잎 유치원 간식 시간.
샌드위치를 먹던 달이가 찬빈의 접시를 가리키며 속닥였다.
“너 왜 상추 안 먹어?”
“당연히 맛 없서서 안 먹는거지. 너 일르지 마아.”
달이의 눈치를 한번, 저 뒤에서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체크하는 유치원 교사를 한번 본 찬빈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흥.”
달이는 뭔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일러.”
“…그, 근데 달이 너두 안 먹자나. 저번에 다 봤어···. 식빵 피자에 피망이랑 햄 샌드위치 상추 쫌 빼는 거.”
소심하고 시야가 좁은 찬빈이 대체 그걸 어떻게 알았지 싶은 표정도 잠시, 달이의 표정이 아까처럼 의기양양하게 변했다.
“응, 근데 상관없써. 나는 이제 먹을거라서 말야.”
“…그게 무슨 소리야?”
찬빈이 갸웃거리자, 달이가 상추가 든 샌드위치를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어찌나 크게 베어물었는지 콧잔등이 찡그려질 정도였다. 상추가 든 부분을 야무지게 씹어 꿀꺽 넘긴 달이가 흐흐 웃었다.
“나눈 이제 언니니까.”
“너가 왜 언니야? 동생 없자나.”
“있어, 어제 생겼어.”
달이가 속닥이자, 찬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 거짓말 치지 마. 전전날에는 없었는데 어떻게 어제 갑자기 생겨!”
“아냐. 진짜라구.”
“또 거짓말이자나. 나 이제 안 믿어.”
“…”
평소에도 자신 말이라면 철썩 믿는 찬빈을 자주 놀려먹었던 달이 인지라, 이번의 것은 진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억울한 표정의 달이가 최후의 수단을 내민 것은 그래서였다.
“우리집에 진짜 이써. 놀러와. 그럼 될 거 아냐!”
“갔는데 없스면 나 너랑 이야기 안 할꼬야···.”
“이따 폰 받으면 사진 보여주면 될 꺼 아냐!”
그렇게, 하원 즈음에 폰을 받은 달이가 버스에 올라타며 찬빈의 눈 앞에 사진을 마구 흔들어대게 된 것이었다.
“자! 봐, 여기 내 동생!”
“고양이···?! 고양이가 왜 니 동생이야아?”
“우리 옵빠가 가족처럼 아껴야 한다구 해써. 그러니까 내 동생이지~.”
“!”
그 말은 또 알아 들었다는 듯, 찬빈의 눈이 빛난다.
“근데에, 엄청 귀엽다. 털이 주황색이야.”
“털이 치즈 색깔이지! 완전 기엽지!”
“이름 이써?”
“이름은 아직 안 정해써.”
동생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달이가 찬빈에게 속닥였다.
“너 보러올랭?”
“그래도 돼?!”
“엄마한테 여쭤봐.”
“그럴까?! 너 저나 빌려죠 그럼. 이따 엄마한테 델러 오라고 하게.”
저번에 달이의 생일파티에도 함께 했을 뿐더러, 달이와 친한 것을 찬빈의 엄마도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슨 이야기 해? 너네.”
그때, 달이와 찬빈의 뒤에서 가만히 있던 예준이 제 정체를 드러냈다.
“-!!!”
“언제 와써?!”
예준이 찌릿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언제 왔는지보다, 너네 왜 나 빼고 고양이 이야기 하냐?”
“…그럼 예주니도 같이 가면 되는거지!”
“예주니 아니라고. 너보다 한 살 많다고.”
가볍게 예준의 말을 모르는 척 한 달이가 한 걸음 물러서서 예준과 찬빈을 동시에 바라보고 말했다.
“그럼 둘 다 보러 오면 되는 거 아냐?!”
“뭐?”
뭐가 문제냐는 듯이 해맑게 말하는 달이다.
“오늘 히찬 오빠가, 우리 둘째 오빠가 데리러 온단 말야! 가치 들어가자구 하면 될 걸?!”
아무래도 같은 유치원생들인지라, 달이의 말에 혹해버린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신나서 마구 끄덕인다.
***
한편, 출판사 [루나북스>.
류혜은이 모니터 앞에 앉아 메일들을 차례대로 확인하고 있었다.
“우음.”
그녀는 베어문 샌드위치에서 튀어나온 양배추가 떨어질까 턱 밑에 손을 가져다대며 급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그녀 말고도 다른 팀원들 모두 그런 식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최근 유새벽의 책이 해외로 출판됨에 따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아, 나리타 공항이랑 하네다 공항 [달>을 이전의 두배 물량으로요?
-네, 네 알겠습니다!
-협력 출판사에서 [밴드앤드노블>이랑 [북커트리지>에 배송 시작했다고 합니다.
-몇부요?
-각 50만부씩 입니다!
-이야, 역시 사람이 많으니까 스케일이 커지는구만.
