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1)
의선명가 천재막내 12화(12/138)
제12화
“그게 무슨 말이냐?”
홍개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물었다.
“아니, 남로(南路)의 거지 아저씨들한테 들었는데, 개방에서 이번 일에 나서지 않는 게 홍개 아저씨가 뇌물을 받아서라던데요?”
“어떤 놈이!!”
“그러지 않고서야 거지들이 떼죽음을 당하게 생겼는데, 손 놓고 있을 리가 없다고.”
“!!”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이야기에 홍개가 흠칫했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황련이 이렇게 비싸면, 거지 아저씨들이 어떻게 치료받아요. 손 놓고 죽는 수밖에 없지.”
“…….”
“아, 세상 거지가 다 개방의 거지는 아니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개방의 거지가 아니면 죽어도 상관없으니 그냥 모르는 척하는 거군요?!”
홍개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방금 위지천의 말처럼 세상 거지 중 개방의 거지는 일부였다.
개방의 거지는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황련 가격의 폭등?
개방 거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그 어떤 의가에서 개방의 거지를 치료 거부하겠는가?
하지만, 일반 거지들은 아니었다.
개방은 세상 다른 거지들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너 같은 소년은 모르겠지만, 세상일은 복잡하다. 무림이 민간의 일에 함부로 낄 수는 없는 법이다.”
힘으로 윽박지른다?
그런 게 쉽게 되면 상계(商界)는 힘센 고수들이 다 장악하고 있을 거다.
아무리 올바른 의도가 있다고 해도 무리한 개입은 후폭풍을 가져온다.
특히 이들이 입고 있는 말끔한 옷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개방의 주 수입원은 구걸이 아니다. 돈 있는 이들의 후원이었다.
남중의가도 평소 개방을 후원하던 곳 중 하나였다.
“아, 그렇군요. 어쩔 수 없으니, 거지들이 죽도록 가만히 지켜보겠다고요? 제가 거지라면 아저씨한테 많이 실망할 것 같아요. 아저씨가 뇌물을 받아서 거지들이 죽어도 모르는 척하는 거라고 오해할 것 같기도 하고요.”
홍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순진 맹랑하게 하는 이야기가 자꾸 비수를 찔렀던 거다.
“저기, 아저씨는 개방의 높은 분이죠?”
“…분타주다.”
아니, 그냥 일개 분타주가 아니었다.
원래 남양 정도 되는 성(城)의 분타주의 매듭은 세 개다.
다섯 개는 총타 당주급의 직위란 의미.
홍개는 개방 용두방주의 제자. 즉, 후개(後丐) 중 하나였다.
단, 후계자란 의미는 아니었다.
개방 방주의 제자는 열 명이 넘었다.
홍개는 열 명이 넘는 사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놈이 설마 내 처지를 알고서?’
홍개가 일반 분타주라면 이번 일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는 후개 중 하나다.
거지들이 죽게 놔두었다가는 비판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남중의가 가주의 머리통을 두들겨 팰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
고약한 상황이었다.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고, 손 놓고 있다가는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사실 하나 방법이 있어요. 아저씨가 남중의가에 무리하지 않고도 거지들을 지킬 수 있는.”
“무엇이냐?!”
“곽란이 본격적으로 돌기 전에 미리 거지 아저씨들의 몸을 보신하는 거예요.”
“…응?”
“의서에서 봤어요. 만병의 원인은 몸이 허(虛)해져 사기(邪氣)가 침입해서라는 것. 그러니 곽란이 들어오지 못하게 몸보신을 하면 되죠.”
“그, 그렇긴 하다만?”
몸보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역병을 막는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놈 바보 아니야? 아니, 바보 맞지. 내가 이런 놈이랑 무슨 진지한 대화를.’
홍개가 팍 식은 얼굴로 ‘얼라는 이만 가라.’ 하며 손을 휘저으려는 순간이었다.
“오자목이 몸보신에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
홍개는 흠칫했다.
개방은 정보력이 뛰어나다.
