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writer of the moon village RAW novel - Chapter (201)
달동네 천재 작가 201화
201. 이제 구회동으로 돌아갈 시간이죠
집 안으로 들어오자, 본격적으로 ‘달이 동생 구경’이 시작된다.
“완전 귀엽다.”
“우쭈쭈, 냥이 여기봐바.”
“일루 와. 나한테 와.”
배놔라 감놔라.
혼잡한 요구에 당황한 아기 고양이가 작은 발로 우다다 뒷걸음질 쳐 커튼 밑으로 숨어버린다.
-끼융, 끼융···.
고양이인지 병아리인지 모를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녀석이다.
하지만 그 소리에도 굴하지 않는 아이들이다.
굴하지 않는다···. 라기보단 귀여움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거겠지만.
“냥이! 나 봐바.”
“냥이 여기 보자, 일루 와.”
“아니 나 봐바. 쟤 말고 나 봐. 아이 착하다.”
달이가 조심스레 커튼을 걷자 동공이 커져 오들오들 떠는 럭키가 보인다.
새벽은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 아이들 뒤로 다가가 말을 걸었다.
“얘들아~.”
이때다 싶었는지 럭키가 장식장 밑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궁뎅이 부분이 걸려서 당황한 채 몸을 비틀다가 쏙 들어가 자취를 감추는 것이 아주 귀엽다.
“어? 숨었다···.”
“오빠! 얘 도망갔자나.”
“고양이 꺼내주면 안돼요?”
“음···.”
새벽이 슬쩍 웃으며 고개를 젓자, 아이들이 실망한다.
그러나 실망도 잠시. 아이들이 바닥에 볼을 대고 납작 엎드려 장식장 밑을 살핀다.
‘어우. 애들이라 그런가 집착이 엄청나네.’
결국 아이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새벽도 함께 쭈그려 앉는다.
엊그제 달이가 만질때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들이 두명이나 추가되다 보니까 혼란스러움이 큰 것 같았다.
“고양이한테 시간을 좀 주는 건 어떨까? 쟤가 소심해보여도 호기심이 많거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 그럼 안 나온다는 말이에요?!”
“아, 음. 그런 뜻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
와중 달이가 제 친구들에게 새벽의 말뜻을 해독해준다.
“아니, 지금은 무서워서 들어갔찌만 나중엔 궁금해서 나온다구.”
“!”
“맞찌? 오빠가 말한거. 이 뜻이지?”
역시 완벽한 해독이다.
“달이 최고. 완벽한 해석이었어.”
새벽이 무릎을 짚고 일어난다.
그럴 줄 알고, 너희들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것들을 이미 준비해뒀지.
새벽은 부엌 쪽에서 식어가고 있는 하이라이스를 확인하고 나라와 희찬에게 찡긋했다.
“얘들아. 고양이는 잠시 쉬게 두고, 자. 맛있는 냄새 안나?”
아이들이 킁킁거린다. 나라가 띵- 하고 소리난 에어프라이 오븐의 뚜껑을 열자, 연기가 피어오르며 고소하고 바삭한 용가리 냄새가 퍼져나온다.
가장 먼저 냄새를 알아차린 것은 달이다.
“용가리 냄새다!”
희찬이 하이라이스 냄비 뚜껑을 열자 예준과 찬빈도 벌떡 일어난다.
“이건 하이라이스 냄새다!”
“와, 냄새 끝내준다아!”
부엌으로 걸어가 에어프라이기에서 용가리들을 꺼내온 새벽이 키친타올 위에 후두둑 공룡들을 쏟았다.
“앗.”
그때 바닥으로 툭 떨어진 용가리 조각 하나.
주우려 허리를 숙이는데, 뭔가가 우다다 달려온다.
바로 장식장 밑에서 튀어나와 솜방망이 발로 열심히 달려가는 럭키였다.
“!!!”
아이들과 새벽, 그리고 수저를 놓던 나라와 희찬이 놀라서 고양이를 바라본다.
아무리 작아도 맹수(?)의 피를 가지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걸까.
럭키가 빠르게 먹잇감-용가리-을 낚아채 거실 구석으로 가더니 요상한 소리를 낸다.
-우앙! 냥, 냚.냚.냚···.
콧잔등을 찡그려가며 와구와구 씹어버리는 모습에 잠시 일시정지했던 새벽이 이내 후다닥 달려간다.
-되도록이면 사람 음식에 익숙해지지 않는 게 좋아요.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요.
동물병원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럭키의 목덜미를 집어들자 대롱거릴 뿐 놓지 않는다.
“요 녀석. 럭키, 놔!”
-냚! 냚! 냚!···.
“아니, 아. 이 자식…”
새벽이 용가리를 들어올리자, 이번에는 용가리를 물고 놓지 않으려 대롱대롱.
그러고보니 용가리가 닭고기가 아닌가.
얼마나 맛있는 건지 인간으로 치면 추임새인 ‘냥냥’소리까지 내며 씹어먹는다.
