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의선명가 천재막내 105화(105/138)
제105화
시끌벅적한 잔치가 끝난 후 의선의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위지강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누님, 달밤도 아닌데 형님이 왜 저러시는지 아세요?”
“또 차였어.”
“아하.”
동선의가가 의선의가의 분가가 되면서 자연스레 유화와 위지강이 만날 일이 많아졌다.
위지강은 불굴의 정신으로 거듭 도전했지만, 연전연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음. 아무리 두드려도 안 될 것 같은데. 형님을 어떻게 포기시키지.’
위지강의 노력이 애석하게, 유화는 지금 다른 이와 연분이 나려고 하고 있었다.
“이보시오. 내가 분명 말하지 않았소?! 그런 식으로 무리하면 상처가 덧나게 된다고?!”
“하, 귀찮게 굴긴. 치료 따위 필요 없으니 꺼져라!”
“이 무식한 작자가. 환자라면 의원의 말을 따르시오!”
“흥. 시끄러우니 꺼지라고 했다.”
“내 의원의 자존심을 걸고 반드시 당신을 치료하겠소.”
…용호였다.
금룡과 용호는 잔치 때 말 그대로 용과 호랑이처럼 거칠게 다투었고, 양측 모두 가볍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용호는 당시 당직을 서고 있던 유화의 치료를 받았고, 그 뒤 저렇게 틈만 나면 서로 투덕거리고 있었다.
‘으음. 그냥 단순히 싸우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싸우긴 싸우는데… 묘하게 가까워 보인다.
닳고 닳은 위지천이 보기에(물론 이전 삶도, 이번 삶도 연심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저러다가 정분날 것 같은 느낌 아닌 느낌.
‘…유화 가주, 나쁜 남자가 취향이구나. 아니, 못 써먹을 쓰레기가 취향인 건가? 어쨌든 형님, 힘내십시오. 어디엔가 형님의 잔소리마저 사랑해줄 분이 계실 겁니다.’
그렇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이었다.
활의각에서 사제들과 함께 환자를 보던 중.
“천 도련님, 손님이 왔습니다요!”
“손님?”
“도련님의 정혼자라는데요?”
“!!”
사제들 모두가 딱 굳었다.
위지천도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웬?
누구인지는 곧 알 수 있었다.
“가가! 제가 왔습니다!!”
‘난 또.’
위지천은 피식 반가운 얼굴을 했다.
백선의가의 조현이었다!
“갑자기 정혼자라니. 놀랐잖아요.”
“우리 정혼자 맞지 않습니까?”
“??”
“우리 혼담, 아직 정식으로 취소한 적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
일 년 전, 둘은 혼담이 오간 적이 있다.
상현의가에서 난리를 겪으며 흐지부지된 일인데?
“그건 이미….”
“네, 압니다. 농담입니다. 오랜만에 반가워서 그냥 해본 이야기입니다. 그간 잘 지냈습니까?”
조현이 씨익 웃었고, 위지천도 마주 웃었다.
‘이전이랑 바뀌었네.’
일 년은 조현만 한 나이의 소년, 소녀들에게 아주 긴 시간이다.
왈가닥 느낌만 가득했는데, 지금은 제법 소녀의 태가 났다.
물론, 여전히 어리고 천방지축으로 보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의선의가에 오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 지난 일 년간 제가 소협을 얼마나 다시 보고 싶어 했는지 아십니…!”
콰앙!
거친 소리가 울렸다.
“너 시끄러우니 조용히 좀 닥쳐 줄래? 여기 환자들 안 보여?”
단여였다.
의선의가의 사제들은 숨을 들이켰다.
아무리 그래도 백선의가의 제자인데! 무려 천(天)급 의가!
하지만, 단여는 그딴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천(天)급 의가는 개뿔. 떠들고 싶으면 나가서 떠들어. 환자 앞에서 기본도 안 된 게 어딜 의원이라고.”
“…역시 의선의가.”
“뭐?”
“훌륭합니다! 오로지 환자만 생각하는 태도! 제가 상상하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혹시 언니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뭐, 뭐?”
“아차, 아차. 또 떠들어서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예의범절이 없어서! 친구, 잠시 나오십시오. 따로 할 말이 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언니!”
조현은 위지천을 끌고 나갔고, 단여를 비롯한 사제들은 멍하니 그런 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 꼴통은?”
* * *
조현을 따라가니, 놀라운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천세, 천세, 천세. 영친왕 전하를 뵙습니다.”
위지천은 예를 표했다.
“하하, 고개를 들라. 환자 진료로 바쁜 중에 불러내어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그간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구나. 소의원의 명성이 저 멀리 북경까지 자자하더구나.”
“송구합니다. 과찬입니다.”
영친왕은 흐뭇한 얼굴로 위지천을 보았다.
‘보통 인재가 아님은 진즉 알아보았지만, 일 년 만에 이 정도로 훌륭하게 자라다니.’
지난 일 년간 이 소년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해냈는가?
이제 영친왕은 위지천을 의업계의 희망으로 여겼다.
“왕부로 가던 중 소의원 생각이 나서 들렀느니라. 얼마 전 잔치가 있었다던데, 미리 알았다면 참석할 걸 그랬어.”
“황송합니다.”
친왕들은 저마다 봉토를 받아 왕부를 세우는데, 영친왕의 왕부는 호북 쪽에 있었다.
일 년 전 상현의가에 들렀던 것도 왕부가 근처에 자리해서였다.
‘그냥 들른 게 아닌 것 같은데.’
일부러 조현까지 함께 데리고 온 것을 보면 따로 용무가 있는 듯했다.
얼마간 환담한 후 영친왕이 입을 열었다.
“음, 확실한 게 아니어서 이야기할까 고민이 되었는데, 소의원에게는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들렀네.”
