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01)
의선명가 천재막내 102화(102/138)
제102화
위지용. 아니, 흑랑 용호.
그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그의 기분은 늘 안 좋다. 매사가 불평불만이고, 짜증이 가득했다. 괜히 개차반인 게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스멀스멀 불쾌했다.
‘썩을.’
용호는 현재 흑귀문의 객원 문도였다.
계약 기간 이 년. 현재 일 년이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면, 별다른 건 없었다.
예전처럼 무공 수련을 하고, 주제 모르고 틈만 나면 기어오르려는 장삼 문주 놈의 기강을 잡고.
그게 전부다.
위지천 놈이 무서워서 사고도 못 치고 조용히 지냈다.
심심하고 무료한 날들.
아, 또 있긴 했다.
-장삼 대협, 약초를 구하러 갔다가 호남의 특산품을 구하게 되어서 가져왔습니다. 문도들과 함께 드십시오.
-아니, 뭘 이런 것을 다?
-하하, 흑귀문과 우리 의선의가가 보통 사이입니까? 이 위지무가 외총관으로서 챙겨야지요.
바보도 안 속을 거짓말이었다.
위지무가 들고 오는 선물들이 용호를 위해서라는 건 장복도 알고 온 남양 사람이 다 알았다.
용호는 선물을 가져올 때마다 호로자식답게 반응했다.
-이딴 것 필요 없으니, 가지고 꺼져!
-이놈이?! 이건 네놈한테 주는 게 아닌, 흑귀문에 주는 선물이다!
-하! 알았으니, 들고 꺼지라고!
-이 죽일 놈이! 너 죽고 나 살자!
매번 대판 싸움이 벌어졌다.
문제는 위지무도 포기를 모른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이런저런 핑계로 흑귀문에 들러 용호와 싸움을 벌였다.
나중에는 명물 구경거리가 되기까지 했다.
-남양에 백흑침선의 망년지우 미담이 있다면, 부모 못 알아보는 호로흑랑(胡盧黑狼)도 있다!
처음에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뭐랄까.
화를 내는 것도 한두 번이지, 열 번, 스무 번을 반복하니 지치게 되었다.
위지무의 끈기에 항복한 거다.
그렇다고 화해했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위지무가 흑귀문에 와서 선물을 놓고 가든 말든 철저히 무시했다.
그럼에도 위지무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더욱 뻔질나게 흑귀문에 드나들었다.
나중에 위지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크흠, 오늘도 용이가 화를 내지 않았군. 슬슬 다시 마음을 여는 것 아닐까?
‘마음을 열기는 개뿔. 그냥 귀찮아서 무시하는 것일 뿐이거든?’
거슬렸다.
더욱 거슬리는 건, 이제는 거슬린다는 감정도 가물거려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또 곤란한 건, 위지무 말고 의선의가 다른 가족들의 호의였다.
-용아, 건강은 잘 챙기고 있느냐?
-쯧, 그렇게 몸을 굴리면 어쩌고저쩌고.
-검둥아, 산책할 시간.
용호는 위지무와 사이가 나빴을 뿐, 다른 의선의가 가족들과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다.
도리어 의선의가 다른 가족들은 위지무 대신 용호를 많이 챙겨주었다.
다만, 위지무가 미우니, 의선의가도 다 같이 미운 것일 뿐이다.
조금씩 조금씩 그들이 베푸는 손길에 익숙해졌고, 그게 용호는 못 견디게 불쾌했다.
아니, 불쾌한 게 맞나?
어쨌든 그래서 용호는 최근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다.
오늘만 해도 그렇다.
누가 용호를 강제로 끌고 온 것도 아닌데, 제 발로 잔치에 왔다는 것도 기분 나빴다.
의선의가가 잔치를 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고?!
물론, 용호가 잔치에 온 건, 그저 잔치 음식을 먹기 위해서였을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
‘수련을 위해 몸을 보신하려고 왔을 뿐이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속으로 답하는 게 변명하는 것 같아 다시 와락 인상을 찌푸리던 중, 위지상아에게 귀를 잡혀 여기에 끌려왔다.
