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Youngest Son of the Righteous Sun Family RAW novel - Chapter (111)
의선명가 천재막내 112화(112/138)
제112화
결투 전.
-끄아악! 내가 어떻게 악사검을?! 난 죽었어! 위지천, 네놈 때문에 죽을 거라고!
장삼이 몸을 비틀며 두려워하자, 위지천이 혀를 차며 한 이야기가 있다.
-넌 왜 절정 고수가 초절정 고수를 못 이긴다고 생각해?
-그거야 초절정 고수가 더 강하니까 그렇지! 그걸 질문이라고?
-장가야?
-넵, 공자. 저는 강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기공.
초절정과 절정을 가르는 차이.
‘강기는 같은 강기로밖에 막지 못하니, 절정은 초절정을 상대할 수 없다.’라는 게 강호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위지천은 뜻밖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그런 식으로 따지면 천하의 명검을 든 사람이 무조건 이기게? 절정이 초절정 고수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건, 시야의 차이야.
-…시야 말입니까?
-그래, 초절정에 오르면 절정과는 비교도 안 되는 넓은 시야를 지니게 돼. 손바닥 위에 노는 개미처럼 훤히 들여다보이게 되는 거야.
위지천이 자신보다 높은 경지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훤히 보이니까.
-그러면 제가 악사검을 이길 가능성은 없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아니, 한 가지 있어. 절정이 초절정 고수를 이길 방법. 간단해.
위지천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초절정 고수를 네가 짠 판으로 이끌면 돼. 시야고 뭐고, 외통수에 빠지게 하면 이길 수 있어. 쉽지?
‘쉽기는 개뿔!’
당시 장삼은 바득 이를 갈았지만, 위지천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 악사검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
검강이 아슬아슬하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고, 장삼은 한 걸음 앞으로 더 나아갔다.
다시 귀혼신각!
악사검은 검을 회수했지만, 장삼이 의도한 반응이었다.
부드럽게 발차기를 거두며 반 바퀴 몸을 회전하면서 주먹을 회선형으로 휘둘렀다.
허를 찌르는 공격에 악사검의 반응이 꼬였고, 이번엔 진짜 귀혼신각이 악사검의 어깨에 작렬했다.
퍼억!
“!!”
장내가 술렁였다.
타격 순간, 악사검이 몸을 비틀어 충격을 흘렸기에 치명타는 아니었다.
그래도 초절정 고수가 절정의 공격을 허용하다니?
“장삼 대협이… 저 정도의 고수였다는 말인가?”
“남양흑패 장삼 대협은 경지를 뛰어넘는 괴물 천재?”
…당연히 그런 건 아니다.
장삼이 악사검을 자신의 의도대로 몰아붙일 수 있는 건, 미리 검군악과 위지천에게 특별 훈련을 받은 덕이다.
-내가 악사검이라고 생각하고 덤벼라. 악사검과 똑같은 수준으로 상대해주마.
-에휴, 제가 검군악 어르신과 대련하는 것 보여줄 테니 잘 보세요.
심지어 위지천은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권각으로 검군악과 대련하며 이럴 땐 이런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식으로.
즉, 지금 장삼의 수법은 모두 위지천이 보여준 걸 따라 하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위지천은 장삼보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절벽에서 던진 게 아니다. 장삼의 대련을 위해 정말 많이 애쓰긴 했다.
장삼은 다시 위지천의 마음에 감동했다.
파앗!
장삼의 주먹이 악사검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악사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군.”
고오오!
강렬해지는 기세.
끝장을 내려는 거다.
‘허억.’
장삼이 덜컥 겁을 먹었다.
그때, 위지천이 전음을 보냈다.
-내가 해준 이야기 잊은 건 아니지?
‘!!’
그렇다.
지금 악사검이 보이는 수는 이미 위지천이 다 예측한 것이다.
-네가 몰아붙이면, 단번에 너를 끝내려고 할 거야. 경지만 높고 노련하지 못한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이니까.
-놈이 어떤 수를 쓰는지가 중요해.
-만약, 강력한 기운으로 널 베려고 한다면 절대 도망치면 안 돼.
장삼은 침을 꿀꺽 삼켰다.
넘실거리는 검강.
스치기만 해도 팔다리가 잘려 나가리라.
범위 밖으로 물러나 피해야 했지만.