“말씀하시옵소서.”
“반천회(反天會) 이야기네.”
“!!”
지난 일 년간 아무런 실마리도 못 잡고 있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이야기가 나온 거다!
“이걸 실마리라고 해야 할지. 도저히 믿기지 않은 내용이어서.”
“무슨 내용입니까?”
“어쩌면 반천회에 무당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네.”
“!!”
위지천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무당은 딱히 이전 삶 수상쩍은 행보를 보인 적이 없는데?’
재수 없고, 오만하며 자기만 잘난 줄 알지만, 그만큼 광명정대한 문파.
그게 정파 무림의 기둥이자 자존심인 무당이었다.
‘아니, 겉으로 봐서는 몰라. 검선의 문파가 무당이니까.’
검선이 과연 배후 중 하나였을까?
위지선은 내심 천마(天魔), 혈마(血魔)는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다.
백선의가와 손을 잡을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사도맹의 패왕(霸王)도 가능성은 낮다.
세 명을 제외하니 남은 게 무황(武皇), 검선(劍仙), 창왕(昌王)이다.
하지만, 검선은 글쎄.
‘검선, 그놈이 배후일 거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데.’
위지천이 신주육강의 절대 고수들을 배후로 지목하는 건 두 가지 단서 때문이다.
백선의가와 결탁.
심검.
이것 외에는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밑도 끝도 없는 의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위지천의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면, 검선이 배후일 가능성은 무황, 창왕에 비해 떨어지긴 했다.
‘그냥 순수하게 검에 미친 놈이니까.’
당대의 천하제일검.
그게 검선이다.
검선이 검을 다루는 고수 중 가장 강한 건 아니다.
신주육강 중 최강자로 꼽는 천마와 무황도 검을 다루었고, 당장 위지천만 해도 흉마 시절 검선보다 반의반 보 정도는 강했으니까.
하지만, 위지천은 자신의 검이 검선의 검보다 깊다고 말하지 못한다.
천하의 누구도 마찬가지이리라.
무공의 강약을 떠나 검선의 검은 천하제일이다.
그런 검선이 천선신공을 탐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아무도 용의자가 될 수 없지. 무황, 창왕도 겉으로 봐서는 천하의 영웅이고, 군자이니까. 겉으로 보이는 가면 뒤로 속의 진실은 어떨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천마와 혈마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무당이 반천회와 관련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게 된 것입니까?”
“크흠, 그건 이 몸이 알아냈습니다!”
조현이 으쓱 칭찬해 달라는 듯 나섰다.
“소저께서요?”
“그렇습니다! 전 원래 첩보 외의원을 지망하던 몸! 치열한 첩보 작전 끝에 가주님께 온 서신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놀라운 이야기.
조현은 내놓은 수양딸에 불과할 뿐인데, 무려 천하의 조백일의 서신을 확인하다니?
“와, 대단하네요. 도대체 어떻게 조백일 가주의 서신을?”
“…크흠.”
“??”
“…사실 제가 본당의 청소 담당이어서 가주전에서 나온 폐기물 중 불에 타다 남은 서신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일 년간 청소하면서 지냈구나.’
여전히 씩씩한 모습에 잘 지냈나 했는데, 그러지는 못한 것 같다.
“전 괜찮으니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사천당가에서 독기(毒氣)에 대해 발표한 내용 있지 않습니까? 의가의 위생은 환자들의 예후에 직결되니, 전 환자를 위하는 의원의 일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소 일이 끝나면 의당으로 가 환자도 봤고요! 보람찬 일 년이었습니다!”
역시 조현.
모진 구박을 받는 와중에도 꿋꿋이 지낸 것 같다.
조현은 첩보 외의원 꿈나무로서 늘 무엇이든 주의 깊게 살피는 습관이 있었는데, 가주전의 폐기물 중 타고 남은 서신 부스러기에 이런 문자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우(友), 깃털(羽)?”
“불에 타 완전한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런 문자로 보였습니다.”
“그것만으로 어떻게 무당이 관련되어 있다고 짐작한 것인가요?”
“저 서신이 발견되기 전날 늦은 밤, 웬 수상한 인물이 가주전에 들어가는 걸 봐서, 근처 수풀에서 그 인물이 나올 때까지 잠복해서 기다려 살폈는데, 떠날 때 무당의 경공을 사용했습니다.”
‘…가주전에 수상한 사람이 들어가는 걸 봤다고 보통 잠복까지 해서 살피나?’
역시 첩보 외의원 꿈나무… 아니, 꼴통다웠다.
“그런데, 불탄 서신을 건넨 이가 무당이라고 쳐도, 우, 깃털만으로 반천회라고 짐작할 수 있는 건가요?”
“우의 글자 모양을 떠올려보게.”
“으음.”
우(友), 반(反).
비슷한 모양이었다.
‘아니, 이런 걸 가지고 반천회라고 짐작하는 건? 너무 근거가 빈약하지 않나?’
영친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실마리가 될지 모르겠다고 한 거네. 하지만, 지난 일 년간 아무리 털어보아도 반천회의 그림자도 찾을 수가 없었어. 대신, 백선의가가 저지른 추악한 짓거리들은 잔뜩 알게 되었지만.”
“아니,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가치 있는 단서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인가?”
“어쨌든 백선의가와 무당이 수상쩍은 교류를 한다는 것이니까요. 파볼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래, 천하의 무당이다.
떳떳하면 구태여 늦은 밤 쥐새끼처럼 찾아올 이유가 없다.
조백일도 수상쩍게 서신을 불태울 이유가 없었고.
그게 반천회의 일이 맞든, 아니든 파헤쳐 봐야만 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하필 무당이라. 왠지 유혈 사태가 일어날 것 같은데.’
위지천은 눈을 지그시 찡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