“뭐냐, 네놈들은? 땡중, 거지 놈?”
안 그래도 기분이 불쾌했던 용호는 다짜고짜 시비 먼저 걸었다.
“흑랑 시주이구려. 시주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이다. 오늘 우리는 저기 위지천 시우와….”
“닥쳐. 야,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 대머리다.”
“…뭐, 뭐라고 했소?”
“마침 내가 오늘 기분이 나쁘거든. 그런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대머리가 눈앞에 있네?”
“시주, 말씀이 조금….”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스르릉.
흑랑이 낭아도를 꺼내 들더니 다짜고짜 휘둘렀다.
콰앙!
“시, 시주? 이게 무슨 짓이오!”
“닥치고 한판 붙어. 이유? 네가 대머리인 게 이유다!”
금룡 운덕이 미친놈이면, 흑랑 용호는 개놈.
개놈이 미친놈에게 달려들었다.
“우와. 화끈하네. 아가야, 너는 나랑 놀지 않을래?”
“접근 그만. 죽인다.”
위지상아가 연검을 겨누었다.
“호오. 예쁜 동생이네. 그런데 난 저 꼬마 소년한테 더 관심이 있는데.”
휘익! 서걱.
당혜의 앞머리가 잘려 나갔다.
위지상아의 연검이 스쳐 지나간 거다.
“으. 머리에 기름 덕지덕지. 더러. 천이야, 지지. 저리 가.”
“…….”
‘음.’
위지천은 뒤로 슬그머니 빠졌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겠지.’
용호와 금룡은 열심히 치고받고 싸웠다.
한쪽은 싸움에 미친 놈이고, 한쪽은 그냥 개놈이니 서로 신이 난 듯했다.
위지상아 쪽은,
‘…상아 누님은 도대체 무재가 왜 저렇게 뛰어난 거야? 우리 가문, 의가가 아니라, 무가를 해야 했던 것 아니야?’
당혜는 위지상아를 가볍게 제압하려 했다.
경지를 보면 당혜 쪽이 훨씬 위였으니까.
사봉의 하나인 당혜는 절정 극에 근접한 실력이었다. 반면, 위지상아는 절정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당혜가 되레 허를 찔려 화들짝 밀리고 있었다.
‘뭐, 아무리 선전해도 이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상아 누님한테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당혜가 광봉(狂鳳)이니 어쩌니 해도 뛰어난 고수인 건 맞으니까.’
또 예상 못 한 효과가 있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소란?”
“흑랑과 금룡의 싸움이야!”
“흑랑이 이기고 있어! 흑랑이 저렇게 강했다니?”
“어허. 흑랑도 나름대로 칠조 아닌가?”
“남양을 대표하는 호로자식이라 까먹고 있었지. 대단하군!”
“당 소저와 싸우는 저 여협도 놀랍군. 누구지?”
“의선의가의 여식 아닌가?! 의술뿐 아니라, 무공까지 저렇게 뛰어났다니?”
무려 오룡사봉이다.
그런 둘과 싸우는 용호와 위지상아의 모습이 모두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본의 아니게 의선의가의 무력(?)을 홍보하게 된 셈이다.
‘의가가 이 정도로 커졌으면 지닌 무력도 중요한 법이니까.’
“대머리는 모두 사라지는 게 세상을 위한 것! 죽어라, 대머리야!”
“갈!!! 시주도 관상을 보니 대머리가 될 거면서!”
“뭐, 대머리 주제에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용서하지 않겠다!”
“감히 천이를 음흉하게 노린 죄. 죽어 마땅해.”
“음흉하게 안 노렸거든?! 무슨 이런 미친 게 다 있어?!”
네 명 모두 흥이 난 것 같으니, 위지천은 적당히 내버려두고 자리로 돌아왔다.
어차피 비무라 위험하지 않을 거다.
돌아오니, 위지무가 일단의 무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숙부? 저분들은?”
“아, 천아. 인사해라. 단강상인회의 상단주분들이다.”
“하하, 소의원께서 단강 일대에 명성이 자자한 남양소선이군요. 단강상인회의 회주 종리현이라고 합니다. 부족하지만 낙안상단(樂安商團)을 이끌고 있습니다.”