-그건 허초일 거야.
악사검의 범위 안으로 더욱 파고드는 순간, 장삼은 위지천의 예상이 맞았다는 걸 깨달았다.
만약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면, 진짜 노림수에 맥없이 당했으리라.
물론, 지금도 장삼이 안전해진 건 아니다.
약간의 거리가 있는 공간.
검수가 유리한 거리였다.
권각법의 장삼이 유리하려면 더욱 파고들어야 했지만.
-악사검에게 유리한 거리를 줘. 그러면 당황한 놈은….
악사검이 다시 검을 펼쳤다.
하지만, 장삼은 보았다.
악사검이 희미하게 당황한 것을.
위지천이 말한 ‘틈’이었다.
그 순간.
‘천수비각!’
-천수비각!
장삼과 위지천이 동시에 외쳤다.
천수각(天水脚).
삼류 무공인 귀혼천공에서 그나마 쓸 만한 초식이었다.
상대의 공격을 부드럽게 흘리며 강력한 반격을 하는 초식.
위지천은 이 천수각을 완전히 다른 초식으로 뜯어고쳤다.
천수비각(天水飛脚).
물처럼 부드럽게 흘리는가 싶더니, 돌연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쾌속으로 각법을 내리꽂는 초식으로.
유에서 쾌로 극적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당하게 되는.
“…….”
“…….”
장내에 죽을 듯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장삼의 발이 악사검의 목에 닿아 있었다.
만약 그대로 각기(脚氣)를 담아 후려쳤다면, 목이 부러졌으리라.
장삼의 승리였다!
“어… 어? 으어?”
장삼이 얼떨떨한 괴성을 내었다.
내, 내가 이겼다고?
정말로?
내가?
악사검을?!
발을 거두고는 (혹시나 신발에 묻은 먼지가 악사검의 어깨에 떨어지기라도 할까 조심히) 눈치를 살피며 외쳤다.
“크, 크, 크흠! 나 하남흑패(河南黑覇) 장삼의 승리이오!! 무교회의 철칙에 따라, 사검회의 신임 회주는 바로 이 하남흑패 장삼이 되는 것으로….”
장삼의 목소리가 슬그머니 작아졌다.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거다.
악사검의 측근이라는 두 초절정 고수가 살벌하게 장삼을 노려보았고, 관중들도 숨을 들이켰다.
‘…장삼 대협이 대단했지만, 이겨서는 안 되는 이를 이겼어.’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사검회의 검귀들이 살벌한 살기를 뿜었다.
악사검이 명령만 내리면 당장 장삼의 목을 베려 달려들 분위기.
하지만, 악사검은 선뜻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저 멀리서 지켜보는 검군악 때문이었다.
-네 선택을 지켜보겠다.
악사검은 그런 아버지의 눈빛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차마 장삼의 목을 베라고 할 수는 없어, 악사검은 다른 선택을 하였다.
마찬가지로 비겁한 선택이었다.
“네놈이 사술을 쓴 터. 이 승부는 무효다.”
“뭐, 뭐라고?”
“다시 겨루자. 이번 같은 실책이 반복될 일은 없을 테니.”
장내가 웅성거렸다.
장삼의 무공은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했다. 그런데 사술이라니.
말도 안 되는 억지였지만,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검군악이 문파의 미래를 걱정할 만하네.’
위지천은 혀를 찼다.
벌이는 작태가 너무나 사파스럽지 않나?
사파가 사파스러운 게 이상한 건 아니지만, 오래갈 문파의 행태는 아니었다.
이런 식이라면, 검군악이 사라지면 바로 무너져 내리리라.
“어… 어… 어….”
악사검이 검을 겨누자 장삼의 안색이 하얘졌다.
기적적으로 이겼지만, 두 번은 불가능했다.
그때였다.
“그만. 사검회의 치졸한 짓. 잘 보았다. 너희의 수작은 내 도(道)에 어긋나는 짓.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
“!!”
장삼의 얼굴이 밝아졌다.
돌연 나타난 복면 인물.
미리 돌발 상황에 대비하고 있던 위지천이었다!
“네놈은 설마?”
“그래, 난 도를 좇는 마인. 도마(道魔)다!”
“!!”
장내가 놀람에 휩싸였다.