최근 의선의가에서 오자목을 사재기하듯 대량 구매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오자목을 주로 사용하는 남중의가와 다른 이선가도 미리 오자목을 넉넉히 비축한 상황이라, 의선의가의 행동을 다들 비웃기만 했는데?
“…네놈 설마?”
“안 그래도 거지 아저씨들 사이에서는 복날을 앞두고 부잣집에 가서 음식을 얻어먹는 전통이 있지 않나요? 작년에 우리 의선의가에도 몇몇 거지 아저씨가 왔던 것 같은데.”
위지천이 여전히 해맑은.
하지만, 더는 순수하게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개방 협객분들이 몸보신하려고 오자목을 가져가서 달여 먹는다고 해서 남중의가 같은 곳에서 화내지는 못할 것 같은데요?”
* * *
며칠 뒤.
남양의 중앙 거리에서 잔치가 벌어졌다.
거지들이 벌이는 잔치였다.
개방이 이런저런 행사를 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었으므로 대다수는 별생각 없이 넘겼지만, 내막을 아는 이들은 아니었다.
“아, 아, 아니! 이게 무슨 짓이오, 홍 대협?! 본가의 오자목을!!”
남중의가의 총관이 길길이 와서 날뛰었다.
홍개는 귀를 후비적 팠다.
홍개도 남중의가가 하는 짓이 아니꼬웠으니, 말이 곱게 나가지 않았다.
“어쩌겠소? 곽란이 도는데 치료약은 누가 싹 쓸어가서 씨가 말랐다고 하고. 분타주 된 입장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소? 우리 불쌍한 거지새끼들 몸보신이라도 시켜야지. 오자목 정도는 먹어야 곽란을 이겨낼 수 있지 않겠소?”
“그, 그렇다고 해도 이런 짓을…!!”
“에잉, 개고기 맛 떨어지게. 여봐라! 흑귀문에서 지원해준 닭 좀 가져와라! 정 그러면, 오자목 값은 나중에 드리겠소. 퉤, 거지 서러워서 살겠나.”
“값을 치르는 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총관은 아찔한 얼굴을 했다.
“지금 시기에 오자목은 구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왜? 누가 당신들이 한 것처럼 오자목을 쓸어 가기라도 했소?”
“…….”
총관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저지른 죄가 있는데, 여기서 뭐라고 하겠는가?
사정을 아는 이들은 도리어 개방을 칭송할 거다.
정파의 협객으로서 개방다운 방식으로 남중의가를 질책했다고.
“앞으로 후회하실 겁니다.”
남중의가의 총관은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단순한 으름장은 아니었다.
“…앞으로 후원 끊기겠구먼.”
홍개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수지 남는 장사였다.
개방의 후원금을 내는 게 남중의가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손해를 보는 대신 홍개는 명예를 얻었으니까.
‘개고기 좀 덜 먹지, 뭐.’
그런데 옆에서 위지천이 툭 말했다.
“아까워하지 마세요. 후원이 끊겨도 개방 입장에서 전혀 손해가 아닐 테니.”
“크흠, 네 말이 옳다. 개방의 거지가 자존심이 있는 법! 저딴 놈들의 더러운 돈이야 안 받고 말겠다.”
그나저나.
홍개는 위지천에게 감탄의 시선을 보냈다.
홍개는 위지천이 소문과 전혀 다른 존재라는 것을 눈치챘다.
위지천은 못난이 따위가 아니었다.
도리어.
‘기재(奇才).’
사람을 해하는 건, 사파나 마도의 악한들만이 아니다.
때로는 이런 탐욕이 더욱 많은 이들을 희생시킨다.
추잡한 건, 이런 경우는 각자의 복잡한 사정 때문에 제지하기도 어렵고 애매한 경우가 많다.
사파와 마도의 놈들이 정도가 더욱 더럽고 끔찍하다고 욕하는 게 이런 경우들이었다.
‘하지만, 이 소년은 딱 급소를 찌르는 묘책을 냈어.’
우연이 아니다.
소년이 찾은 게 개방이 아니었다면? 이런 우격다짐은 힘들다. 개방도 딱 이 정도 선이 한계다. 그 선 안에서 가장 치명적인 한 수를 찾았다.
