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09)
의선명가 천재막내 110화(110/138)
제110화
공손헌의 시선을 따라간 진영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뭐, 저 벌레들이야 세상 어디에서나 득실거리지 않습니까?”
‘혈교는 어디에나 있다.’라는 격언이 있다.
정말 혈교는 강호 어디를 가나 있었다.
큰 도시나, 작은 도시 가릴 것 없이, 무림 문파나, 상단에도. 심지어 의가에도.
황실에도 숨어 있는 게 혈교다.
혈교의 특성 때문이다.
마교와 혈교는 뿌리가 같다.
뿌리‘만’ 같다.
천마신교의 교리가 내면의 수양을 통한 강자존을 추구한다면, 혈교… 그러니까 ‘혈락천교(血樂天敎)’의 교리는 전혀 다르다.
세상에 자신들이 추구하는 극락이 강림하게 하는 게 혈교의 교리다.
수많은 이를 혹세무민하였고, 중원 전역에 혈교 교인이 얼마나 많이 퍼져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혈교 교인들은 교리를 위해 타인이나 본인을 희생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기 때문에 온갖 끔찍한 사마외도의 비술을 동원해 마인들을 ‘찍어’낸다.
그러니 아무리 죽이고 또 잡아 죽여도 혈교 마인들은 끝없이 새롭게 출현한다.
마치 바퀴벌레처럼.
“염탐하러 온 것 아닐까요? 아무리 혈교 놈들이 제정신이 아니라도 구주일패를 건드릴 간담은 없을 테니까요.”
“흐음.”
확실히 혈교 마인들은 자연스럽게 주위와 어울리고 있을 뿐이다.
흉심을 품었다기보다는 단순히 검교회를 탐색하러 온 듯한 눈치.
마인들의 수준도 대부분 이류나 가끔가다가 일류일 뿐, 절정 이상의 고수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공손헌이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아무래도 신교의 마공자인 내가 검교회에 참석하면 문제가 생기겠지?”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대공자께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벌레들을 잡는 건?”
“…네?”
공손헌은 어깨를 으쓱했다.
“대사형께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지 않나? 착한 혈교인은 죽은 혈교인뿐이라고.”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겁니까?”
많이들 착각하지만 마교와 혈교는 절대로 동맹 관계 따위가 아니다.
정말 드물게 손을 잡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만날 때마다 서로 쳐 죽이는 관계다.
“그냥. 왠지 저 세 명을 보니 도마(道魔)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공손헌은 다시 장삼과 용호, 위지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도마가 의선의가에 은혜를 갚으려는 광인이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혈교, 저 버러지들을 제물로 바쳐서 도마와 한판 신명 나게 놀아볼까 싶어서.”
* * *
검교회(劍交會).
사검회의 정체성과 같은 행사다.
사검회가 이 검교회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수많은 검귀들이 검교회에서 검을 나누다가 검군악을 중심으로 의기투합한 게 사검회의 시작이다.
다만, 작금에 와서는 무교회(武交會)로 바뀐 명칭처럼, 의미도 변질하였다.
“검교회에 초절정 고수는 나오지 않을 거야.”
“어째서지?”
“불문율이야.”
“왜 그딴 불문율이?”
“겉으로는 초절정 고수가 나오면 밑의 하수들이 무공을 제대로 교류하지 못하게 된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로는 다른 이유 때문이야.”
“악사검 때문인가?”
“그래, 괜히 초절정 고수가 나섰다가 악사검을 꺾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 뭐, 이럴 거면 아예 검교회를 폐지하면 될 일이지만, 그건 또 면이 살지 않겠지.”
십 년 전.
검군악은 아들 악사검 한수에게 회를 물려주었다.
사검회의 모두가 차기 회주는 악사검 한수가 되기를 바랐다.
이미 사검회는 검군악 밑으로 똘똘 뭉친 상태였고, 인제 와서 다른 이를 회주로 받아들이길 바라지 않았다.
악사검 한수의 능력도 걸출했다.
정치력이 뛰어나 사검회를 장악했으며, 그렇다고 검술이 처지는 것도 아니었다.
마흔경에 초절정 고수에 입문했으니까.
검군악도 흡족해하며 아들에게 회주직을 물려주었다.
-사검회는 네 대에서 더욱 번창하게 되리라!
그 말은 절반만 맞았다.
악사검 한수는 사검회의 세력을 두 배 이상 강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검술을 등한시했다는 거다.
악사검 한수의 검술은 십 년 전과 비교해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다른 문파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검귀들이 모인 사검회인데!