빼앗기기 싫다는 듯 눈까지 촉촉해져서 아구에 힘을 꽉 주는 녀석이다.
-끼양.
끝내 용가리를 빼앗긴 럭키의 눈가가 촉촉하다.
쭈그려 앉아 지켜보던 달이와 예준, 그리고 찬빈이 입을 모아 럭키의 눈을 가리킨다.
“오빠 고양이가 울어!”
“어떡해요?!”
“용가리를 뺏겨서 슬픈가?”
희찬이 고개를 젓는다.
“아니. 고양이들은 눈과 코, 그리고 입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래. 침샘이 분비될때 눈물샘도 같이 분비되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려워···.”
아이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나라가 부가 설명을 한다.
“응, 한마디로 맛있어서 감동한거야.”
“오! 고양이도 감동하는구나!”
“내 동생 감동했다! 헤헤.”
새로운 사실을 안 유치원생들이 신기해하자, 럭키도 입맛을 쩝쩝 다신다.
이내 새벽이 밥그릇에 쏟아준 사료를 야무지게 비운다.
***
식사가 끝나고 새벽은 예준과 찬빈, 그리고 달이에게 츄르를 나눠먹이도록 실시했다.
-나, 나도!
-나도 해볼래!!!
-기엽다···.
럭키는 마르고 영양이 부족한 상태기 때문에, 당분간 식사양을 늘려서 살을 조금 찌워도 된다는 소견이 있어서 이쪽도 마음 놓고 구경했다.
츄르 하나로 아이들과 친해진 럭키는 제 몸을 몇번 쓰다듬도록 두다가, 통통해진 배로 새벽에게 구조요청을 했다.
-끼융.
가장 듬직한 사람이라 판단한 새벽의 품에 몸을 딱 붙이고 눈을 가늘게 뜨는 이 징조는, 이만 쉬고 싶다는 징조였다.
‘럭키가 그러자마자 찬빈이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고, 그 다음 예준이도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셨었지.’
재미있게 놀긴 했는지, 아쉬워하며 인사한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이 새벽의 머릿속에 기분좋은 잔상을 남긴다.
다음에 또 놀러오라고 손을 흔들어주니 아쉬움을 덜어낸 표정들이 아주 귀여웠다.
“드디어 다들 갔네.”
“그러게.”
베란다로 보이는 신회동 전체에 어둑어둑함이 깔려 있다. 손님들이 가니 럭키도 소파 위로 올라와 주위를 탐색하듯 두리번거리고 있다.
한숨 돌린 나라와 희찬, 그리고 달이가 소파에 앉자 럭키가 아이들의 무릎을 밟고 새벽의 품으로 향한다.
“근데 오빠.”
“응?”
“럭키라고 했지, 아까?”
나라가 럭키의 부숭부숭한 정수리를 톡톡 건드리자, 럭키가 할짝거리며 손을 핥아준다.
“아, 아까 동물병원 갔다가 임시로 지었거든.”
“다 같이 짓기로 했으면서~.”
“어쩌다보니까···.”
나라가 새벽을 쿡 찌르다가, 이내 인정한다.
“근데 이름 잘 지은 것 같아. 석현 오빠랑 세트같아.”
“그치! 내가 그걸 의도한 건데.”
역시 알아보는구만.
새벽과 나라가 마주보고 킥킥대자 럭키가 가운데에서 냐옹거린다.
“지 이름 말하는지 아는 건가봐.”
“내 동생 똑똑하다. 아이 이뻐.”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다음 날.
새벽이 유치원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자, 그것을 지켜보던 엄마들이 잠시 새벽을 지켜보다가 묻는다.
“새벽 씨, 왜 요즘은 하원할 때 안 보여요?”
“아.”
“변했어, 예전에는 매일 달이 데리러 오더니. 무슨 일 있어요?”
“여자친구라도 생겼나?”
“아니, 자기들 몰라? 새벽 씨 유명 작가인거? 요즘 책 엄청 잘 팔려. 우리 남편도 새벽씨 책 읽던데.”
“아, 그래서 그런가? 미안해요.”
안 그래도 아까부터 할말있는 표정들이길래 무슨 말을 하려나 싶었더니.
엄마들의 눈에는 또 그렇게 보일 수 있겠다.
“제가 바쁜 것도 맞긴 하지만, 동생들이 달이 하원을 시키고 싶다고 해서요. 아, 참고로 제가 시킨 거 아니고 자진해서 한 겁니다?”
새벽의 농담에 그들 사이에 웃음이 터진다.
“그렇게 보여요. 달이도 좋아하는 것 같고.”
“애들이 어쩜 그렇게 다들 착해요?”
“진짜요. 학교 끝나고 바로 유치원 다니는 동생 데리러 오는 게 쉽지가 않을텐데.”
엄마들까지 칭찬하는 걸 보면, 생각보다 하원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누구 동생들인데 아주 똘똘하게 잘 하지.’