미국과 일본의 서점 여러군데에 순차적으로 퍼뜨린 물량이 제대로 재고화 되었는지에 대해 실시간 확인은 물론이고. 판매 추이를 포함해 광고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와삭-!
샌드위치의 마지막 조각을 털어넣은 류혜은의 볼이 씰룩거렸다.
와중에도 시선은 계속해서 모니터에 가 있다.
[제목 : 잡지 [문학계(文學界)> 담당자입니다.] [루나북스께서 보내신 유새벽 작가님의 인상깊은 서면 인터뷰 전달받았습니다. 검수한 후에 진행사항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동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라며, 감사한 마음 보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문학계>에도 한국어에 능한 편집자가 있었기 때문에, 다소 어색했지만 충분히 부드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어쨌든 무사히 통과 되었다니 다행이네······.’
류혜은이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는구나.’
언급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유새벽은 외국에서도 먹히는 이름을 가지고 될 것이고 외국에서도 언급되는 작가가 될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제 이 인터뷰들은 번역되어 일본 문학 잡지인 [문학계>에 걸릴 것이며, 일본의 추리소설 매니아들은 유새벽의 책들에 더 눈길을 줄 것이다.
‘그럼 100만부는 우습겠지.’
한국보다 인구수가 많은 나라는 팔리는 속도도 빠르기 때문에, 100만부 달성이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생각보다 책 팔리는 속도도 느리고 인구도 적은 한국은 100만부 달성이 아무 책이나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 작가님은 다르긴 해.’
현재 책이 나온지 약 한달이 조금 지났을 시점.
팬들과 독자들의 계속된 유입으로 [시작상행선>은 100만부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이는 [달>의 100만부 돌파보다 서너배는 더 빠른 시기다.
‘그렇다면, 나중에는···.’
왜 나중이냐고? 그야 류혜은은 지금이 유새벽의 전성기일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다음 작품이-. 그리고 다다음 작품이 더욱 더 크게 성공할 것이라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는 나온지 일주일. 더 더 나중에는 나온지 단 며칠만에 한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할 작가가 되는 거지.’
지금도 유새벽 때문에 출판사 직원들이 바쁘긴 하다만, 덕분에 바쁘게 일하며 ‘진짜 출판사에서 일하는 기분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류혜은은 다른 메일들을 몇가지 더 점검하며 -대부분은 새벽의 방송 출연이나 강연, 사인회 요청과 관련된 것들이었기에 보류하는 답을 보냈다- 일을 마무리했다.
‘그러고보니, 곧 작가님 생일이라고 했지.’
류혜은은 아린 덕분에 생각보다 많은 일들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사적인 영역에서 꽤 새벽과 할 말이 많은 황 대표와 다르게, 류혜은 편집장은 공적인 부분에서 새벽과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많아 그러한 아린의 선택은 꽤 현명한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롤링페이퍼를 한다고 했던가.’
아린이도 몇자 썼다고 집에 와서 이야기하더니, 그쪽 사남매끼리는 또 아주 즐거운 일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곰곰이 생각하던 류혜은이 달력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알기로 유새벽 작가의 생일은 9월 20일.
‘될 것 같은데.’
류혜은이 날짜를 가늠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달력의 날짜를 짚었다.
‘15일, 16일, 17일···. 18, 그리고 19일···.’
그녀가 이내 개운한 미소를 지었다.
현재 90만부. 9월 20일에 맞춰 100만부를 넘길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게 된다면,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생일선물이 아닐까.’
물론 팬들과 독자들이 거의 다 책을 구입한 부분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아직 유새벽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으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기필코 9월 안으로, 아니 20일에 맞춰서 100만부를 넘긴다.’
이번에 100만부를 넘겨야, 일종의 허들을 넘어 한단계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 구실로 유 작가의 집으로 생일 선물도 보내고 말이다.
***
다시 놀이터.
정글짐의 낮은 부분에 올라가 매달려 있던 예준이 희찬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형, 형 죽어써요!”
“내가 왜 죽어.”
평소에는 예준과 티격태격하기만 하던 찬빈이 놀이할 때만큼은 착실히 거든다.
“그 별 부분 밝으면 죽어요. 우리끼리는 아까 다 설명 했는데.”
희찬이 발을 떼자, 놀이터 고무 바닥에 그려진 별 무늬가 드러났다.
저들끼리 만든 어떤 규칙인 것 같아 희찬이 잠자코 두 손을 들어 항복 표시를 만들었다.
“꽥.”
그래!
생각해보면 이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차라리 죽으면 좋지. 깍두기가 될 수 있잖아.’
같이 놀아주는 것도 슬슬 힘 빠지던 찰나였다. 이 괴상한 놀이에 장단 맞춰 주는 것보다야 아이들 사이에서 관전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러나 두 손을 휘휘 저으며 시소에 가서 앉는 희찬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달이가 고개를 홱홱 저었다.
“아냐! 부활이야! 오빠한테 아까 설명 안 했자나.”
“…오빠 그냥 죽으면 안 될까?”