세력이 커졌지만, 지금 사검회의 정체성은 모호했다.
검귀는커녕 검수가 아닌 이들도 많았고, 급격하게 세력을 불린 부작용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대표적인 게 양민들에게 폐를 끼치는 거였다.
세력을 확장한답시고 어중이떠중이를 모두 받아들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검군악 시절 사검회는 양민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었다. 서로 검을 나누는 데 정신이 급급했으니까.
“어쨌든, 그런 이유로 만약 내가 도마(道魔)로 나서면, 사검회가 참석을 불허할 거야. 장삼, 네가 악사검을 꺾어야 해.”
“그, 그런 이유면 흑랑 놈이 꺾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강호에 악명이 자자한 흑랑이 악사검을 꺾어봤자 사검회가 충격을 받겠어?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가겠지. 너 같은 잡배 정도는 되어야 사검회가 충격을 받을 거야. 용호는 장삼, 네가 패하면 차선으로 나설 거야.”
그런 이유로 용호와 장삼은 사검회에 도착해 검교회 참가 신청서를 냈다.
“저 두 명은 흑랑, 남양흑패 아닌가? 같이 온 소년은 남양소선?”
“남양소선도 참가한 건가?”
“아니, 남양소선은 의원으로 따라온 거라고 하더군.”
“남양소선의 검도 매섭다던데, 궁금하군. 어쨌든 이번엔 쟁쟁한 참가자가 많군.”
“그런데, 흑랑과 남양흑패는 검객이 아니지 않나?”
“고리타분하긴. 검교회가 무교회가 된 게 언제인데. 당장 지지난번 무교회의 우승자만 해도 창술의 고수였어.”
“하, 사검회가 도대체 어떻게 되려는 건지.”
“회의 방침이 마음에 안 들면, 자네가 악사검 문주께 직접 따지든지.”
과거 정사마의 천외천 고수들이 노닐던 때와는 달라졌지만, 검교회의 위상이 사라진 건 아니다.
오히려 초절정 고수가 참석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 되면서 흑도의 신예 고수들이 자신의 무명을 알리기 위해 참석하는 자리가 되었다.
따라서 장삼과 흑랑이 신청서를 낸 것에 의문을 품는 이는 없었다.
“하하. 남양 흑도의 이름 높은 영웅 장삼 대협을 뵙게 되어 영광이오. 본인은 정주의 잔혼검(殘魂劍) 이특이오.”
“저도 남양흑패 대협의 명성 많이 들었습니다. 허창의 흑섬쾌(黑閃快) 서명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장삼에게 몰려들었다.
과거의 장삼이 아니다. 어엿한 하남 흑도의 떠오르는 별이었으니, 같은 흑도인으로서 안면을 트려 몰려든 거다.
위지천에게 몰려온 이들도 많았다.
“크흠, 소협이 남양소선이오? 명성 많이 들었소이다. 신양의 임균이라고 하오.”
“임 대협을 뵈어요. 혹시 황수혈의 문제 때문에 그러시나요?”
“헉, 어떻게 그걸?”
“풍열범폐(風熱犯肺)의 소견으로 미루어 짐작했어요. 진료해 드릴까요?”
“부, 부탁해도 되겠나? 난 흑도인데.”
“당연하죠. 우리 의선의가는 환자를 볼 때 흑백을 따지지 않으니까요. 나중에 의선의가에 방문해 주시면 진료해 드리도록 할게요.”
“고맙네! 내 이 은혜는 잊지 않을…!”
“나도 있네. 나는 서평의 심좌량으로…!”
위지천이 어떤 편견도 없이 자신들을 대하자 평소 불편한 점이 있던 흑도인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어린 소년의 의술이 이렇게나 뛰어나다니. 돈만 뜯어내던 돌팔이 놈들보다 훨씬 나아. 신의가 될 의재라는 소문이 거짓이 아니었어.’
‘의술뿐이 아니야. 인성도 저렇게 빼어나다니. 역시 의선의가. 명성대로구나.’
그렇게 틈새를 놓치지 않고 의선의가 홍보 기회로 삼는 위지천이었다.
한편, 장삼과 위지천에게 사람들이 몰리고 있을 때, 용호에게는 아무도 얼씬도 하지 않았다.
평소 개망나니란 악명 때문이었다.
‘흥, 난 외롭지 않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쓸쓸한 늑대 용호가 코웃음을 쳤다.
장삼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화둥둥 해주자 입이 귀까지 걸렸다.