“도마면? 의선의가를 추종한다는 미치광이 마인?”
“혈련귀 원로를 꺾었다는?”
도마는 근방에서 유명했다.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딱 두 번에 불과하지만, 원체 강렬한 활약을 벌였기 때문이다.
혈교의 광혈사자.
사검회의 혈련귀.
도마가 꺾은 이들이다.
더구나 마인 주제에 도를 좇아 의선의가에 은혜를 갚겠다는 해괴한 발상까지.
“장삼 대협은 의로운 의인! 이러한 의인을 돕는 건, 나 도마의 도에 합당하리니. 악사검, 네놈이 승부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면, 그때는 내가 대신 승부에 나서겠다!”
악사검이 이를 바득 갈고는 도마를 바라보았다.
복면 너머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
악사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끝을 알 수 없는 심연.
깊은 곳에 일렁이는 흉포함.
악사검은 눈앞의 마인이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란 것을 단번에 직감했다.
경지의 문제가 아니다.
저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순수한 폭력성은 악사검이 감히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회주님.”
두 측근이 나섰지만, 악사검은 뭐라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두 측근은 악사검과 다르게 진짜배기 초절정 고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무교회 도중이다.
악사검에게 도전했는데, 측근이 대신 나서서 싸운다?
회주로서 권위가 흔들리게 된다.
그러니 아까 장삼에게도 본인이 직접 다시 결투하겠다고 한 거다.
‘빌어먹을.’
검군악은 여전히 멀리서 물끄러미 악사검을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본인은 나설 생각 없다는 듯이.
철저히 악사검의 선택을 지켜보겠다는 듯이.
그때였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 일어났다.
서걱!
“크아아악!”
“무, 무슨?!”
“마, 마기?!”
관중 사이에서 갑자기 피가 튀어 오른 거다!
삿갓을 쓴 괴인이 흉포한 갈색의 마기를 번뜩이며 관중들을 베었다.
“네놈은 누구냐?!”
“나?”
삿갓을 올리니 놀라운 미남자가 나타났다.
“천마신교의 사공자 공손헌이라고 한다.”
“처, 천마신교? 갑자기 왜?”
“오해하지 말도록. 난 배교자 혈교 놈들이 이곳 검교회에 숨어들었다길래 잡으러 왔을 뿐이다.”
마교와 혈교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서로를 배교자 이단으로 부른다.
사검회의 무사들이 숨진 이들을 살피자 진짜로 혈교의 마기가 확인되었다.
“이놈…!!”
마지막 남은 혈교의 인물이 공손헌에게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검에 핏빛 검기가 맺혀 있었다.
절정, 그것도 중상급 경지라는 뜻!
잔챙이가 아니라, 주변 일대를 책임지는 혈교의 사자였다.
하지만.
서걱.
공손헌의 일검과 함께 혈교 사자의 목이 날아올랐다.
마치 벌레 잡듯 혈교 사자를 벤 것이다.
“…….”
장내가 고요해졌다.
모두가 느낀 거다.
위험하다.
무공 수위가 문제가 아니다.
거친 흉험함이 느껴졌다.
앞을 가로막으면 무엇이든 찢어발길 것만 같은.
사검회 간부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며 나섰다.
“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사검회에 협조도 구하지 않고 이렇게 다짜고짜 칼을 휘두르다니. 우리 사검회를 무시하는 것이오?”
“협조? 범이 쥐새끼와 협조할 이유가 있나?”
“뭐, 뭐?!”
“왜? 기분 나쁘면 날 베어보든지. 오늘 하는 꼴을 보니, 그럴 강단도 없을 것 같은데?”
실제로 사검회의 무사들은 공손헌을 공격하지 못했다.
공손헌이 방금 보인 강렬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뒤의 마교 때문에 후환이 염려되었던 거다.
멀리서 그 한심한 모습을 지켜본 검군악은 다시금 한숨을 삼켰고, 공손헌은 비웃음을 지었다.
“됐다. 쥐새끼 따위 관심 없으니, 너희 사검회는 비켜라. 내가 용무가 있는 건 도마다.”
“!!”
“도마, 검을 들어라. 네놈과 혈교가 무슨 관련인지 밝히겠다.”
위지천은 헛웃음을 흘렸다.
혈교는 무슨.
공손헌은 그냥 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눈빛이었다.