달이가 못 들을 말이라도 들었다는 듯 바락 소리를 쳤다.
“아냐!! 그런 거 없서! 새벽 오빠 올때까지 무한 부활이야!!!”
가을에 접어들게 되었기 때문일까.
5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각부터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해 때문에 그림자가 길어져 놀이터 바닥에 기울어진다.
그 기울어진 짧은 그림자들 사이로, 새벽의 그림자인 긴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옵빠다!!!”
“!”
새벽이 고양이 캐리어를 들고 놀이터 입구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희찬이 구세주라도 발견한 듯한 표정과 함께 털썩 시소에 주저앉자, 고양이가 끼융 하는 소리를 낸다.
-끼유, 뀽, 끼융.
낯선 사람들이 당황스러운지 캐리어 한쪽으로 몸을 웅크려 피하고 있다.
고양이 소리를 들은 찬빈과 예준이 후다닥 정글짐에서 내려와 새벽에게 달려간다.
“냥냥이다! 진짜 냐옹이에요?!”
“얘가 진짜 달이 동생이에요?”
달이만한 아이들 두명이 달려들었기 때문일까.
새벽은 평소와 다르게 인자한 표정이 되어 아이들을 둘러보며 대답한다.
“그래. 귀엽지? 대신 고양이가 놀라니까 너무 얼굴 들이밀지 마. 집 가서 보여줄게.”
“네에!!”
“뭐 좋아해? 형이 요리도 해줄게.”
원래도 큰 키지만 아이들 앞에 섰을 때 더 커보여서 그런가, 새벽이 멋지기도 하고 친절하기도 해 예준과 찬빈이 앞 다투어 주장을 밝힌다.
“저, 저는 하이라이스요! 단무지도 조아해요!”
“…저는 아무거나 잘 먹어요!”
이때다 싶어 달이도 합세한다.
“옵빠, 나 용가리도 먹구 싶어! 놀이터에서 노니까 배고파.”
“알았어. 다 해 줄게. 대신 너희 들어가서 손 씻고 고양… 달이 동생도 친절하게 놀아줘야 한다. 알았지?”
“네에!”
대답하는 아이들 사이로, 새벽의 눈에 희찬이 들어온다.
손을 휘휘 젓는 희찬이가 자신은 뒤따라갈테니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들어가라는 듯 지친 얼굴이다.
“…”
이에 새벽이 성큼성큼 다가가 희찬의 어깨를 확 끌어당긴다.
“?!”
“같이 들어가, 혼자 축 쳐져서 그래?”
“애들 놀아주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지.”
“너도 이제 형 노릇 한다 이거야? 애들 엄청 재미있어 보이던데.”
멀리서 걸어오면서 다 봤다.
희찬이 귀찮아하면서도 성섬성의껏 아이들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것을 말이다.
“뭐. 나도 내년에 중학생이잖아, 형.”
“이거. 아주 그냥 고등학생 되면 어른인척 술도 먹겠다 너?”
“음. 형처럼?”
“! 무, 뭐. 아하하. 농담도 참···.”
새벽은 할말이 없어서 희찬의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까치집을 만들어 버린다.
저 멀리서 롤링페이퍼 미션을 클리어 하고 오던 나라도 아이들 무리와 희찬, 새벽을 보고 손을 흔들며 다가간다.
“오, 다 같이 들어가는거야?! 같이 가!”
***
지금은 없는 과거.
창백하고 거칠거칠한 얼굴을 한 희찬이 주머니에 손을 꽂고 놀이터 벤치 아무곳에나 털썩 앉는다.
[누나] : [희찬아] [누나] : [이번 주도 안 올거야?] [누나] : [달이도 너 진짜 보고 싶대. 연락 좀 받아봐, 너 연락 안되는 거 싫어하면서 왜 네가 그러는건데]희찬이 코 밑을 한번 쓸어본다. 손가락이 자판 위에 머물다가 다시 주머니로 향한다. 와중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희찬의 귀를 울린다.
“야! 너 별모양 밟으면 죽어!”
“아웃!”
한 아이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부활 없어?!”
“그런 거 없어! 너 죽었어!”
아이들의 말을 잠자코 듣던 희찬이 놀이터 바닥에 일정한 간격으로 그려진 별 그림을 바라본다. 벤치가 있는 이곳까지 연결된 별 그림이 희찬의 조금 앞에서 끊긴다.
“…아웃.”
희찬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발을 치우니 딱 별 모양의 무늬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희찬에게 아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전부 사라지고 놀이터가 깜깜해질때까지 희찬을 부르는 이는 없었다.
희찬은 부스스 일어나 집으로 걸어갔다. 오랫동안 앉아서 해가 지는 것을 봤기에 손발이 차갑고 허리가 아팠다.
[유희찬] : [답 늦어서 미안. 이번 주말에 갈ㄱ]너무 외로워서, 누나에게 답을 한번 해보려다가 이내 모두 지워버리고 다시 집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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