마음 속으로 생각한 새벽이 올라간 어깨를 슬슬 내리던 그때, 엄마들 중 하나가 묻는다.
“그런데 오늘 어디 가요?”
“맞아. 평소엔 체육복 차림이더니 오늘은 완전 데이트 복장이네.”
그놈의 데이트.
할말이 없어진 새벽이 허허 웃는다.
“그것 뿐인가? 어쩔 땐 앞치마 두르고 나오고, 어쩔 땐 달이 얼굴 닦은 수건 들고 나오고 그러더니~.”
그런 건 좀 잊어주지 진짜, 이 사람들이.
귀가 빨개진 새벽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손을 휘휘 내젓는다.
“아아~ 다 틀리셨어요. 오늘 회사 가서 그래요.”
“회사요?”
평소에 하도 정신없어서 꾀죄죄하게 갈 때가 많다보니, 그저 평범한 남방에 청바지로도 시선을 살 수가 있구나 싶다.
“본업이요. 출판사 가요, 출판사. 저 작가잖아요.”
이만 가보겠다 인사한 새벽이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출발하면, 약속한 시간까지 유토피아에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
잠시 후 [유토피아> 앞.
점심시간에 방문해서일까? 직원들이 복작이며 점심시간의 시작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기도 많이 커졌네.’
작년에 처음 왔을때는 중소기업 이미지가 강했는데. 지금은 사람도 더 뽑고 사무실 확장도 했다더니 번듯해보인다.
심심함에 몸을 흔들며 기웃거리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른다.
“저, 혹시.”
“?”
모르는 사람인데.
새벽이 한쪽 눈썹을 올리자 눈이 마주친 사람이 속닥인다.
“구, 구회동 작가님 맞죠?!”
“아 네. 맞아요.”
순간 새벽은 자신이 유토피아에서는 꽤 유명인사라는 것을 상기할 수 있었다.
“오늘 오신다더니 진짜였네요. 제가 문 팀장님 불러드릴까요?”
“그래주실래요?”
마구 끄덕이더니 사라진 직원이다.
새벽이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하고 직원이 사라진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린다.
-제가 문 팀장님 불러드릴까요?
팀장···이라고?
새벽의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뭐야. 승진한거야?’
나름 자신의 PD라고, 이런 소식이 들려오니 반갑다.
“구회동이라고?”
“아 왜. 황 대표님이 구 작가, 구 작가 하는 그 작가 있잖아.”
“아···! 구회동!”
“유새벽 작가라고?”
그래도 앞에 있는데 다들 목소리가 너무 큰 거 아닙니까.
이 덩치로는 어디 숨을 수도 없어 주위의 시선을 조금 견디며 서 있는데, 구세주가 등장한다.
“…구 작가님?”
차분한 목소리. 이 목소리는 틀림없이 문 피디의 것이다.
반가움에 벽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킨 새벽이 흠칫한다.
“구 작가!!! 좀 일찍 왔네요?”
황 대표와,
“작가님! 완전 오랜만이에요!”
이름, 이름 뭐였지.
아. 한수정 피디와,
“하이고 얼굴 까먹을 뻔 했습니다, 진짜.”
이용재 팀장까지 자신을 맞이하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표정은 전부 오랜 친구를 본 것처럼 반가움에 물들어 있었다.
“아,”
그래서일까. 구회동의 얼굴도 같은 감정으로 물든다.
“완전 오랜만이네요.”
확실히, 유토피아에 오랜만에 오긴 했다.
***
오늘 새벽이 [유토피아>에 오겠다고 한 이유는, 다음 작품을 계약하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오늘 많이 드세요. 밥차도 그렇고, 제가 살게요.”
우선 황 대표의 밥차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음식점에 도착해 음식이 나올때까지 한사코 ‘됐다’며 거절하려던 황 대표도, 새벽이 끈질기게 보답하려 하자 이내 포기하고 식사를 즐기기 시작했다.
“참. 계산가지고 실랑이 하려니까 할 말을 못 했네. 구 작가, 잘 지냈어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작가님 안 뵌지가 좀 오래된 것 같아서.”
이용재 팀장이 황 대표의 말을 받아치며 궁금한 기색을 표했다.
“그러네요. 사인회 때 뵌 게 마지막이고. 회사 찾아간 건 그것보다 더 오래전이고. 전 잘 지냈어요. 여름 내내 놀러다니랴 달이 뒷바라지 하랴···.”
새벽이 무심코 팔을 걷어올리자, 까무잡잡해진 팔을 발견한 문 피디가 씩 웃으며 답했다.
“동생분들은 잘 지내요? 달이 엔스타그램 보니까 드라마 촬영도 열심히 하고 있던데. 작가님도 덩달아 바쁘셨겠어요.”
“바빴죠. 그래도 신작 뭐 쓸지는 다 정했어요.”
신작.
구회동의 신작.
그 말에 모두가 먹던 것을 멈추고 새벽을 바라보았다.
기다려주어서 고맙다는 듯, 새벽이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구회동으로 돌아갈 시간이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