더구나 홍개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까지.
즉, 이 소년은 전후 사정을 전부 파악하고 복잡한 홈에 정확한 열쇠를 맞추듯 답을 낸 거다.
‘의선의가의 못난이가 이런 지낭(智囊)이었다니. 다른 형제들도 뛰어나다고 하던데, 의선의가의 미래가 밝겠어. 남중의가의 후원을 잃은 게 아깝긴 해도, 대신 의선의가와 친해지면….’
그런데, 위지천이 의아한 이야기를 꺼냈다.
“진짜 아까워할 것 없다니까요? 대협께서는 남중의가가 얼마나 오래갈 것으로 생각하세요?”
“오래가겠지. 씁쓸하지만, 저런 놈들이 더 떵떵거리며 사는 게 세상이니.”
“글쎄요? 저는 생각이 다른데요?”
“??”
“전 남중의가가 오래가지 않아서 망할 거로 생각해요.”
홍개가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우리 의선의가를 건드렸잖아요.”
“!!”
홍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소년은 여전히 웃는 낯이었다.
생각해보니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저렇게 웃고 있었다.
마치 숨겨진 민낯을 가리려는 것처럼.
“거지들도 영역을 침범당하면 가만히 있지 않잖아요. 저도 남중의가를 가만히 둘 생각이 없어요.”
어째서일까?
고작 작은 소년에 불과한데.
그 차가운 음성을 듣는 순간, 홍개는 소름이 살짝 돋았다.
소년의 숨겨진 민낯을 얼핏 엿본 느낌이었다.
* * *
‘내가 만만한 존재가 아니란 건 밝혀야 해.’
위지천이 무공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건, 천선신공 때문이었다.
괜한 시선을 끌었다가 원수들을 자극할 염려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쥐 죽은 듯 두각을 드러내지 않으며 살겠다는 건 전혀 아니다.
‘의선의가에 미친개가 살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려줘야지. 그래야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생각을 못 하지.’
그런 의미에서 위지천은 이번 일을 적당히 끝낼 생각이 없었다.
남중의가가 기둥이 무너지는 치명상을 입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남중의가에서 연락이 왔다! 황련과 오자목을 교환하자고 하더구나.”
“교환비는요?”
“오 대 일이다. 놈들이 크게 양보했어. 다 천이, 네 덕분이다.”
위지무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위지천을 바라보았다.
황련을 구할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 이 정도 교환비이면 적지 않은 이문도 얻을 수 있었다.
‘이놈이 이런 복덩이였을 줄이야!’
그런데.
“오 대 일이면, 황련을 정가의 얼마나 친 거죠?”
“황련의 가격은 정가의 두 배로 쳤다. 오자목은 정가의 다섯 배로 계산했고. 상황이 상황이니, 우리 쪽이 훨씬 이득이야.”
“거래하지 않는다고 하세요.”
“응?”
“황련을 정가로 팔지 않으면 거래할 생각 없다고.”
“…오자목은?”
“당연히 정가의 열 배는 받아야죠.”
이렇게 되면 교환 배율이 오 대 일이 아니라, 이십 대 일로 치솟는다.
“아, 아니, 그러면 놈들이 거래를 받아들일 리가?”
“거래 안 하면 되죠.”
“…응?”
“숙부, 지금 급한 건 누구일까요? 이번 사태의 원흉은 전적으로 남중의가.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남중의가를 원망할 거예요.”
그뿐이 아니었다.
“남중의가의 주 고객은 다 신분 높은 이들이에요. 그런 이들이 치료가 지체되는 걸 참을 수 있을까요?”
위지무가 아, 감탄한 얼굴을 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레 목소리를 낮추었다.
“남중의가를 너무 궁지에 모는 건 아니냐? 넌 모르겠지만, 남중의가는 뒷소문이 좋지 않다. 무슨 험악한 수를 쓰려고 할지 몰라.”
알고 있다.
‘그러길 노리고 있는 겁니다.’
위지천은 속으로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