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0)
의선명가 천재막내 11화(11/138)
제11화
“바가지를 누가 쓸지는 모르겠다니, 무슨 말이냐?”
“아닙니다.”
위지천은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고, 위지무는 파악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쉬었다.
“정가의 열 배 이상은 요구할 거야. 그런 폭리를 어떻게 감당하며 구매한단 말이냐? 사면 다 손해인데! 오지랖 형님은 어쩔 수 없다며 그걸 또 그대로 구매하자고 하고. 망할, 나만 나쁜 놈이지!”
비싸게 약재를 산다고 진료비를 비싸게 청구할 수도 없다.
의선의가의 주 환자는 다 가난한 백성들이니까.
약재값이 비싸게 나오면 아예 치료를 받지 않을 거다.
그 탓에 설사 목숨을 잃게 되어도.
그러니 가주 위지선은 백성들을 위해 의선의가가 손해를 감수하자는 거고, 재정을 책임지는 총관 위지무와 충돌한 거다.
“누가 백성들 불쌍한지 모른단 말이냐? 하지만, 우리 손해는 누가 보전해 준다는 말이냐? 하! 지금도 가문에 딸린 빚을 생각할 때마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구먼!!”
“숙부의 말씀이 옳습니다.”
“응?”
“저도 숙부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여기서 누가 잘하고 못하고가 어디 있겠는가?
환자들의 가련함을 외면하지 못하는 위지선과 가문을 생각하는 위지무 모두 틀리지 않았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난 숙부의 입장이지. 얼굴도 모르는 백성들보다 가문이 더 중요하니까.’
이건 위지천이 제대로 된 의원이 아니기에 하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의가에서 태어났을 뿐, 그의 정체성은 의원이라고 하기는 거리가 있었으니까.
그에게는 가문과 가족들이 중요할 뿐이다.
만약, 불특정 다수와 가족들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가족들을 선택할 거다.
그게 수천수만을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이번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란 말이지.’
남중의가만 손보면 모두가 행복할 일이다.
“그것 아십니까? 제가 숙부를 존경한다는 것을요.”
“가, 갑자기?”
“화난 척하시지만, 이번에도 또 어떻게든 황련을 구해오실 작정 아닙니까?”
“…어떻게 알았느냐?”
“그게 제가 아는 숙부이니까요.”
위지무의 눈이 핑 빨개졌다.
열혈 총관 위지무.
험악한 인상과 다르게 감수성이 풍부해 감동에 약했다.
“아이, 왜 갑자기 왜 눈에 먼지가! 너, 이놈! 남양효협이라 불린다더니 정말 철들었구나.”
대충 밑밥이 깔린 듯이 보이자, 위지천이 본론을 꺼냈다.
“제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황련을 구할 수 있음은 물론, 큰돈까지 벌 방법이요.”
“무엇이냐?!”
“다만… 숙부께서 괜찮으실지… 조금.”
“무슨 말이냐?! 방법이 있다면 뭐든 해야지!”
“그렇죠? 제가 존경하는 숙부께서는 가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실 수 있는 분이니까.”
“그래, 내가 바로 선계집사(仙界執事) 위지무다!”
위지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지무의 귓가에 낮은 음성으로 속삭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위지무는,
“…너 미쳤느냐?”
“…역시 이 방법은 좀 그렇겠죠? 그냥 남중의가에 열 배 주고 구매하는 수밖에….”
“잠깐!!”
덥석!
위지무가 위지천의 손을 잡았다.
“…네가 말한 정보 확실하냐?”
위지천은 속으로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넘어온 거다.
‘이래서 제가 숙부를 좋아합니다.’
* * *
흑귀문 때와 다르게 이번엔 단순히 무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힘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위지천이 마음만 먹으면 밤중에 잠입해 남중의가 가주의 목을 따는 건 여반장이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다른 방법이 있었다.
‘다만, 이 방법을 쓰려면 숙부의 협조가 필요해.’
위지무라면 믿을 수 있었다.
“저, 정말 확실한 거냐? 이렇게 해도 되는 거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여기 장삼 대협도 보증하고 있지 않습니까?”
장삼이 썩은 표정으로 끌려와 장단을 맞춰주었다.
참고로, 장삼은 독약을 먹어 앞으로도 계속 위지천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위지무 대인을 뵙습니다. 장 모라고 합니다. 위지천 공자가 하신 말씀이 맞습니다.”
“정말 남중의가의 약방에 문제가 생겨 오목자(五木子)가 대량으로 훼손되었다고요?”
“네, 제가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소문이 전혀 퍼지지 않은….”
“소문이 퍼지면 약재값이 오를 테니 입단속한 게 아닐까요? 지금 계절에 오목자는 구하기 힘드니까요.”
위지천이 끼어들었다.
오목자는 위지천도 아는 약재였다.
영약의 재료가 되며, 귀한 약을 만들 때 감초처럼 들어가는 약재였다.
부자 환자들에게 내는 약에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봐도 되었다.
“우리 의선의가와 다르게 남중의가는 곽란을 치료할 때도 함께 오목자를 써요.”
“그러니까….”
위지무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가 한발 앞서 오목자를 사재기해 남중의가에 바가지를 씌우자고?”
엄두가 안 나는지 몇 번이나 거듭 묻는 위지무였다.
“네, 맞아요.”
“하지만…!”
“가문을 위하는 일인데 못 할 게 뭡니까? 가문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게 아니라, 사재기할 돈이…! 오목자는 비싼데!”
“누가 사업을 자기 돈으로 합니까? 빌리면 되죠. 여기 감사하게도 장삼 대협께서 연대 보증을 서주셔서 저리로 빌릴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장삼 대협!”