“하하! 그렇소! 본좌가 바로 남양의 흑도를 제패한 남자, 남양흑패 장삼이오! 다들 반갑소! 아, 혹시나 내가 이름을 기억 못 하더라도 서운해하지는 마시오. 본좌와 연을 맺고자 하는 이가 너무 많아서 말이오, 하하!”
기쁨도 잠시.
-너 뭐 해?
장삼이 우뚝 굳었다.
고개를 천천히 돌리니 위지천이 해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해야지?
-…지, 진짜 ‘그거’ 해야 합니까?
-안 해?
-하, 하지만, 저도 사회적 체면이라는 게….
-장가야?
장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나쁜 놈! 소환단 하나 줬다고 감동한 내가 미친놈이지! 지옥에나 떨어질 악마 놈!!’
용호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장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장 형. 모두의 앞에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장삼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용호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미리 위지천의 계획을 들어두어 장삼이 곧 어떤 ‘망신’을 당할지 알고는 인성 파탄자답게 신나 하는 거다.
“모두 들으시오! 여기 남양흑패 장삼 대협이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오!”
용호가 목소리를 높였고, 장내의 모두가 장삼을 바라보았다.
장삼은 울고 싶었지만, 도망갈 곳이 없었다.
장삼은 우물쭈물 말했다.
“다, 다들 잘 들어라. 나, 나… 남양 흑귀문의 장삼. 이번 무교회에서 우승해 사검회의 회주 자리를 거머쥐겠다.”
“??”
장내에 싸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눈을 껌뻑거리며 장삼을 보았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에이, 설마? 잘못 들은 거겠지?
하는 반응.
위지천이 다급히 장삼 앞으로 나섰다.
“죄송해요! 장삼 대협께서 긴장해 무언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죠, 장삼 대협?”
위지천이 싸늘하게 장삼에게 눈치를 주었다.
-제대로 안 해?
장삼은 눈물을 머금고 장단에 맞추었다.
“마, 말이 헛나오기는!! 난 진심이다! 사검회의 회주 자리는 내 거다아아아아!!!”
“…….”
“…….”
“…….”
다들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날씨가 맑구려.”
“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역시 사검회. 술맛이 좋은 게 보통 귀한 술을 낸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못 들은 척 무시하기로 한 거다.
미친놈의 헛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으니까.
장삼에게 몰려들었던 흑도인들도 침을 퉤 뱉으며 썰물처럼 멀어졌다.
“남양흑패는 개뿔. 미친놈이었어.”
“본인 입으로 흑도의 영웅 어쩌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 역시 제정신 박힌 놈이 아니야. 퉤. 퉤.”
위지천이 수습하는 척했다.
“다들 오해하지 마세요! 장삼 대협은 그저 순수하게 포부를 밝힌 것일 뿐, 나쁜 의도는 없으세요!”
“크흐흡. 그래, 응원한다. 크흐흡!”
‘이 나쁜 놈들아! 그만해!’
그때였다.
싸늘한 음성이 들렸다.
“네놈이 사검회의 회주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우리 사검회가 우습나?”
이전에 봤던 날카로운 얼굴.
사검회의 소회주 혈검귀 한맥이었다!
장삼은 침을 꿀꺽 삼켰고, 한맥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일 년 사이 많이 컸군. 내 앞에 엎드려 벌벌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아니, 그냥 미친 건가?”
과거 장삼은 한맥 앞에 벌벌 엎드려 목숨을 구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닥쳐라. 어린놈의 자식이. 잘렸던 손가락이 다시 부러지고 싶지 않으면 당장 이 어르신께 예의를 갖추지 못할까?!”
“…뭐?”
혈검귀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이놈이 진짜 실성했나? 하는 얼굴.
하지만, 장삼의 정신은 멀쩡했다.
장삼이 이러는 이유.
-겁쟁이처럼 굴면 죽는다?
위지천이 옆에서 협박한 것도 있지만.
‘…이제 저놈, 무섭지 않아.’
흑도인의 가장 중요한 소양이 무엇인지 아는가?
상대가 자신보다 고수인지, 하수인지 알아보는 눈썰미다.
장삼도 귀신같이 상대의 강약을 알아본다.
장삼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이제 그는 혈검귀의 하수가 아니었다!
“하. 네놈을 그때 살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의선의가와 연이 있으니, 죽이지는 않으마.”
혈검귀가 검을 휘둘렀고, 장삼이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네가 이전의 장삼이 아닌 걸 보여줘.
위지천의 지시와 함께 장삼이 귀혼신각(鬼魂神脚)을 펼쳤다.
벼락같이.
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