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06)
의선명가 천재막내 107화(107/138)
제107화
무선생(武先生)이란 게 있다.
실제 무공을 익히기보다는 무공을 연구하고, 남들에게 가르쳐주는 이들이다.
뛰어난 오성을 지니고 있지만, 여러 이유로 신체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할 때 무선생이 되기도 한다.
부상으로 은퇴한 고수가 무선생으로 여생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이런 무선생을 무시하면 안 된다.
명문의 무공들은 의외로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 변한다.
같은 이름의 무공이어도 수백 년 전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무공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무공의 발전에는 무선생의 역할이 컸다.
전대의 선배 한 명이,
-본파의 뇌전검에는 환의 묘리가 필요하다.
라고 말했다고 치자.
전대 선배는 나름 자신이 깨달은 심득을 후배들에게 알려준 것이지만, 이런 경우가 너무 많은 게 문제다.
문파에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고수가 한둘이겠는가?
이런 심득 중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는 게 무선생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최근 무선생들 사이에 하나의 유행이 불고 있다.
무공 연구에 의술을 결합하는 것이다.
생뚱맞은 생각은 아니다.
무공이 무엇인가?
신체를 움직이고, 기를 다루는 거다.
의술은 이러한 신체와 기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학문이고.
‘무공에 의술의 지식을 결합하면 무공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다!’라는 게 최근의 유행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 천선신공이 대표적인 예이니까.’
이렇게 의술과 무공을 동시에 익혀 무공에 의술을 결합하는 걸 의무학(醫武學)이라고 하며, 의무학을 연구하는 이들을 의무선생(醫武先生)이라고 한다.
단, 거창한 발상과 다르게 성과는 아직 미미했다.
‘쉬운 일이 아니니까.’
발상은 좋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의술적으로 보기에 어떤 내공 심법에 결함이 있다고 치자.
의술의 원리에 따라 그 심법을 고치면?
그 심법이 제대로 된 심법일까?
심법의 모든 구결은 제각각 의미가 있다. 하나라도 바꾸면 심법 전체에 송두리째 문제가 생긴다.
‘천선신공은 그 문제점을 메꿔줄 수 있으니까 대단한 것이고.’
천선신공은 단순히 의술의 지식에 맞춰 무공을 바꾸는 게 아니다.
천선신공에 담긴 음양오행 천지인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거다.
괜히 신주육강에 속하는 배후가 천선신공을 탐낸 게 아니다.
‘그나마 백선의가가 이 분야에서는 앞서 있지. 백선기공(白仙氣孔)이 있으니까.’
백선의가는 의선의가의 분가였다.
핵심 의공인 백선기공 또한 천선신공에 근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천선신공과 비슷한 효과를 ‘흉내’ 낼 수 있다.
‘말 그대로 흉내 수준일 뿐이지만.’
먼 옛날 의선의가의 선조들은 천선신공의 위험함을 경계해 천선신공의 구결을 의선기공과 백선기공으로 나누었다.
의선기공이 핵심이 되는 뿌리가 되며, 백선기공이 줄기가 되는 식으로.
‘의선기공도 완전하지 않지만, 백선기공은 껍데기일 뿐이야.’
참고로, 위지천은 지난 삶 백선기공까지 익혔기 때문에 완벽한 천선신공을 구현할 수 있었다.
껍데기일 뿐이라도 무려 천선신공의 껍데기다.
백선의가는 현재 의무학 연구 분야에서 강호 최고 선두 주자였다.
‘그 무선생이란 놈, 백선의가와 손을 잡고 무당에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위지천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수작을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애초에 무선생의 역할이 무엇인가?
문파의 무공을 연구 발전시키는 거다.
그러니 놈은 성실히 무선생의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니 탓하기 어려웠다.
속에 어떤 흉심을 숨기고 있던지.
결국 방법은 하나다.
‘놈이 연구하는 무공의 잘못된 점을 밝혀야 해.’
백선기공은 완벽하지 않다.
특히나 송인 도장이 말한 대로 단기간에 다수의 실력을 급성장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분명히 모종의 수작을 부렸을 거다.