졸지에 부모 자식 간에도 서주지 않는다는 연대 보증까지 서게 된 장삼의 얼굴이 다시 썩어 들어가다가, 위지천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고 다급히 표정 관리를 하였다.
결국, 위지무는 결심을 굳혔다.
장삼이 소개해준 사채꾼에게 거액의 돈을 빌린 후 오목자를 싹쓸이하러 떠났다.
“…무슨 생각입니까? 왜 남중의가의 오목자가 훼손되었다는 거짓말을? 남중의가가 약재 관리를 허투루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거짓말이 아닌데?”
“네?”
“세상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인데 지금 잘 보관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혹시 알아? 하늘이 분노해 남중의가에 천벌이라도 내릴지?”
장삼이 질린 얼굴을 했다.
이 미친 괴물은 지금 남중의가의 약재 창고를 털 생각인 거다!
“하, 하지만, 아무리 공자라도 그런 짓은 불가능한?”
의가에서 약재 창고는 가장 엄중하게 관리되는 곳이다.
의선의가처럼 영세한 곳도 약재 창고는 따로 지키는 경비원이 있을 정도인데, 남중의가 정도 되는 곳의 약재 창고면 차라리 몰래 가주의 목을 따는 게 쉬울 거다.
“응?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괜히 문제 생기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면 누가? 혹시 저보고? 저, 저는 못 합니다! 연대 보증이면 됐지, 이 지옥에 떨어질 악마야! 차라리 날 죽여라!!”
“…….”
“…….”
“말 다 했어?”
“아, 아니, 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짜 무리입니다. 이런 뒷골목에서나 어깨에 힘주고 다니지, 저 허접 조무래기인 것 아시지 않습니까?”
“넌 남중의가에 한 방 먹이고 싶지 않아?”
돌연 위지천이 묻자 장삼이 이를 바득 갈았다.
말해 무엇 하겠는가?
장삼을 이런 끔찍한 악마의 노예로 만들었으니, 남중의가는 장삼의 원수나 다름없었다.
“너희 흑귀문이 해줄 일이 있어. 남양 거리에 남중의가에서 황련을 독점하고 있다고 소문을 퍼트려줘.”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래봤자 눈 하나 꿈쩍하지 않을 겁니다. 관아의 놈들도 뇌물을 잔뜩 먹어 남중의가의 편일 거고요.”
“그냥 소문만 퍼트려주면 돼.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 그리고 이거 받아.”
서책이었다.
먹물이 마른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게 새로 쓴 것 같았다.
“신(新)귀혼천공(鬼魂天功)?”
귀혼천공은 장삼의 독문 무공이다.
평생을 수련한 장삼이 고작 일류 끝에 도달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거창한 이름과 다르게 별 볼 일 없는 이류 무공이다.
그런데.
“!!”
안의 내용을 본 장삼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귀혼천공이 개량되어 있었다!
“이, 이, 이건?”
“대충 손봤어. 한번 익혀봐.”
“가, 감사합니다!”
대충이란 표현과 다르게 귀혼천공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무공으로 변해 있었다.
그야말로 ‘천공(天功)’이란 호칭에 걸맞게!
‘신공까지는 모자라도 최소 절학 정도는 되겠지.’
명문 대파의 무공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는 수준이란 뜻이었다.
이런 선물을 준 건, 장삼을 앞으로도 알차게 부려먹기 위해서였다.
‘원래 잠깐 쓰다가 폐기 처분하려고 했는데, 적당히 겁 많고 소심한 게 계속 부려먹기 좋을 것 같아.’
지금도 봐라.
위지천에게 당한 것도 잊고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인사했다.
“아아, 이런 기연이 제게.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충성 충성!”
장삼은 의욕이 충만하여 위지천이 시킨 일을 수행했다.
남양 거리 전역에 금방 소문이 퍼졌다.
-남중의가가 황련을 독점했다!
-곽란이 돌 텐데, 수많은 이가 남중의가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죽을 거다!
물론, 남중의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일반 백성은 남중의가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적당히 핑계만 대었다.
-중원 전역에 황련 품귀 현상이 있어서 서둘러 물건을 확보했을 뿐이다.
-정당한 가격만 지불한다면, 얼마든지 황련을 팔 테니, 독점이 아니다.
그런 작태에 백성들은 분노했지만, 뭐 어쩌겠는가?
비단 이번 일뿐이겠는가?
흉년이 들면 상인들이 쌀을 사재기해 수많은 백성이 굶어 죽고 노비로 팔려가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열흘 정도 후.
본격적으로 곽란이 돌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위지천이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평소 자주 다니던 남로가 아니었다.
남로와 북로 사이.
유별나게 더러운 거리에 거지들이 모여 있었다.
일반 거지들이 아니었다.
보란 듯 묶인 매듭.
개방이었다.
“이거 남양효협 아닌가? 누추한 곳에 의가의 도련님이 웬일이신가?”
말끔하게 차려입은 거지가 위지천에게 다가왔다.
다섯 개의 매듭.
이곳 거지 중 가장 높은 신분으로 보였다.
“개방의 의협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잠깐 따로 이야기 가능할까요?”
공손한 요청에 거지 사내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가?”
“남중의가의 일 때문에 왔어요.”
“이야기는 들었네. 애석하지만, 우리는 도와주지 못하네. 남중의가가 잘못했다고 해도 정도 무림인인 우리가 의가를 핍박할 수는 없어.”
“분타주님이 남중의가에서 뒷돈을 받아서가 아니고요?”
“!!”
거지의 안색이 변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 나 의걸(義乞) 홍개가 뒷돈을 받다니!”
분노한 반응.
실제로 그는 뒷돈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기이한 건 위지천의 반응이었다.
“어라, 이상하다. 받았을 텐데요?”
“…뭐라고?”
“뇌물. 분명히 받았을 텐데? 안 받았을 리가 없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