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
의선명가 천재막내 2화(2/138)
제2화
위지천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그의 방 모습도.
장원의 전경도.
익숙한 얼굴들도.
정말 과거로 돌아온 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정말 천지신명이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준 걸까?
중요한 건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거다.
가문의 모두를 지킬!
‘상황을 정리해보자.’
그는 서탁에 앉아 종이를 펼쳤다.
‘의견례가 코앞이면 지금 내 나이가 열다섯이란 뜻. 빠듯해. 조금만 더 이른 시간으로 돌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다행인 건, 백선의가가 본격적으로 마수를 뻗칠 때까지는 조금이나마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길지는 않았다.
‘대충 이삼 년 정도 시간 여유가 있는 셈이야.’
그는 붓을 들어 ‘백(白)’이란 글자를 썼다.
백선의가.
당대 천하오대의가 중 한 곳.
앞으로 의선의가가 겪게 되는 모든 끔찍한 악몽은 백선의가가 뒤에서 손을 쓴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행인 건 백선의가도 명문 의가로서 체면이 있으니 직접 대놓고 움직이지는 못한다는 거야. 뒤에서 다른 이들을 사주할 뿐.’
물론,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거듭된 핍박에도 의선의가가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티자, 백선의가는 방책을 바꾼다.
더욱 교활하고, 더럽고 추잡한 방식으로.
-네가 위지천이냐? 하하, 날 백부라 불러도 좋다.
그 뱀 같던 음성을 떠올리며, 위지천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돌아오기 전, 백선의가를 향한 복수는 끝마친 다음이었지만, 다시 살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백선의가만 문제가 아니야. 진정한 배후들은 따로 있어. 내가 모르는.’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하나였다.
배후 중 하나가 심검을 구현할 수 있는 천외천의 고수라는 것이다.
후보자는 딱 일곱 명이었다.
위지천은 종이에 무(武), 검(劍), 창(蒼), 천(天), 혈(血), 패(覇)란 글자를 각각 썼다.
각각 모두가 무림을 지배하던 절대적인 존재들이다.
이들 중에 배후가 있다.
‘모르겠군. 무황, 검선은 뒤에서 이런 일을 저지를 인물로 보이지 않았는데. 그나마 백선의가와 세가 연맹의 관계를 생각하면, 창왕이 가능성이 높은가?’
아니,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의선의가가 가진 보물, 의선기공, 아니, 천선신공(天仙神功)은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눈이 뒤집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무황이나 검선, 최악의 경우 백선의가가 사도맹이나 마교, 혈교와 손을 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야말로 강호 전체를 의심해야 하는 격.
하지만, 위지천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았다.
상대가 누구든 그가 지켜낼 테니까.
‘일단, 내가 먼저 강해져야 해. 가급적 빨리.’
아니, 위지천 혼자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최대한 가문의 힘을 키워야 해.’
그의 뇌리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천하제일의가(天下第一醫家).
누구도 감히 의선의가에 손을 댈 수 없게 가문을 강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때, 방 밖에서 기척이 느껴졌고, 위지천은 급히 붓을 움직여 종이에 썼던 내용을 남들이 볼 수 없게 덧칠했다.
“들어가도 되느냐?”
“네, 형님.”
형, 위지강의 얼굴을 보자 다시 울컥 가슴이 흔들려, 위지천은 이를 앙다물었다.
하지만, 위지강은 그런 위지천의 속마음도 모르고, 까칠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뭐 하고 있었던 거냐? 낙서? 도대체 네놈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냐?!”
버럭 호통을 들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도리어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리웠다.
저 꾸짖음이.
저 퉁명스러운 음성 밑에 동생을 염려하는 마음이 가득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물론, 그 당시 나는 형님의 속마음을 몰라서, 많이 원망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야 형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지.’
“의술을 공부하는 서탁에서 낙서라니. 도대체 네놈은 언제나 정신을 차릴 건지, 아버님이 너 때문에… 어쩌구저쩌구.”
“…….”
“제자들이 널 보면서 뭐라고 수군거리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어쩌구저쩌구.”
정겹게 형의 잔소리를 듣던 위지천의 얼굴이 어정쩡하게 변했다.
잔소리가 끝날 기미가 없었던 거다.
저 잔소리가 그리웠던 것 맞는데, 생각해보니, 과거가 조금 미화된 면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사랑합니다, 형님.’
좋았다.
이 모든 게.
반드시 지키고 마리라.
* * *
위지강이 온 건, 아버지의 부름 때문이었다.
“의견례 이야기를 하려고 보자고 했다. 천이, 네가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은데, 의견례를 다음으로 미루는 건 어떠냐?”
아버지가 염려 가득한 눈빛으로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제가 의견례에 부담을 느꼈다고요?”
“갑자기 사랑한다느니, 부담감에 이상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
“방금 전에도 제 꾸지람을 들으면서 실실 웃었습니다.”
“쯧.”
“…….”
위지천은 재회의 벅참을 이기지 못한 감격의 표현이었는데, 가족들에게는 ‘얘가 왜 이래? 어디 머리가 아픈가?’로만 보였던 것 같다.
‘…이거 흑역사로 박제되는 것 아니야? 아버지 성격이라면 십 년은 놀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버지, 의선의가의 가주 위지선.
모든 게 완벽하고 존경스러운 분이지만, 딱 하나 단점이 있었다.
은근히 성격이 짓궂었다!
위기감에 화제를 돌리기 위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의견례는 예정대로 치르겠습니다.”
“흐음, 하지만? 무리할 것 없단다. 물론, 우리 의선의가의 역사상 의견례를 미룬 전례가 없긴 하지만, 전례야 만들면 그만 아니겠냐? 솔직히 열다섯에 무조건 의견례를 치러야 한다는 것도 악습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십시오, 아버지. 저놈이 의견례를 미루는 것보다는 떨어지는 게 더 큰 일이라고. 의견례조차 통과 못 한 의가의 핏줄이라니. 문하 제자들이 네놈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쯧.”