‘무당을 박살 내다 보면 어떤 수작을 부렸는지 자연히 알게 되겠지.’
하지만, 무당을 어떻게 박살 낸다는 말인가?
그럴 힘도 없고, 명분도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게 이것이다.
“무당과 교류를 나누는 걸 부활시키자고?”
“네, 무당과 정기적으로 검을 교류하면 사검회에도 좋은 자극이 될 겁니다.”
과거 사검회가 아직 제대로 된 문파의 형태를 갖추기 이전.
그러니까, 검군악이 천하의 검귀들을 초청해 검을 나누며 교분을 나눌 때.
사파의 검귀만 모인 게 아니었다.
마교의 검마(劍魔)들도, 정파의 검치(劍痴)들도 모였다.
그때 모인 이 중 가장 유명한 게 무당의 검선(劍仙)이었다.
-정과 사를 넘어 무당과 사검회의 검우(劍友)로서 교분은 영원하리라!
지금도 회자하는 이야기다.
“…그랬던 때가 있긴 했지. 꿈같은 시절이었어.”
검군악의 눈이 잠시 추억에 잠겼다.
위지천의 제안에 긍정하는 건 아니었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일단, 사검회가 너무 커졌다.
그때는 정말 교류회일 뿐이었으니까.
정파와 사파의 관계도 당시보다 험악해졌고.
“맞습니다, 어르신! 이 미친놈! 정신 나간 헛소리는 닥쳐라!! 저 망할 악마 놈을 혼쭐내 주십시오, 어르신!”
검군악의 뒤에 빼꼼히 숨어 장삼이 악을 썼다.
무당십이검과 누가 싸우겠는가?
새로이 사검회의 지존이 ‘될’ 장삼이 싸워야 한다.
필사적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고작 한번 충격을 받는다고 사검회가 바뀌겠습니까?”
“저놈의 간악한 혀 놀림을 듣지 마십시오, 어르신!”
하지만 장삼에게는 불행히도, 위지천의 혀 놀림이 어떤 혀 놀림인가?
제갈세가, 소림마저 홀린 혀 놀림이다.
검에 미친 늙은이 한 명 구슬리는 건 일도 아니다.
“결국, 어르신께서는 사검회가 망신당하는 게 싫은 것일 뿐 아닙니까?”
“!!”
검군악의 표정이 굳었다.
검군악이 넘어갔음을 직감한 장삼도 안색이 하얘졌다.
“안 돼!! 더 듣지 마십시오!!”
“이놈이 아까부터 자꾸. 닥치고 그만 짱알대라.”
“넵.”
장삼은 울상을 지으며 넙죽 바닥에 엎드렸다.
“다시 말해봐라. 그게 무슨 말이냐?”
“어르신은 사검회가 무당과 검을 겨루면 이길 수 있다고 보시나요?”
“…….”
문파의 전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순수하게 검을 겨루었을 때의 승부를 말하는 거다.
무조건 사검회가 패할 거다.
이전의 사검회면 모를까, 지금의 사검회는 더더욱.
위지천은 검군악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았다.
‘아무리 사검회가 못마땅해도 망신당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겠지.’
미운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아무리 자식이 미워도 내 자식이니까. 밖에서 얻어터지고 망신당하는 건 보고 싶지 않은 거다.
“사검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겠군요.”
“…뭐?”
“어르신께서는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사검회가 바뀌길 바라는 겁니까?”
“!!”
검군악의 기세가 사나워졌다.
장삼이 엎드린 채 벌벌 떨었다.
검군악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위지천의 간교한 혀 놀림에 검군악이 홀라당 넘어가고 있는 게 훤히 보여서.
“어르신은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패한 적이 없으십니까?”
“…그렇지는 않다. 많다.”
“어르신께서도 과거의 실패와 역경들이 지금의 어르신을 만들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
검군악은 침묵했고, 장삼은 한탄했다.
‘십악이면 뭐 하냐고! 저 악마 놈의 혀 놀림에 놀아나는 신세인데!’
검군악이 한참이나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검회가 무당 놈들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하는 건 보고 싶지 않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위지천은 (여전히 엎드린 채 있는) 장삼을 가리켰다.