위지천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낙안상단이면 강호 백대상단에는 들어가지 못해도 이 근방을 주름잡는 상단이었다.
함께 온 이들도 쟁쟁한 상단의 주인들이었다.
‘거래를 트려고 찾아왔구나. 이제 우리 의선의가가 단강 일대 의업계의 패자가 되었으니.’
상단주들 모두 지극히 공손한 태도였다.
긴장감도 역력하게 보였다.
의선의가의 위치 때문이다.
단강 일대 의업계는 의선의가의 손 아래 놓이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선의가가 고까운 마음을 품으면 상단 하나 단강 일대 의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즉 의선의가에 선을 대어놓는 건데. 설마 단강의가회가 폭삭 망한 꼴이 될 줄 누가 알았던가. 그것도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상단주들은 수심 어린 얼굴을 했다.
의선의가가 단강 일대를 제패한 건, 상인들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
절대적인 갑이 출현하게 된 것이니까.
무엇보다 이들은 원래 각 지급 의가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래처가 쫄딱 망하게 되어 거래가 끊겼으니, 굉장히 곤란한 처지가 되었다.
의선의가가 이들 상단들과 다시 거래를 터주면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의선의가가 과연 호락호락하게 거래를 터줄까?
외총관인 위지무의 득의양양한 눈빛만 봐도 일이 쉽지 않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갑질하려 잔뜩 벼르고 있는 자의 눈빛이었다.
‘다 같이 뭉쳐서 기선 싸움을 할 수도 없고.’
사실 처음에는 의선의가와 힘겨루기 할 생각도 했었다.
의선의가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물자를 구해야 하는 터. 상인회가 담합하면 곤란을 겪을 거다.
하지만, 잔치에 온 후 그 계획은 폐기했다.
‘그런 수작이 통할 상대가 아니야. 오히려 역풍만 맞을 거야.’
저기 신이 나서 곡차를 마시고 있는 화산과 종남의 도사들을 보라.
매화검수와 종남십팔수에 속한 도사들이 직접 오다니?
심지어 소림과 개방은 중원 전역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금룡(金龍)과 광봉(狂鳳)을 보냈다.
다들 의선의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길래?! (금룡과 광봉은 그저 싸움박질하고 싶어서 온 것이지만, 상인들은 몰랐다.)
더욱 당황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저 화람은 뭐란 말인가?’
축제에 참석하지 못하면, 선물을 보내는 게 예의였다.
크고 화려한 선물을 보낼수록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무당은 뭐.
일반적인 수준의 꽃 장식이었다.
그래도 남존무당이 선물을 보냈다는 것 자체가 경악스러운 일이라 다들 놀라고 있었다.
제갈세가가 보낸 꽃 장식은 입이 떡 벌어질 수준이었다.
-제갈세가의 은인이자 마음속 친우, 의선의가의 경사를 축하하며.
제갈세가가 어떤 곳인가?
똑똑한 만큼 제 잘난 맛에 사는 곳이다.
재수 없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가문에서 저런 거창한 문구를 써서 보내다니?
그뿐이 아니다.
옆에 놓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꽃 장식.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한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
‘무림맹에서 저런 꽃 장식을 보내다니?’
사실 무림맹이 꽃 장식을 보내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저런 경조사를 챙기는 전담 부서도 있을 정도니까.
의선의가가 단강 회합 때 세운 공을 생각하면 무림맹에서 꽃을 보낸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문제는 꽃 장식의 화려함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보낸 게 아니다.
누가 봐도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마치 ‘구애’하는 것처럼.
‘무림맹에서 의선의가와 깊은 연을 맺으려 하는 거야.’
상인회의 상단들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쟁쟁한 뒷배를 둔 의선의가를 상대로 어떻게 담합 따위를 하겠는가?
그저 의선의가가 관대함을 베풀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크흠, 그러면 슬슬 거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지요.”
위지무가 턱을 으쓱하며 갑질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위지천이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숙부. 이쪽으로 와서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어요?”
“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