그러니까.
다들 위지천을 걱정하고 있었다.
‘형님도 뾰족하게 말하지만, 결국 내가 가문에서 완전히 입지를 잃을까 걱정하는 거겠지. 안 그래도 제자들 중 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상아 누님의 저 쯧은… 걱정의 쯧일 거고.’
위지천은 가슴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아직 의견례까지 삼 개월이나 남지 않았습니까?”
“이 아비는 솔직히 삼 개월이 아니라, 삼 년 정도 네 의견례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다만.”
“삼 년도 부족하다고 솔직히 말씀하십시오, 아버지.”
“쯧.”
다들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가족들이 저러는 것도 당연했다.
이 당시 위지천의 의술 지식수준은 형편없기 그지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도 크게 나아지진 않지만. 오죽하면 날 의치(醫癡)라고 부르던 이가 있었을까?’
흉마가 되고 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복수에 미쳤을 뿐, 의술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마냥 이전처럼 한심한 못난이라는 건 아니다.
위지천은 극마를 넘어 탈마에 반보 걸쳤던 절대의 고수였다.
따라서 의술의 기본이 되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 인체의 기경(奇經), 혈맥(血脈) 등에 대해서는 어떤 의원보다도, 심지어 의선의가의 가주인 아버지보다도 정통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술(醫術)’에 관해서는 과거 어린 시절보다 나아진 게 없긴 했다.
‘…아니, 지금에 와서는 어린 시절 공부했던 내용도 가물가물해. 애초에 머릿속에 든 게 별로 없었으니까.’
위지천은 잠시 침묵했다.
삼 개월 후 정말 의견례 통과가 가능한지 걱정이 되었던 거다.
이대로라면 무조건 낙방이다!
‘아니야. 무조건 통과해야 해. 그래야 천선신공을 제대로 연마할 수 있어.’
천선신공.
모든 재앙의 원인.
과거 위지천은 천선신공을 혈선마공(血仙魔功)으로 바꾸어 익혔다.
무공을 제대로 익힌 적도 없었던 그를 이십 년 만에 탈마를 바라보는 고수가 되게 했으니, 혈선마공의 대단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나, 이번에는 혈선마공이 아닌, 제대로 천선신공을 익힐 생각이었다.
‘혈선마공은 편법일 뿐이야. 탈마, 그러니까 완벽한 현경의 경지에 이르려면 혈선마공으로는 안 돼.’
단, 천선신공은 원래 의공(醫功)이 기반이 되는 무공.
천선신공의 극의를 깨닫고자 하면 환자를 돌보는 경험이 수련 과정에 필요하고, 의견례를 통과해 견습 의생이 되지 못하면 환자를 볼 수가 없다.
어떻게 가족들을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천아, 정말 의견례를 치르고 싶으냐?”
“아버지, 설마?”
형, 위지강이 아버지를 보았다.
착한 아버지는 위지천이 고집을 부리자 마음이 약해진 눈치였다.
“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냐? 석 달 동안 저잣거리에 나가지 말고, 하루에 무조건 두 시진(4시간) 이상씩 공부하는 데 성공하면 의견례를 치를 수 있게 해주마.”
“석 달 동안… 두 시진 이상씩 공부요?”
“끄응, 조건이 너무 어려운가? 휴식도 필요할 테니, 칠 주야에 하루… 아니, 이틀까지 노는 걸 허락해주마!!”
위지천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나라는 놈. 얼마나 한심한 못난이였으면, 저런 조건을 어려운 조건이라고 거는 거야?’
더 황당한 건, 형과 누이도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하루에 두 시진 공부? 네놈이 해낼 수 있을 리가 없지, 흥! 하는 얼굴로.
‘이건 조금 오기가 생기는데.’
삼 개월?
혈선마공을 익힐 때 무려 십 년 동안 심산유곡 동굴에 틀어박혀 벽곡단만 먹으며 폐관 수련을 했던 위지천이다.
도리어.
‘고작 이런 일로 가족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겠지.’
실전 의술 지식은 부족하지만, 의술의 기본이 되는 인체(人體)와 우주(宇宙)의 섭리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정통한 위지천이다.
과거와 다르리라.
위지천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삼 개월 뒤, 기대하고 있으십시오. 모두를 놀라게 해드릴 테니까요. 반드시.”
그런 위지천의 결연한 모습에 가족들은 ‘얘가 또 왜 이래?’라는 듯이 서로를 잠시 바라봤고.
아버지는 크흠 헛기침을 하더니 이런 말을 꺼냈다.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그런데, 천아. 오늘 뭐 잊은 것 없느냐?”
“네?”
“사랑한다는 말 까먹은 것 같은데?”
“…….”
그렇게 위지천은 삼 개월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간 동안 의술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힘을 되찾을 것이다.
* * *
하남성.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이 위치한 곳이다.
단, 그렇다고 하남 전체가 소림의 영역인 건 아니었다.
하남성은 무척이나 넓었고, 애초에 소림은 세속의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소림이 있는 숭산 근처면 모를까, 그 밖의 곳은 여러 군소 방파가 난립하고 있었다.
의선의가가 자리한 남양(南陽)도 마찬가지였다.
“의선의가를 손봐달라고?”
남양의 흑도 문파 흑귀문의 문주 장삼이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마주 바라보았다.
상대는 놀랍게도 의원들이 입는 의복을 입고 있었다.
“네, 의선의가는 정당한 금품을 받지 않고 가난한 이들에게 무료로 치료를 베푸는 등, 의업계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는바, 대협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