“사검회를 제패할 장삼 대협께서 무당과의 싸움에서 사검회를 이끌 테니까요.”
장삼은 그저 울었다.
* * *
결국, 검군악은 위지천의 제안에 동의했다.
장삼이 검교회에서 우승 후 무당과의 친선 비무를 추진하기로.
“그런데, 저놈이 정말 할 수 있겠느냐?”
“어르신께서도 지도하시면서 장삼 대협의 잠재력을 엿보지 않으셨나요?”
“…그래, 보기보다 쓸 만한 놈이긴 하다만.”
쓸 만하다.
놀라운 평가였다.
무려 십악 검군악이 장삼을 인정한 거다.
‘애초에 장삼의 무재가 나쁜 건 아니니까. 오히려 훌륭한 편이지.’
일류.
위지천을 만나기 전 장삼의 경지였다.
나름대로 고수라 으스대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명문 거파에 가면 떼거리로 모여 있는 수준.
하지만, 폄훼할 게 아니다.
특히 장삼의 과거를 생각하면 더더욱.
장삼은 흑도의 근본 없는 삼류 무사였다.
흑도가 왜 흑도인가?
썩을 놈들이 모였으니 흑도다.
누군가가 착실히 무공을 가르쳐줬을 리가.
아니, 애초에 정파든 사파든 보잘것없는 삼류 무사에게 배움의 기회 따위는 없다.
설사 배울 기회가 있다고 해도 수련할 여유도 없었다.
삼류 무사는 궁핍하고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것에 바쁘니까.
그런 환경에서 일류 고수가 되려면 둘 중 하나다.
악바리 독종이거나, 무재가 뛰어나거나.
보면 알겠지만, 장삼은 근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놈도 은근히 재능형이야.’
특히 장삼이 능한 것은 실전이었다.
장삼은 겁이 많다.
하지만, 그저 겁이 많은 것만으로 일문의 문주가 될 수 있었을까?
장삼의 강점은 눈치와 비열함이다.
수십 년간 단련된 눈치로 상대의 강약을 파악하고, 약점을 비열하게 공략한다.
따라서 막상 실전에 들어가면 경지를 뒤엎는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장삼을 내세운 거란 말이지.’
물론, 이 정도만으로는 부족했다.
특히 천하의 무당을 상대로는.
“걱정하지 마세요. 장삼 대협께는 제가 있으니까.”
위지천은 씨익 웃었다.
“검교회 전까지 제가 장삼 대협을 강하게 만들게요.”
* * *
한편 그때.
낙양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다.
“중원의 풍광은 참으로 아름답구나. 왜 그렇게 역대 천마들이 중원을 바랐는지 알겠어.”
“신성한 존칭을 함부로 일컫지 마십시오.”
“뭐 어때? 없는 자리에서는 황제 욕도 한다던데.”
“천마께서는 황제 따위보다 더욱 숭고한 존재입니다.”
“아이고, 너야말로 대역죄로 목이 잘릴 발언인데?”
젊은 남자 두 명이었다.
한 명은 호위 무사인 듯 주변을 경계하듯 살피고 있었다.
눈에 띄는 건 다른 한 명의 청년이다.
대단한 미남자였다.
길거리를 걸으면 단번에 처자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외모.
하지만, 안목이 있는 이라면 다른 점에 주목하리라.
청년을 감도는 분위기였다.
화사한 미소와 다르게 비릿한 혈향이 풍기는 듯했다.
“낙양에 유명한 문파가 뭐가 있지?”
“구주칠패의 일문인 사검회가 있습니다.”
“그렇지. 검교회가 곧이라고 했던가? 아, 최근에는 검수가 아닌 이들도 초청해 무교회라고 하던가?”
“…검교회든, 무교회든 안 됩니다.”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참석하려는 것 아닙니까?”
“안 돼? 중원 놈들의 수준을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야.”
미청년.
천마신교의 사공자.
동시에 오귀(五鬼)의 일인인 파혈검마(破血劍魔) 공손헌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내 천재적인 감이 말하고 있거든. 왠지 검교회에 가면 도마(道魔) 놈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